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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현대시400선
목 차 |
1. 전환기의 좌절과 희망
1. 최남선(崔南善) - 해(海)에게서 소년(少年)에게
2. 최남선 - 꽃 두고
3. 이광수(李光洙) - 비둘기
4. 주요한(朱耀翰) - 샘물이 혼자서
5. 주요한 - 불놀이
6. 주요한 - 빗소리
7. 김억(金億) - 봄은 간다
8. 김억 - 오다 가다
9. 황석우(黃錫禹) - 벽모(碧毛)의 묘(猫)
10. 오상순(吳相淳) -방랑(放浪)의 마음
11. 변영로(卞榮魯) - 봄비
12. 변영로 - 논개
13. 홍사용(洪思容) - 나는 왕(王)이로소이다
14. 박영희(朴英熙) - 월광(月光)으로 짠 병실(病室)
15. 박종화 - 사(死)의 예찬(禮讚)
16. 이장희(李章熙) - 봄은 고양이로다
17. 노자영(盧子泳) - 물결
18. 양주동(梁柱東) - 조선(朝鮮)의 맥박(脈搏)
19. 김동환(金東煥) - 국경(國境)의 밤
20. 김동환 - 눈이 내리느니
21. 김동환 - 북청(北靑) 물장수
22. 김동환 - 산(山) 너머 남촌(南村)에는
23. 김동환 - 송화강 뱃노래
24. 김소월(金素月) - 엄마야 누나야
25. 김소월 - 금잔디
26. 김소월 - 진달래꽃
27. 김소월 - 접동새
28. 김소월 - 왕십리(往十里)
29. 김소월 - 삭주 구성(朔州龜城)
30. 김소월 - 산(山)
31. 김소월 - 가는길
32. 김소월 - 서도 여운(西道餘韻) - 옷과 밥과 자유(自由)
33. 김소월 - 길
34. 김소월 - 산유화(山有花)
35. 김소월 - 초혼(招魂)
36. 김소월 - 바라건대 우리에게 우리의 보습 대일 땅이 있었더면
37. 김소월 - 삼수갑산(三水甲山) - 차안서삼수갑산운(次岸曙三水甲山韻)
38. 한용운(韓龍雲) - 님의 침묵(沈黙)
39. 한용운 - 이별은 미(美)의 창조
40. 한용운 - 알 수 없어요
41. 한용운 - 나룻배와 행인(行人)
42. 한용운 - 당신을 보았습니다
43. 한용운 - 복종(服從)
44. 한용운 - 정천 한해(情天恨海)
45. 한용운 - 찬송(讚頌)
46. 한용운 - 타고르의 시(詩) GARDENISTO를 읽고
47. 한용운 - 명상(冥想)
2. 식민지 현실의 폭로와 저항의 의지
48. 이상화(李相和) - 나의 침실로
49. 이상화 - 가장 비통한 기욕(祈慾)
50. 이상화 - 통곡(痛哭)
51. 이상화 -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52. 이상화 - 병적 계절(病的季節)
53. 임화(林和) - 네 거리의 순이(順伊)
54. 임화 - 우리 오빠와 화로
55. 임화 - 한 잔 포도주를
56. 김해강(金海剛) - 봄을 맞는 폐허에서
57. 김해강 - 새 날의 기원
58. 박팔양(朴八陽) - 밤차
59. 박팔양 - 데모
60. 박팔양 - 너무도 슬픈 사실-봄의 선구자 '진달래'를 노래함
61. 박세영(朴世永) - 오후의 마천령(摩天嶺)
62. 박세영 - 산제비
63. 박세영 - 시대병 환자(時代病患者)
64. 오장환(吳章煥) - 성씨보(姓氏譜) - 오래인 관습, 그것은 전통을 말함이다
65. 오장환 - 성벽(城壁)
66. 오장환 - 모촌(暮村)
67. 오장환 - 황혼(黃昏)
68. 오장환 - 소야(小夜)의 노래
69. 오장환 - 고향 앞에서
70. 이용악(李庸岳) - 북(北)쪽
71. 이용악 - 풀버렛소리 가득차 있었다
72. 이용악 - 낡은 집
73. 이용악 - 두만강 너 우리의 강아
74. 이용악 - 오랑캐꽃
75. 이용악 - 전라도 가시내
76. 이육사(李陸史) - 황혼(黃昏)
77. 이육사 - 연보(年譜)
78. 이육사 - 노정기(路程記)
79. 이육사 - 꽃
80. 이육사 - 자야곡(子野曲)
81. 이육사 - 청포도
82. 이육사 - 절정(絶頂)
83. 이육사 - 교목(喬木)
84. 이육사 - 광야(曠野)
85. 윤동주(尹東柱) - 초 한대
86. 윤동주 - 오줌싸개 지도
87. 윤동주 - 아우의 인상화(印象畵)
88. 윤동주 - 자화상(自畵像)
89. 윤동주 - 병원(病院)
90. 윤동주 - 십자가(十字架)
91. 윤동주 - 길
92. 윤동주 - 또 다른 고향(故鄕)
93. 윤동주 - 별 헤는 밤
94. 윤동주 - 서시(序詩)
95. 윤동주 - 간(肝)
96. 윤동주 - 참회록(懺悔錄)
97. 윤동주 - 쉽게 씌어진 시(詩)
98. 심훈(沈熏) - 그 날이 오면
99. 심훈 - 만가(輓歌)
3. 순수 서정과 모더니즘의 세계
100. 박용철(朴龍喆) - 떠나가는 배
101. 박용철 - 싸늘한 이마
102. 김영랑(金永郞) -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103. 김영랑 - 오매 단풍 들것네
104. 김영랑 - 돌담에 속삭이는 햇발
105. 김영랑 - 내 마음을 아실 이
106. 김영랑 - 모란이 피기까지는
107. 김영랑 - 북
108. 김영랑 - 오월(五月)
109. 김영랑 - 독(毒)을 차고
110. 김영랑 - 춘향(春香)
111. 신석정(辛夕汀) - 임께서 부르시면
112. 신석정 -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113. 신석정 - 아직 촛불을 켤 때가 아닙니다
114. 신석정 - 들길에 서서
115. 신석정 - 작은 짐승
116. 신석정 - 슬픈 구도(構圖)
117. 신석정 - 어느 지류(支流)에 서서
118. 정지용(鄭芝溶) - 카페 프란스
119. 정지용 - 향수(鄕愁)
120. 정지용 - 말
121. 정지용 - 유리창(琉璃窓) 1
122. 정지용 - 그의 반
123. 정지용 - 고향(故鄕)
124. 정지용 - 난초(蘭草)
125. 정지용 - 바다 2
126. 정지용 - 구성동(九城洞)
127. 정지용 - 장수산(長壽山) 1
128. 정지용 - 춘설(春雪)
129. 정지용 - 백록담(白鹿潭)
130. 정지용 - 비
131. 정지용 - 인동차(忍冬茶)
132. 백석(白石) - 정주성(定州城)
133. 백석 - 여우난 곬족(族)
134. 백석 - 가즈랑집
135. 백석 - 모닥불
136. 백석 - 여승(女僧)
137. 백석 -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138. 백석 - 고향(故鄕)
139. 백석 - 팔원(八院) - 서행 시초(西行詩抄) 3
140. 백석 - 남신의주유동박시봉방(南新義州柳洞朴時逢方)
141. 이상(李箱) - 오감도(烏瞰圖) : 시 제1호
142. 이상 - 꽃나무
143. 이상 - 이런 시
144. 이상 - 거울
145. 이상 - 지비(紙碑)
146. 이상 - 가정(家庭)
147. 김기림(金起林)) - 기상도(氣象圖)
148. 김기림 - 바다와 나비
149. 김광균(金光均) - 성호 부근(星湖附近)
150. 김광균 - 설야(雪夜)
151. 김광균 - 와사등(瓦斯燈)
152. 김광균 - 데생
153. 김광균 - 외인촌(外人村)
154. 김광균 - 추일 서정(秋日抒情)
155. 장만영(張萬榮) - 달 포도 잎사귀
156. 장만영 - 비의 Image
157. 장서언(張瑞彦) - 고화병(古花甁)
158. 윤곤강(尹崑崗) - 나비
159. 오일도(吳一島) - 내 소녀(少女)
4. 생명의 의지와 전통의 깊이
160. 서정주(徐廷柱) - 문둥이
161. 서정주 - 화사(花蛇)
162. 서정주 - 자화상(自畵像)
163. 서정주 - 귀촉도(歸蜀途)
164. 유치환(柳致環) - 깃발
165. 유치환 - 생명의 서(書)
166. 유치환 - 일월(日月)
167. 유치환 - 바위
168. 유치환 - 광야(曠野)에 와서
169. 유치환 - 춘신(春信)
170. 김광섭(金珖燮) - 고독(孤獨)
171. 김광섭 - 동경(憧憬)
172. 김광섭 - 비 개인 여름 아침
173. 김광섭 - 마음
174. 김상용(金尙鎔) - 남(南)으로 창(窓)을 내겠소
175. 함형수(咸亨洙) - 해바라기의 비명(碑銘)
176. 김동명(金東鳴) - 파초(芭蕉)
177. 김동명 - 내 마음은
178. 김동명 - 밤
179. 노천명(盧天命) - 사슴
180. 노천명 - 푸른 오월
181. 노천명 - 남사당(男寺黨)
182. 박목월(朴木月) - 나그네
183. 박목월 - 윤사월(閏四月)
184. 박목월 - 청노루
185. 박목월 - 산이 날 에워싸고
186. 박두진(朴斗鎭) - 묘지송(墓地頌)
187. 박두진 - 향현(香峴)
188. 박두진 - 어서 너는 오너라
189. 조지훈(趙芝薰) - 고풍 의상(古風衣裳)
190. 조지훈 - 승무(僧舞)
191. 조지훈 - 봉황수(鳳凰愁)
192. 조지훈 - 완화삼(玩花衫)
193. 조지훈 - 낙화(落花)
194. 조지훈 - 고사(古寺) 1
195. 박남수(朴南秀) - 마을
196. 박남수 - 초롱불
197. 박남수 - 밤길
198. 김종한(金鍾漢) - 낡은 우물이 있는 풍경
199. 이한직(李漢稷) - 풍장(風葬)
200. 이한직 - 낙타(駱駝)
5. 해방공간의 서정과 시적 인식의 확대
201. 정지용(鄭芝溶) - 그대들 돌아오시니 - 재외혁명동지에게
202. 조지훈(趙芝薰) - 산상(山上)의 노래
203. 박두진(朴斗鎭) - 해
204. 신석정(辛夕汀) - 꽃덤불
