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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이 붉어지기 쉬운 단어인 ‘좆’과 ‘씹’이다.
좆과 씹이라는 이름은 건조하다는 뜻의 한자 조(燥)와 습하다는 뜻의 한자 습(濕)에서 유래했다고 본다. 한의학적 측면에서 보아도 남성의 성기는 건조한 것이 건강의 척도다. 이 원리가 깨어져서 불알 밑이 늘 축축한 낭습(囊濕) 증상은 남성의 양기에 적신호가 된다. 이는 또한 ‘마를 건(乾)’ 자의 건괘를 순양(純陽)으로 보는 주역의 해석과도 상통한다. 이에 비해 여성의 성기는 촉촉하게 젖어 있는 것이 건강의 척도가 된다. 여성 성기가 말라 있으면 질 건조증이나 성교통을 유발할 뿐 아니라 건강한 자궁 환경을 위해 필요한 질 내 유익한 균들도 생존이 어려워지니 문제가 되는 것이다. 이처럼 ‘좆’과 ‘씹’이라는 이름에는 원래 상대에게 모욕을 주는 뜻이 전혀 없으며 다만 남성과 여성의 건강에 대한 이해가 있을 뿐임을 알 수 있다.
이 밖에도 다양한 어원과 해석을 듣다 보면 우리가 의외로 크게 통찰해볼 수 있는 것이 많다. 그중 ‘씹’은 ‘성교를 하다’라는 동사적 의미로도 쓰이는데, 이에 대한 어원을 살펴보자.
인간의 몸에는 모두 9개 구멍이 있다. 2개씩 있는 귀·코·눈과 하나씩 있는 입·요도·항문이 그것인데, 한의학에서는 이를 두고 구규(九竅)라고 한다. 그런데 여성에게는 질이라는 구멍이 하나 더 있다. 그래서 10번째 구멍이라 하여 ‘십 구멍’이라고 보는 것이다. 이 10이라는 숫자는 본래 상수학(象數學)에서 보면 완결, 온전함, 새로운 창조 등의 의미를 포함한다. 또 남성성을 의미하는 종(縱·세로)과 여성성을 의미하는 횡(橫·가로)의 결합으로 한자 십(十)자가 만들어진 것이라고 이해하기도 한다. 그러니까 인간은 이 구멍을 통해 한 생명을 창조해낸다고 볼 수도 있겠고, 남녀의 결합으로 비로소 완결과 온전함을 이뤄 새로운 창조를 이룰 수 있다는 동사적 개념으로 볼 수도 있다.
필자는 왜 이렇게 성에 대해 잃어버린 이름을 되살리고 긍정적인 의미를 찾으려 애쓰는가?
성이 우리 생명력의 근원 에너지에 연결되는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 몸은 머리·가슴·배의 3요소로 나눠져 있다. 동양에서는 머리를 지혜와 영성의 센터로, 가슴을 사랑과 감성의 센터로, 배를 생명력의 근원 에너지와 성의 센터로 보며 이 세 센터가 잘 소통하는 것을 몸과 마음, 영혼이 모두 건강한 것으로 생각한다.
그런데 그 근원 에너지에 연결되는 데 장애가 되는 경우가 있다. 골반과 아랫배가 굳어졌을 때다. 이곳이 유연하지 못하고 굳어져 있으면 그 내부 장기의 기능도 울체될 뿐만 아니라 가장 깊은 에너지의 생명력에 닿지 못하게 돼 생명력이 많이 약화된다. 생명을 처음 받아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아기들의 호흡을 관찰해보면 아랫배까지 호흡이 내려가서 근원에서 에너지를 퍼올리는 단전호흡이 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서너 살 아이들도 마찬가지인데, 하루 종일 뛰놀고도 또 뛰어놀고 싶어하는 것은 아랫배가 굳어 있는 어른들보다 비록 근육의 힘은 약하지만 생명력에서는 훨씬 원기 왕성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골반의 구조를 볼 때 하복강은 동양에서 말하는 무극(無極)을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 우주의 시작인 무극에서 태극(太極)이 나오고 태극에서 음양(陰陽)이 나오고 음양에서 사상(四象)이, 사상에서 팔괘(八卦)가, 팔괘에서 만상(萬象)이 나뉘어 분화된다는 원리가 있는데, 우리 몸에서 찾아볼 수 있는 그 첫 번째 생성의 원리가 골반에서 뻗어나가는 척추의 구조다. 굴곡을 보이며 골반에서 뻗어 올라가는 척추의 곡선이 우리가 익히 보아온 태극무늬의 곡선과 매우 닮아 있음을 알 수 있는데, 이 모습을 바로 무극에서 태극이 생하는 모습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무극의 장소에 생명력의 깊은 호흡이 있고, 생명이 잉태되는 자궁이 있고, 무아의 희열을 느끼는 성이 있으며, 새로운 창조와 온전함을 의미하는 10이라는 숫자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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