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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1000권 읽기 26
2015년 02월 11일 11시 35분  조회:2301  추천:0  작성자: 죽림

 

251□오장원의 가을□복거일, 문학과지성시인선 70, 문학과지성사, 1988

  소설의 분위기가 물씬 난다. 대사가 많이 등장하는 것도 그렇고, 설정도 그 발언을 위한 배경처리를 하는 방식으로 되어있다. 바로 이 소설 비스무리한 구조가 독특한 맛을 낸다. 시보다는 소설쪽 발상이 더 자연스러워 보인다. 언어들이 어떤 의미를 전달하기 위해 그물을 펼쳤다가 그 의미의 주변으로 점점 압축해가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클라이막스를 향해 달려가는 소설의 박진감이 있는 구도와 특색이다.

  그러나 소설의 언어와는 달리 시의 언어는 어떤 초점을 향해 움직이지만 이렇게 그물 속의 물고기를 몰아가듯이 가지 않는다. 시의 언어는 주제의 핵심에 끈을 드리우고서 이미지들이 자유롭게 움직인다. 마치 여왕벌을 중심에 놓고 한 뭉치를 이루는 꿀벌들 같다. 아니면 한 가지에 달려있지만 그것대로 꽃이면서 전체가 큰 꽃송이를 이루는 불두화 같다. 이 시집은 소설의 특징이 가미된 독특한 시세계이지만 시의 본질과는 좀 거리가 있는 시들이다. 시인이 되기 위해서는 버려야 할 것이 적지 않다. 한자는 가장 먼저 버려야 할 말이다. 영어상용이 실현되기 전까지는…….★★☆☆☆[4336. 12. 3.]

 

252□새는 하늘을 자유롭게 풀어놓고□황인숙, 문학과지성시인선 69, 문학과지성사, 1988

  특이하다. 언어들이 시의 이미지로 전용되는 순간 묘한 변질을 일으키며 독특한 색채를 낸다. 그 색깔의 원인은 물론 세계이다. 그는 이 세계 안에 몸을 두고 있지만, 그의 의식은 이 세계에는 없는 어떤 곳에 가있다. 영원히 돌아올 수 없는 곳으로 스스로를 유배 보낸 삶의 쓸쓸한 풍경이라고나 할까? 희한하다. 여간한 감각으로는 알아채기 어려운 묘한 곳에서 세상을 보고 있다. 그 독특함이 시를 만들고 일상언어를 시의 언어로 만든다. 그것은 언어와 존재의 중간에 있는 그 어떤 세계인데, 언어에도 속하기 어렵고 존재에도 속하기 어려운 아주 독특한 정서이다. 그런데 그 정서는 아주 풍부하다. 시가 말랑말랑한 것이 상상력을 자극하는 묘한 힘이 있다.

  그러나 사물을 뒤집어보는 것은 새로운 것이기는 하지만 일정한 한계가 있다. 뒤집어본다고 해서 뒤집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뒤집은 세계가 아무리 위안이 된다고 해도 거기에 너무 집착하는 것은 위선에 가깝다. 또 한 가지, 지금의 상태는 시인에 이 시와 이미지를 잘 조율하고 있지만, 정서와 의미의 확산을 사물의 이미지에 내맡겨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그것이 모호함의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시인의 통제 바깥으로 이미지를 떠나보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이 세계는 한 동안 더 머물러있어야 할 세계이다.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곳이다.★★★☆☆[4336. 12. 3.]

 

253□56억 7천 만 년의 고독□함성호, 문학과지성시인선 124, 문학과지성사, 1992

  야심만만한 태도와 용기가 시원하다. 자신과 자신의 육화인 서울에 대한 노래이다. 방법은 장광설이다. 후주를 갑옷 속에 안고 적진에서 좌충우돌하는 조자룡 같다. 긴 창끝에서 서울의 욕망이 내장을 쏟는다.

  그러나 장광설은 좋은 무기이지만 핵심을 찌르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적들은 순식간에 백만대군을 자가증식으로 불리기 때문이다. 조자룡은 이기기 위해서 싸우지 않는다. 후주를 안전하게 선주에게 넘겨주는 것이 조자룡의 목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날랠지언정 그의 창 끝은 적의 심장에 가 있는 것이 아니라 달아날 구멍을 향해 있다. 전략이 필요한 시집이다. 스스로 침몰하는 것도 의미 없지는 않지만 재미에 탐닉하면 침몰 저편의 또 다른 세계가 드러나지 않는다.★★☆☆☆[4336. 12. 3.]