205. 조영출(趙靈出) - 슬픈 역사의 밤은 새다
206. 김기림(金起林) - 연가(戀歌)
207. 임화(林和) - 9월 12일 - 1945년, 또다시 네거리에서
208. 임화 - 깃발을 내리자
209. 오장환(吳章煥) - 병든 서울
210. 박세영(朴世永) - 순아
211. 김광균(金光均) - 3.1날이여! 가슴아프다
212. 설정식(薛貞植) - 해바라기 3
213. 설정식 - 종(鐘)
214. 여상현(呂尙玄) - 봄날
215. 여상현 - 분수
216. 김상훈(金尙勳) - 아버지의 창 앞에서
217. 김상훈 - 호롱불
218. 이용악(李庸岳) - 그리움
219. 이용악 - 하나씩의 별
220. 유진오(兪鎭五) - 불길
221. 유진오 - 향수
222. 이병철(李秉哲) - 곡(哭)-오호애재(嗚呼哀哉)
223. 김철수(金哲洙) - 역마차
224. 윤곤강(尹崑崗) - 지렁이의 노래
6. 전통시의 계승과 변모
225. 김광균(金光均) - 은수저
226. 서정주(徐廷柱) - 밀어(密語)
227. 서정주 - 국화 옆에서
228. 서정주 - 무등(無等)을 보며
229. 서정주 - 상리과원(上里果園)
230. 서정주 - 광화문(光化門)
231. 서정주 - 추천사( 韆詞) - 춘향(春香)의 말 1
232. 서정주 - 다시 밝은 날에 - 춘향(春香)의 말 2
233. 서정주 - 춘향 유문(春香遺文) - 춘향(春香)의 말 3
234. 서정주 - 꽃밭의 독백(獨白) - 사소(娑蘇) 단장(斷章)
235. 서정주 - 동천(冬天)
236. 서정주 - 신부(新婦)
237. 유치환(柳致環) - 울릉도
238. 유치환 - 행복(幸福)
239. 유치환 - 저녁놀
240. 유치환 - 뜨거운 노래는 땅에 묻는다
241. 조지훈(趙芝薰) - 풀잎 단장(斷章)
242. 조지훈 - 석문(石門)
243. 조지훈 - 민들레꽃
244. 조지훈 - 패강 무정(浿江無情)
245. 조지훈 - 꿈 이야기
246. 조지훈 - 병(病)에게
247. 박목월(朴木月) - 산도화(山桃花) 1
248. 박목월 - 불국사(佛國寺)
249. 박목월 - 달
250. 박목월 - 하관(下棺)
251. 박목월 - 적막(寂寞)한 식욕(食慾)
252. 박목월 - 나무
253. 박목월 - 우회로(迂廻路)
254. 박목월 - 이별가(離別歌)
255. 박목월 - 가정(家庭)
256. 박목월 - 빈 컵
257. 박두진(朴斗鎭) - 청산도(靑山道)
258. 박두진 - 하늘
259. 박두진 - 도봉(道峰)
260. 박두진 - 강(江) 2
261. 박두진 - 꽃
262. 박두진 - 유전도(流轉圖) - 수석열전(水石列傳) 68
263. 박남수(朴南秀) - 새
264. 박남수 - 아침 이미지
265. 박남수 - 종소리
266. 박남수 - 훈련
267. 김현승(金顯承) - 플라타너스
268. 김현승 - 눈물
269. 김현승 - 가을
270. 김현승 - 가을의 기도
271. 김현승 - 견고(堅固)한 고독
272. 김현승 - 파도
273. 김현승 - 절대고독
274. 김현승 - 아버지의 마음
275. 김광섭(金珖燮) - 생(生)의 감각
276. 김광섭 - 성북동(城北洞) 비둘기
277. 김광섭 - 산(山)
278. 김광섭 - 시인
279. 김광섭 - 저녁에
280. 신석정(辛夕汀) - 전아사(餞 詞)
281. 신석정 - 대바람 소리
282. 신석초(申石艸) - 바라춤
283. 신석초 - 꽃잎 절구(絶句)
284. 김용호(金容浩) - 주막(酒幕)에서
285. 김용호 - 눈오는 밤에
7. 전후(戰後)의 현실과 시적 대응
286. 김수영(金洙暎) - 공자(孔子)의 생활난(生活難)
287. 김수영 - 병풍(屛風)
288. 김수영 - 눈
289. 김수영 - 달나라의 장난
290. 김수영 - 폭포(瀑布)
291. 김수영 - 사령(死靈)
292. 박인환(朴寅煥) - 목마(木馬)와 숙녀(淑女)
293. 박인환 - 세월이 가면
294. 박인환 - 살아 있는 것이 있다면
295. 박인환 - 검은 강
296. 모윤숙(毛允淑) - 국군은 죽어서 말한다
297. 구상(具常) - 초토(焦土)의 시 8 - 적군 묘지 앞에서
298. 구상 - 기도
299. 김경린(金璟麟) - 국제열차(國際列車)는 타자기(打字機)처럼
300. 한성기(韓性祺) - 역(驛)
301. 김규동(金奎東) - 나비와 광장(廣場)
302. 박봉우(朴鳳宇) - 휴전선(休戰線)
303. 유정(柳呈) - 램프의 시
304. 이동주(李東柱) - 강강술래
305. 한하운(韓何雲) - 전라도 길 - 소록도로 가는 길
306. 한하운 - 보리피리
307. 김춘수(金春洙) - 꽃
308. 김춘수 - 꽃을 위한 서시(序詩)
309. 김춘수 - 능금
310. 김춘수 - 인동(忍冬)잎
311. 김춘수 - 나의 하나님
312. 김춘수 - 처용단장(處容斷章) 1의 2
313. 김남조(金南祚) - 정념(情念)의 기(旗)
314. 김남조 - 너를 위하여
315. 김남조 - 겨울 바다
316. 박재삼(朴在森) - 밤바다에서
317. 박재삼 - 울음이 타는 가을 강(江)
318. 박재삼 - 자연(自然)
319. 박재삼 - 추억(追憶)에서
320. 정한모(鄭漢模) - 멸입(滅入)
321. 정한모 - 가을에
322. 정한모 - 나비의 여행(旅行) - 아가의 방(房) 5
323. 정한모 - 어머니 6
324. 조병화(趙炳華) - 하루만의 위안
325. 조병화 - 낙엽끼리 모여 산다
326. 조병화 - 의자 7
327. 문덕수(文德守) - 꽃과 언어(言語)
328. 문덕수 - 선(線)에 관한 소묘(素描) 1
329. 이형기(李炯基) - 낙화(落花)
330. 이형기 - 산
331. 이형기 - 폭포
332. 김종길(金宗吉) - 성탄제(聖誕祭)
333. 김종길 - 설날 아침에
334. 김종길 - 황사 현상(黃沙現象)
335. 이수복(李壽福) - 봄비
336. 김종삼(金宗三) - 북치는 소년
337. 김종삼 - 민간인(民間人)
338. 김종삼 - 누군가 나에게 물었다
339. 김관식(金冠植) - 석상(石像)의 노래
340. 박성룡(朴成龍) - 교외(郊外) 3
341. 박용래(朴龍來) - 연시(軟柿)
342. 박용래 - 저녁눈
343. 박용래 - 겨울밤
344. 박용래 - 월훈(月暈)
345. 송욱(宋稶) - 하여지향(何如之鄕) 일(壹)
346. 김광림(金光林) - 산 9
347. 김광림 - 덤
348. 신동집(申瞳集) - 목숨
349. 신동집 - 송신(送信)
350. 신동집 - 오렌지
351. 천상병(千祥炳) - 새
352. 천상병 - 귀천(歸天)
353. 전봉건(全鳳健) - 피아노
8. 새로운 역사의 지평을 열며
354. 김수영(金洙暎) - 푸른 하늘을
355. 김수영 - 어느 날 고궁(古宮)을 나오면서
356. 김수영 - 풀
357. 신동엽(申東曄) - 진달래 산천(山川)
358. 신동엽 - 산에 언덕에
359. 신동엽 - 종로 5가
360. 신동엽 - 껍데기는 가라
361. 신동엽 -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362. 신동엽 - 금강(錦江)
363. 신동엽 - 봄은
364. 신경림(申庚林) - 갈대
365. 신경림 - 겨울밤
366. 신경림 - 파장(罷場)
367. 신경림 - 농무(農舞)
368. 신경림 - 목계 장터
369. 민영(閔暎) - 용인(龍仁) 지나는 길에
370. 고은(高銀) - 눈길
371. 고은 - 문의(文義) 마을에 가서
372. 고은 - 화살
373. 황동규(黃東奎) - 기항지(寄港地) 1
374. 황동규 - 조그만 사랑 노래
375. 황동규 - 풍장(風葬) 1
376. 이성부(李盛夫) - 벼
377. 이승훈(李昇薰) - 위독(危篤) 제1호
378. 허영자(許英子) - 자수(刺繡)
379. 이수익(李秀翼) - 말
380. 이탄(李炭) - 옮겨 앉지 않는 새
381. 조태일(趙泰一) - 국토 서시(國土序詩)
382. 정현종(鄭玄宗) - 사물(事物)의 꿈 1
383. 강은교(姜恩喬) - 우리가 물이 되어
384. 오규원(吳圭原) - 개봉동과 장미
385. 오세영(吳世榮) - 그릇 1
386. 김지하(金芝河) - 서울 길
387. 김지하 - 타는 목마름으로
388. 이시영(李時英) - 정님이
389. 이성선(李聖善) - 큰 노래
390. 정희성(鄭喜成) - 저문 강에 삽을 씻고
391. 조정권(趙鼎權) - 산정 묘지(山頂墓地) 1
392. 정호승(鄭浩承) - 슬픔으로 가는 길
393. 김명인(金明仁) - 동두천(東豆川) I
394. 김광규(金光圭) -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
395. 송수권(宋秀權) - 산문(山門)에 기대어
396. 이성복(李晟馥) - 그 날
397. 최승호(崔勝鎬) - 세속도시의 즐거움 2
398. 황지우(黃芝雨) -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
399. 김용택(金龍澤) - 섬진강 1
400. 박노해 - 노동의 새벽
==========================================================================
1. 전환기의 좌절과 희망
==========================================================================
1. 해(海)에게서 소년(少年)에게
- 최남선
1
처……ㄹ썩, 처……ㄹ썩, 척, 쏴……아.
