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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문화 - 중국 詩의 발달
2015년 08월 26일 19시 29분  조회:5359  추천:0  작성자: 죽림

 

[ 2015년 08월 28일 09시 01분 ]

 

 

  중국인민항일전쟁 및 세계반파시즘전쟁 승리 70주년 기념 대회

중국 시의 발달
 

중국에서 운문 장르를 대표하는 것은 『시경』에서 연원하여 당·송대에 극치를 이룬 시다. 원래 '시()'라는 말은 춘추전국시대에는 『시경』을 가리키는 고유명사였다. 그것은 마치 '서()'가 『상서()』를 가리키고 '하()'가 황하()를 가리키며, '강()'이 장강()을 가리키는 고유명사였던 것과 같다. 그러나 후대에 이르러 시는 『시경』에서 연원한 하나의 운문 장르를 가리키는 일반명사가 되었다.

오늘날 우리가 중국 고전시라고 하면 대부분 5언시와 7언시고, 그 가운데서도 5언시가 가장 대표적인 형식이다. 원래 『시경』의 시들은 앞에서도 보았듯이 4언이 위주다. 그런데 어떻게 해서 5언 위주로 변했을까? 그것은 음악의 변화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한대 이전까지 중국 시의 기본은 4언이었다. 그런데 한대에 들어 국력의 융성에 힘입어 정복 전쟁과 해외교역이 활발해지면서 많은 종류의 외래 음악이 중국으로 물밀듯이 수입되었다. 한대에는 음악을 관장하던 악부()라는 관청이 있어 민간에서 유행하던 다양한 음악들을 수집하여 정리했는데 이를 악부시()라고 한다. 악부시에는 전통적인 4언 리듬과는 다른 들쑥날쑥한 자구에 다양한 리듬의 시들이 포함되어 있다. 이 가운데 자구가 정제되어 있으면서도 빠르고 경쾌한 5언 리듬의 노래들이 점차 환영을 받으면서 유행하기 시작했다.

4언에 비해 5언이 빠르고 경쾌하다고 함은 4언시에서는 두 구가 합쳐서 한 의미 단락이 되는 것에 비해 5언시에서는 그 자체로 하나의 의미 단락이 되기 때문이다. 앞에서 본 「관저」편을 예를 들면 앞의 구절 '꾸억꾸억 우는 물수리새()'가 주어가 되고 '황하의 모래톱에 있네()'가 술어가 된다. 5언시는 대체로 두 자, 세 자(○○/○○○)로 나뉘는데 이것만으로 충분히 하나의 문장이 된다. 뒤의 예문을 보면 금방 알 수 있을 것이다. 7언시는 5언시의 앞에다 두 글자를 첨가한 형태로 네 자, 세 자(○○○○/○○○)로 나뉜다. 5언시에 비해서 조금 무겁다고 할 수 있다.

5언시의 정확한 성립 시기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많이 있는데 대체로 동한 시기에는 확실하게 정착되었다고 본다. 초기의 5언시는 물론 매우 소박한 형태였다. 5언시 가운데 가장 이른 시기에 지어졌다고 하는 「고시 19수」의 한 작품을 보자.

行行重行行 가고 또 가니
與君生別離 그대와 생이별이네.
相去萬餘里 서로 만여 리나 떨어져서
各在天一涯 각기 하늘가에 있네.
道路阻且長 길은 험하고도 머니
會面安可知 만날 수 있을지 어찌 알까?
胡馬依北風 오랑캐 말은 북풍에 의지하고
越鳥巢南枝 월나라 새는 남쪽 가지에 깃드네.
相去日已遠 서로 떨어진 것이 날로 멀어지고
衣帶日已緩 옷과 허리띠는 날로 느슨해지네.
浮雲蔽白日 뜬 구름이 밝은 해를 가려서
游子不顧反 나그네는 돌아오지 못하네.
思君令人老 그대 생각에 사람은 늙어가는데
歲月忽已晩 세월은 벌써 이미 느즈막하네.
棄捐勿復道 다 버려두고 다시 말하지 않겠으니
努力加餐飯 부디 밥이나 잘 드소서.

멀리 떠난 남편을 그리워하는 아낙의 애절한 심정이 잘 드러나 있다. 이 시는 수사기교가 별로 없는 매우 소박한 시다. 첫 구부터 '행'자가 여러 번 반복되고 전반적으로 구어체에 가깝다. 이 시에서 가장 멋있는 구절은 '오랑캐 말은 북풍에 의지하고 월나라 새는 남쪽 가지에 깃드네( )' 부분이다. '말이나 새 같은 미물들도 고향을 그리워하는데 집 떠난 그대는 고향이 그립지 않느냐'는 뜻이다. 앞 구절과 뒤 구절이 문법적으로 비슷하게 배열되면서 단어들이 서로 짝을 이루고 있다. 이렇게 의미에서 서로 짝을 이루면서 어법으로도 유사성을 지니고 있는 것을 대구()라고 한다. 대구는 중국 시에서 매우 중요한 수사기교 가운데 하나다. 이 시 전체에 대구는 이 구절밖에 없다. 한나라 때의 시는 대부분 이런 수준이었다.

그러나 중국 문예사조에서 기교를 추구하던 위진남북조에 이르면 대구는 극도로 발전한다. 남조 송나라 때의 귀족시인인 사령운()이라는 시인의 시를 한 수 보도록 하자. 사령운은 중국문학사에서 본격적으로 산수시를 개척한 시인으로 유명하다. 그는 산수를 좋아하여 호화로운 산천유람을 많이 다니면서 귀족적이고 세련된 감각과 언어로 아름다운 산수를 표현하는 시를 많이 지었다. 그의 산수시 가운데 「어남산왕북산경호중첨조()」라는 시를 보도록 하자. 제목은 '남산에서 북산으로 가다가 호수를 지나면서 바라다보다'는 뜻이다.

