돌밥이란 뭐냐는 물음에 누군가 돌로 지은 밥이라고 대답했다면 희한한 웃음거리로 되여 차세대까지 전해질지도 모른다. 인간계에서 돌밥이든 콩밥이든 쌀을 모재(母材)로 한다는 것 쯤은 욕토미토(欲吐未吐)의 철부지까지 중소공지(衆所共知)하는 례사이다.그런데 필경 쌀밥인데 딴 밥이라 이르니 여기서 경계를 분명히 해야하는 필요성이 제기된다.
세월이 좋아지고 경작、타작、정미 기술이 발달하여 요즘엔 돌을 가리는데 신경을 별로 안 쓰고 밥을 지어도 돌을 씹는 경우가 거의 없다. 말을 꺼내니 춘풍추우의 지난날 물함박에 쌀을 일며 돌가리기에 마음을 사리시던 어머님의 모습이 선하다.그래도 밥을 먹으며 돌을 씹을 때가 푸술하여 간혹 한 개가 씹힌다면 그래도 뱉아버리고 마는데 두개를 넘기면 이거 진짜 돌밥이라며 툴툴댔다. 3개가 넘으면 물에 휭구어 돌을 가라앉이고 먹는 촌극도 벌어졌었다.만약 다섯 개 정도라면 이게 진짜 돌뭉치라고 내버렸을 것이다. 어느 밥점에서 모래가 한두 알이 있는 밥을 두세 번 팔았다면 가게가 사지판에 오를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여기서 모래알을 겻들며 중언부언 해대는 리유는 그릇의 밥알 개수와 그 모래알의 비례를 티적거리며 설명하기 위함이다. 쌀알이 만알 정도인데 모래알이 세개라면 돌밥이 되고 5개 정도라면 버려야 할 쓰레기라는 점이다. 다섯알의 모래와 쌀알의 수자를 대비하면 소수도 극소수도 아닌 리호(厘毫)의 량으로서 1/2000이 된다. 엄연한 사실은 이 정도라도 돌밥이라 취급하는게 사람들이라는 얘기다. 요즘은 모래 한 알이 들어가도 밥의 성질이 개변되고 그 질과 상품가치가 쫄딱 다운되는 세월이 되어버렸다.
조글로 사이트에서 “교사절의 촌지(紅包),이대로 좋은가?”는 설문 페이지를 무심히 번져보았다. 대부분 애플러로 봐야 할 댓글 중에 “몇몇 반주임이 가지는 돈을 가지고 수많은 교원을 욕하니...정말 리해가 안된다.”는 리플이 달렸는데 그 론리가 눈귀에 거슬려 한참 머리를 굴리다 필을 들었다. 이 소수가 어느 소수를 말하는가 생각했다. 교육에 주는 가해는 도외시하고 그 정도면 괜찮다는 용서중심의 “리론”이 아닌가? 다수가 아니면 문제가 안된다는 시각이다. 만인이 질지이심(疾之已甚)하는 병페를 놓고 그게 뭐 대수냐고 방심하며 나긋한 용인술(容忍術)을 발휘하는 것이다. 대명천지를 어지럽히는 불량품마저 관대하는 성향이 만연하는 현실을 직지하며 촌지의 부당성을 비판하는 말이다. 번져나가는 비리를 방치하는 얼빤한 사상로선이 아닐 수 없다.
이 친구분께서 그 소수론리를 필자가 꼬집는 돌밥원리에 대입하고 되풀이 해 보시기 바라는 마음이다. 오늘날 일반에서 행해진다는 촌지가 심해진다는 소문은 들어왔지만 그 량과 폭이 량적으로 얼마인지는 알길이 없거니와 구구히 이야기할 생각도 없다. 다만 후대를 키우는 해맑은 성역을 잠식하는 이질물을 평가하는 방식이 시류를 거스르는 발상이 아닌가 뇌까리고 싶어서이다. 모래알이 얼마간 들어있다거나 또 몇 개 뿐이니 그래도 쌀밥이 아니냐는 사고방식의 무리한 답에 항변할 뿐이다.
정보화시대에다 지식화시대라는 디지털시대이다. 우리는 두루뭉실하게 지내던 전세월의 리념에서 벗어나 고속도로 회전하는 격변기의 엔진속에서 티끌 하나도 파멸적인 후과를 초래한다는 현대적 감각을 수립해야 한다. “천리 언제도 의혈에 일결한다.(千里之堤,毁于蚁穴)”는 경험철학을 되살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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