때린다 부순다 무너 버린다.
태산 같은 높은 뫼, 집채 같은 바윗돌이나,
요것이 무어야, 요게 무어야.
나의 큰 힘 아느냐 모르느냐, 호통까지 하면서,
때린다 부순다 무너 버린다.
처……ㄹ썩, 처……ㄹ썩, 척, 튜르릉, 꽉.
2
처……ㄹ썩, 처……ㄹ썩, 척, 쏴……아.
내게는 아무 것 두려움 없어,
육상(陸上)에서, 아무런 힘과 권(權)을 부리던 자라도,
내 앞에 와서는 꼼짝 못하고,
아무리 큰 물건도 내게는 행세하지 못하네.
내게는 내게는 나의 앞에는
처……ㄹ썩, 처……ㄹ썩, 척, 튜르릉, 꽉.
3
처……ㄹ썩, 처……ㄹ썩, 척, 쏴……아.
나에게 절하지 아니한 자가,
지금까지 있거든 통기(通寄)하고 나서 보아라.
진시황(秦始皇), 나파륜*, 너희들이냐.
누구 누구 누구냐 너희 역시 내게는 굽히도다.
나하고 겨룰 이 있건 오너라.
처……ㄹ썩, 처……ㄹ썩, 척, 튜르릉, 꽉.
4
처……ㄹ썩, 처……ㄹ썩, 척, 쏴……아.
조그만 산모를 의지하거나,
좁쌀 같은 작은 섬, 손뼉만한 땅을 가지고,
고 속에 있어서 영악한 체를,
부리면서, 나 혼자 거룩하다 하는 자,
이리 좀 오너라, 나를 보아라.
처……ㄹ썩, 처……ㄹ썩, 척, 튜르릉, 꽉.
5
처……ㄹ썩, 처……ㄹ썩, 척, 쏴……아.
나의 짝 될 이는 하나 있도다.
크고 길고 넓게 뒤덮은 바 저 푸른 하늘.
저것은 우리와 틀림이 없어,
작은 시비, 작은 쌈, 온갖 모든 더러운 것 없도다.
조따위 세상에 조 사람처럼.
처……ㄹ썩, 처……ㄹ썩, 척, 튜르릉, 꽉.
6
처……ㄹ썩, 처……ㄹ썩, 척, 쏴……아.
저 세상 저 사람 모두 미우나,
그 중에서 똑 하나 사랑하는 일이 있으니,
담 크고 순진한 소년배(少年輩)들이,
재롱처럼 귀엽게 나의 품에 와서 안김이로다.
오너라 소년배 입 맞춰 주마.
처……ㄹ썩, 처……ㄹ썩, 척, 튜르릉, 꽉.
* 나파륜 : 나폴레옹
("소년" 창간호, 1908.11)
2. 꽃 두고
- 최남선
나는 꽃을 즐겨 맞노라.
그러나 그의 아리따운 태도를 보고 눈이 어리어,
그의 향기로운 냄새를 맡고 코가 반하여,
정신없이 그를 즐겨 맞음 아니라
다만 칼날 같은 북풍(北風)을 더운 기운으로써
인정 없는 살기(殺氣)를 깊은 사랑으로써 대신하여 바꾸어
뼈가 저린 얼음 밑에 눌리고 피도 얼릴 눈구덩에 파묻혀 있던
억만 목숨을 건지고 집어 내어 다시 살리는
봄바람을 표장(表章)함으로
나는 그를 즐겨 맞노라.
나는 꽃을 즐겨 보노라.
그러나 그의 평화 기운 머금은 웃는 얼굴 흘리어
그의 부귀 기상 나타낸 성(盛)한 모양 탐하여
주책(主着)없이 그를 즐겨 봄이 아니라
다만 겉모양의 고운 것 매양 실상이 적고
처음 서슬 장한 것 대개 뒤끝 없는 중 오직 혼자 특별히
약간 영화 구안(榮華苟安)치도 아니고, 허다 마장(許多魔障) 겪으면서도 굽히지 않고,
억만 목숨을 만들고 늘어 내어 길이 전할 바
씨 열매를 보유함으로
나는 그를 즐겨 보노라.
("소년" 7호, 1909.5)
3. 비둘기
- 이광수
오오 봄 아침에 구슬프게 우는 비둘기
죽은 그 애가 퍽으나도 설게 듣던 비둘기
그 애가 가는 날 아침에도 꼭 저렇게 울더니.
그 애, 그 착한 딸이 죽은 지도 벌써 일년
<나도 죽어서 비둘기가 되고 싶어
산으로 돌아 다니며 울고 싶어> 하더니.
("조광", 1936.5)
4. 샘물이 혼자서
-주요한
샘물이 혼자서
춤추며 간다.
산골짜기 돌 틈으로
샘물이 혼자서
웃으며 간다.
험한 산길 꽃 사이로
하늘은 맑은데
즐거운 그 소리
산과 들에 울리운다.
("학우" 창간호. 1919.1)
5. 불놀이
- 주요한
아아, 날이 저문다. 서편 하늘에, 외로운 강물 위에, 스러져 가는 분홍빛 놀 …… 아아, 해가 저물면, 해가 저물면, 날마다 살구나무 그늘에 혼자 우는 밤이 또 오건마는, 오늘은 4월이라 파일날, 큰 길을 물밀어 가는 사람 소리는 듣기만 하여도 흥성스러운 것을, 왜 나만 혼자 가슴에 눈물을 참을 수 없는고?
아아, 춤을 춘다, 춤을 춘다, 시뻘건 불덩이가, 춤을 춘다. 잠잠한 성문(城門) 위에서 내려다보니, 물 냄새, 모래 냄새, 밤을 깨물고 하늘을 깨무는 횃불이 그래도 무엇이 부족하여 제 몸까지 물고 뜯을 때, 혼자서 어두운 가슴 품은 젊은 사람은 과거의 퍼런 꿈을 찬 강물 위에 내던지나 무정(無情)한 물결이 그 그림자를 멈출 리가 있으랴? 아아, 꺾어서 시들지 않는 꽃도 없건마는, 가신 임 생각에 살아도 죽은 이 마음이야, 에라, 모르겠다, 저 불길로 이 가슴 태워 버릴까, 이 설움 살라 버릴까, 어제도 아픈 발 끌면서 무덤에 가 보았더니, 겨울에는 말랐던 꽃이 어느덧 피었더라마는, 사랑의 봄은 또다시 안 돌아오는가, 차라리 속시원히 오늘 밤 이 물 속에 …… 그러면 행여나 불쌍히 여겨 줄 이나 있을까 …… 할 적에 '퉁, 탕', 불티를 날리면서 튀어나는 매화포*. 펄떡 정신을 차리니, 우구구 떠드는 구경꾼의 소리가 저를 비웃는 듯, 꾸짖는 듯. 아아, 좀더 강렬한 열정에 살고 싶다. 저기 저 횃불처럼 엉기는 연기, 숨막히는 불꽃의 고통 속에서라도 더욱 뜨거운 삶 살고 싶다고 뜻밖에 가슴 두근거리는 것은 나의 마음 ……
4월달 따스한 바람이 강을 넘으면, 청류벽(淸流碧), 모란봉(牡丹峰) 높은 언덕 위에 허어옇게 흐늑이는 사람 떼, 바람이 와서 불 적마다 불빛에 물든 물결이 미친 웃음을 웃으니, 겁 많은 물고기는 모래 밑에 들어박히고, 물결치는 뱃속에는 졸음 오는 '니즘'의 형상(形像)이 오락가락 어른거리는 그림자, 일어나는 웃음 소리, 달아 논 등불 밑에서 목청껏 길게 빼는 어린 기생의 노래, 뜻밖에 정욕(情慾)을 이끄는 불 구경도 인제는 겹고, 한잔 한잔 또 한잔 끝없는 술도 인제는 싫어, 지저분한 배 밑창에 맥없이 누우면, 까닭 모르는 눈물은 눈을 데우며, 간단(間斷) 없는* 장고 소리에 겨운 남자들은, 때때로 부리는 욕심에 못 견디어 번득이는 눈으로 뱃가에 뛰어나가면, 뒤에 남은 죽어 가는 촛불은 우그러진 치마깃 위에 조을 때, 뜻 있는 듯이 찌걱거리는 배젓개 소리는 더욱 가슴을 누른다 ……
아아, 강물이 웃는다, 웃는다, 괴상한 웃음이다, 차디찬 강물이 껌껌한 하늘을 보고 웃는 웃음이다. 아아, 배가 올라온다, 배가 오른다, 바람이 불 적마다 슬프게 슬프게 삐걱거리는 배가 오른다 ……
저어라, 배를, 멀리서 잠자는 능라도(綾羅島)까지, 물살 빠른 대동강을 저어 오르라. 거기 너의 애인이 맨발로 서서 기다리는 언덕으로, 곧추 너의 뱃머리를 돌리라. 물결 끝에서 일어나는 추운 바람도 무엇이리오, 괴이(怪異)한 웃음 소리도 무엇이리오, 사랑 잃은 청년의 어두운 가슴 속도 너에게야 무엇이리오, 그림자 없이는 '밝음'도 있을 수 없는 것을 오오, 다만 네 확실한 오늘을 놓치지 말라. 오오, 사르라, 사르라! 오늘 밤! 너의 빨간 횃불을, 빨간 입술을, 눈동자를, 또한 너의 빨간 눈물을 ……
* 매화포 : 종이로 만든 딱총, 불꽃놀이 기구.
