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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시스 잠 1868~1938
프랑스의 시인 투르네에서 태어났다. 평생 자연 속에 파묻혀 자연의 풍물을 종교적 애정을 가지고 쉬운 가락으로 노래하였다. 그가 시를 쓰던 때는 상징주의 말기로서 내용이 퇴 폐적일 뿐만 아니라 그 내용 또한 지나친 상징 기법을 주로 쓰던 시기였다. 이에 맞서 독자적인 세계를 연 그는 프랑스 상징파의 후기를 대표하는 신고전파 시인이다. 말라르메와 지드의 지지를 받았으며, 특히 지드와는 평생의 벗으로 두 사람이 주고받은 편지는 문학적으로도 높이 평가된다.
주요 시집으로 《새벽 종으로부터 저녁 종까지》 (1898), 《프리물라의 슬픔》(1901), 《하늘의 빈터 Clairitres dans le ciel》(1906) 등이 있고, 아름다운 목가적인 소설에 《클라라 델레뵈즈 Clara d’Elle beu se》(1899)가 있다. 또, 1906년부터는 종교적인 작품 을 많이 창작하였는데, 그 집대성이라고 말할 수 있는 《그리스도교의 농목시(農牧詩) Les Glorgi ques christiennes》(1911∼1912) 등이 있다.
애가(哀歌)
"내 사랑아" 너는 말했다. "내 사랑아" 나는 말했다.
"눈이 온다" 너는 말했다. "눈이 온다" 나는 말했다.
"좀더, 좀더" 너는 말했다. "좀더, 좀더" 나는 말했다.
"이렇게, 이렇게" 너는 말했다. "이렇게, 이렇게" 나는 말했다. 그런 뒤, 너는 말했다.
"난 네가 참 좋아" 그리고 나는 말했다. "난 네가 더 좋아"
"여름은 갔어" 너는 말했다. "가을이 왔어" 나는 답했다.
그리고 난 뒤 우리의 말은 처음처럼 비슷하지는 않았다.
마지막에 너는 말했다. "사랑아, 네가 좋아."
해맑고 숭고한 가을날의 화려한 저녁빛을 받으며 그 말에 나는 말했다.
"다시 한번 말하렴"
순박한 아내를 위한 기도
주여, 내 아내감이 될 여인은 겸손하고 온화하며, 정다운 친구가 될 사람으로 해 주소서
우리 잠잘 때에는 서로 손 맞잡고 잠들도록 해 주소서
메달이 달린 은 목걸이를 그녀 가슴 사이에 보일듯 말듯 목에 걸도록 해 주소서
그녀의 살갗은 늦여름, 조는듯한 자두보다 한결 매끄럽고 상냥하며 보다 더한 금빛으로 빛나게 해 주소서
그녀의 마음 속에는 부드러운 순결이 간직되어 서로 포옹하며 말없이 미소짓도록 해 주소서
그녀는 튼튼하여 꿀벌이 잠자는 꽃을 돌보듯 내 영혼을 돌보도록 해 주소서
그리하여 내 죽는 날 그녀는 내 눈을 감기고 내 침대를 움켜 잡고 흐느낌에 가슴 메이게 하며
무릎을 꿇는 그 밖의 어떤 기도도 내게 주지 않도록 해 주소서..
장미로 가득한 집
집은 장미와 꿀벌로 가득하리라.
오후 만찬의 종소리 들리고 투명한 보석 빛깔 포도알이 느린 그늘 아래 햇살을 받으며 잠든 듯 하리라.
아 그곳에서 그대를 마음껏 사랑하리! 나는 그대에게 바치리
온통 스물 네 살의 마음을, 그리고 내 조소적인 정신과 프라이드와 백장미의 나의 시를,
하지만 나는 그대를 알지 못하고, 그대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나는 알고 있다, 만일 그대가 살아있다면, 그대가 나처럼 목장속 깊이 있다면,
황금빛 꿀벌아래 웃으며 우리 입맞추리라는 것을 시원한 시냇물가에서, 무성한 잎사귀 아래서,
귀에 들리는건 오직 태양의 열뿐. 그대의 귀엔 개암나무 그늘이 지리라.
그러면 우리는 웃기를 그치고 우리들의 입술을 입맞추리. 말로는 말할 수 없는 우리들의 사랑을 말하기 위해,
그리고 나는 발견하리라 그대 입술의 루즈에서 황금빛 포도와 홍장미와 꿀벌의 맛을.
우산을 들고서
파란 우산을 손에 들고 더러운 양떼를 몰며, 치이즈 냄새 풍기는 옷을 입고서,
감탕나무, 떡갈나무, 혹은 모과나무 지팡이를 짚고서, 당신은 언덕위의 하늘을 향해 올라간다.
털이 억센 개와 불거진 등뒤에 거무스름한 물통을 짊어진 당나귀를 앞세우고.
당신은 마을의 대장간 앞을 지나가리라. 이윽고 당신은 향기로운 산에 이르리라,
당신의 양떼들이 흰덤불처럼 풀을 뜯어먹고 있을. 거기엔 안개가 지나가며 봉우리들을 감추고,
거기엔 목털이 빠진 독수리들이 날고 밤안개속에 빨간 연기들이 피어 오른다.
그곳에서 당신은 보리라 평온한 마음으로 신의 령이 이 무한한 공간위에 떠돌고 있음을.
식당방
우리 집 식당방에는 윤이 날 듯 말 듯한 장롱이 하나 있는데, 그건
우리 대고모들의 목소리도 들었고 우리 할아버지의 목소리도 들었고 우리 아버지의 목소리도 들은 것이다.
그들의 추억을 언제나 간직하고 있는 장롱. 그게 암 말도 안 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잘못이다. 그건 나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으니까.
거기엔 또 나무로 된 뻐꾹시계도 하나 있는데, 왜 그런지 소리가 나지 않는다. 난 그것에 그 까닭을 물으려 하지 않는다.
아마 부서져 버린 거겠지, 태엽 속의 그 소리도. 그냥 우리 돌아가신 할아버지들의 목소리처럼.
또 거기엔 밀랍 냄새와 잼 냄새, 고기 냄새와 빵 냄새 그리고 다 익은 배 냄새가 나는
오래된 찬장도 하나 있는데, 그건 우리한테서 아무 것도 훔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는 충직한 하인이다.
우리 집에 많은 남자들이, 여자들이 왔지만, 아무도 이 조그만 영혼들이 있음을 믿는 사람은 없었다. 그래 나는 빙그레 웃는 것이다.
방문객이 우리 집에 들어오며, 거기에 살고 있는 것이 나 혼자인 듯 이렇게 말할 때에는 -- 안녕하신지요, 잠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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