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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명시인 - 빅토르 위고
2015년 03월 18일 23시 08분  조회:3609  추천:0  작성자: 죽림

  

빅토르 위고

1802. 2. 26 프랑스 브장송~1885. 5. 22 파리.

 

프랑스의 시인·극작가·소설가.

 

 

위고, Nadar (Gaspard-Felix Tournachon)가 찍은 사진

프랑스 낭만파 작가들 가운데 가장 중요한 인물이며, 만년에는 저명한 정치가이자 정치적 저술가로 활동하여 보나파르트주의와 권위주의를 비난했다. 가장 유명한 장편소설은 〈노트르담의 꼽추 Notre Dame de Paris〉(1831)·〈레 미제라블 Les Misérables〉(1862)이다.

 

위고가 쓴 엄청난 양의 작품은 프랑스 문학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것이었다. 그는 아침마다 시 100행이나 산문 200장을 썼다고 한다. 1830년에는 '낭만파 운동의 가장 강력한 정신'이라는 평가를 받았고, 1845년에는 프랑스의 계관시인이며 귀족원 의원으로, 그후에는 사회에서 추방당한 현인의 역할을 떠맡았다. 그는 권위에 대한 자각을 갖고 자신의 통찰과 예언적 견해를 산문 및 운문으로 기록하여, 마침내 프랑스 모든 도시에 그의 이름을 딴 거리가 생겨날 만큼 사랑받는 국민시인이자 온화한 할아버지 같은 모습의 인기작가가 되었다. 위고가 죽었을 때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그를 위대한 시인으로 인정했지만, 그후 얼마 동안은 그를 비판적으로 무시했다. 그러나 그의 시 가운데 몇 편은 소수 사람들의 기억에 남아 있었고, 〈레 미제라블〉도 여전히 널리 읽혔다. 소수의 사람들은 그의 시 예술을 칭찬했으며, 그의 너그러운 사상과 따뜻한 표현은 여전히 대중을 감동시켰다. 소설가 프랑수아 모리아크가 '진부함의 영웅주의'라고 불렀던 대로 그는 보통 사람들의 시인이었다. 그는 평범한 기쁨과 슬픔을 단순하고 힘차게 쓰는 법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가 하면 이 민중시인에게는 폴 클로델이 우주에 대한 '지나친 공포를 자아내는 명상'이라고 불렀던 또다른 측면이 있었는데, 즉 〈악마의 최후〉·〈신〉이라는 우울한 2편의 시를 관통하고 있는 불가사의한 두려움이 그것이다. 시인 샤를 보들레르가 말했듯이 위고는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내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또한 프랑스 운문의 풍부한 자산에 대한 그의 해박한 지식과 운율 및 압운을 능숙하게 구사하는 그의 기교는 프랑스 시를 18세기의 빈곤함에서 구해주었다.

 

앙드레 지드는 누구를 가장 위대한 프랑스 시인으로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고, "유감스럽지만 빅토르 위고"라고 대답했다. 그리고 그것이 비록 유감스러울지라도 사실은 어디까지나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이 모호한 판결에 이어 또다른 시인 레옹 폴 파르그는 "빅토르 위고는 미래의 시인"이라고 했는데 이 말은 '시간이 갈수록 빛을 내는 시인'이라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을 것이다. 현실의 시인이자 초현실의 시인인 빅토르 위고는 일부가 아니라 전체로 받아들여야 한다.

 

 

 

 

 

 

스텔라

 

 

그 밤에 나는 모래 밭에서 자고 있었다.

 

서늘한 바람결에 꿈에서 깨인 나는

눈을 뜨고 새벽별을 바라보았다.

 

그 별은 하늘 깊숙한 곳에서

한없이 부드럽고 고운 흰 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복풍은 소란을 떨고 달아났다.

빛나는 별빛은 구름을 솜털처럼 엷게 만들었다.

 

그것은 사객하고 호흡하는 빛이다.

물결이 부딪쳐 흐트러지는 암초 위에 조용함을 가져왔다.

 

마치 진주를 통해서 영혼을 보는 것 같았다.

밤이었지만 어둠은 힘을 잃어가고

하늘은 거룩한 미소로 밝아졌다.

 

별빛은 비스듬히 기운 돛대 위를 은색으로 물들였다.

뱃몸은 아직 어둠 속에 있었지만 돛은 희었었다.

 

가파른 언덕 위에 갈매기 떼들이 앉아,

생각 깊은 모양으로 그 별을 응시하고 있었다.

 

섬광으로 만든 천국의 새처럼.