* 간단(間斷) 없는 : 끊임없는.
("창조" 창간호, 1919.2)
6. 빗소리
-주요한
비가 옵니다.
밤은 고요히 깃을 벌리고
비는 뜰 위에 속삭입니다.
몰래 지껄이는 병아리같이.
이즈러진 달이 실낱 같고
별에서도 봄이 흐를 듯이
따뜻한 바람이 불더니,
오늘은 이 어둔 밤을 비가 옵니다.
비가 옵니다.
다정한 손님같이 비가 옵니다.
창을 열고 맞으려 하여도
보이지 않게 속삭이며 비가 옵니다.
비가 옵니다.
뜰 위에, 창 밖에, 지붕에,
남 모를 기쁜 소식을
나의 가슴에 전하는 비가 옵니다.
("폐허 이후", 1924.1)
7. 봄은 간다
- 김억
밤이로다.
봄이다.
밤만도 애달픈데
봄만도 생각인데
날은 빠르다.
봄은 간다.
깊은 생각은 아득이는데
저 바람에 새가 슬피 운다.
검은 내 떠돈다.
종소리 빗긴다.
말도 없는 밤의 설움
소리 없는 봄의 가슴
꽃은 떨어진다.
님은 탄식한다.
("태서문예신보" 9호, 1918.11)
8. 오다 가다
-김억
오다 가다 길에서
만난 이라고
그저 보고 그대로
갈 줄 아는가.
뒷산은 청청(靑靑)
풀 잎사귀 푸르고
앞바단 중중(重重)
흰 거품 밀려 든다.
산새는 죄죄
제 흥(興)을 노래하고
바다엔 흰 돛
옛 길을 찾노란다.
자다 깨다 꿈에서
만난 이라고
그만 잊고 그대로
갈 줄 아는가.
십 리 포구(十里浦口) 산 너먼
그대 사는 곳
송이송이 살구꽃
바람과 논다.
수로 천 리(水路千里) 먼먼 길
왜 온 줄 아나.
예전 놀던 그대를
못 잊어 왔네.
("조선시단" 창간호, 1929.11)
9. 벽모(碧毛)의 묘(猫)
-황석우
어느 날 내 영혼의
낮잠터 되는
사막의 수풀 그늘로서
파란 털의
고양이가 내 고적한
마음을 바라다보면서
(이 애, 너의
온갖 오뇌(懊惱), 운명을
나의 끓는 샘 같은
애(愛)에 살짝 삶아 주마.
만일에 네 마음이
우리들의 세계의
태양이 되기만 하면,
기독(基督)이 되기만 하면.)
("폐허" 창간호, 1920.7)
10. 방랑(放浪)의 마음
-오상순
흐름 위에
보금자리 친
오 흐름 위에
보금자리 친
나의 혼(魂)…….
바다 없는 곳에서
바다를 연모(戀慕)하는 나머지에
눈을 감고 마음 속에
바다를 그려 보다
가만히 앉아서 때를 잃고……
옛 성 위에 발돋움하고
들 너머 산 너머 보이는 듯 마는 듯
어릿거리는 바다를 바라보다
해 지는 줄도 모르고
바다를 마음에 불러 일으켜
가만히 응시하고 있으면
깊은 바닷소리
나의 피의 조류(潮流)를 통하여 오도다.
망망(茫茫)한 푸른 해원(海原)
마음 눈에 펴서 열리는 때에
안개 같은 바다와 향기
코에 서리도다.
("동명" 18호, 1923.1)
11. 봄 비
-변영로
나즉하고 그윽하게 부르는 소리 있어
나아가 보니, 아, 나아가 보니
졸음 잔뜩 실은 듯한 젖빛 구름만이
무척이나 가쁜 듯이, 한없이 게으르게
푸른 하늘 위를 거닌다.
아, 잃은 것 없이 서운한 나의 마음!
나즉하고 그윽하게 부르는 소리 있어
나아가 보니, 아, 나아가 보니
아렴풋이 나는 지난날의 회상같이
떨리는 뵈지 않는 꽃의 입김만이
그의 향기로운 자랑 앞에 자지러지노라!
아, 찔림 없이 아픈 나의 가슴!
나즉하고 그윽하게 부르는 소리 있어
나아가 보니, 아, 나아가 보니
이제는 젖빛 구름도 꽃의 입김도 자취 없고
다만 비둘기 발목만 붉히는 은실 같은 봄비만이
소리도 없이 근심같이 나리누나!
아, 안 올 사람 기다리는 나의 마음!
({신생활} 2호, 1923.3)
12. 논 개
- 변영로(卞營魯)
거룩한 분노는
종교보다도 깊고
불붙는 정열은
사랑보다도 강하다.
아, 강낭콩꽃보다도 더 푸른
그 물결 위에
양귀비꽃보다도 더 붉은
그 마음 흘러라.
아리땁던 그 아미(蛾眉)
높게 흔들리우며
그 석류 속 같은 입술
죽음을 입맞추었네.
아, 강낭콩꽃보다도 더 푸른
그 물결 위에
양귀비꽃보다도 더 붉은
그 마음 흘러라.
흐르는 강물은
길이길이 푸르리니
그대의 꽃다운 혼(魂)
어이 아니 붉으랴.
아, 강낭콩꽃보다도 더 푸른
그 물결 위에
양귀비꽃보다도 더 붉은
그 마음 흘러라.
({신생활} 3호, 1923.4)
13. 나는 왕(王)이로소이다
- 홍사용(洪思容)
나는 왕이로소이다. 나는 왕이로소이다. 어머님의 가장 어여쁜 아들, 나는 왕이로소이다. 가장 가난한 농군의 아들로서…….
그러나 시왕전(十王殿)*에서도 쫓기어난 눈물의 왕이로소이다.
"맨 처음으로 내가 너에게 준 것이 무엇이냐?" 이렇게 어머니께서 물으시면은
"맨 처음으로 어머니께 받은 것은 사랑이었지요마는 그것은 눈물이더이다" 하겠나이다. 다른 것도 많지요마는…….
"맨 처음으로 네가 나에게 한 말이 무엇이냐?" 이렇게 어머니께서 물으시면은
"맨 처음으로 어머니께 드린 말씀은 '젖 주셔요' 하는 그 소리였지마는, 그것은 '으아!' 하는 울음이었나이다." 하겠나이다. 다른 말씀도 많지요마는 …….
이것은 노상 왕에게 들리어 주신 어머님의 말씀인데요
왕이 처음으로 이 세상에 올 때에는 어머님의 흘리신 피를 몸에다 휘감고 왔더랍니다.
그 날에 동네의 늙은이와 젊은이들은 모두 '무엇이냐?'고 쓸데없는 물음질로 한창 바쁘게 오고 갈 때에도
어머니께서는 기꺼움보다는 아무 대답도 없이 속 아픈 눈물만 흘리셨답니다.
발가숭이 어린 왕 나도 어머니의 눈물을 따라서 발버둥치며 '으아!' 소리쳐 울더랍니다.
그 날 밤도 이렇게 달 있는 밤인데요,
으스름 달이 무리 서고 뒷동산에 부엉이 울음 울던 밤인데요,
어머니께서는 구슬픈 옛 이야기를 하시다가요, 일없이 한숨을 길게 쉬시며 웃으시는 듯한 얼굴을 얼른 숙이시더이다.
왕은 노상 버릇인 눈물이 나와서 그만 끝까지 섧게 울어 버렸소이다. 울음의 뜻은 도무지 모르면서도요.
어머니께서 조으실 때에는 왕만 혼자 울었소이다.
어머니의 지우시는 눈물이 젖 먹는 왕의 뺨에 떨어질 때이면, 왕도 따라서 시름없이 울었소이다.
열한 살 먹던 해 정월 열나흗날 밤, 맨재더미로 그림자를 보러 갔을 때인데요, 명(命)이나 긴가 짜른가 보랴고.
왕의 동무 장난꾼 아이들이 심술스러웁게 놀리더이다. 모가지가 없는 그림자라고요.
왕은 소리쳐 울었소이다. 어머니께서 들으시도록, 죽을까 겁이 나서요.
나무꾼의 산타령을 따라가다가 건넛산 비탈로 지나가는 상두꾼*의 구슬픈 노래를 처음 들었소이다.
그 길로 옹달우물로 가자고 지름길로 들어서면은 찔레나무 가시덤불에서 처량히 우는 한 마리 파랑새를 보았소이다.
그래 철없는 어린 왕 나는 동무라 하고 쫓아가다가, 돌부리에 걸리어 넘어져서 무릎을 비비며 울었소이다.
할머니 산소 앞에 꽃 심으러 가던 한식날 아침에
어머니께서는 왕에게 하얀 옷을 입히시더이다.
그리고 귀밑머리를 단단히 땋아 주시며
"오늘부터는 아무쪼록 울지 말아라."
