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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 박성훈
2015년 03월 14일 20시 08분  조회:4761  추천:0  작성자: 죽림



관념의 이미지-박성훈의 시를 논함

 

                                 남철심

 

 

추상적인 관념이나 개념들을 감각적인 이미지로 펼쳐주는 것이 현대시의 중요한 특색중의 하나라고 본다. 저러한 시들에서는 추상적인 개념의 라렬로 일변 난해한 것으로 느껴지기도 하지만 저러한 것들의 합리적인 규칙들을 장악하기만 하면 그리 까다로운 것도 아니다.

같은 <<기억>>이라는 추상적인 단어로 시어를 만든다고 할 때 재래의 시와 현대시의 차이점을 잠간 비교해 보기로 하자.

만일 재리의 시라면 <<아름다운 추억(기억)>>이라든가 <<그날의 기억속에는 네가 있다>>의 정도로 씌여질 것이다. 보편적으로 추상적인 단어를 추상적인 그대로 쓰는 경우가 많다. 일견 재래의 시들을 보면 전혀 추상적인 것으로 느껴지지 않는 듯이 보이지만 기실 <<마음>>, <<사랑>>, <<희망>>과 같은 추상적인 개념들을 많이 쓰는 것이다. 그런데 어째서 재래의 시들은 전혀 추상적으로 느껴지지 않느가?

이러한 시들에서는 <<마음>>, <<사랑>>, <<희망>>과 같이 극히 보편화에 가까운 쉬운 추상어들을 쓰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시 전체적인 구성과도 관계가 있다고 본다.

다른 한면 현대시들에서는 추상어를 감각적인 이미지로 펼쳐준다. 그런데 그것이 도리여 난해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재래의 시들에서처럼 <<아름다운 추억>>이라고 하면 누구나 쉽게 리해할수 있지만 만일 <<향기로 붐비는 기억>>이리고 하면 도무지 리해할수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럼 어째서 이러한 현상이 발생하는가? <<아름다운 추억>>을 보면 <<추억>>을 수식해주는 <<아을다운>>이라는 <<추상어>>가 구체화되지 않고 있다. 그러니 도리여 그 해석의 범위가 넓어지면서 리해되여 있는 듯이 느껴지는 것이다. 그런데 그것이 어떻게 아름다운 추억이냐고 묻는다면 누구도 구체적으로 말할수 없는 것이다. 재래의 시들은 이러한 의문들을 시 전체를 통하여 전부 풀어주는 것이다. 그러니 전혀 난해하지 않고 리해하기도 쉬워지는 것이다.

반면 현대시들에서는 <<향기로 붐비는 기억>>처럼 그 <<기억>>이 구체화 되여있다. <<기억>>이라는 추상어가 후각적인 것으로 (향기), 시각적 또는 촉각적인 것으로 (붐비다) 되여있다. 이러한 감각기관의 전이가 이직 그러한것에 습관되지 않은 이들에게는 리해하기 어려운 것처럼 느껴지게 하는 것이다. 그것은 마치 단단하고 배기는 온돌방에 누워있는데 습관된 사람이 불시에 폭신폭신한 시몬스 침대에 누워보는 감각이라 하겠다. 폭신폭신하고 편안한 시몬스 침대우에 누웠는데 도리여 허리가 쑤셔나며 불편함을 느끼는 것이다.

그러니 현대시를 제대로 감상하고 리해하려면 저러한 훈련과 감각기관의 적응력이 따라서야 하는것이다.

아래에 시 제목이 이상하게 길어진 박성훈의 시 <<하늘과 같은 마음에 피는 꽃과 날으는 새와 그리고...>>라는 시를 보기로 하자.

 



아름다운 이름으로 남는다는 것

그만큼 喜恨의 언덕 위에

빨간 그리움으로 서 있는 다는 것

 

엄마야-

너무 힘들잖아-

 

향기로 붐비는 기억의 夢圓을

별처럼 바재이며

싱싱하게 엮어온

인내의 꽃다발... 