朝旦發陽崖 아침 밝아올 때 남쪽 언덕을 출발하여
景落憩陰峰 해질 무렵 북쪽 산봉우리에서 쉰다.
舍舟眺逈渚 배를 버리고 멀리 잔 물섬을 바라보다
停策倚茂松 지팡이 멈추고 우거진 소나무에 기댄다.
側逕旣窈窕 비탈진 길은 이미 그윽한데
環州亦玲瓏 동그란 물섬 또한 영롱하다.
傘視喬木杪 고개 숙여 큰 나무 끝을 바라보다
仰聆大壑淙 고개 들어 큰 골짜기 물소리 듣는다.
石橫水分流 바위 가로 놓여 있어 물은 나뉘어 흐르고
林密磎絶踪 숲은 빽빽하여 길에는 발자취 끊기었네.
解作竟何感 비가 내리면 결국 무엇이 감응하는가?
升長皆丰容 자라나니 모두 무성한 모습들이네.
初篁苞綠籜 갓 자란 대나무는 푸른 죽순 껍질을 감싸고
新蒲含紫茸 새로 자란 부들은 붉은 싹을 머금고 있네.
海鷗戱春岸 바다 갈매기는 봄 언덕에서 장난하고
天鷄弄和風 들꿩은 부드러운 봄바람을 희롱하네.
撫化心無厭 조화를 느끼는데 마음에 실증 없고
覽物眷彌重 경물을 바라보니 사랑이 더욱 두터워지네.
不惜去人遠 떠난 사람 멀다 애석해하지 않지만
但恨莫與同 다만 함께 노닐 벗 없음이 한스럽네.
孤遊非情歎 외로운 유람길 마음으로 한탄하는 것이 아니라네.
賞廢理誰通 감상이 사라지면 깊은 이치를 누가 통하겠는가?

앞의 시와 비교하면 수사기교의 차이가 뚜렷하다. 일단 이 시는 앞의 시보다 훨씬 길지만 중복되는 글자가 한 자도 없다. 게다가 중간중간 평소 잘 쓰지 않는 한자들이 많이 등장하고 있다. 그만큼 글자 한 자 한 자에 신경을 썼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전체가 모두 대구를 이루고 있다. 온갖 종류의 다양한 형식의 대구를 이용하여 산수의 경치와 산수 속에서 노니는 시인의 심경을 표현하고 있다.

그리고 압운()에서도 엄청난 진보를 보여준다. 압운이란 시의 운을 맞추는 것으로 중국 시의 가장 기초적인 수사기교다. 한자의 발음은 성모()와 운모() 두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성모는 우리말의 초성에 해당하는데 예를 들면 '초'나 '성'에서 'ㅊ'과 'ㅅ'이 바로 성모고 나머지 부분이 운모다. 중국 시에서는 대개 매 연의 끝 글자들은 성모는 다르되 운모는 같은 글자를 써서 발음에서의 조화를 추구한다. 앞의 시에서는 압운이 중간에 변하지만 이 시에는 압운이 처음부터 끝까지 동일하다. '봉()', '송()', '농()', '종()' 등 압운하는 글자들이 모두 같은 운모에 속한다. '용()'이나 '용()', '풍()', '중()' 등은 우리나라 한자음으로는 운모가 다르지만, 고대 중국의 한자음에서는 같은 운모에 속하는 글자들이다.

이 시의 가장 큰 단점은 수사기교에 너무 신경을 쓰다 보니 표현은 화려하지만 내용이 부실하다는 것이다. 그저 멋들어진 대구로 이런저런 아름다운 경치를 나열하고만 있지 작자의 진솔한 감정이나 깊은 사상은 전혀 없다. 이 시는 전형적인 외화내빈()의 시다. 중국 시가사()에서 위진남북조시대는 화려한 형식주의에 치우쳤다는 비판을 받는다. 그러나 중국 시의 수사기교의 발전에는 상당한 공헌을 했다.

위진남북조시대에 크게 발전한 시의 수사기교는 대구와 압운 외에 평측()과 전고()가 있다. 평측이란 중국어의 특징인 사성()을 이용하여 발음에서의 음양의 조화를 추구하는 것이고, 전고는 시 속에 경전()이나 고사()를 적절히 활용하는 것을 말한다. 이 가운데 더 중요한 것은 평측이다.

평측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사성을 알아야 한다. 사성이란 성조의 고저장단에 따른 네 가지 유형을 말한다. 사성은 중국어를 중국어답게 하는 매우 중요한 요소로 외국인에게는 골칫거리이기도 하다. 현재 중국의 표준어인 북경어의 사성은 1, 2, 3, 4성을 가리키지만 고대 중국어의 사성은 평성(), 상성(), 거성(), 입성() 네 가지였다.

고대의 사성을 현대의 사성과 비교해서 간단하게 살펴보자. 평성은 음과 양으로 나누어진다. 음평은 지금의 1성으로 줄곧 높은 소리를 내는 것이고, 양평은 지금의 2성으로 중간쯤 높이에서 아주 높은 소리로 올라가는 것이다. 상성은 지금의 3성으로, 낮은 데서 더 낮은 데로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오는 소리로 변화가 가장 심한 성조다. 거성은 4성으로 아주 높은 데서 가장 낮은 데로 소리를 떨어트리는 것이다. 사실 음의 고저장단의 네 가지 종류는 여기서 끝나는 것이다. 입성은 음의 고저장단과 상관없이 발음상 끝을 촉박하게 닫는 받침이 있는 소리를 가리키는데, 현대 북경어의 발음에서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중국의 방언 가운데는 입성 발음을 보존하고 있는 방언이 많고 우리나라 한자음에도 입성이 남아 있다. 예를 들면 '국()'자나 '입()'자, '불()'자 등이 바로 그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한자음에서 받침이 'ㄱ, ㅂ, ㄹ'로 끝나는 한자는 모두 입성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중국 고전시의 평측법에서는 평성만 평성에 해당하고 나머지 상성, 거성, 입성은 모두 측성에 해당한다. 평성은 평탄하면서도 유장한 느낌을 주는 반면 측성은 모두 변화가 많고 급격하고 촉박한 느낌을 준다. 평이 양이라면 측은 음에 해당한다. 평측을 잘 배합하면 성조가 음양의 조화를 이루어 청각적으로 매우 아름답게 들린다.

