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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운 시론집 서평
의미의 세계에서 하이퍼의 세계로
이 선 (시인)
Ⅰ. 서론
심상운의 디지털시와 하이퍼시의 시론집 『의미의 세계에서 하이퍼의 세계로』는 2006년부터『시문학』에 실렸던 그의 시론과 대담을 한 권의 책으로 엮어 내놓은 것이다. 이 시론집은 디지털시와 하이퍼시의 이론서로서 앞으로 한국현대시에서 의미 있는 준거의 역할을 할 것 같다.
‘디지털시’는 지금까지의 ‘아날로그 시’를 거부하고 차별화된 새로운 감각의 ‘탈관념 시’를 제시하는 시론이다. 이 시론집의 중심이 되는 <디지털시의 이해>는 오남구의 염사 접사의 디지털리즘의 시론에 과학적인 디지털의 기능을 도입하여 보완하고, 디지털시의 개념을 정립하여 한국 현대시의 공간을 확대하고 있다. 그리고 이 시론집의 표제가 된 <의미의 세계에서 하이퍼의 세계로>는 디지털시의 시론과 하이퍼시의 시론을 결합시키고 있다. 따라서 디지털시의 모듈(module) 이론과 하이퍼시의 리좀(rhizome)을 같은 맥락으로 인식하게 한다. 또한 하이퍼시의 핵심이론인 ‘다선구조’, ‘상상적 기능의 확대’를 이론만이 아닌 실제의 창작된 작품으로 제시함으로써 하이퍼시의 시론이 성립할 수 있음을 증명하고 있다. 이는 무의미와 사물성 이미지의 사물시(事物詩)의 세계에서 탈출하여 하이퍼시의 이론을 구체적이고 분명하게 객관화하여 정의하였다고 말할 수 있다.
그는 이런 이론의 전개에 문덕수의 시론 ‘이미지의 집합적 결합’을 바탕으로 하고 있으며, 이를 하이브리드(잡종결합)가 들어간 ‘다선구조론’으로 확대하고 있다. 그는 시론에서 불교 교리를 응용하고 있다. 그 예로 불교의 기본사상 ‘제법무아(諸法無我)' ’는 디지털시의 언어를 설명하는데 중심개념으로 활용된다. 이는 1930년대 이상(李箱)의 시를 언어의 기호성으로 해석하는 핵심이론이 되고 있다. 불교의 ‘다르게 생각하기’와 ‘회의하기’는 사물의 본질적이며 확정적이지 않은 기표의 ‘무의미’성과 사물의 ‘불고정성’을 사유의 기초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의미의 세계에서 하이퍼의 세계로』는 21세기의 한국 현대시의 현장에서 ‘디지털시론’과 ‘하이퍼시론’을 생산하여 보여주는 ‘새로운 시론의 묶음’이다. 이 시론집은 저자의 독창적인 면도 무시할 수 없지만, 문덕수의 시론, 김규화와의 대담 등은『시문학』을 중심축으로 한 집단적 사고의 결과물임을 보여준다. 심도 있는 토의과정과 여러 편의 예시된 시 작품들 (오남구, 김규화, 신규호 등)이 그것을 증명한다. 문덕수의 장시『우체부』에 대한 평설은 하이퍼시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평설로 평가 된다. <한국현대시의 동향과 새로움의 모색>에서부터 <공연시의 특성과 전망>까지 읽으면 현대시의 역동적이며 다각적인 모습을 조망하게 된다. 이는 심상운의 탐구력과 열정과 열린 사유의 결과라는 점에서 동시대의 시인으로서 경이감을 느끼게 한다.
