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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봄의 서정/김소엽
나의 하나님/ 김춘수
사랑하는 나의 하나님, 당신은 늙은 비애다 푸줏간에 걸린 커다란 살점이다 시인 릴케가 만난 슬라브 여자의 마음 속에 갈앉은 놋쇠 항아리다 손바닥에 못을 박아 죽일 수도 없고 죽지도 않는 사랑하는 나의 하나님, 당신은 또 대낮에도 옷을 벗는 여리디 여린 순결이다 3월에 젊은 느릅나무 잎새에서 이는 연두빛 바람이다
봄은 전쟁처럼/ 오세영
산천은 지뢰밭인가
봄은 잠깐의 휴전을 파기하고 다시
바다와 나비/ 김기림
아무도 그에게 수심을 일러 준 일이 없기에
흰나비는 도무지 바다가 무섭지 않다 청무 밭인가 해서 내려갔다가는 어린 날개가 물결에 절어서
공주처럼 지쳐서 돌아온다 삼월달 바다가 꽃이 피지 않아서 서글픈 나비 허리에 새파란 초생달이 시리다
3월/ 김광섭
3월은 바람쟁이 가끔 겨울과 어울려 대폿집에 들어가 거나해서는 아가씨들 창을 두드리고 할아버지랑 문풍지를 뜯고 나들이 털옷을 벗긴다
막힌 골목을 뚫고 봄을 마당에서 키운다
실가지가 하늘거린다
대지는 회상 씨앗을 안고 부풀며 겨울에 꾸부러진 나무 허리를 펴 주고 새들의 방울소리 고목에서 흩어지니 여우도 굴 속에서 나온다 3월 바람 4월비 5월꽃 이렇게 콤비가 되면 겨울 왕조를 무너뜨려 여긴가 저긴가 그리운 것을 찾아
헤매는 이방인
3월/ 나태주
2월을 이기고
돌아와 우리 앞에
새들은 우리더러
시냇물 소리도 우리더러
아, 젊은 아이들은
새 가방을 들고
그러나 3월에도
얼음을 깨고 나아가는 쇄빙선 같이 치욕보다 더 생생한 슬픔이
내게로 온다 슬픔이 없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모자가 얹혀지지 않은 머리처럼
그것은 인생이 천진스럽지 못하다는 징표 영양분 가득한 지 3월 햇빛에서는
왜 비릿한 젖 냄새가 나는가 산수유나무는 햇빛을 정신없이 빨아들이고 검은 가지마다 온통 애기 젖꼭지만한 노란 꽃눈을 틔운다
누군가 뼈만 앙상한 제 다리의 깊어진 궤양을 바라보며 살아봐야겠다고 마음을 고쳐먹는다
부끄러워하자 그 부끄러움을 뭉쳐 제 슬픔 하나라도 집어낼 일이다
3월/ 헤세
벌써 제비꽃 푸름이 울려 퍼졌다 오직 검은 숲을 따라서만 아직 눈이 삐죽삐죽 혀처럼 놓여 있다 그러나 방울방울 녹아내리고 있다 목마른 대지에 흡인되어 그리고 저 위 창백한 하늘가에는 양떼구름이 빛 반짝이는 떼를 이뤄 흘러가고 있다 사랑에 빠진 피리새 울음은 나무 덤불 속에서 녹는다 사람들아, 너희도 노래하고 서로 사랑하라!
3월과 4월 사이/ 안도현
산서주조장 돌담에 기대어 산수유꽃 피고 산서중학교 뒷산에 조팝나무꽃 핀 다음에는 산서우체국 뒤뜰에서는 목련 꽃 피고 산서초등학교 울타리 너머 개나리 꽃 핀 다음에는 산서정류소 가는 길가에 자주제비꽃 피고
3월로 건너가는 길목에서/ 박목월
2월에서 3월로 건너가는 바람결에는 싱그러운 미나리 냄새가 풍긴다 해외로 나간 친구의 체온이 느껴진다
참으로 2월에서 3월로 건너가는 골목길에는 손만 대면 모든 사업이
다 이루어질 것만 같다 동, 서, 남,북으로 틔어 있는 골목마다 수국색 공기가 술렁거리고 뜻하지 않게 반가운 친구를 다음 골목에서
만날 것만 같다 나도 모르게 약간 걸음걸이가 빨라지는 어제 오늘 어디서나 분홍빛 발을 아장거리며 내 앞을 걸어가는 비둘기를 만나게 된다 ㅡ무슨 일을 하고 싶다 ㅡ엄청나고도 착한 일을 하고 싶다
ㅡ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 2월에서 3월로 건너가는 바람 속에는 끊임없이 종소리가 울려오고 나의 겨드랑이에 날개가 돋아난다 희고도 큼직한 날개가 양 겨드랑이에 한 개씩 돋아난다
3월 삼짇날/ 정지용
중, 중 때때 중, 우리 애기 까까 머리
질나라비, 훨 훨
제비 새끼, 훨 훨 쑥 뜯어다가 개피 떡 만들어 호, 호 잠들여 놓고
냥, 냥, 잘도 먹었다 중, 중, 때때 중 우리 애기 상제로 사갑소
3월에/ 이해인
단발머리 소녀가 웃으며 건네준 한 장의 꽃봉투
새봄의 봉투를 열면 그애의 눈빛처럼 가슴으로 쏟아져오는 소망의 씨앗들 가을에 만날
한 송이 꽃과의 약속을 위해 따뜻한 두 손으로 흙을 만지는 3월 나는 누군가를 흔드는
새벽 바람이고 싶다 시들지 않는 언어를 그의 가슴에 꽂는 연두색 바람이고 싶다
꽃샘바람 부는
밥 한술 떠먹고
지금 여기 내 머음에
가는 봄 3월/ 김소월
강남 제비도 안 잊고 왔는데, 아무렴은요 설게 이 때는 못 잊게, 그리워.
님 부르는 꾀꼬리 소리. 울고 싶은 바람은 점도록 부는데 설리도 이때는 가는 봄 삼월, 삼월은 삼짇
경칩/ 박성우
봇물 드는 도랑에 갯버들이 간들간들 피어 외진 산골짝 흙집에 들었다
새까만 무쇠솥단지에 물을 서너 동이나 들붓고 저녁 아궁이에 군불 지폈다 정지문도 솥뚜껑도 따로 닫지 않아, 허연 김이
그을음 낀 벽을 타고 흘렀다 대추나무 마당에는 돌확이 놓여 있어 경칩 밤 오는 비를 가늠하고 있었다 긴 잠에서 나온 개구락지들 덜 트인 목청을 빗물로 씻었다
갈퀴손 갈큇발 쭉 뻗은 암수 개구락지 다섯 마리가 솥단지에 둥둥 떠 굳어 있었다
아직 알을 낳지 못한 암컷의 배가 퉁퉁 불어 대추나무 마당가에 무덤이 생겼다
3월/ 에밀리 디킨슨
3월/ 임영조(1943-2003) 충남 보령
누가 오고 있느냐 흙먼지 자욱한 꽃샘 바람 먼 산이 꿈틀거린다
나른한 햇볕 아래 선잠 깬 나무들이 기지개 켜듯 하늘을 힘껏 밀어올리자 조르르 구르는 푸른 물소리 문득 귀가 말게 트인다
누가 또 내 말을 하는지 떠도는 소문처럼 바람이 불고 턱없이 가슴 뛰는 기대로 입술이 트듯 꽃망울이 부푼다
오늘은 무슨 기별 없을가 온종일 궁금한 삼월 그 미완의 화폭 위에 그리운 이름들을 써놓고 찬연한 부활을 기다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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