백성을 닮은 태양은 별을 향해 움직이고,

 

나지막이 물결소리를 내며 별이 빛나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하지만 별이 도망갈까 보아 겁내는 것 같았다.

 

공간?메우는 표현할 수 없는 사랑,

파란 풀잎들이 내 발밑에서 그 사랑에 겨워 파들

거리고 있었다.

 

새들이 둥우리에서 소근대고,

잠을 깬 꽃아가씨가 내게 말했다.

저 별은 내 누이라고.

 

어둠이 천천히 장막을 여는 동안

별에서 들려오는 소리가 내게 이렇게 말했다.

 

---나는 앞에 서서 오는 별입니다.

사람들이 무덤 속에 누워 있다고 생각하지만 다시

살아나는 별입니다.

 

나는 시내산 위를 밝혔고 타이제트산 위를 밝혔습니다.

 

돌을 던지듯이 하느님께서 불의의 면전에 던지시는

황금과 불로 빛은 조약돌입니다.

 

세상이 무너질 때 다시 살아나오는 별입니다.

백성이여! 나는 뜨거운 시입니다.

 

모세의 앞길을 비춰주었고 단테의 앞길을 비춰주었습니다.

사자같이 사나운 태양도 나를 좋아합니다.

 

내가 여기 왔습니다,파수꾼들이여, 탑 위에 올라가시오!

눈꺼플이여, 눈을 여시오, 동자여, 빛을 내시오.

 

대지여, 고랑을 파오, 생명이여, 외침을 들으시오,

잠자는 이여, 일어나시오! 나를 쫓아오는 자는

 

나를 이렇게 전초로 보낸 자는 바로 자연의 천사요.

빛의 거인이오니!

 

 

 

 

오네요! 아련한 피리 소리

 

 

 

오네요! 아련한 피리 소리

과수원에서 들려와요.

 

한없이 고요한 노래

목동의 노래.

 

 

바람이 지나가요, 떡갈나무 그늘

연못 어두운 거울에.

 

한없이 즐거운 노래

새들의 노래.

 

 

괴로워 말아요, 어떤 근심에도

우리 사랑할지니! 영원히!

 

가장 매혹적인 노래

사랑의 노래.

 

 

 

꽃에 덮인 오월

 

 

꽃에 덮인 목장의 오월이 우리를 부르니,

이리 오오!

 

 

저 전원, 숲, 아양스런 그늘,

잔잔한 물가에 포근히 드리워진 달빛

 

신작로로 통하는 오솔길,

미풍과 봄과 끝없는 지평선

 

수줍고 즐거움에 겨운 이 땅덩이가

입술처럼 하늘의 옷자락 끝에 포개지는 지평선을

 

당신 마음속에 함뿍 끌어넣지 않으려오.

이리 오오!

 

 

겹겹의 막을 뚫고 땅 위에 내려진

마알간 별들의 시선이,

 

향기와 노래에 넘치는 나무가,

정년의 햇빛으로 뜨거워진 들의 입김이,

 

그리고 그늘과 태양이, 물결과 녹음이,

당신의 이마 위엔 아름다움을

 

당신의 마음속엔 사랑을

꽃 피게 하여 주리니!

 

탐스런 꽃송이처럼.

 

 

 

모래언덕 위에서 하는 말

 

나의 인생이 햇불처럼 옴츠러 들어간 지금,

나의 임무가 끝난 지금,

 

애상과 나이를 먹는 동안

어느샌가 무덤 앞에 이르게 된 지금,

 

 

그리고 마치 사라진 과거의 소용돌이처럼

꿈의 날개를 펴던 저 하늘 속에서

 

희망에 부풀었던 과거의 시간들이

어둠을 향해 빨려 들어가는 것을 보게 된 지금,

 

 

어느 날인가 우리는 승리를 하지만

그 다음날은 모든 것이 거짓이 되고 만다고

 

말할 수 있게 된 지금,

슬픔을 안고 꿈에 취한 사람모양 몸을 구부린 체,

 

 

나는 바라본다.

뭉게구름이 산과 계곡,

 

그리고 끝없이 물결짓는 바다 저 위에서

욕심장이 북풍의 부리에 휩쓸려 들어가는 것을.

 

 

하늘의 바람소리가 ,암초에 부딪치는 물결소리가,

익은 곡식단을 묶는 사람들의 말소리가 들려온다.

 

나는 귀 기울인다. 그리고는

속삭이는 것과 말하는 것을 내 생각 깊은 마음속

에서 비교해 본다.

 

 

나는 때때로 모래언덕 위 듬성듬성 난 풀 위에

몸을 던진체, 꼼짝 않고 시간을 보낸다.