Ⅱ 하이퍼 시의 개념과 정의
1965년 테드 넬슨(Ted Nelson)은 “하이퍼텍스트는 종이 위에서 손쉽게 표현할 수 없는 복잡한 방법으로 상호 연결된 글이나 그림 자료들의 조직체”라고 했다. 그는 이 조직체들이 연결(link)이라는 과정을 통해서 서로 결속된다는 하이퍼텍스트이론을 발표함으로써 문서의 열람을 자유롭게 하는 방법을 창안했다. 링크는 컴퓨터에서 여러 개의 프로그램을 하나로 연결시키는 일을 뜻한다. 문덕수는 넬슨의 하이퍼텍스트 이론을 1930년대의 이상(李箱)의 시에 대입하여 새로운 하이퍼시의 가능성을 탐색한다. 그것이 이 시론집에 인용된 문덕수의 <종이 하이퍼텍스트와 전자 하이퍼텍스트>의 시론이다. 여기서 중심이 되는 시론은 이미지의 가지치기를 가능하게 하는 컴퓨터의 링크(link)이론이다. 이 링크(link)시론은 디지털시론에 없는 새로운 시론이다. 심상운은 이런 시론의 개발을 적극수용하고 그 시론을 근간으로 하여 하이퍼시의 시론을 종합하여 구체화하고 있다. 그래서 이 시론집은 하이퍼 시론 정립의 중요 자료가 된다.
그는 하이퍼시는 가장 발전된 상태의 디지털시라고 정의한다.(217쪽) 그 이유는 디지털시의 모듈(module)과 하이퍼시의 리좀(rhizome)이 서로 결합할 수 있는 공통점을 통찰하였기 때문이다. 모듈은 컴퓨터의 최소 단위(unit)의 결합과 단절로 이루어진다. 모듈이론은 시에서의 단어와 단어의 결합과 분리, 연과 연에서의 단절과 분리를 의미한다. 어떤 단어로 대체되어도 의미성을 상실하지 않으면서 다른 단어로 교환 가능한 시의 구성 기법이다. 따라서 ‘하이퍼시’는 최소 단위(unit)가 결합과 분리를 자유자재로 하여 새로운 모듈 체계로 합성된다. 이 합성된 단어나 이미지들은 분리와 결합, 교환, 삭제가 자유롭다. ‘하이퍼 시’의 링크 기능은 ‘연결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어서 자유로운 편집기능을 갖는다. 리좀은 사방으로의 링크의 기능을 의미한다. 병렬 배치하여 평면상에서 교체 가능한 이미지들의 연결을 의미한다.
Ⅲ. 하이퍼 시의 성립 조건
심상운은 <단선구조의 세계에서 다선구조의 세계로>에서 인터넷 시대의 새로운 문학형태인 하이퍼시의 성립조건을 아래와 같이 9가지로 정리하고 있다. 이 9가지 조건은 하이퍼시가 어떤 형태의 시를 지향하고 있는지 명확하게 밝히고 있다.
1. 이미지의 집합적 결합(하이브리드의 구현)을 기본으로 한다.
2. 시어의 링크 또는 의식의 흐름이 통하는 이미지의 네트워크(리좀)를 형성한다.
3. 다시점의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캐릭터를 등장시킨다. 캐릭터는 사물도 될 수 있다.
4. 가상현실의 보여주기는 소설적인 서사를 활용한다.
5. 현실을 바탕으로 하여 현실을 초월한 상상, 또는 공상의 세계로 시의 영역을 확장한다.
6. 정지된 이미지를 동영상의 이미지로 변환시킨다.
7. 시인의 의식이 어떤 관념에도 묶이지 않게 한다.
8. 의식세계와 무의식 세계의 이중구조가 들어가게 한다.
9. 시인은 연출자의 입장에서 시를 제작한다.
이 하이퍼시의 9가지 조건들은 디지털시의 10가지 조건과 맥락을 같이 함을 알 수 있다.
1,분리와 결합이 가능한 탈관념의 언어와 집합적 결합
2, 인지단계의 관념수용
3, 현실의 샘플링과 가상현실
4, 영상성, 동시성, 정밀성을 바탕으로 한 사물 이미지의 충돌과 융합
5, 심리적 현상 속의 관념허용
6, 직관을 통한 염사 접사
7,순수한 가상현실의 증류수 같은 정서와 순수한 현실감각의 지장수 같은 정서
8,다시점 다감각의 세계지향
9, 독자 참여의 열린 시 지향
10, 동적인 영상의 시 구현
하이퍼시 성립조건의 중심을 이루는 이미지의 집합적 결합, 가상현실의 보여주기, 다시점과 동영상의 이미지, 탈관념 등은 디지털시 조건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시어의 링크 또는 의식의 흐름이 통하는 이미지의 네트워크와 시인은 연출자의 입장에서 시를 제작한다는 두 가지 조건이 하이퍼텍스트의 특징을 드러내고 있다.