앞에서 말한 수사기교 가운데 중국 시의 특징을 가장 두드러지게 만들어주는 것은 대구와 평측이다. 사실 운을 맞추는 것은 중국 시뿐만 아니라 서양 시에서도 기본적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영시에서는 이를 '라임(rhyme)'이라고 하는데 시라면 반드시 라임을 맞추어야 하고 노래 가사 또한 대부분 라임이 있어야 한다. 시 속에 고전의 구절이나 유명한 고사를 활용하는 전고 기법은 서양 시에서도 흔히 볼 수 있다. 또한 시에서 반드시 필요한 것도 아니다.

이에 비해 대구와 평측은 중국어의 언어적 특징을 가장 잘 드러내는 수사기교다. 물론 서양 시에서도 대구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중국 시만큼 그렇게 중시되지 않고 치밀하지도 않다. 일단 중국 시처럼 그렇게 글자 수가 정제되어 있지 않다. 중국 시의 대구는 일단 글자 수가 완전하게 대칭이어야 하고 또한 문법구조도 비슷해야 한다. 이것은 중국어가 글자 한 자 한 자가 독립된 고립어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평측은 사성에서 나온 음양의 조화이기 때문에 처음부터 중국 시에서만 가능한 것이다. 중국 시에서는 평측 또한 대구의 한 수단으로 발전했다.

중국 시의 역사에서 위진남북조시기, 특히 남조시기는 화려한 수사기교에 지나치게 치우쳐 외화내빈의 시기라고 한다. 후대의 많은 시인들은 이 시기의 시에 그리 높은 점수를 주지 않았다. 그러나 형식미의 추구가 반드시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그것은 중국 시의 정화라고 할 수 있는 근체시()를 탄생시키는 역할을 했다. 근체시는 남북조시대가 끝나고 수나라를 거쳐 당나라 초기에 완성되었다. 근체시라는 말은 고체시에 대비되는 말로 중국 고전시의 형식미를 집대성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근체시에는 여러 가지 까다로운 규칙이 있는데 그 가운데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되는 것은 바로 대구와 평측이었다.

이제 중국 시의 형식미는 완성되었고 남은 것은 그 속에 진실한 내용을 담는 것이었다. 그 일은 성당()시대의 시인들에게 맡겨졌다. 성당시기란 현종 대에서 숙종을 거쳐 대종 초기까지 약 50여 년을 말하는데, 대략 전반 30년은 현종의 훌륭한 정치로 당나라의 번영이 극에 이르렀던 시기고, 다음 10년은 양귀비와 사랑에 빠져 정사를 돌보지 않아 서서히 내부적 모순이 심해지는 시기며, 마지막 10년은 안록산()과 그의 부하 사사명()이 일으킨 안사()의 난으로 나라가 쑥대밭이 되었던 시기다. 짧은 시기에 최고의 번영과 처참한 파국을 모두 체험했기에 시인들의 삶의 폭은 매우 컸고 감정의 변화도 많았다. 이런 풍부한 삶의 체험과 다양한 감정의 색깔들이 시에 담기면서 중국 시는 전례 없이 아름다운 꽃을 활짝 피우게 된다. 흔히들 이 시기를 중국 시가사()에서 최고의 황금기라고 부른다. 먼저 중국 시의 수준을 최고의 정점에 올린 두보()의 시를 보도록 하자.

「春望」 봄의 바람

國破山河在 나라는 망가졌어도 산하는 여전한데
城春草木深 성은 봄이 되니 초목이 무성하구나.
感時花濺淚 시절을 느끼니 꽃에도 눈물을 뿌리고
恨別鳥驚心 이별을 서러워하여 새소리에도 마음 놀랜다.
烽火連三月 봉화는 석 달을 이어가는데
家書抵萬金 집의 편지는 만금 값에 달하네.
白頭搔更短 흰머리 긁으니 더욱 짧아져
渾欲不勝簪 비녀도 전혀 지탱하지 못할 듯이 되었네.

이 시는 안록산의 난이 일어난 뒤 장안에 잡혀 있던 두보가 멀리 떨어져 있는 가족들을 그리워하며 쓴 시다. 앞에서 든 사령운의 시에 비해 훨씬 평이한 글자들을 사용하고 있고 문장도 훨씬 평이한 느낌을 준다. 그러나 실제로는 훨씬 치밀하고 정교한 시다. 이 시는 8구 4연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기승전결()의 구조를 지니고 있으며 대구와 평측의 법칙이 매우 잘 들어맞는 전형적인 근체시다. 이런 시를 5언 율시()라고 한다.

기는 전란으로 장안은 무너졌지만 봄이 오니 초목이 무성해졌다는 말로 시작하고, 이를 이어받은 승에서는 봄이 오니 피어나는 꽃과 찾아드는 새를 이야기하면서 시절에 대한 감상과 이별의 아픔을 말하고 있다. 전에서는 분위기를 약간 바꾸어 전쟁의 상황과 가족들의 소식을 걱정하는 마음을 보이고, 나라에 대한 근심과 가족에 대한 걱정 때문에 괴로워하는 자신의 심경을 드러내면서 결을 맺고 있다.