 

254□입 속의 검은 잎□기형도, 문학과지성시인선 80, 문학과지성사, 1989

  시인이라면 누구나 꿈꾸는 것이 있다. 그것은 시가 내 인생의 모든 것을 퍼올려 그것을 우주의 모든 존재와 동일체로 만드는 것이다. 그 방법은 무엇인가? 이른바 ‘객관적 상관물’이다. 한 구절 또는 한 상황에서 상관물을 발견한 사람은 많았다. 실제로 한자시대의 모든 시인들은 이것을 당연한 방법으로 구사했다.

  그러나 움직이는 모든 동작과 사고, 그를 통하여 울려나오는 시 전부가 상관물로 바뀌어 버리는 기적은 적어도 우리나라에서는 기형도가 처음으로 이루었다. 그 내공은 노화순청의 경지이다. 왜냐하면 시에 군더더기가 하나도 없다. 그의 불꽃에서는 붉은 색이 아니라 파란 빛이 난다. 언어들이 위치한 바로 그 자리에서 표현된 것 이상으로 자신의 내장까지 들어내 보인다. 언어가 그것이 지시하는 것 이상으로 내용을 전달하는 기법은 시가 발견해낸 것이다. 그 내용의 풍성함을 기형도보다 더 만들어낸 시인을 나는 아직 못 보았다. 한자를 버리지 못한 채 떠나간 것은 끝내 아쉬움이다.★★★★★[4336. 12. 3.]

 

255□무진일기□정인섭, 문학과지성시인선 79, 문학과지성사, 1989

 긴장의 구조를 너무 의식하면 이미지의 잔가지를 모두 쳐버리게 된다. 그러면 극도의 상징과 논리의 비약이 남는데, 남아있는 그것들끼리 어떤 자장을 형성하여 서로가 서로를 비추면서 한 세계를 끌고 가는 것이 집(集)으로 묶인 시들의 운명이다.

  그런데 그런 이미지들이 떠있는 구름을 뒤적거려도 그 구름이 어디서 올라와서 형성된 것인지를 알 수 없다면 그것은 결국 시를 잘 못 썼다는 결론으로 갈 수밖에 없다. 이 시집의 많은 시들이 그런 위험을 안고 있다. 간혹 가다 절묘한 절제를 보여주면서 성공하는 시들도 몇 있지만, 대부분이 상징 의 우물 속에 담긴 물의 결정체를 드러내주지 못하고 상징으로만 남아있다. 좀더 친절할 필요가 있다.★☆☆☆☆[4336. 12. 3.]

 

256□칼과 흙□김준태, 문학과지성시인선 76, 문학과지성사, 1989

  쓰자면 못 쓸 것도 없지만, 말이 곧 시가 된다는 믿음은 시에도 삶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시가 역사의 죄를 담을지라도 그 시에도 예절이라는 것이 있다. 격식 없음이 또 다른 격식일 수 있지만, 애초에 격식이 중요하지 않다고 믿는 것은 그렇다고 믿는 사람들로부터 배척 당할 위기를 스스로 끌어안고 있는 것이다. 성급한 마음과 분노하는 마음이 어떤 형식을 거추장스러워 한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알 일이나, 삼척동자에게 그 분노를 그대로 다 보여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글 쓰는 솜씨는 그렇다 쳐도 버릴 수 있는 한자를 버리지 못하는 것은 정말 이상한 일이다.★☆☆☆☆[4336. 12. 3.]

 

257□본동에 내리는 비□윤중호, 문학과지성시인선 74, 문학과지성사, 1988

  묘사로 말을 대신하는 능력도 좋고 어조도 차분하여 시가 갖는 품격을 잘 갖추었다. 작품들도 고만고만한 수준을 보여서 안정된 능력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내용의 초점이 둘로 갈라지고 있는 것이 흠이다. 또 이 사회의 어떤 부분을 깊이 파고들어야 그 내장을 드러낼 수 있는가 하는 부분을 좀더 치열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다. 대부분 칼끝이 들어가다가 말고 되돌아 나온다. 감질난다. 그러다 보니 정작 들어가야 할 곳에서 설명으로 대체하고 마는 수가 많다. 설명은 묘사가 주를 이루는 시에서는 치명상이다. 스스로 상처를 만들지 않으려면 시각을 좀더 확고하게 고정시킬 필요가 있다. 냉철한 정신이 요구된다.★★☆☆☆[4336. 12. 3.]

