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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과 시인과 시
2015년 03월 04일 23시 46분  조회:4789  추천:0  작성자: 죽림

 

고독의 시인 에밀리 디킨스

 

 

평생 독신으로 살면서 문학에 정열을 바친 미국의 여류시인 에밀리 디킨슨(Emily Elizabeth Dickinson,1830~1886년).30세 이후엔 은둔생활을 하며 흰옷만을 즐겨 입어 `뉴잉글랜드의 수녀'란 별명을 얻기도 한 디킨슨의 생애는 마치 슬픔이 서려있는 청솔가지 같다.

그녀는 미국 매사추세츠주 에머스트에서 변호사인 에드워드 디킨슨과 에밀리 노크로스의 두번째 자녀로 태어나 불과 몇년을 제외하고는 거의 고향을 떠나지 않았다.독실한 기독교가정에서 성장한 그녀는 마운트 홀리요크 여자신학교에서 신앙을 키웠지만 가문의 보수적인 청교도신앙을 그대로 따르지는 않았다.

특히 영적대각성운동(청교도 정신부활의 물결)이 그녀의 집안과 마운트 홀리요크 여자신학교를 비롯해 에머스트 전체를 뒤흔들어도 그녀는 `구원의 희망이 없는 반항아'로 외로이 살면서 청교도신앙에 대한 회의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결국 건강상의 문제로 신학교를 1년만에 중퇴한 그녀는 시작(詩作)에 전념하다 1855년 인생의 전기를 맞는다.그녀의 아버지가 하원의원으로 당선된 후 일가는 1854년부터 이듬해까지 워싱턴에서 지냈는데 이때 필라델피아의 한 장로교회에서 찰스 워즈워스 목사를 만난다.

그의 문학적인 설교는 그녀의 마음을 사로잡았다.찰스 워즈워스 목사는 낭만적인 인물로 큰 슬픔을 겪었다고 전해지는데 강단에서의 웅변은 그의 외로움과는 대조적으로 힘이 있었다고 한다.그의 칼뱅주의적 전통주의는 그녀의 사색에 밑거름이 됐고 시작에도 영향을 미쳤다. 에밀리 디킨슨은 그와 영혼에 관한 편지를 주고 받았고 1860년에는 찰스 워즈워스 목사가 에머스트로 그녀를 찾아오기도 했다.그녀는 여러 글에서 그를 `지상에서 가장 소중한 친구'라고 적고 있다.

그러나 지적 도전과 외부세계와의 접촉을 가져다 준 힘차고 매력적인 찰스 워즈워스 목사는 기혼자였고 그와의 사랑은 이루어질 수 없었다.그녀의 말대로 우리가 알고있는 사랑이라는 것은 그 자체로 충분한 것일까.그녀는 고통을 초월하려고 했다. 

1861년 찰스 워즈워스 목사는 샌프란시스코의 교회로 전임했고 그후 연락이 두절된다.이것은 사랑하는 사람과 영원한 이별을 의미했다.자신의 비련을 친구부부와 여동생에게만 밝혔던 그녀는 실연의 아픔을 시로 달랠 수밖에 없었다.그녀의 시적 재능은 봇물처럼 흘러 넘쳤고 사랑의 좌절은 차츰 그리스도에 대한 사랑으로 승화돼 그녀의 작품들과 영적인 결합을 이루었다.이 때부터 그녀는 흰옷만을 입고 운둔적 생활을 해 뉴잉글랜드의 수녀란 별명을 얻었다.

1862년 4편의 시를 동봉한 편지를 문학가 토마스 웬트워스 하긴스에게 보내 평을 부탁했다.그는 출판에 반대했으나 시의 독창성을 인정하고 계속 조언자의 역할을 해주었다.친구들의 출판 권유를 계속 거절한 결과로 그녀는 생전에 불과 7편의 시만 발표했다. 

그녀가 평생동안 쓴 시는 1천7백75편.그러나 7편을 제외하고는 모두 사후에 발표됐는데 1890~1945년 8권의 시집으로 묶여 출판되었다.그녀는 고독 속에서 자신의 시대보다 반세기 앞선 시를 썼고 20세기에 와서 제대로 평가 받았다.

말년에 그녀는 사랑했던 사람들의 죽음으로 비애 속에 살았다.1882년 어머니를 잃었고,2년 후엔 아버지의 오랜 친구였던 로드 판사와 이별한 뒤 그의 죽음으로 정신적인 위기를 맞는다.그녀는 아내를 잃고 홀로된 로드 판사와 사랑에 빠졌으나 독신생활을 버리기 어려워 청혼을 거절했다.로드에게 보낸 여러 편지 속엔 성숙한 사랑이 담겨있어 서로가 사랑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그녀는 로드 판사의 죽음으로 실의에 빠졌고 이로 인한 건강 악화로 1886년,56세의 나이에 숨을 거두었다.

그녀의 시는 `자연과 사랑' 외에도 청교도정신에 바탕을 둔 `죽음과 영원'을 많이 다루고 있다.그의 시는 친밀하고 익숙한 언어로 사랑 죽음 자연 등에 관해 노래했다.1천7백75편의 시와,그와 비슷한 분량의 편지들을 통해 본 에밀리는 열정적이고 재치있는 여성으로 시 뿐아니라 자신의 삶 전체를 예술로 승화시킨 철저한 예술가로 평가받고 있다.

`영혼이란 제 있을 곳을 선택하는 법/문을 닫아버린다/영혼의 그 거룩한 많은 수에게/더 이상 선물 따위는 하지 말라/냉정히 나지막한 제 문 앞에서 멈추는…난 영혼을 알고 있지 그 광대한 나라로부터/선택하라,하나를/그리고 눈치채지 못하게 하라/돌과 같이' _`영혼이란 제 있을 곳을' 중에서 
 
 
디킨슨의 시는 자연·사랑·죽음·신 등의 주제를 다루고 있다. 시풍은 노래하거나 이야기하는 휘트먼과 대조적으로 지적·즉물적·경질적(硬質的)이며 이미지가 간결하게 응축되어 있다. 현대시와 비슷한 경향인 디킨슨의 시는 20세기 이미지즘의 전파와 형이상파 시인에 대한 재평가에 따라 높이 평가되고 있다.  
 
[동서문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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