이 시는 마지막 연을 제하고는 모두 대구로 이루어져 있으며 평측이 매우 정교하다. 근체시의 기법을 하나하나 다 설명하기는 어렵고 우선 첫째 연만이라도 좀더 심도 있게 분석하여 중국 시의 맛을 한 번 느껴보도록 하자.

첫째 연은 일단 먼저 10자밖에 되지 않는 짧은 구절 속에 참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한 구절이 두 개의 단문이 합쳐진 복문으로 이루어져 있으니 모두 네 개의 문장이 들어 있다. 그만큼 글자 한 자 한 자의 역할이 다 살아 있고 압축된 느낌이 있다. 그리고 첫째 구절과 둘째 구절은 어법이나 의미에서 완벽하게 대구를 이루고 있다. 그런데 그보다 더 절묘한 기교로는 평측에서도 대구를 이루고 있다는 것이다. 글자 하나씩 뜯어보도록 하자.

현재 북경 표준말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평측을 가리기가 쉽지 않다. 왜냐하면 현대 중국어에는 입성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대 발음에 관련된 운서()를 보지 않으면 평측을 가릴 수가 없다. 그러나 우리나라 한자음에는 입성이 남아 있기 때문에 현대 중국어의 성조만 알고 있으면 평측을 쉽게 가릴 수 있다. 만약 중국어도 알고 우리나라 한자음도 아는 사람이라면 앞으로 중국 시를 읽을 때는 평측을 따져보기를 권하고 싶다. 이전까지 보지 못했던 중국 시의 새로운 맛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먼저 ''는 입성과 4성이기 때문에 모두 측성이다. 그러나 다음 글자인 ''는 1성과 2성이므로 모두 평성이다. 그리고 ''는 4성이므로 측성이다. 아래 연에서 ''은 2성과 1성이므로 모두 평성이고 매우 울림이 유장한 소리다. ''은 3성과 입성이므로 측성이고, ''은 1성이므로 평성이다. 평성을 ○으로, 측성을 ●으로 표시해서 첫째 연의 평측을 보자.

國破山河在
●●○○●
城春草木深
○○●●○

이렇게 시각적으로 표시하니 서로 대조를 이루고 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그러나 여기서의 평측은 단순히 서로 대조를 이루는 것에 그치지 않고 시의()와도 잘 어우러지고 있다. ''는 뜻도 그렇지만 발음에서도 측성이기 때문에 매우 다급하고 촉박한 느낌을 준다. 다음으로 평성인 ''로 분위기를 약간 풀어주고, 다시 측성 ''로 끝을 맺는다. 첫째 구는 전체적으로 측성이 주조를 이루고 있어 암울한 느낌이다. 둘째 구의 ''은 앞 구절의 ''와 대조를 이루는 단어다. 일단 뜻에서 강한 대비를 이룬다. 나라는 망가졌지만 그래도 계절의 순환은 어김이 없어 봄이 찾아온다는 뜻이다. 발음에서도 정반대로 평성이다. 게다가 이 발음들은 비음이 있기 때문에 더욱 유장하게 들린다. 다음에는 다시 측성인 ''을 배열하고 마지막으로 평성이자 비음이 있는 ''을 써서 깊고 유장한 느낌을 이어간다. 전란으로 망가진 장안의 황폐함과 세상사와는 무관한 자연의 유장함이 평측의 효과로 인해 더욱 강하게 대비되고 있다. 글자 한 자 한 자에 실로 심오한 공력이 깃들어 있다고 할 수 있다.

두보는 흔히 시성()이라고 일컬어진다. 그의 시 속에 우국충정과 가족을 걱정하는 마음 등 유교적 윤리가 많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글자 한 자 한 자에 심혈을 기울이는 성실한 태도가 유교적 성인에 가깝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다음에는 두보의 7언 율시 한 수를 감상하도록 하자. 7언 율시는 5언 율시보다 조금 늦게 발달했는데 두보가 가장 뛰어난 문학적 성취를 보이고 있는 영역이다.

「登高」 높은 데 올라

風急天高猿嘯哀 바람이 빠르고 하늘은 높은데 원숭이 휘파람 슬프고
渚淸沙白鳥飛廻 물가 맑고 모래 흰데 새는 날아 돌아오는구나.
無邊落木蕭蕭下 끝없이 낙엽은 쓸쓸히 떨어지고
不盡長江滾滾來 다함없는 장강은 도도히 흘러오는구나.
萬里悲秋常作客 만 리에 가을을 슬퍼하며 항상 나그네되어
百年多病獨登臺 한평생 병이 많아 홀로 누대에 오르는구나.
艱難苦恨繁霜鬢 가난에 서리 같은 귀밑머리 무성한 것을 슬퍼하는데
潦倒新停濁酒杯 늙고 지쳐 새 탁주잔을 다시 멈추었노라.

이 시는 두보의 만년에 가족들과 헤어져 장강을 정처 없이 떠돌다 음력 9월 9일 중양절에 지은 시다. 이 시 또한 앞의 5언 율시와 마찬가지로 기승전결의 구조를 가지고 있다. 기는 풍경을 묘사하고 승에서는 그 풍경 묘사를 심화하고 있다. 사실 기와 승을 풍경 묘사로 하는 것이 더 일반적이다. 전에서는 풍경 묘사에서 일변하여 작자 자신의 심경을 드러내고 있고 마지막으로 그 심경을 심화하면서 결을 맺는다.

그러나 기와 승에서 풍경을 묘사했다고 해서 작자의 감정이 들어가지 않은 것은 아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풍경 하나하나에 작자의 감정이 짙게 묻어나고 있다. 원숭이 울음소리에는 가족을 그리워하는 마음이 담겨 있고 새가 날아 돌아오는 광경에는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심경이 담겨 있다. 쓸쓸히 떨어지는 낙엽에는 유한한 인생에 대한 비애가 담겨 있고, 도도히 흘러가는 장강에는 자연의 무한함을 부러워하는 마음이 담겨 있다.