 

그러노라면 흉조를 띤 달이 떠올라와

꿈을 펴는 것이 보인다.

 

 

달은 높이 떠올라 가만스런 긴 빛을 던진다.

공간과 신비와 심연 위에,

 

광채를 발하는 달과 괴로움에 떠는 나,

우린 서로를 뚫어지게 바라본다.

 

 

사라진 내 날들은 어디로 갔을까?

나를 알아주는 이, 하나라도 있을까?

 

이 노곤한 눈동자 속에

젊은 날의 빛 한 오라기라도 남아 있는가?

 

 

모든 것이 달아난 걸까? 나는 외롭고 이젠 지쳤다.

대답없는 부름만을 하고 있구나.

 

바람아! 물결아! 그래 난 한가닥 입김과 같은

존재였단 말이냐?

 

아 슬프게도! 그래 난 한줄기 물결에 지나지 않았단 말이냐?

 

 

사랑했던 그 어느 것도 다시 볼 수 없단 말이냐?

나의 마음속 깊숙이 저녁이 내린다.

 

대지야, 네 안개가 산봉우리를 가리웠구나,

그래 난 유령이고 넌 무덤이란 말인가?

 

 

인생과 사랑과 환희와 희망을 모두 살라 먹었을까?

막연히 기대를 건다. 그러다간 애원하는 마음이 되어

 

한줌이라도 혹 남아 있을지 모른다고

단지마다 기울여 본다.

 

 

추억이란 회한과 같은 것인가,

모든 것은 우리에게 울음만을 밀어다 주는구나!

 

죽음, 너 인간의 문의 검은 빗장아,

너의 감촉이 이리도 차냐!

 

 

나는 생각에 잠긴다. 씁쓰레한 바람이 일어오는걸,

물결이 붉게 주름지어 밀려오는 걸 느끼면서,

 

여름은 웃고, 바닷가 모래밭에는

파아란 엉겅퀴꽃이 피어나는구나.

 

 

위고 시선

Poésie de V. Hugo ]
 
저자 빅토르 위고(Victor M. Hugo, 1802-1885)
국가 프랑스
분야
해설자 윤세홍(국립창원대학교 불어불문학과 교수)

빅토르 위고는 청장년 시절, 거의 매일 아침 100행에 달하는 정교한 운문시를 써 내려갔을 정도로 필력이 뛰어난 시인이다. 평생에 걸쳐 그가 집필한 총 스무 권의 크고 작은 시집 중, 옮긴이는 이 책의 분량을 감안하여, 그의 두 번째 시집인 ≪동방시집≫(1829)으로부터 생전에 마지막으로 간행된 시집인 ≪정신의 네 바람≫(1881)에 이르기까지 열 권의 시집과 사후 유고집으로 나온 ≪모든 리라≫와 ≪마지막 꽃다발≫의 두 권을 택해 총 50편의 작품을 선별, 수록했다.

위고의 나이 27세 때 간행된 ≪동방시집≫은 빅토르 위고가 낭만주의 시인의 면모를 드러낸 첫 작품으로서, 그 이전까지의 고전적인 형식과 가톨릭ㆍ왕정주의적인 주제에서 벗어나 뚜렷한 개성으로 이국 취향을 담아낸 작품이다. 위고는 여기에서 터키인에 맞서 봉기한 그리스인의 애국적 영웅주의를 드높이 찬양하면서, 화려한 색깔과 강렬한 빛으로 지중해나 아시아, 심지어 아프리카 지방의 의복, 경치 등을 그려내고 있다.

얼마 뒤 위고는 ≪가을 나뭇잎≫(1831), ≪황혼의 노래≫(1835), ≪내면의 목소리≫(1837), ≪빛과 그림자≫(1840)와 같은 일련의 우수에 찬 서정시집들을 발표한다. ≪가을 나뭇잎≫을 쓰면서, 위고는 20대 청춘의 쇠락에서 생겨난 우울, 부인과의 불화로 인해 깊어진 불안, 문학 투쟁의 격렬함에서 빚어진 피로를 한탄하면서도, 아이들이 선사하는 가정생활의 소박한 행복 등을 노래하며 기분 전환을 하고자 애썼다. ≪황혼의 노래≫는, 혁명의 암운이 채 가시지 않은 입헌군주 체제하의 불안한 정정()의 내일에 대한 위고의 고민과 함께, 여배우 쥘리에트 드루에와 가까워지면서 피어난 새로운 사랑과 그로 인한 위고의 번민을 토로한다. ≪내면의 목소리≫를 통해서, 위고는 아이들과 아내, 그리고 쥘리에트 드루에에 대한 사랑을 몽상에 잠긴 듯 읊조리면서, 한편으로는 좀 더 차분하고 진지하게 내면을 응시하는 시인이 되는데, 중상모략당하고 오해받는 고상한 스스로의 모습을 ‘올랭피오(Olympio)’라는 상징적인 인물에 투영한다. ≪빛과 그림자≫는 앞서 집필한 내밀한 서정시 연작의 성격을 그대로 지니고 있으면서도, 인류의 빛이 되어야 할 시인의 직분에 대한 한층 깊어진 철학적 명상과 함께, 가엾은 사람들의 삶을 향한 연민을 통해 개인의 불행을 딛고 일어선 성숙한 모습을 보여준다.

