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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지기-죽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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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1000권 읽기 59
2015년 02월 11일 15시 53분  조회:1679  추천:0  작성자: 죽림

581□지상의 중심이 되어□유재영, 시와시학 시인선 8, 시와시학사, 2000

  식물의 상상력이라고 할 만큼 식물 중심의 이미지가 시집을 가득 채웠다. 그런 만큼 자연 속에서 느낄 수 있는 맑고 고결한 정서가 시집의 주된 정조를 이룬다. 할 말을 줄이고 자연 이미지로 대체하는 수법은 상당한 실력이 아니고는 해내기 어려운 절제력이다. 그런데 이미지에 너무 집착을 하다 보면 주제가 빈약해지기 마련이다. 이 시집은 그런 위험을 많이 안고 있다. 그리고 식물 이미지에 매달리다보면 너무 많은 식물들을 동원해서 읽는 사람이 그 말에 갇혀 주제나 정서를 따라가기 어렵게 된다. 또 자연물에 대해 기대하기 어려운 해석을 갖다 붙이기도 하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4337. 6. 4.]

 

582□내 마음의 협궤열차□이가림, 시와시학 시인선 7, 시와시학사, 2000

  시가 구원의 자세를 취하고 있다. 자신의 내면에 깃든 영혼을 향해 내면의 목소리를 들으려는 자세를 취함으로써 그 바깥의 세계에 대해서는 거의 문을 닫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주제가 빈약하다는 생각이 들고, 그 주제 빈약은 자신의 체험을 바탕으로 체험 그 바깥의 객관화된 세상을 향해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기 완결성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남을 의식하지 않는 시이기 때문에 상상력이 밋밋하다. 시안에서는 완결된 형태를 갖추고 있지만, 그것이 밖으로 드러날 때 다양한 울림을 주지 못하는 흠이 있다.★★☆☆☆[4337. 6. 4.]

 

583□눈부신 마음으로 사랑했던□이수익, 시와시학 시인선 6, 시와시학사, 2000

  시가 쓰여지는 계기는 새로운 발견이다. 어떤 현상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생각 속에 자리잡으면서 그것을 중심으로 시가 나타난다. 이 시집의 시들 대부분이 그런 문법에 충실하다. 그런데 인식에 너무 집착하면 그 인식의 과정만 드러나서 그 인식이 독자에게 다양한 반응으로 울림으로 주지 않고 인식 그 자체만을 드러내고 마는 경우가 있다. 이 시집들의 인식이 나름대로 새로운 것들인데, 너무 그 인식에만 묘사가 집중되어 있다. 따라서 그런 인식이 독자에게 줄 수 있는 효과를 최소한으로 줄이고 있다. 좀 더 넓게 독자가 그 인식에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4337. 6. 4.]

 

584□나는 거기 없었다□김영석, 시와시학 시인선 5, 시와시학사, 2000

  시가 살도 적당하고, 뼈대도 곧고 이미지도 산뜻하다. 갖춰야 할 것을 다 갖추어서 읽는 사람이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시이다. 그런데 마지막 한 층이 뚫리지 않아 물이 솟지 않는 샘의 형국이다. 한 삽만 더 깊이 들어가면 시원한 물줄기가 솟을 텐데 그 한 삽이 안 들어가고 있다. 아마도 암반을 만난 듯한데, 그 암반은 표현 쪽이기보다는 내용 쪽에서 오는 것이 아닌가 한다. 제2부에서는 짤막한 소설 몇 편이 들었는데, 그것을 시로 풀어야만 되지 않겠는가?★★☆☆☆[4337. 6. 4.]

 

585□산시□이성선, 시와시학 시인선 4, 시와시학사, 2000

  “초암에서” 같은 작품은 다시 보기 어려운 절창이다. 살을 다 빼버리고서도 곱게 빠진 몸매를 보여줄 수 있음을 보여준다. 시집 전체가 선시를 닮았다. 선시를 닮았다는 것은 선시와는 다른 자연의 세계를 간직하고 있다는 것과 선시의 영향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했다는 두 가지를 함께 의미한다. 자연을 보는 시각이 나름대로 확립되었으나, 그 전부터 이어온 선시의 관행을 털지 못했다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자연을 이만큼 소화한 시인이 없다는 점에서 그 역량은 높이 살 만하다. 그리고 시가 너무 짧다. 짧아야 하는데 짧으면 상관없지만, 짧아서는 안 되는 경우에도 짧은 시가 많다.★★★☆☆[4337. 6. 4.]