아아, 그때부터 눈물의 왕은!
어머니 몰래 남모르게 속 깊이 소리없이 혼자 우는 그것이 버릇이 되었소이다.
누우런 떡갈나무 우거진 산길로 허물어진 봉화(烽火) 둑 앞으로 쫓긴 이의 노래를 부르며 어슬렁거릴 때에, 바위 밑에 돌부처는 모른 체하며 감중련(坎中連)*하고 앉았더이다.
아아, 뒷동산 장군 바위에서 날마다 자고 가는 뜬구름은 얼마나 많이 왕의 눈물을 싣고 갔는지요.
나는 왕이로소이다. 어머니의 외아들 나는 이렇게 왕이로소이다.
그러나 그러나 눈물의 왕! 이 세상 어느 곳에든지 설움이 있는 땅은 모두 왕의 나라로소이다.
* 시왕전 : 저승에 있다는 10여 명의 왕을 모신 절간의 법당.
* 상두꾼 : 상여를 메는 사람.
* 감중련 : '팔괘(八卦)의 하나인 감괘(坎卦)의 상형(象形).
방위는 정북(正北),'물'의 상징. 여기서는 '태연히 함'의 뜻.
-('백조' 3호(1923.9)
14. 월광(月光)으로 짠 병실(病室)
- 박영희(朴英熙)
밤은 깊이도 모르는 어둠 속으로
끊임없이 구르고 또 빠져서 갈 때
어둠 속에 낯을 가린 미풍(微風)의 한숨은
갈 바를 몰라서 애꿎은 사람의 마음만
부질없이도 미치게 흔들어 놓도다.
가장 아름답던 달님의 마음이
이 때이면 남몰래 앓고 서 있다.
근심스럽게도 한발 한발 걸어오르는 달님의
정맥혈(靜脈血)로 짠 면사(面絲) 속으로 나오는
병(病)든 얼굴에 말 못하는 근심의 빛이 흐를 때,
갈 바를 모르는 나의 헤매는 마음은
부질없이도 그를 사모(思慕)하도다.
가장 아름답던 나의 쓸쓸한 마음은
이 때로부터 병들기 비롯한 때이다.
달빛이 가장 거리낌없이 흐르는
넓은 바닷가 모래 위에다
나는 내 아픈 마음을 쉬게 하려고
조그만 병실(病室)을 만들려 하여
달빛으로 쉬지 않고 쌓고 있도다.
가장 어린애같이 빈 나의 마음은
이 때에 처음으로 무서움을 알았다.
한숨과 눈물과 후회와 분노로
앓는 내 마음의 임종(臨終)이 끝나려 할 때
내 병실로는 어여쁜 세 처녀가 들어오면서
당신의 앓는 가슴 위에 우리의 손을 대라고 달님이
우리를 보냈나이다 .
이 때로부터 나의 마음에 감추어 두었던
희고 흰 사랑에 피가 묻음을 알았도다.
나는 고마워서 그 처녀들의 이름을 물을 때
나는 '슬픔'이라 하나이다.
나는 '두려움'이라 하나이다.
나는 '안일(安逸)'이라고 부르나이다 .
그들의 손은 아픈 내 가슴 위에 고요히 닿도다.
이 때로부터 내 마음이 미치게 된 것이
끝없이 고치지 못하는 병이 되었도다. -('백조' 3호(1923.9)
15. 사(死)의 예찬(禮讚)
- 박종화
보라!
때 아니라, 지금은 그때 아니다.
그러나 보라!
살과 혼
화려한 오색의 빛으로 얽어서 짜 놓은
훈향(薰香)내 높은
환상의 꿈터를 넘어서.
검은 옷을 해골 위에 걸고
말없이 주토(朱土)빛 흙을 밟는 무리를 보라.
이곳에 생명이 있나니
이곳에 참이 있나니
장엄한 칠흑(漆黑)의 하늘, 경건한 주토의 거리
해골! 무언(無言)!
번쩍거리는 진리는 이곳에 있지 아니하냐.
아, 그렇다 영겁(永劫) 위에.
젊은 사람의 무리야!
모든 새로운 살림을
이 세상 위에 세우려는 사람의 무리야!
부르짖어라, 그대들의
얇으나 강한 성대가
찢어져 해이(解弛)될 때까지 부르짖어라.
격분에 뛰는 빨간 염통이 터져
아름다운 피를 뿜고 넘어질 때까지
힘껏 성내어 보아라
그러나 얻을 수 없나니,
그것은 흐트러진 만화경(萬華鏡) 조각
아지 못할 한때의 꿈자리이다.
마른 나뭇가지에
고웁게 물들인 종이로 꽃을 만들어
가지마다 걸고
봄이라 노래하고 춤추고 웃으나
바람 부는 그 밤이 다시 오면은
눈물 나는 그 날이 다시 오면은
허무한 그 밤의 시름 또 어찌하랴?
얻을 수 없나니, 참을 얻을 수 없나니
분 먹인 얇다란 종이 하나로.
온갖 추예(醜穢)를 가리운 이 시절에
진리의 빛을 볼 수 없나니
아, 돌아가자.
살과 혼
훈향내 높은 환상의 꿈터를 넘어서
거룩한 해골의 무리
말없이 걷는
칠흑의 하늘, 주토의 거리로 돌아가자.
-('백조' 3호(1923.9)
16. 봄은 고양이로다
- 이장희(李章熙)
꽃가루와 같이 부드러운 고양이의 털에
고운 봄의 향기가 어리우도다.
금방울과 같이 호동그란 고양이의 눈에
미친 봄의 불길이 흐르도다.
고요히 다물은 고양이의 입술에
포근한 봄 졸음이 떠돌아라.
날카롭게 쭉 뻗은 고양이의 수염에
푸른 봄의 생기(生氣)가 뛰놀아라.
({금성} 3호, 1924.5)
17. 물 결
- 노자영(盧子泳)
물결이 바위에
부딪치면은
새하얀 구슬이
떠오릅디다.
이 맘이 고민에
부딪치면은
시커먼 눈물만
솟아납디다.
물결의 구슬은
해를 타고서
무지개 나라에
흘러 가지요……
그러나 이 마음의 눈물은
해도 없어서
설거푼 가슴만
썩이는구려.
({조선문단} 12호, 1925.10)
18. 조선(朝鮮)의 맥박(脈搏)
- 양주동(梁柱東)
한밤에 불 꺼진 재와 같이
나의 정열이 두 눈을 감고 잠잠할 때에,
나는 조선의 힘 없는 맥박을 짚어 보노라.
나는 임의 모세관(毛細管), 그의 맥박이로다.
이윽고 새벽이 되어 환한 동녘 하늘 밑에서
나의 희망과 용기가 두 팔을 뽐낼 때면,
나는 조선의 소생된 긴 한숨을 듣노라.
나는 임의 기관(氣管)이요, 그의 숨결이로다.
그러나 보라, 이른 아침 길가에 오가는
튼튼한 젊은이들, 어린 학생들, 그들의
공 던지는 날랜 손발, 책보 낀 여생도의 힘있는 두 팔
그들의 빛나는 얼굴, 활기 있는 걸음걸이
아아, 이야말로 참으로 조선의 산 맥박이 아닌가.
무럭무럭 자라나는 갓난 아이의 귀여운 두 볼.
젖 달라 외치는 그들의 우렁찬 울음.
작으나마 힘찬, 무엇을 잡으려는 그들의 손아귀.
해죽해죽 웃는 입술, 기쁨에 넘치는 또렷한 눈동자.
아아,조선의 대동맥, 조선의 폐(肺)는 아가야 너에게만 있도다.
({문예공론}, 창간호, 1929.5)
19. 국경(國境)의 밤
- 김동환(金東煥)
제 1 부
1
"아하, 무사히 건넜을까,
이 한밤에 남편은
두만강을 탈없이 건넜을까?
저리 국경 강안(江岸)을 경비하는
외투(外套) 쓴 검은 순사가
왔다 갔다
오르명 내리명 분주히 하는데
발각도 안되고 무사히 건넜을까?"
소금실이 밀수출(密輸出) 마차를 띄워 놓고
밤 새 가며 속태우는 젊은 아낙네,
물레 젓던 손도 맥이 풀려서
'파!' 하고 붙는 어유(魚油) 등잔만 바라본다.
북국(北國)의 겨울밤은 차차 깊어 가는데.
2
어디서 불시에 땅 밑으로 울려 나오는 듯
"어 이" 하는 날카로운 소리 들린다.
저 서쪽으로 무엇이 오는 군호(軍號)라고
촌민(村民)들이 넋을 잃고 우두두 떨 적에,
처녀(妻女)만은 잡히우는 남편의 소리라고
가슴을 뜯으며 긴 한숨을 쉰다.
눈보라에 늦게 내리는
영림창(營林廠)* 산림(山林)실이 벌부(筏夫)*떼 소리언만.
3
마지막 가는 병자(病者)의 부르짖음 같은
애처로운 바람 소리에 싸이어
어디서 '땅' 하는 소리 밤하늘을 짼다.
뒤대어 요란한 발자취 소리에
백성들은 또 무슨 변(變)이 났다고 실색하여 숨죽일 때
이 처녀(妻女)만은 강도 채 못 건넌 채 얻어 맞는 사내 일이라고
문비탈을 쓰러안고 흑흑 느껴 가며 운다.
겨울에도 한삼동(三冬), 별빛에 따라
고기잡이 얼음장 끄는 소리언만.
4
불이 보인다, 새빨간 불빛이
저리 강 건너
대안(對岸)벌에서는 순경들의 파수막(把守幕)*에서
옥서(玉黍)장* 태우는 빠알간 불빛이 보인다.
까아맣게 타오르는 모닥불 속에
호주(胡酒)*에 취한 순경들이
월월월, 이태백(李太白)을 부르면서.
