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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시인 - 토마스 트란스트뢰메르
2015년 03월 05일 22시 26분  조회:4337  추천:0  작성자: 죽림
2011 노벨 문학상 수상자
스웨덴 시인 토마스 트란스트뢰메르 
 

 
올해 노벨 수상자로 스웨덴의 시인 토마스 트란스트뢰메르가 영예의 계관을 썼다. 스웨덴 한림원은 "작품이 간결하면서도 투명한 이미지를 통해 현실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했다"고 수상리유를 밝혔다.
 
토마스 트란스트뢰메르(80)는 스웨덴에서 “국민시인”으로 꼽힌다.
독일의 페트라르카 문학상,보니어 시상,노이슈타트 국제문학상 등 세계적인 문학상을 수상하며 그는 최근 몇년동안 내내 강력한 노벨상 수상 후보로 거론됐다.
토마스 트란스트뢰메르는 스톡홀름에서 기자인 아버지와 교사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여났다. 음악과 그림에도 관심이 많았으며 고고학과 자연과학에도 매료돼 탐험가를 꿈꾸기도 했다.
트란스트뢰메르는 스톡홀름 대학을 졸업, 한동안 심리상담사로 사회 활동을 했다. 13세부터 시를 쓰기 시작한 그는   1954년 “17편의 시”라는 시집으로 데뷔했고1987년 시선집이 영국에서 출간되면서 유럽 문단에서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트란스트뢰메르는 “스웨덴 자연시”라는 토착적인 전통우에 모더니즘의 세계를 펼쳤다. “꼼꼼한 거시주의” 혹은“거시적 미시주의”가 그의 특징이다.
10권이 넘는 시집을 냈지만 시의 총 수는 200편이 안 될 정도로 적은 량이다.
초기에 불, 물의 이미지를 탐구한 그는 중기에 접어들어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자유분방한 상상력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이런 자유분방함은 기독교 신비주의와도 밀접하게 련관된다.
이런 시 세계를 펼친 그는 평론가들로부터 “말똥가리 시인”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말똥가리처럼 높은 곳에서 신비주의적으로 세상을 바라보지만 지상의 세세한 일에 대해서도 날카로운 시각을 잃지 않는다는 의미다.
그는 1년에 네댓 편 정도의 시를 쓴 “과묵한” 시인이였다. 이러한 시작(诗作) 과정을 통해 차분하고 조용하게서두르지 않고 시류에 흔들림 없이 “침묵과 심연의 시”를 생산했다.
적은량의 작품을 내였지만 그는 상복도 많은 편이였다. 독일의 페트라르카 문학상, 보니어상, 노이슈타트 국제 문학상 등 굵직한 문학상을 받았다. 또 그의 작품은 50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됐다.
서구 문학계에서는 크게 인정받았지만 그의 시 세계는 자못 난해하다. 트란스트뢰메르의 시가 난해하게 여겨지는 리유는 "이미지가 촘촘하게 엮여 있는 탓에 배경의 의미를 찾기가 무척 어렵다"고 평론가들은 분석한다. "하지만 워낙 시 세계가 깊이가 있기때문에 영미 등 서구권에서 높이 평가받아왔다"고 평했다.
 
고령에도 꾸준히 작품 활동을 펼치던 그는 1990년대 초 뇌졸중으로 쓰러져 반신마비 상태이지만 작품활동을 멈추지 않았다.
 
평단은 "정치적 다툼의 지역보다는 북극의 얼음이 해빙하는 곳,또는 난류와 한류가 만나는 화해와 포용의 지역으로 독자들을 데리고 간다"며 "북구의 투명한 얼음과 끝없는 심연과 영원한 침묵 속에서 세상을 관조하며 우리 모두가 공감하는 보편적 우주를 창조해낸다"고 그의 시에 대해 높이 격찬했다.
 