이 시의 마지막 장면은 탁주잔을 잡고 머뭇거리고 있는 시인의 늙고 지친 손이다. 높은 하늘, 광활한 장강에서 시작한 시야는 점차 시인 한 사람에게 집중되더니 결국 술잔을 잡은 시인의 손에서 끝이 난다. 이 시는 전체적인 구도도 정교하고 대구도 기가 막히지만 평측법 또한 절묘하다. 그 가운데서 가장 압권은 둘째 연이다. 평측을 따져보면서 감상해보자.

먼저 ''은 2성과 1성이므로 둘 다 평성이다. 다음에 ''은 둘 다 입성이므로 측성이다. ''는 평성이고, ''는 4성이므로 측성이다. ''은 입성과 4성이므로 둘 다 측성이다. ''은 2성과 1성이므로 둘 다 평성이다. ''은 3성이므로 측성이다. ''는 2성이므로 평성이다. 이것을 앞에서와 마찬가지로 기호로 표시해보자.

無邊落木蕭蕭下
○○●●○○●
不盡長江滾滾來
●●○○●●○

이 연의 문장구조는 앞에서 든 「춘망」의 첫째 연에 비해 단순하다. 한 구에 단문 하나씩밖에 없다. 첫 구에서 ''과 ''는 수식어고, 중심어는 ''이라는 주어와 ''라는 동사다. 이 구절은 떨어지는 낙엽을 보며 인생의 무상함을 느끼는 장면이다. 이런 시의와 어울리게 이 구절의 중심어는 모두 촉박한 느낌의 측성이다. '낙목'은 입성인 동시에 성조 또한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4성이기 때문에 더욱 촉박한 느낌을 준다. 그리고 동사인 '' 또한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4성이다. 아래 구절은 인생의 유한함과 대비되는 자연의 무한함을 노래하는 것으로 중심어는 ''과 ''다. 첫 구절과는 반대로 편안한 느낌의 평성이다. 특히 ''은 둘 다 매우 유장한 느낌을 주는 발음들이고, '' 또한 상쾌하게 올라가는 소리다. 위아래가 얼마나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는가? 사실 모든 구절에서 이렇게 다 평측과 시의의 조화를 이루기란 쉽지 않다. 이런 구절들은 완성도가 특히 높은 구절이라고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평측의 배열을 통해 근체시의 구성미를 감상하도록 하자. 원래 근체시에서 평측법을 쓸 때 모든 글자를 다 평측의 틀에 맞출 수가 없기 때문에 5언에서는 둘째와 넷째 글자를 반드시 지키고 나머지는 융통성 있게 했다. 7언에서는 둘째, 넷째, 여섯째 글자를 반드시 지켜야 한다. 7언의 평측 배열을 보면 5언은 저절로 알 수 있으니, 여기서는 7언의 배열을 보도록 하자. 「등고」의 둘째, 넷째, 여섯째 글자의 평측을 기호로 표시하면 다음과 같다.

중국 시의 발달 본문 이미지 1

평측의 기본 원칙은 같은 연 안에서는 무조건 서로 엇갈리게 하는 것이다. 측으로 시작했으면 다음은 무조건 평을 써야 하고, 다음은 다시 측, 이런 식이다. 그런데 연을 바꿀 때는 앞 연의 틀을 완전히 뒤집어야 한다. 앞의 연에서 측으로 시작했다면 다음 연에서는 평으로 시작해야 한다. 그 결과 앞의 그림과 같은 아름다운 대칭도가 나오게 된다. 평측법에는 「등고」와 같이 측으로 시작하는 것도 있지만 반대로 평으로 시작하는 것도 있다. 그러면 정반대의 구조가 될 것이다.

당대 이후 시인들이 근체시만 썼던 것은 아니다. 고체시도 여전히 유행했는데 고체시는 특히 시상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근엄하고 치밀한 성격의 두보가 근체시에 최고의 기량을 보여준 반면, 같은 시대의 또 한 사람의 천재시인인 이백()은 고체시에 매우 능숙했다. 그의 시를 한 수 보도록 하자.

「月下獨酌二」 달 아래의 독작 2

天若不愛酒 하늘이 만약 술을 사랑하지 않았다면
酒星不在天 주성이 하늘에 있지 않았을 것이고
地若不愛酒 땅이 만약 술을 사랑하지 않았다면
地應無酒泉 땅에는 마땅히 주천이 없었으리라.
天地旣愛酒 하늘과 땅이 이미 술을 사랑하고 있으니
愛酒不愧天 술을 사랑하는 것은 천지에 부끄럽지 않다.
已聞淸比聖 이미 청주를 성인에 비유하고
復道濁如賢 또한 탁주를 현인에 비유하여 말하기도 하네.
聖賢旣已飮 성인과 현자를 이미 마셨으니
何必求神仙 어찌 구태여 신선이 되기를 구하겠는가?
三盃通大道 석 잔을 마시면 큰 도에 통하게 되고
一斗合自然 한 말을 마시면 자연에 합하게 된다.
但得醉中趣 다만 술 취해 얻은 정취이니
勿謂醒者傳 깨어 있는 사람에게 말하여 전하지 마라.

참으로 호방하다. 이백은 흔히 시선()이라고 불리고 주선()이라고도 불린다. 그는 신선사상에 심취하여 현실을 초월한 낭만주의를 구가하기도 했으며, 때로는 술에 취해 천자가 불러도 응하지 않을 정도의 호방함을 보여주었다. 물론 그에게도 정치적 야망은 있었고 어지러운 세상에 대한 격분을 노래한 시도 있지만 그의 개성을 가장 잘 드러내는 시들은 바로 술에 관련된 시다.