5
아하, 밤이 점점 어두워 간다.
국경의 밤이 저 혼자 시름없이 어두워 간다.
함박눈조차 다 내뿜은 맑은 하늘엔
별 두어 개 파래져
어미 잃은 소녀의 눈동자같이 감박거리고,
눈보라 심한 강벌에는
외아지* 백양(白楊)이
혼자 서서 바람을 걷어 안고 춤을 춘다.
아지 부러지는 소리조차
이 처녀(妻女)의 마음을 핫! 핫! 놀래 놓으면서.
(이하 생략)
* 영림창 : 산림을 관리하는 관청.
* 벌 부 : 뗏목을 타고서 물건을 나르는 일꾼.
* 파수막 : 경비를 서기 위해 만들어 놓은 막사.
* 옥서장 : 옥수숫대
* 호 주 : 옥수수로 담가 만든 독한 술.
* 외아지 : 외줄기로 뻗은 나뭇가지.
(시집 {국경의 밤}, 1925)
20. 눈이 내리느니
- 김동환(金東煥)
북국(北國)에는 날마다 밤마다 눈이 내리느니,
회색 하늘 속으로 흰 눈이 퍼부을 때마다
눈 속에 파묻히는 하아얀 북조선이 보이느니.
가끔가다가 당나귀 울리는 눈보라가
막북강(漠北江)* 건너로 굵은 모래를 쥐어다가
추위에 얼어 떠는 백의인(白衣人)의 귓불을 때리느니.
춥길래 멀리서 오신 손님을
부득이 만류도 못하느니,
봄이라고 개나리꽃 보러 온 손님을
눈 발귀*에 실어 곱게 남국에 돌려보내느니.
백웅(白熊)이 울고 북랑성(北狼星)*이 눈 깜박일 때마다
제비 가는 곳 그리워하는 우리네는
서로 부등켜 안고 적성(赤星)을 손가락질하며 얼음 벌에서 춤추느니.
모닥불에 비치는 이방인의 새파란 눈알을 보면서,
북국은 추워라, 이 추운 밤에도
강녘에는 밀수입 마차의 지나는 소리 들리느니,
얼음장 트는 소리에 쇠방울 소리 잠겨지면서.
오호, 흰 눈이 내리느니, 보오얀 흰 눈이
북새(北塞)*로 가는 이사꾼 짐짝 위에
말없이 함박눈이 잘도 내리느니.
* 막북강 : 고비 사막 북쪽을 흐르는 강.
* 발귀 : '발구'의 함경도 사투리로 마소가 끄는 운반용 썰매.
* 북랑성 : 큰개자리별(시리우스, sirius).
* 북새 : 북쪽 국경 또는 변방. ({금성} 3호, 1924.5)
21. 북청(北靑) 물장수
- 김동환(金東煥)
새벽마다 고요히 꿈길을 밟고 와서
머리맡에 찬물을 쏴 퍼붓고는
그만 가슴을 디디면서 멀리 사라지는
북청 물장수.
물에 젖은 꿈이
북청 물장수를 부르면
그는 삐걱삐걱 소리를 치며
온 자취도 없이 다시 사라져 버린다.
날마다 아침마다 기다려지는
북청 물장수.
({동아일보}, 1924.10.24)
22. 산(山) 너머 남촌(南村)에는
- 김동환(金東煥)
1
산 너머 남촌에는 누가 살길래
해마다 봄바람이 남(南)으로 오네.
꽃 피는 사월이면 진달래 향기
밀 익는 오월이면 보리 내음새,
어느 것 한 가진들 실어 안 오리.
남촌서 남풍 불제 나는 좋데나.
2
산 너머 남촌에는 누가 살길래
저 하늘 저 빛깔이 저리 고울까.
금잔디 너른 벌엔 호랑나비떼
버들밭 실개천엔 종달새 노래,
어느 것 한 가진들 들려 안 오리.
남촌서 남풍 불제 나는 좋데나.
3
산 너머 남촌에는 배나무 있고
배나무 꽃 아래엔 누가 섰다기,
그리운 생각에 재에 오르니
구름에 가리어 아니 보이네.
끊었다 이어오는 가는 노래는
바람을 타고서 고이 들리네.
({조선문단} 18호, 1927.1)
23. 송화강 뱃노래
- 김동환(金東煥)
새벽 하늘에 구름장 날린다.
에잇 에잇 어서 노 저어라, 이 배야 가자.
구름만 날리나
내 맘도 날린다.
돌아다보면은 고국이 천 리런가.
에잇 에잇 어서 노 저어라, 이 배야 가자.
온 길이 천 리나
갈 길은 만 리다.
산을 버렸지 정이야 버렸나.
에잇 에잇 어서 노 저어라, 이 배야 가자.
몸은 흘러도
넋이야 가겠지.
여기는 송화강, 강물이 운다야
에잇 에잇 어서 노 저어라, 이 배야 가자.
강물만 우더냐
장부(丈夫)도 따라 운다.
({삼천리}, 1935.3)
24. 엄마야 누나야
- 김소월(金素月)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뜰에는 반짝이는 금모래빛,
뒷문 밖에는 갈잎의 노래,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개벽} 19호, 1922.1)
25. 금잔디
- 김소월(金素月)
잔디
잔디
금잔디
심심(深深) 산천에 붙는 불은
가신 님 무덤 가에 금잔디.
봄이 왔네, 봄빛이 왔네.
버드나무 끝에도 실가지에.
봄빛이 왔네, 봄날이 왔네.
심심 산천에도 금잔디에.
({개벽} 19호, 1922.1)
26. 진달래꽃
- 김소월(金素月)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오리다.
영변(寧邊)에 약산(藥山)
진달래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오리다.
가시는 걸음 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 밟고 가시옵소서.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오리다.
({개벽} 25호, 1922.7)
27. 접동새
- 김소월(金素月)
접동
접동
아우래비 접동
진두강(津頭江) 가람가에 살던 누나는
진두강 앞 마을에
와서 웁니다.
옛날, 우리 나라
먼 뒤쪽의
진두강 가람가에 살던 누나는
의붓어미 시샘에 죽었습니다.
누나라고 불러 보랴
오오 불설워*
시샘에 몸이 죽은 우리 누나는
죽어서 접동새가 되었습니다.
아홉이나 남아 되는 오랍동생을
죽어서도 못 잊어 차마 못 잊어
야삼경(夜三更) 남 다 자는 밤이 깊으면
이산 저산 옮아 가며 슬피 웁니다.
* 불설워 : 평안도 사투리로 '몹시 서러워'의 뜻. ({배재} 2호, 1923.3)
28. 왕십리(往十里)
- 김소월(金素月)
비가 온다
오누나
오는 비는
올지라도 한 닷새 왔으면 좋지.
여드레 스무날엔
온다고 하고
초하루 삭망(朔望)이면 간다고 했지.
가도 가도 왕십리(往十里) 비가 오네.
웬걸, 저 새야
울려거든
왕십리 건너가서 울어나 다고,
비 맞아 나른해서 벌새가 운다.
천안(天安)에 삼거리 실버들도
촉촉히 젖어서 늘어졌다데.
비가 와도 한 닷새 왔으면 좋지.
구름도 산마루에 걸려서 운다.({신천지}, 1923.8)
29. 삭주 구성(朔州龜城)
- 김소월(金素月)
물로 사흘 배 사흘
먼 삼천 리
더더구나 걸어 넘는 먼 삼천 리
삭주 구성(朔州龜城)은 산(山)을 넘은 육천 리요
물 맞아 함빡이 젖은 제비도
가다가 비에 걸려 오노랍니다.
저녁에는 높은 산
밤에 높은 산
삭주 구성은 산 넘어
먼 육천 리
가끔가끔 꿈에는 사오천 리
가다오다 돌아오는 길이겠지요
서로 떠난 몸이길래 몸이 그리워
님을 둔 곳이길래 곳이 그리워
못 보았소 새들도 집이 그리워
남북으로 오며가며 아니합디까
들 끝에 날아가는 나는 구름은
반쯤은 어디 바로 가 있을텐고
삭주 구성은 산 넘어
먼 육천 리
({개벽} 40호, 1923.10)
30. 산(山)
- 김소월(金素月)
산새도 오리나무
위에서 운다.
산새는 왜 우노, 시메*산골
영(嶺) 넘어가려고 그래서 울지.
눈은 내리네, 와서 덮이네.
오늘도 하룻길
칠팔십 리
돌아서서 육십 리는 가기도 했소.
불귀(不歸)*, 불귀, 다시 불귀,
삼수갑산(三水甲山)에 다시 불귀.
사나이 속이라 잊으련만,
십오 년 정분을 못 잊겠네.
산에는 오는 눈, 들에는 녹는 눈.
산새도 오리나무
위에서 운다.
삼수갑산 가는 길은 고개의 길.
* 시메 : 깊은 산골.
* 불귀(不歸) : 다시 돌아올 수 없다는 뜻. 또는 죽음을 의미.
(『개벽』40호, 1923.10)
31. 가는 길
- 김소월(金素月)
그립다
말을 할까
하니 그리워.
그냥 갈까
그래도
다시 더 한번 -
저 산에도 까마귀, 들에 까마귀
서산에는 해 진다고
지저귑니다.
앞 강물 뒷 강물
흐르는 물은
어서 따라 오라고 따라 가자고
흘러도 연달아 흐릅디다려.*
* 흐릅디다려 : '흐릅니다그려'의 준말.
({개벽} 40호, 1923.10)
32. 서도여운(西道餘韻) - 옷과 밥과 자유(自由)
- 김소월(金素月)
공중(空中)에 떠 다니는
저기 저 새여
네 몸에는 털 있고 깃이 있지
밭에는 밭곡식
논에 물벼
눌하게 익어서 수그러졌네
초산(楚山) 지나 적유령(狄踰嶺)
넘어선다
짐 실은 저 나귀는 너 왜 넘니?