 

586□벼랑의 꿈□오세영, 시와시학 시인선 2, 시와시학사, 1999

  시집 한 편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고른 어조를 유지하면서 시를 이끌어 가는 일은 보통 능력이 아니다. 이미 안정된 어조가 시 전체를 이끌고 가는 힘이 된다. 다만 그것이 단조로운 느낌을 주지 않으려면 내용이 새로운 면면을 드러내야 하는데 고만고만한 느낌들이 잔 봉우리처럼 나열되어 있어서 졸린 느낌을 준다. 사미라든가 하는 호칭과 산문 같은 이미지들이 이미 있어온 이미지들의 관행이기 때문에 이런 느낌의 연장선상에서 작용한다.★★☆☆☆[4337. 6. 4.]

 

587□1미터의 사랑□오탁번, 시와시학 시인선 1, 시와시학사, 1999

  시가 좀 수다스럽다는 느낌이 먼저 온다. 이 느낌은 두 가지 뜻을 갖는다. 하나는 멈추지 않는 발랄한 상상력이라는 좋은 쪽과 또 다른 하나는 진지성의 결여라는 안 좋은 쪽이 그것이다. 발랄한 상상력은 시인의 가장 중요한 자질이다. 상상력은 어느 한 곳에도 매임이 없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야만 새로운 세계를 보게 된다. 사고의 발랄성은 생각이 그쪽으로 열려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그런 발랄함 뒤에는 반드시 10미리 철판을 뚫을 수 있는 날카로움이 있어야 한다. 이 날카로움은 세계의 본질에 대한 의문과 그 의문이 뚫고자 하는 대상이 대립할 때 생긴다. 여기서는 의문의 강도나 대립의 절실함이 많이 수그러졌다. 그렇기 때문에 발랄한 상상력에 재치와 재미를 느끼지만, 한 발짝 더 들어갔으면 하는 아쉬움이 끝내 가시지 않는 것이다. 한자의 남용 역시 아쉬운 부분이다.★★☆☆☆[4337. 6. 4.]

 

588□뼈아픈 별을 찾아서□이승하, 시와시학 시인선 16, 시와시학사, 2001

  군더더기 하나 없이 단단한 문장이 거침없이 생각을 담아내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앞 뒤 연결이 단단하고 긴밀하여 어느 한 구석 허술하지 않다. 시각 이미지가 없는 대신 사고 이미지라고 할 수 있는 생각의 질서들이 단단하게 시를 일으켜 세우고 있다. 그런 만큼 시로서는 아주 낯선 형식처럼 느껴진다. 문장의 특성만을 보면 어쩌면 시의 경계 밖으로 나가려고 하는 불거진 형식이라고 할 만하다. 이런 형식은 사색이 시를 압도하는 형국이기 때문에 불가피한 것이기도 하다. 생각이 밀도를 높이면 시는 이미지를 스스로 버린다. 편집도 시간, 공간, 인간이라는 세 가지 표제를 갖고 이루어졌다. 하고자 하는 바가 너무 분명하다. 영원의 시간과 공간 위에 놓인 인간의 운명을 노래하고자 한 것이다. 다만 시가 너무 사고에 의존할 때 관념화는 불가피한 일이며 그것은 설명으로 나타난다는 사실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4337. 6. 4.]

 

589□모든 사랑은 첫사랑이다□백창일, 시와시학 시인선 20, 시와시학사, 2002

  특별히 부족한 부분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특별히 빼어난 것도 아닌 시집이다. 사랑이 시집 전체의 큰 흐름을 이루고 있는데, 정확히 연시의 그것도 아니고 삶의 깨달음을 전하는 것도 아닌 애매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그냥 편히 읽을 수 있는 사랑시로는 선이 너무 굵고 거칠다. 시가 무난하지만 특출나지도 않은 것은 정신이 해이하거나 방향을 잘못 잡은 탓이다. 주제나 이미지가 움직이는 방향을 좀더 선명하게 하는 것이 급선무일 듯하다.★★☆☆☆[4337. 6. 4.]

 

590□당신의 옹이에 옷을 건다□김수우, 시와시학 시인선 19, 시와시학사, 2002

  사물을 어떻게 건드리면 그것이 감성을 일깨우는가 하는 것을 확실히 아는 시인이다. 주제를 전달하기 위해 이미지를 동원하는 수법이 능수능란하다. 그것도 시집의 처음부터 끝까지 고른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서 오랜 숙련을 거친 능력임을 알아볼 수 있다. 다만 중간을 넘어서면서부터 그런 긴장이 느슨해지려고 하는 부분이 언뜻언뜻 눈에 띄는데, 이것은 동일한 내용을 반복해서 다루는 데서 생기는 문제임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 이야기하고자 하는 방향만 조금 더 분명해진다면 큰 시인이 될 것이다.★★★☆☆[4337. 6.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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