그는 자신이 제시한 조건에 맞는 하이퍼시를 창작하여 시론의 중간에 인용 형식으로 발표함으로써 실험시의 진면목을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그가 시를 통해서 보여주고 있는 모듈과 리좀의 옴니버스적 구성형식은 기존의 논리적이고 설득적인 시와 비교할 때 분명한 차별성을 보여주고 있다. 그것은 논리적인 인과의 틀을 벗어난 연과 연의 불연속적인 관계가 열어주는 가상현실이 영화적인 공간을 연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심상운의 하이퍼시론의 성립조건을 수렴하고 필자가 하이퍼시를 쓰면서 현장에서 느낀 개인 경험을 토대로 다음의 5가지를 하이퍼시 성립조건으로 추가 제안해본다. 하이퍼시의 성립조건은 하이퍼시의 창작 기법이라고도 할 수 있다.
첫째, 새로운 감각의 설명적이지 않은 제목과 내용
둘째, 상상력의 공간이동과 시간이동
셋째, 추상화 기법의 디자인과 구성
넷째, 환타지성
다섯째, 실험성
필자도 2004년「물고기의 레이스 전봇대 위를 날다」라는 시를 썼는데, 그 시속에 ‘환타지성’과 상상력의 공간이동과 시간이동을 도입하였다. 환타지성은 분리와 결합, 디자인에서 새로운 감각의 추상화기법으로 하이퍼시의 성립조건을 가지고 있다. 하이퍼시는 제목과 내용이 설명적이지 않아야 하며 새로운 감각의 구성과 디자인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누군가 써 먹었던 방법이 아닌 새로운 실험성이 하이퍼적 요소기 때문이다. 따라서 하이퍼시의 성립조건은 새롭고 감각적이며 실험적이어야 하지만, 무목적성의 단어 던지기 식으로 양산된 ‘무의미’와 구별된다. 그것은 치열한 작가정신에 의한 새로운 디자인과 구성의 신선함이다. 그러므로 하이퍼시는 고정적인 시의 성립조건을 제시하여 창의성에 제한을 가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변화를 추구하면서 끊임없이 새롭고 감각적으로 바뀌어 가는 ‘창조성’이 하이퍼시의 기본조건이기 때문이다.
Ⅳ. 단선구조의 세계에서 다선구조의 세계로
이 시론집에서 주장하는 ‘다선구조론’은 하이퍼시에서 보여주는 ‘다시점’에만 초점을 맞춘 이론은 아니다. 다선구조론은 시창작 과정을 총체적이며 다각적인 복합 텍스트 이론으로 확장시킨다. 그러나 심상운의 다선구조론이 모든 하이퍼시 이론을 수용할 수 있는지는 앞으로 논의되어야 할 과제로 남을 것 같다. 필자는 시론집에 실린 심상운의 아래 시를 통하여 그의 다선구조의 한 형태를 살펴보기로 한다.
어두컴컴한 매립지埋立地에서는 새벽안개가 흰 광목처럼 펼쳐져서 나뭇가지를 흐늘쩍흐늘쩍 먹고 있다. 나무들은 뿌연 안개의 입 속에서도 하 늘을 향해 아우성치듯 수십 개의 팔과 손가락을 뻗고 있다.
그는 봄비 내리는 대학로 큰길에서 시위대들이 장대 깃발을 들고 구호를 외치며 행진하는 장면을 촬영하고 있다.
나는 그의 우렁우렁한 목소리에 끌려가다가 그가 찍어온 ‘안개 속의 나 무들’을 벽에 붙여놓고 식탁에 앉아 푸른 채野菜를 먹는다. 마른 벽 이 축축한 물기에 젖어들고 깊은 잠 속에 잠겨 있던 실내의 가구들이 조금씩 몸을 움직거린다.
그때 TV에서는 파도 위 작은 동력선의 퉁퉁대는 소리가 지워지고, 지느러미를 번쩍이던 은빛 갈치의 膾를 고추장에 찍어 먹으면서 싱싱해서 좋다고 떠드는 여자 리포터의 붉은 입이 화면 가득 확대되었다.