({동아일보}, 1925.1.1)
33. 길
- 김소월(金素月)
어제도 하로밤
나그네 집에
가마귀 가왁가왁 울며 새였소.
오늘은
또 몇 십 리
어디로 갈까.
산으로 올라갈까
들로 갈까
오라는 곳이 없어 나는 못 가오.
말 마소, 내 집도
정주(定州) 곽산(郭山)
차(車) 가고 배 가는 곳이라오.
여보소, 공중에
저 기러기
공중엔 길 있어서 잘 가는가?
여보소, 공중에
저 기러기
열 십자(十字) 복판에 내가 섰소.
갈래갈래 갈린 길
길이라도
내게 바이 갈 길은 하나 없소.
* 바이 : 전혀, 전연.
({문명} 창간호, 1925.12)
34. 산유화(山有花)
- 김소월(金素月)
산에는 꽃 피네
꽃이 피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피네.
산에
산에
피는 꽃은
저만치 혼자서 피어 있네.
산에서 우는 작은 새여
꽃이 좋아
산에서
사노라네.
산에는 꽃 지네
꽃이 지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지네.
(시집 {진달래꽃}, 1925)
35. 초혼 (招魂)
- 김소월(金素月)
산산이 부서진 이름이여!
허공 중에 헤어진 이름이여!
불러도 주인 없는 이름이여!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심중(心中)에 남아 있는 말 한 마디는
끝끝내 마저 하지 못하였구나.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붉은 해는 서산 마루에 걸리었다.
사슴의 무리도 슬피 운다.
떨어져 나가 앉은 산 위에서
나는 그대의 이름을 부르노라.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부르는 소리는 비껴가지만
하늘과 땅 사이가 너무 넓구나.
선 채로 이 자리에 돌이 되어도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시집 {진달래꽃}, 1925)
36. 바라건대는 우리에게 우리의 보습 대일 땅이 있었더면
- 김소월(金素月)
나는 꿈꾸었노라, 동무들과 내가 가즈런히
벌가*의 하루 일을 다 마치고
석양에 마을로 돌아오는 꿈을,
즐거이, 꿈 가운데.
그러나 집 잃은 내 몸이여,
바라건대는 우리에게 우리의 보습* 대일 땅이 있었더면!
이처럼 떠돌으랴, 아침에 저물손에*
새라 새로운 탄식을 얻으면서.
동이랴, 남북이랴,
내 몸은 떠가나니, 볼지어다,
희망의 반짝임은, 별빛의 아득임은,
물결뿐 떠올라라, 가슴에 팔 다리에.
그러나 어쩌면 황송한 이 심정을! 날로 나날이 내 앞에는
자칫 가느른* 길이 이어가라. 나는 나아가리라
한 걸음, 또 한 걸음, 보이는 산비탈엔
온 새벽 동무들, 저 저 혼자… 산경(山耕)*을 김매이는.
* 벌가 : 벌판가.
* 보습 : 쟁기 끝에 달아 땅을 가는 데 쓰는 농기구.
* 저물손에 : 저물녘에.
* 가늘은 : 가느다란.
* 산경(山耕) : 산에 있는 경작지
(시집 {진달래꽃}, 1925)
37. 삼수갑산(三水甲山)
- 차안서삼수갑산운(次岸曙三水甲山韻)
- 김소월(金素月)
삼수갑산(三水甲山) 내 왜 왔노 삼수갑산이 어디뇨
오고나니 기험(奇險)타 아하 물도 많고 산첩첩(山疊疊)이라 아하하
내 고향을 도로 가자 내 고향을 내 못 가네
삼수갑산 멀드라 아하 촉도지난(蜀道之難)*이 예로구나 아하하
삼수갑산이 어디뇨 내가 오고 내 못 가네
불귀(不歸)로다 내 고향 아하 새가 되면 떠가리라 아하하
님 계신 곳 내 고향을 내 못 가네 내 못 가네
오다 가다 야속타 아하 삼수갑산이 날 가두었네 아하하
내 고향을 가고지고 오호 삼수갑산 날 가두었네
불귀로다 내 몸이야 아하 삼수갑산 못 벗어난다 아하하
* 촉도지난(蜀道之難): 촉(蜀)으로 가는 길의 어려움. 촉도(蜀道)는 촉(蜀: 四川省)으로 통하는 험난한 길로 인정과 세로(世路)의 어려움을 비유하는 말
로 사용됨.
({신인문학} 3호, 1934.11)
38. 님의 침묵(沈黙)
- 한용운(韓龍雲)
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
푸른 산빛을 깨치고 단풍나무 숲을 향하여 난 적은 길을 걸어서 차마 떨치
고 갔습니다.
황금의 꽃같이 굳고 빛나던 옛 맹서는 차디찬 티끌이 되어서 한숨의 미풍에
날어갔습니다.
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은 나의 운명의 지침(指針)을 돌려 놓고 뒷걸음쳐서
사라졌습니다.
나는 향기로운 님의 말소리에 귀먹고 꽃다운 님의 얼굴에 눈멀었습니다.
사랑도 사람의 일이라 만날 때에 미리 떠날 것을 염려하고 경계하지 아니한
것은 아니지만, 이별은 뜻밖의 일이 되고 놀란 가슴은 새로운 슬픔에 터집니다.
그러나 이별을 쓸데없는 눈물의 원천을 만들고 마는 것은 스스로 사랑을 깨
치는 것인 줄 아는 까닭에, 걷잡을 수 없는 슬픔의 힘을 옮겨서 새 희망의 정수
박이에 들어부었습니다.
우리는 만날 때에 떠날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떠날 때에 다시 만날 것을
믿습니다.
아아 님은 갔지마는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
제 곡조를 못 이기는 사랑의 노래는 님의 침묵을 휩싸고 돕니다.
(시집 {님의 침묵}, 1926)
39. 이별은 미(美)의 창조
- 한용운(韓龍雲)
이별은 미(美)의 창조입니다.
이별의 미는 아침의 바탕[質] 없는 황금과 밤의 올[絲] 없는 검은 비단과 죽음 없는 영원의 생명과 시들지 않는 하늘의 푸른 꽃에도 없습니다.
님이여, 이별이 아니면 나는 눈물에서 죽었다가 웃음에서 다시 살아날 수가 없습니다. 오오, 이별이여.
미는 이별의 창조입니다.
(시집 {님의 침묵}, 1926)
40. 알 수 없어요
- 한용운(韓龍雲)
바람도 없는 공중에 수직(垂直)의 파문을 내이며 고요히 떨어지는 오동잎은 누구의 발자취입니까.
지리한 장마 끝에 서풍에 몰려가는 무서운 검은 구름의 터진 틈으로 언뜻언뜻 보이는 푸른 하늘은 누구의 얼굴입니까.
꽃도 없는 깊은 나무에 푸른 이끼를 거쳐서 옛 탑(塔) 위에 고요한 하늘을 스치는 알 수 없는 향기는 누구의 입김입니까.
근원은 알지도 못할 곳에서 나서 돌부리를 울리고 가늘게 흐르는 작은 시내는 구비구비 누구의 노래입니까.
연꽃 같은 발꿈치로 가이 없는 바다를 밟고 옥 같은 손으로 끝없는 하늘을 만지면서 떨어지는 해를 곱게 단장하는 저녁놀은 누구의 시(詩)입니까.
타고 남은 재가 다시 기름이 됩니다. 그칠 줄을 모르고 타는 나의 가슴은 누구의 밤을 지키는 약한 등불입니까.
(시집 {님의 침묵}, 1926)
41. 나룻배와 행인(行人)
- 한용운(韓龍雲)
나는 나룻배
당신은 행인
당신은 흙발로 나를 짓밟습니다.
나는 당신을 안고 물을 건너갑니다.
나는 당신을 안으면 깊으나 옅으나 급한 여울이나 건너갑니다.
만일 당신이 아니 오시면 나는 바람을 쐬고 눈비를 맞으며 밤에서 낮까지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당신은 물만 건너면 나를 돌아 보지도 않고 가십니다 그려.
그러나 당신이 언제든지 오실 줄만은 알아요.
나는 당신을 기다리면서 날마다 날마다 낡아 갑니다.
나는 나룻배
당신은 행인
(시집 {님의 침묵}, 1926)
42. 당신을 보았습니다.
- 한용운(韓龍雲)
당신이 가신 후로 나는 당신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까닭은 당신을 위하느니보다 나를 위함이 많습니다.
나는 갈고 심을 땅이 없으므로 추수(秋收)가 없습니다.
저녁거리가 없어서 조나 감자를 꾸러 이웃집에 갔더니, 주인은 "거지는 인격이 없다. 인격이 없는 사람은 생명이 없다. 너를 도와 주는 것은 죄악이다." 고 말하였습니다.
그 말을 듣고 돌아 나올 때에, 쏟아지는 눈물 속에서 당신을 보았습니다.
나는 집도 없고 다른 까닭을 겸하여 민적(民籍)이 없습니다.
"민적 없는 자는 인권(人權)이 없다. 인권이 없는 너에게 무슨 정조(貞操)냐." 하고 능욕하려는 장군이 있었습니다.
그를 항거한 뒤에 남에게 대한 격분이 스스로의 슬픔으로 화(化)하는 찰나에 당신을 보았습니다.
아아 온갖 윤리, 도덕, 법률은 칼과 황금을 제사 지내는 연기인 줄을 알았습니다.
영원(永遠)의 사랑을 받을까, 인간 역사의 첫 페이지에 잉크칠을 할까, 술을 마실까 망설일 때에 당신을 보았습니다.
(시집 {님의 침묵}, 1926)
43. 복종 (服從)
- 한용운(韓龍雲)
남들은 자유를 사랑한다지마는, 나는 복종을 좋아하여요.