주성은 하늘에 있는 별자리 이름이고 주천은 장안에서 서역으로 이어지는 실크로드에 있는 땅 이름이다. 모두 사람들이 붙인 이름이지만 그것들이 하늘과 땅이 이미 술을 사랑하고 있음을 말해주는 증거라고 궤변을 펼치고 있다. 그리고 청주를 성인에, 탁주를 현인에 비유하는 술꾼들의 이야기를 들어 자신은 이미 성현의 경지에 이르렀으니 굳이 신선을 추구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넉살을 부리고 있다. 가장 정채로운 구절은 그 다음 구절이다. 석 잔을 마시면 큰 도에 통하고 한 말을 마시면 자연에 합한다는 이 구절은 후세 주당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천하의 명구가 되었다. 대도보다는 자연을 더 중시하는 이유는 노자의 “사람은 땅을 본받고, 땅은 하늘을 본받고, 하늘은 도를 본받고, 도는 스스로 그러함을 본받는다”는 구절 때문일 것이다.

이 시는 한눈에 보아도 앞에서 보았던 근체시와는 전혀 다르게 매우 자유로운 형식을 지니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대구나 평측에 구애받지 않고 단순 반복도 꺼리지 않으며 거침없이 시상을 펼치고 있다. 두보는 이백에 대해 “술 한 말에 시 백 편”이라고 찬탄했고 “붓을 대면 비바람도 놀라게 하고 시가 완성되면 귀신도 울린다”고 극찬했다. 이백의 호탕한 기상은 다음의 시에 잘 드러나고 있다.

「將進酒」 술 권하는 노래

君不見黃河之水天上來 그대는 보지 않는가? 황하의 물이 하늘에서 내려와
奔流到海不復廻 바다로 바삐 흘러 들어가 다시 돌아오지 못하는 것을…….
君不見高堂明鏡悲白髮 그대는 보지 않는가? 좋은 집, 밝은 거울 앞에서 백발을 슬퍼하나니
朝如靑絲暮成雪 아침에 검은 머리 저녁에 하얗게 세는 것을…….
人生得意須盡歡 인생살이는 모름지기 뜻을 얻었을 때 마음껏 즐겨야 하나니
莫使金樽空對月 금 술동이로 하여금 홀로 달을 보게 하지 마라.
天生我才必有用 하늘이 나 같은 인재를 낳은 것은 반드시 쓸 데가 있어서이니
千金散盡還復來 천금의 돈도 다 쓰면 다시 돌아오는 것.
烹羊宰牛且爲樂 양을 삶고 소를 잡아 그저 즐겨야 하나니
會須一飮三百杯 한 번 마시면 반드시 삼 백 잔은 마셔야 한다네.
岑夫子, 丹丘生 잠부자, 단구생이여
將進酒, 君莫停 술을 권하노니 멈추지 말고 드시오.
與君歌一曲 그대들과 더불어 노래 한 곡 부를 터이니,
請君爲我側耳聽 그대들은 나에게 귀를 기울여 들어보시오.
鐘鼓饌玉不足貴 화려한 음악에 좋은 음식 귀한 것이 아니고
但願長醉不願醒 다만 오래도록 취해 깨어나지 않기를 바라네.
古來聖賢皆寂寞 고래의 성현들 모두 적막하고
唯有飮者留其名 다만 술꾼들만 그 이름을 남겼네.
陳王昔時宴平樂 진사왕(陳思王)이 옛날 연회를 즐길 때는
斗酒十千恣讙謔 말술에 만금짜리를 마음껏 즐기게 했지.
主人何爲言少錢 주인은 어찌 돈이 적다고 하시오.
徑須沽取對君酌 즉시 술을 사 와서 그대들과 대작하리라.
五花馬, 千金裘 다섯 빛깔 말, 천금의 털옷
呼兒將出換美酒 아이를 불러 빨리 좋은 술로 바꾸어
與爾同銷萬古愁 그대들과 함께 만고의 시름을 풀어보리라.

이 시는 한대 이래로 유행한 악부시로 앞의 고체시보다 더 자유분방한 형식이다. 글자의 자수도 변화가 많지만 압운도 변화무쌍하고 자유롭다. 이 시의 가장 큰 장점은 역시 호쾌한 기상에 있다. 술에 관한 시 가운데서 이처럼 거침없이 호방한 시는 전무후무하다고 할 수 있다.

한 번 흘러갔다가는 다시 돌아오지 못하는 황하처럼 인생도 흘러가면 다시 오지 못하는 것, 그래서 시인은 기회가 닿을 때 마음껏 즐기라고 소리친다. 천금도 아까워하지 말고 양도 소도 다 잡아먹고 한 번 마시면 최소 삼백 잔이다. 부귀와 영화도 소용없고 다만 늘 취해 있는 것이 최고이고, 역사에 이름을 남긴 성현도 부질없고 다만 술꾼으로 이름을 남기고 싶다는 이야기다. 호방하다 못해 방자한 느낌을 주는 정도다. 그러나 최고급 명마, 천금의 털옷도 다 팔아서 밤을 새워 술을 마시겠다는 그 호쾌함 속에는 만고의 시름이 숨어 있다. 어찌할 수 없는 비애감이 숨겨져 있다.

다음으로 들 시인은 시불()이라고 불리는 왕유()다. 그의 자는 마힐()인데 이름과 합치면 『유마경()』의 주인공인 유마힐() 거사가 된다. 그는 불교를 사랑하여 평생 수도를 했고 만년에는 장안 근처에 별장을 짓고 산수 속에서 고요한 여생을 보냈다. 그는 주로 고요하고 관조적인 마음으로 한적한 전원생활과 산수의 아름다움을 노래하는 데 능했다. 그의 근체시 가운데 5언 절구에서 높은 문학적 성취도를 보이고 있다. 5언 절구는 가장 짧은 형식의 시로 은근한 함축미를 표현하기에 좋은 시형이다.