1850년대는 빅토르 위고가 오랜 망명 생활에 들어가면서 ≪징벌시집≫(1853), ≪정관시집≫(1856), ≪제 세기의 전설≫(1859)과 같은 세 권의 대작을 집필한 시기다. 1851년 12월 쿠데타로 제2공화국을 전복시키고 황제에 즉위한 나폴레옹 3세를, 위고는 ≪징벌시집≫을 통해 거침없는 웅변과 독설로 단죄한다. 이 시집은 제2제정 권력의 철저한 감시와 출판 금지 등 숱한 어려움을 뚫고 은밀하게 반입되어 파리에 알려지게 되었는데, 자유와 권리를 빼앗긴 프랑스인들에게 ‘정의가 승리하는 내일’에 대한 확신을 고취시키고 있다. ≪정관시집≫은 1839년에서 1855년까지 17년에 걸쳐 쓴 시들을 집대성한 작품으로, 위고의 표현대로 “한 영혼의 회상록”이다. 이 시집은, 맏딸 레오폴딘이 불의의 사고로 사망한 1843년 9월 4일을 경계로 ‘옛날’과 ‘오늘날’의 두 부분으로 나뉘어 그가 걸어온 영혼의 역정을 투사하고 있다. 작품의 산실이 된, 망명지 노르망디의 광막한 바다에 둘러싸여, 갈수록 인생과 우주의 불가사의에 크게 동요하던 위고는, 1853년 우연히 체험하게 된 강신술()을 통해 죽음 저 너머 영혼의 목소리를 듣게 되면서 철학적 성찰의 해답을 얻게 된다. 그리하여 ≪정관시집≫을 완성할 무렵, 위고는 영혼의 구원에 도달하기 위해 우주 만물은 선행과 사랑의 미덕을 행해야만 한다는 것을 설파하는 신의 메신저가 되기에 이른다. ≪제 세기의 전설≫은 특히 중세에서 대혁명에 이르기까지 역사상 위대한 시기들을 배경으로 영웅담과 함께 시대별 영혼들을 거대 상상력으로 그려낸 서사시집으로, 위고는 이 작품을 통해서 인류 진보의 행적과 영속성을 확인하고 있다.

60대에 접어든 위고는 앞서 본 ≪정관시집≫이나 ≪제 세기의 전설≫에서처럼 방대한 스케일의 집필이 안겨준 피로에서 벗어나려는 듯, ≪길과 숲의 노래≫(1865)라는 경쾌한 작품을 발표한다. 대중성이 돋보이는 이 시집은 제목처럼 자연과 전원의 아름다운 풍경을 노래하고 있는데, 조형적인 미를 추구했던 고답파() 시처럼 정밀한 세부 묘사를 선보이면서 원숙한 표현력을 과시하고 있다. 그 뒤 위고는 ≪할아버지 되는 법≫(1877)을 간행하는데, 아내의 죽음에 이은 두 아들의 죽음으로, 어린 손자와 손녀를 유일한 가족으로 돌보게 된 쓸쓸한 노년에 발견한 뜻밖의 행복을 감미로운 노래로 표현했다. 문학비평가들은 이구동성으로 75세에 달한 위고의 이 아름다운 영감의 혁신에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었다. 79세의 위고는 생전의 마지막 시집이 될 ≪정신의 네 바람≫(1881)을 남긴다. 이 시집은 풍자시, 극시, 서정시, 서사시의 네 권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만년에 이른 시인 위고의 지평을 이루고 있는 네 가지 장르의 시들을 한데 모은 것이다. 특히 서정시 편에서는 그가 표현했듯이 “슬프면서도 멋진, 쇠약해진 늙은 시인”의 눈으로 자연과 인생을 마지막으로 관조하면서, 영생을 얻게 될 그의 시에서 위안을 찾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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