자유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당신에게는 복종만 하고 싶어요.
복종하고 싶은데 복종하는 것은 아름다운 자유보다도 달콤합니다. 그것이 나의 행복입니다.
그러나, 당신이 나더러 다른 사람을 복종하라면, 그것만은 복종할 수가 없습니다.
다른 사람을 복종하려면 당신에게 복종할 수 없는 까닭입니다.
(시집 {님의 침묵}, 1926)
44. 정천 한해(情天恨海)
- 한용운(韓龍雲)
가을 하늘이 높다기로
정(情) 하늘을 따를쏘냐.
봄 바다가 깊다기로
한(恨) 바다만 못 하리라.
높고 높은 정(情) 하늘이
싫은 것만 아니지만
손이 낮아서
오르지 못하고,
깊고 깊은 한(恨) 바다가
병될 것은 없지마는
다리가 짧아서
건너지 못한다.
손이 자라서 오를 수만 있으면
정(情) 하늘은 높을수록 아름답고
다리가 길어서 건널 수만 있으면
한(恨) 바다는 깊을수록 묘하니라.
만일 정(情) 하늘이 무너지고 한(恨) 바다가 마른다면
차라리 정천(情天)에 떨어지고 한해(恨海)에 빠지리라.
아아, 정(情) 하늘이 높은 줄만 알았더니
님의 이마보다는 낮다.
아아, 한(恨) 바다가 깊은 줄만 알았더니
님의 무릎보다도 얕다.
손이야 낮든지 다리야 짧든지
정(情) 하늘에 오르고 한(恨) 바다를 건느려면
님에게만 안기리라.
(시집 {님의 침묵}, 1926)
45. 찬송(讚頌)
- 한용운(韓龍雲)
님이여, 당신은 백 번이나 단련한 금(金)결입니다.
뽕나무 뿌리가 산호(珊瑚)가 되도록 천국(天國)의 사랑을 받으옵소서.
님이여, 사랑이여, 아침 볕의 첫걸음이여.
님이여, 당신은 의(義)가 무거웁고 황금(黃金)이 가벼운 것을 잘 아십니다.
거지의 거친 밭에 복(福)의 씨를 뿌리옵소서.
님이여, 사랑이여, 옛 오동(梧桐)의 숨은 소리여.
님이여, 당신은 봄과 광명(光明)과 평화(平和)를 좋아하십니다.
약자(弱者)의 가슴에 눈물을 뿌리는 자비(慈悲)의 보살(菩薩)이 되옵소서.
님이여, 사랑이여, 얼음 바다에 봄바람이여.
(시집 {님의 침묵}, 1926)
46. 타고르의 시(詩) GARDENISTO를 읽고
- 한용운(韓龍雲)
벗이여, 나의 벗이여. 애인의 무덤 위에 피어 있는 꽃처럼 나를 울리는 벗이여.
작은 새의 자취도 없는 사막의 밤에 문득 만난 님처럼 나를 기쁘게 하는 벗이여.
그대는 옛 무덤을 깨치고 하늘까지 사무치는 백골(白骨)의 향기입니다.
그대는 화환을 만들려고 떨어진 꽃을 줍다가 다른 가지에 걸려서 주운 꽃을 헤치고 부르는 절망인 희망의 노래입니다.
벗이여, 깨어진 사랑에 우는 벗이여.
눈물의 능히 떨어진 꽃을 옛 가지에 도로 피게 할 수는 없습니다.
눈물이 떨어진 꽃에 뿌리지 말고 꽃나무 밑의 티끌에 뿌리셔요.
벗이여, 나의 벗이여.
죽음의 향기가 아무리 좋다 하여도 백골의 입술에 입맞출 수는 없습니다.
그의 무덤을 황금의 노래로 그물치지 마셔요. 무덤 위에 피 묻은 깃대를 세우셔요.
그러나, 죽은 대지가 시인의 노래를 거쳐서 움직이는 것을 봄바람은 말합니다.
벗이여, 부끄럽습니다. 나는 그대의 노래를 들을 때에 어떻게 부끄럽고 떨리는지 모르겠습니다.
그것은 내가 나의 님을 떠나 홀로 그 노래를 듣는 까닭입니다.
(시집 {님의 침묵}, 1926)
47. 명상 (冥想)
- 한용운(韓龍雲)
아득한 명상의 작은 배는 가이없이 출렁거리는 달빛의 물결에 표류(漂流)되어 멀고 먼 별나라를 넘고 또 넘어서 이름도 모르는 나라에 이르렀습니다.
이 나라에는 어린 아기의 미소(微笑)와 봄 아침과 바다 소리가 합(合)하여 사랑이 되었습니다.
이 나라 사람은 옥새(玉璽)의 귀한 줄도 모르고, 황금을 밟고 다니고, 미인(美人)의 청춘(靑春)을 사랑할 줄도 모릅니다.
이 나라 사람은 웃음을 좋아하고, 푸른 하늘을 좋아합니다.
명상의 배를 이 나라의 궁전(宮殿)에 매었더니 이 나라 사람들은 나의 손을 잡고 같이 살자고 합니다.
그러나 나는 님이 오시면 그의 가슴에 천국(天國)을 꾸미려고 돌아왔습니다.
달빛의 물결은 흰 구슬을 머리에 이고 춤추는 어린 풀의 장단을 맞추어 넘실거립니다.
(시집 {님의 침묵},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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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식민지 현실의 폭로와 저항의 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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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나의 침실로
- 이상화(李相和)
'마돈나' 지금은 밤도, 모든 목거지에, 다니노라 피곤하여 돌아가련도다.
아, 너도, 먼동이 트기전으로, 수밀도(水蜜桃)의 네 가슴에, 이슬이 맺도록 달려오너라.
'마돈나' 오려무나, 네 집에서 눈으로 유전(遺傳)하던 진주(眞珠)는, 다 두고 몸만 오너라.
빨리 가자, 우리는 밝음이 오면, 어딘지 모르게 숨는 두 별이어라.
'마돈나' 구석지고도 어둔 마음의 거리에서, 나는 두려워 떨며 기다리노라.
아, 어느덧 첫닭이 울고 뭇 개가 짖도다. 나의 아씨여, 너도 듣느냐.
'마돈나' 지난 밤이 새도록, 내 손수 닦아 둔 침실로 가자, 침실로!
낡은 달은 빠지려는데, 내 귀가 듣는 발자욱 오, 너의 것이냐?
'마돈나' 짧은 심지를 더우잡고, 눈물도 없이 하소연하는 내 마음의 촛불을 봐라.
양털 같은 바람결에도 질식(窒息)이 되어, 얄푸른 연기로 꺼지려는도다.
'마돈나' 오너라. 가자, 앞산 그리매가, 도깨비처럼, 발도 없이 이곳 가까이 오도다.
아, 행여나 누가 볼는지 가슴이 뛰누나, 나의 아씨여, 너를 부른다.
'마돈나' 날이 새련다, 빨리 오려무나, 사원(寺院)의 쇠북이 우리를 비웃기 전에.
네 손이 내 목을 안아라. 우리도 이 밤과 같이, 오랜 나라로 가고 말자.
'마돈나' 뉘우침과 두려움의 외나무다리 건너 있는 내 침실, 열 이도 없느니!
아, 바람이 불도다. 그와 같이 가볍게 오려무나, 나의 아씨여, 네가 오느냐?
'마돈나' 가엾어라, 나는 미치고 말았는가, 없는 소리를 내 귀가 들음은 .
내 몸에 피란 피 가슴의 샘이, 말라버린 듯, 마음과 몸이 타려는도다.
'마돈나' 언젠들 안 갈 수 있으랴, 갈테면 우리가 가자, 끄을려 가지 말고!
너는 내 말을 믿는 '마리아' 내 침실이 부활(復活)의 동굴(洞窟)임을 네야 알련만…… .
'마돈나',밤이 주는 꿈, 우리가 얽는 꿈, 사람이 안고 궁구는 목숨의 꿈이 다르지 않느니.
아, 어린애 가슴처럼 세월 모르는 나의 침실로 가자, 아름답고 오랜 거기로.
'마돈나' 별들의 웃음도 흐려지려 하고, 어둔 밤 물결도 잦아지려는도다.
아, 안개가 사라지기 전으로 네가 와야지, 나의 아씨여, 너를 부른다.
({백조} 3호, 1923.9)
49. 가장 비통한 기욕(기욕)
- 간도 이민을 보고
- 이상화(李相和)
아, 가도다, 가도다, 쫓겨가도다
잊음 속에 있는 간도(間島)와 요동(遼東)벌로
주린 목숨 움켜쥐고, 쫓겨가도다
진흙을 밥으로,해채*를 마셔도
마구*나, 가졌드면, 단잠은 얽맬 것을
사람을 만든 검*아, 하루 일찍
차라리 주린 목숨, 뺏어 가거라!
아, 사노라, 사노라, 취해 사노라
자폭(自暴) 속에 있는 서울과 시골로
멍든 목숨 행여 갈까, 취해 사노라
어둔 밤 말없는 돌을 안고서
피울음을 울으면, 설움은 풀릴 것을
사람을 만든 검아, 하루 일찍
차라리 취한 목숨, 죽여버려라!
*해채 : 시궁창에 고인 더러운 뻘물을 뜻하는 경상도 사투리, 또는 맵고 쓴 나물.
*마구 : 마구간.
*검 : 신(神) 또는 조물주.
({개벽} 55호, 1925.1)
50. 통곡(痛哭)
- 이상화(李相和)
하늘을 우러러
울기는 하여도
하늘이 그리워 울음이 아니다.
두 발을 못 뻗는 이 땅이 애닯아
하늘을 흘기니
울음이 터진다
해야 웃지 마라
달도 뜨지 마라
({개벽} 68호, 1926.4)
[출처] [펌] 3. 한국현대시 400선|작성자 수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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