「鹿柴」 사슴 우리

空山不見人 빈 산 사람 보이지 않고
但聞人語響 다만 사람 말소리 울림만 들리네.
返景入深林 저무는 햇빛 깊은 숲으로 들어와
復照靑苔上 다시 파란 이끼 위에 비추네.

빈 산에는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사람이 없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어디선가 사람 말소리의 은은한 울림이 들리기 때문이다. 분명 가까이 사람이 있으면서도 보이지 않는 것은 그만큼 숲이 깊기 때문이다. 깊은 숲은 어찌 보면 참선을 통해 쌓아올린 마음의 보호막인지도 모른다. 그 보호막은 세속의 번거로움도 뚫고 들어오지 못한다. 그러나 해질 무렵의 햇살이 살며시 비집고 들어온다. 그리고는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파아란 이끼 위를 비춘다. 은은한 저녁 햇살은 참선을 통해 얻은 관조의 힘을 상징하고, 푸른 이끼는 시인의 마음 깊은 곳의 태고의 정적을 비유한다. 짧은 시지만 매우 함축적이고 특히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 그의 시를 한 수 더 보도록 하자.

「鳥鳴澗」 시냇물에서 지저귀는 새

人閑桂花落 인적 드문데 계수나무꽃 떨어지니
夜靜春山空 밤은 고요하고 봄 산은 비어 있네.
月出驚山鳥 달이 떠올라 산새를 놀라게 하니
時鳴春澗中 봄 시냇물에서 간간히 지저귀네.

저녁 무렵 사람의 자취는 없다. 계수나무꽃만이 저 홀로 떨어질 따름이다. 밤은 고요하고 봄 산은 텅 비어 있다. 어둠과 적막의 극치다. 그러나 사실 봄이란 생명이 약동하는 계절이 아닌가? 정적의 극치는 달이 솟아오름으로써 깨진다. 어둠 속에 은은한 달빛이 비춤으로써 만물은 감추어진 모습을 드러낸다. 그리고 그 달빛에 놀란 산새가 잠에서 깨어나 갑자기 지저귄다. 그 전까지 들리던 소리는 오직 졸졸졸 흐르던 봄 시냇물 소리였다. 그러나 이제 산새 소리가 더해지면서 새로운 생동감이 더해진다. 이 시의 압운은 빌 '공()'과 가운데 '중()'이다. 그야말로 텅 빈 고요 가운데 움직임의 찰나를 매우 잘 포착한 시로 정중동()의 운치가 잘 드러나 있다.

왕유 시의 또 하나의 특징은 시 속에 회화적인 구도가 잘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앞의 시에서도 깊은 산속에 해질 무렵의 햇살이 비추어 들어오는 것을 잘 묘사하고 있고, 이 시에서도 어둔 밤의 산속에서 달빛이 비춤으로써 나타나는 숲속 풍경의 생동감이 회화적으로 잘 묘사되고 있다. 실제로 왕유는 산수화가로 흔히 남종화의 시조라고 한다. 그래서 송대의 소동파()는 왕유의 시를 두고 시 속에 그림이 있고 그림 속에 시가 있다고 했다.

이상으로 중국 시의 최고봉이라고 하는 성당의 세 대가들의 시를 감상해보았다. 당나라의 시는 화려하고 까다로운 수사기교를 추구하던 위진남북조시대의 시에 비해 전반적으로 평이하고 자연스러운 느낌을 준다. 앞에서 보았듯이 까다로운 글자나 특이한 문구를 추구하지 않는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기교는 기교대로 최고의 수준에 올라 있었다. 어설프게 기교를 자랑하지 않을 따름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들 시 속에는 깊고도 다채로운 사상과 감정이 담겨 있다는 것이다. 어떤 사람은 전란 중에 우국충정의 마음을, 어떤 사람은 호방하고도 방자한 술기운을, 어떤 사람은 대자연 속에서의 관조의 경지를 담았다. 그리고 시의 내용과 형식이 서로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이것은 분명 작은 기교를 넘어서 큰 기교를 이해하게 된 경지라고 할 수 있다. 당대의 시는 위진남북조시대의 시에 비해 확실히 나선형적 발전을 이룬 대교약졸의 경지에 이른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성당의 시를 최고로 삼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그런데 중국문화사의 전체적인 흐름으로 볼 때 대교약졸의 미학은 안사의 난이 끝난 중당 이후부터 서서히 피어나기 시작하여 송대에 이르러서 본격적으로 활짝 피어났다. 시는 다른 분야에 비해 조금 일찍 대교약졸의 아름다움이 피어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은 시가 다른 문학 장르나 예술 분야에 비해 가장 일찍부터 사랑과 관심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시는 당대에 이르러 이미 내용과 형식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며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했기 때문에 송대에 이르러서는 새로운 관점에서 대교약졸의 미학을 추구했다. 그것은 바로 풍격상의 새로운 변화이다.

송시()와 당시()는 풍격에서 상당한 차이가 있다. 당대의 시는 전반적으로 감정의 표현이 다채롭고 화사한 맛이 있다. 마치 울긋불긋한 온갖 아름다운 꽃으로 가득 찬 봄날의 정원과도 같다. 북송 초만 해도 당대의 시풍을 그대로 따랐고 특히 만당시기의 화려하고 농염한 시가 유행했다. 이런 화려하고 농염한 시풍을 배격하고 송시의 분위기를 일신하는 데 앞장섰던 사람은 매요신()이다. 그는 일찍이 “시를 짓는 데는 고금을 막론하고 평담하게 쓰는 것이 가장 어렵다”고 해 평담의 시풍을 제창했다.