 

이제 이 계절의 꽃도 질 것이니

아름다운 우리를 지킨다는 것

그것은 우리를 사랑한다는 것 

 

엄마야-

시들지 않는 이야기에

피는 노을이 곱구나



박성훈은 두만강시회는 물론 연변시단에서도 흔치않은 관념적 이미지의 시를 쓰는 소수중의 한 사람이다. 그러니 시단에서의 그의 위치를 홀시할수는 없는 것이다. 두만강시회라는 작은 그릅이 지역적인 제한과 문벌적인 차이로 문단에서 홀시당하는 경향이 존재하고 있는것이 현실이다. 그런데 사실 중국조선족 시단에서 두만강시회의 회원들을 빼면 30대의 시인들을 정말 몇 사람이나 꼽을수 있는가? 세대적인 단절의 위기를 두만강시회라는 작은 그릅이 지금 이악스레 끌어가고 있는 것이다. 두만강시회에 대한 정확한 평가를 기대한다.

말이 잠간 빗나가버렸지만 다시 원문으로 돌아온다. 우의 시를 보면 알수 있듯이 현대시가 리해하기 어려운 또 하나의 원인은 말하고자 하는 관념을 똑바로 밝히지 않고 어떤 암시로 제시해 주기만 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현대시는 해석하는 것이 아니라 느끼기만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느낌이 해석보다 까다로운데는 어쩔수 없다.

이 시는 문명이라는 간판을 건 현대라는 환경속에서 소외시되고 있는 우리민족 혹은 상실된 인간성의 참 모습을 찾고자하는 노력을 보여준 시이다. 시인은 이러한 관념을 시골의 <<엄마>>에 대한 이미지로 그리고 있다.

<<아름다운 이름>>, <<빨간 그리움>>, <<향기로 붐비는 기억>>, <<인내의 꽃다발>>, <<계절의 꽃>>과 같은 시어들과 <<엄마야-/ 너무 힘들잖아->>, <<아름다운 우리를 지킨다는 것/ 그것은 우리를 사랑한다는 것>>, <<시들지 않는 이야기에/ 피는 노을이 곱구나>>와 같은 시행들이 그러한 관념을 제시해 주는 것이다.

또 하나의 례로.

 

마음에 별을 품고

어둠에 불을 지펴

밝은 파문은

생명으로 둥그러가고...

 

별이 락엽으로 스치는 몸부림 속에

파란 의문을 띄워

어둠을 건널

다리 하나 놓았으니... 

- 시 <<초불>> 전문

<<어둠에 불을 지피는>> <<마음의 별>>들이 락엽으로 떨어지고 있다. 그것이 <<파란 의문>>이다. 그래서 간신히 초불을 밝혀들고 <<어둠을 건널>> 빛의 <<다리>>를 놓는 것이다. 그러니 그 <<다리>>는 초불이 바람에 가물거리듯이 흔들리는 것이고 초불이 금방 꺼질듯이 당금 무너질지도 모른다. 간신히 오늘을 지탱해 가는 인간삶의 처절함과 그 랭혹함을 보여준 시다. 그것은 하나의 <<위기>>이다. 이러한 <<위기>>는 우리에게 <<어둠에 불을 지피는>> <<마음의 별>>을 갈망하게 한다. 저러한 <<별>>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

이러한 정서를 보여준 또 다른 시들로는 <<엄마-/ 눈물을 빌려주오>>, <<잎새 잃은/ 뿌리 곧은 마음에/ 엄마- 굳이/ 웃음을 심어주오>>라고 쓴 <<가로수의 심사>>라든가 <<나뭇잎이 이슬처럼 내리는/ 홀가분한 삶의 거리/ 지시등은 어이하여/ 붉은 색을 알릴까요>>, <<드릴수만 있다면/ 샘물 한모금/ 땅에 심으리>>라고 쓴 <<드릴수만 있다면...>>과 같은 시들이 있다.

박성훈의 시들을 보면 <<뻐꾹새>>, <<반디불>>, <<모내기 풍경>>, <<개구리 울음소리>>와 같이 시골적인 풍경을 그린 시들이 많고 그의 시에는 또 저러한 농경적인 색채가 짙은 시어들이 많이 등장하고 있다. 그것은 박성훈 시인이 처한 환경이 저러한 속에 제한 되여있기 때문이다. 또 그것이 박성훈 시의 특색을 고정시켜줌과 동시에 그의 시를 제한하는 요소로도 되고 있음에는 어쩔수 없다.

널리 세상을 알고 싶고 세월의 깊이를 깊숙히 들여다 보고 싶은 시인에게 있어서 저러한 환경은 하나의 비극에 가까운 것이다. 박성훈의 시를 아무리 보아도 그 사유가 줄곧 한 곬으로만 흐르고 그 사상의 줄기가 줄곧 하나로만 서 있음에는 어쩔수 없다. 환경만 탓하지 말고 많이많이 공부해 둘것을 제의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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