 

258□천로역정, 혹은□김정웅, 문학과지성시인선 72, 문학과지성사, 1988

  우리가 시를 쓰고 읽는 이유는 복잡하게 얽힌 이 세상의 의미를 좀 쉽고 알기 좋게 즐기자는 것이리라. 그렇기 때문에 시에서는 특별한 의도를 갖지 않는 한 이미지나 비유를 통해서 어려운 이야기를 쉽게 전하는 방법을 쓴다. 그것이 시의 덕목이다. 쉬운 것을 어렵게 말하는 버릇이 든 것인 근대의 일이고, 그것은 그렇게 하는 어떤 의도를 드러내기 위한 것이다. 그러므로 쓸데없이 시가 어려워져야 할 이유가 없는 한 그렇게 하면 안 된다는 것이 시를 쓰는 사람들의 합의이고, 그것을 지키지 못할 경우에는 시를 ‘못’ 쓰는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는 것이다.

  따라서 삶의 중요한 어떤 것을 깨달음으로 얻어서 그것을 나누어주려는 사람은 시로 나누어주어야지 철학으로 나누어주려 해서는 안 될 일이다. 여기서는 어렵게 얻은 깨달음을 어렵게 전하고 있다. 그 깨달음의 깊이와는 상관없이 시가 철학의 잔해를 너무 겉으로 노출시켰다. 한자도 모자라서 괘사까지 들먹이는 것은 자신이 그것을 이해하든 안 하든 어려움을 어려운 방법으로 전하는 어려운 이유를 한 번쯤 반문케 한다. 그것은 시의 덕목이 아니기 때문이다. 시에서 철학의 부스러기는 그것이 어떤 것이든 치기이다.★★☆☆☆[4336. 12. 3.]

 

259□모자 속의 시들□박상배, 문학과지성시인선 67, 문학과지성사, 1988

  시들이 대개 말장난 수준에 머물러있다. 말장난이란 말의 부질없는 반복만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다. 본 것을 본 그대로 얘기하는 것을 말장난이라고 하는 것이다. 그것은 산문에서도 잘 그러지를 않는 것이다. 산문에서조차 언어는 어떤 대상을 그리려고 한다. 그런데 여기서는 대상을 그리려고 하는 말들의 의미를 버리는 듯하면서도 기실은 그 말들의 의미체계에 매달리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말장난이라고 하는 것이다.

  말장난이 시의 중요한 속성임은 분명하다. 그리고 말의 반복이 주는 운율 역시 이 시집 곳곳에 살아있다. 그렇다고는 해도 거기서 느껴지는 절제미라든가 그런 형식 지향의 의식을 나타내는 것은 조작이 아닌 체험에서 우러나야 한다는 것이다. 시는 관념만으로 접근하기에 너무 힘든 갈래이다. 한자 역시 그런 모순을 보여주는 대목이다.★☆☆☆☆[4336. 12. 3.]

 

260□첫사랑□강인봉, 문학과지성시인선 177, 문학과지성사, 1992

  자신이 뚫은 벽 안에는 언제나 남들이 모르는 커다란 세상이 있고, 그 세상이 세상과 공유할 수 없는 어떤 것일 경우에는 그것을 보여주는 자의 무상한 몸짓만 반복된다. 쉽게 드러낼 수 없는 것이기에 그것을 드러내기 위해 추억의 공간으로 가서 이미지를 찾는다. 그렇기 때문에 자칫 과거 속에 안주하게 되며, 그것은 이미지의 신선함을 넘어서 새로운 전망을 잃는 우를 범한다. 깊이가 문제가 아니라 방향이 문제인 것이다. 그리고 종교의 시간은 늘 한쪽으로 흐른다. 흘러간 것이 다시 내 등뒤로 흘러오지만 그래도 방향은 한 가지이다. 그리고 그 방향이 닿은 곳은 시가 그릴 수 없는 곳이고, 시가 그릴 수 없는 곳이기에 그곳에서 이루어지는 묘사는 일상으로 돌아온다. 따라서 시는 일상의 모습으로 남아있게 된다.

  이 시집에서는 시인이 딛고 있는 그 준엄한 세계가 과거 추억 속의 이미지에 담겨있어서 시간과 공간이 뒤섞인 혼란을 준다. 하늘에서 바라보는 강은 한 줄기이지만 강속에서 겪는 강은 현란하다. 달빛이 머문 곳의 공기 층이 어떠냐에 따라 사람들의 눈에 비친 색깔은 달라진다. 달라진 색깔을 그림으로써 달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면 금상첨화이리라.

  시는 도가 아니지만 도를 보여줄 수 있는 유일한 양식은 시이다. 그러나 어렵게 얻은 깨달음을 전하는 데 산문 안에서는 어렵게 얘기할 수밖에 없겠지만, 산문 밖에서는 쉬운 말로 전하는 것이 중생을 제도하는 한 방법일 것이다. 중이 속인보다 더 속인 같아서는 안 될 일이다. 승속불이는 시에서도 필요한 덕목이다. 한자는 산문 안에서 필요하지만 산문 밖에서는 불필요한 것이다.★★☆☆☆[4336. 12.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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