물론 이 평담이 그냥 무미건조한 평담이 아니라 농염한 맛을 안으로 숙성시킨 평담인 것은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송대 고문운동()의 제창자로 유명한 구양수()는 그를 감람시인이라고 불렀다. 감람 열매는 처음에는 떨떠름하고 쓴맛이 있지만 씹을수록 나중에는 달콤한 맛이 나오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이후 평담이라는 말은 송시를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한 용어가 되었다. 송대를 대표하는 시인이자 문인인 소동파 역시 시에서 숙성된 평담미의 중요성을 다음과 같이 역설했다.

메마르고 담담함을 소중히 여기는 것은 그 바깥은 메마르면서도 속은 기름지고, 담담한 것 같으면서도 사실은 아름답기 때문이다. …… 만약 안과 겉이 모두 메마르고 담담하다고 하면 또 무슨 말을 할 값어치가 있겠는가?

당시에 대한 송시의 차이를 설명하는 말이 많이 있다. 예를 들면 당나라 사람은 정()으로 시를 썼지만 송나라 사람은 이치로 시를 썼다는 말 따위다. 그러나 가장 적절하고 포괄적인 말이 바로 평담미다. 다음의 평()은 당시와 송시의 풍격을 잘 묘사한 유명한 글이다.

당시의 아름다움은 다정한 시어에 있으니 그래서 풍부하고 기름지다. 송시의 아름다움은 기세와 뼈대에 있으니 그래서 메마르면서도 굳세다. 당시는 작약이나 해당처럼 농염하면서도 화려하다. 송시는 겨울 매화나 가을 국화처럼 그윽한 운치와 차분한 향기가 있다. 당시는 여지를 씹는 것처럼 한 알을 입안에 넣으면 단맛과 향기가 양 볼에 가득 찬다. 송시는 감람나무 열매를 씹는 것처럼 처음엔 떨떠름한 맛을 느끼지만 뒷맛이 빼어나고 오래간다.

이밖에 당시는 봄날 온갖 꽃들이 만발하는 정원을 다정한 연인과 함께 거니는 기분으로, 송시는 마치 가을날 국화꽃이 피어 있는 쓸쓸한 들판을 홀로 산책하는 느낌에 비유하는 학자도 있고, 당시는 마시면 사람을 얼큰하게 취하게 하는 술에, 송시는 마시면 사람을 차분하게 하는 차에 비교한 사람도 있다.

당시가 위진남북조시대의 번화한 수사기교를 안으로 머금고 새로운 차원의 대교약졸의 경지를 이루었다면, 송시는 당시의 화사하고 농염한 풍격을 안으로 심화시켜서 새로운 차원의 대교약졸을 열었다고 할 수 있다. 당시와 송시의 차이를 설명할 때 흔히 나오는 시를 예로 둘이 지닌 맛의 차이를 느껴보도록 하자.

「望廬山瀑布」 여산폭포를 바라보며

日照香爐生紫煙 향로봉에 햇빛 비쳐 안개 어리고
遙看瀑布掛長天 멀리 폭포는 하늘에 매달려 있는 듯,
飛流直下三千尺 날라 떨어지는 삼천 척 물줄기
疑是銀河落九天 마치 은하수가 구천에서 떨어지는 듯.

「題西林壁」 서림사 벽에 쓰다

橫看成嶺側成峯 비스듬히 보면 고개요, 옆에서 보면 봉우리
遠近高低各不同 멀리 가까이 높게 낮게 제각기 다르구나!
不識廬山眞面目 여산의 참모습을 알지 못하는 것은
只緣身在此山中 다만 내가 이 산중에 있기 때문이리라.

앞의 시는 당대를 대표하는 시인인 이백이 여산폭포를 바라보며 쓴 시고, 뒤의 시는 송대를 대표하는 시인 소동파가 여산의 전체 모습을 노래한 것이다. 하나는 부분적인 풍경을 노래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산 전체의 모습을 노래한 것이기 때문에 엄격한 의미에서의 비교는 어렵지만 다 같이 여산이라는 대상을 노래한 것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비교는 가능하다. 전자가 호방한 기상으로 여산폭포의 웅장함을 노래한 것이라면, 후자는 보는 관점에 따라 끊임없이 변모하는 여산의 모습을 노래한 것이다. 전자가 과장 기법을 동원하여 여산폭포를 바라보면서 느끼는 감정을 극명하게 드러내는 발산형이라면, 후자는 이리저리 다양한 각도를 제시하며 여산의 모습이 보는 각도에 따라 바뀐다는 것을 사변적으로 설명하면서 차분하게 스스로 생각할 여지를 남겨두는 수렴형이라고 할 수 있다.

중국 고전시의 발전은 사실 송대가 마지막 황금기라고 할 수 있다. 그 뒤로도 시는 중국 지식인들의 필수 교양의 하나로서 꾸준히 창작되어졌지만 미학적으로 새로운 경지를 개척하지는 못했다. 몽골족이 다스렸던 원대에는 중국 정통문학의 꽃인 시는 크게 쇠퇴했고 명대에는 다시 시를 되살리는 운동이 일어났지만 그것은 새로운 차원의 발달로 나아간 것이라기보다는 그저 단순히 과거를 복원하려는 수준의 복고주의에 머물렀다. 명대 이후 청말에 이르기까지 중국 시는 대부분 당시를 추종하는 종당파()와 송시를 추종하는 종송파()로 나뉘어 답보 상태에 머물렀다. 물론 소수의 사람들은 복고주의에 반대하고 개인의 독창성을 강조하기는 했지만 미학적으로 새로운 경지를 개척하지는 못했다.

중국 시의 발달 (중국문화 대교약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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