김혁 정리
 
 

 

未完의 천국 / 토마스 트란스트뢰메르

 

 

절망이 제 가던 길을 멈춘다.
고통이 제 가던 길을 멈춘다.
독수리가 제 비행을 멈춘다.
열망의 빛이 흘러나오고,
유령들까지 한 잔 들이켠다.
빙하시대 스튜디오의 붉은 짐승들,
우리 그림들이 대낮의 빛을 바라본다.
만물이 사방을 둘러보기 시작한다.
우리는 수백씩 무리지어 햇빛 속으로 나간다.
우리들 각자는 만인을 위한 방으로 통하는
반쯤 열린 문.
발밑엔 무한의 벌판.
나무들 사이로 물이 번쩍인다.
호수는 땅 속으로 통하는 창(窓).

 

/ 이경수 번역 

 

 

 

 

 

 

 

 

 

 

 

기억이 나를 본다 / 토마스 트란스트뢰메르 

유월의 어느 아침, 일어나기엔 너무 이르고 
다시 잠들기엔 너무 늦은 때. 

밖에 나가야겠다. 녹음이 
기억으로 무성하다, 눈 뜨고 나를 따라오는 기억. 

보이지 않고, 완전히 배경 속으로 
녹아드는, 완벽한 카멜레온. 

새 소리가 귀먹게 할 지경이지만, 
너무나 가까이 있는 기억의 숨소리가 들린다.

 

 

 

 

 

서곡(序曲) / 토마스 트란스트뢰메르

 

 

깨어남은 꿈으로부터의 낙하산 강하.

숨막히는 소용돌이에서 자유를 얻은 여행자는

아침의 녹색 지도 쪽으로 하강한다.

사물이 확 불붙는다. 퍼덕이는 종달새의 시점에서

여행자는 나무들의 거대한 뿌리 체계를,

지하의 샹들리에 가지들을 본다.

그러나 땅 위엔 녹음,

열대성 홍수를 이룬 초목들이 팔을 치켜들고

보이지 않는 펌프의 박자에 귀 기울인다.

여행자는 여름 쪽으로 하강하고,

여름의 눈부신 분화구 속으로 낙하하고,

태양의 터빈 아래 떨고 있는

습기 찬 녹색 시대들의 수갱(竪坑) 속으로 낙하한다.

시간의 눈 깜빡임을 관통하는

수직 낙하 여행이 이제 멈추고,

날개가 펼쳐져

밀려드는 파도 위 물수리의 미끄러짐이 된다.

청동기시대 트럼펫의

무법의 선율이

바닥없는 심연 위에 부동(不動)으로 걸려 있다.

햇볕에 따뜻해진 돌을 손이 움켜잡듯,

하루의 처음 몇 시간 동안 의식은 세계를 움켜잡을 수 있다.

여행자가 나무 아래 서 있다.

죽음의 소용돌이를 통과하는 돌진 후,

빛의 거대한 낙하산이 여행자의 머리 위로 펼쳐질 것인가?

 

 

 

 

 

정오의 해빙/ 토마스 트란스트뢰메르

 

 

아침 공기가 타오르는 우표를 붙인 자기 편지를 배달했다. 눈(雪)이 빛났고, 모든 집들이 가벼웠졌다.

일 킬로그램은 칠백그램 밖에 나가지 않았다.

 

태양이 빙판 위로 높이 솟아, 따뜻하면서도 추운 지점을 배회했다.

마치 유모차를 밀듯 바람이 부드럽게 불어나왔다.

 

가족들이 밖으로 나왔고, 수세기 만에 처음인 듯 탁 트인 하늘을 보았다.

우리는 마음을 아주 사로잡는 이야기의 첫 장에 자리하고 있었다.

 

꿀벌 위의 꽃가루처럼 모피모자마다 햇살이 달라붙었고, 햇살은 겨울이라는 이름에 달라붙어,

겨울이 떠날 때까지 자리를 뜨지 않았다.

 

눈 위의 통나무 정물화가 나를 생각에 잠기게 했다. 나는 물었다.

'내 유년시절까지 따라올래?' 통나무들이 대답했다. '응'

 

잡목 덤불 속에는 새로운 언어로 중얼거리는 말들이 있었다.

모음은 푸른 하늘, 자음은 검은 잔가지들, 그리고 건네는 말들은 눈 위에 부드러웠다.

 

하지만 소음의 스커트 자락으로 예(禮)를 갖춰 인사하는 제트기가 땅 위의 정적을 더욱 강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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