―심상운, 「안개 속의 나무 또는 봄비」전문
위의 시는 ‘먹는다’는 동사를 중심어로 하고 있다. 하이퍼시의 링크의 기능을 살려 1연은 3연을 링크하고, 4연을 계속 링크한다. ‘먹는다’는 중심어는 1연의 ‘나뭇가지를 먹고 있는 새벽안개’에서 3연의 ‘야채를 먹는다’를 링크하고, 4연의 ‘은빛 갈치의 회를 고추장에 찍어 먹는 여자 리포터’를 링크한다. 각각 다른 사물과 사건을 링크하면서 ‘다시점’ 구조를 형성한다. 2연은 전혀 낯선 ‘행진하는 시위대’를 등장시켰다. 복합적 구조를 가지고 다른 연과 독립적이다. 그러나 ‘먹는다’는 행위를 직접 행동으로 취하지는 않지만, ‘행진하는 시위대의 구호’는 ‘먹고 살게 해 달라’는 1차적인 생존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먹는다’와 포괄적으로 통합된다. 작가가 연출자의 입장에서 시를 제작했음을 알 수 있다. 무의식의 자동기술 기법으로 시를 쓴 것이 아니라 ‘의도성’을 가지고 디자인했음을 알 수 있다. 지금까지의 아날로그 시와 차별화된 구조를 가지고 있다.
1-4연은 각각 독립된 내용으로 옴니버스 형식의 소설구조를 가지고 있다. 가상현실의 사건과 소설적인 서사 구조를 갖고 있다. 그러나 각 연들이 결합하여 삶의 생생한 ‘현장성’을 부각시킨다. 특히 무생물과 사물에 ‘인식’과 ‘의식화’를 시켜 ‘행동성’과 ‘운동성’을 갖게 하였다. 1연의 ‘새벽안개’가 ‘나뭇가지를 흐늘쩍흐늘쩍 먹고 있’고 3연의 ‘실내의 가구들’이 ‘조금씩 몸을 움직거리고’ 4연의 ‘여자 리포트의 붉은 입’은 ‘확대’ 된다. 사물에 ‘움직임’이라는 동작을 줌으로써 무생물에 생기와 운동감을 주어 시를 감각적이게 한다.
또한 위의 시는 작가의 주제를 부각시키려는 목적성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사실과 상황만을 그대로 ‘보여주기’하고 있다. 왜? 무엇을? 이라는 질문을 할 수가 없다. 작가의 주관과 주제의식이 배제되었다. 아니 혹은 숨겼을지도 모르지만 현장을 객관적 ‘리포터’의 입장으로 전달할 뿐이다.
이 시는 4연의 시를 독립적으로 분리하여도 한 편의 시가 될 정도로 복합적인 구성을 가지고 있다. 또한 뉴스를 보는 것처럼 생생한 ‘현장성’이 있다. 이 시는 ‘먹는다’와 ‘뻗는다’의 중심어가 여러 상황을 ‘파생적’으로 ‘보여주기’하고 있다. 상상력과 연상작용을 하여 공상의 세계로 독자를 인도한다. 이미지의 집합적 결합의 새로운 감각의 ‘보여주기‘ 하이퍼시다.
「안개 속의 나무 또는 봄비」는 그가 주장하고 있는 하이퍼시의 요건인 9가지 다선구조론을 모두 충족시키고 있는 것으로 인식된다. 새로운 시가 먼저 탄생하고 후세에 비평가들이 ‘문예사조’와 '이즘(-주의)을 붙이는 것이 순서인데, 심상운은 자신이 쓴 시를 자신이 직접 분석하여 자신이 창안한 시창작 기법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 새로운 기법의 더 많은 하이퍼시들이 창작될 것이고, 그 시들은 또 새로운 ‘-이즘’으로 이름이 붙여질 것이 때문에 하이퍼시의 창작 기법은 ‘과정 중’에 있고 말할 수 있다.
Ⅴ. 이슈- 공연시의 특성과 전망
<공연시의 특성과 전망>은 ‘경계 허물기’와 ‘통합하기’를 통해 시를 언어(문자)에서 해방시키는데 앞장서고 있다. 시는 문자(문학)만을 고집하지 않고, 연극과 무용, 음악과 통합하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예술작품을 비롯한 문화현상들은 형식이 내용을 만들고 변화시킨다고 한다. 형식은 내용을 만들어내는 창조의 용기이기 때문이다. 시인은 전문가적인 정신과 열정으로 온몸으로 공연하여 ‘열린 시 운동’을 펴서 시를 표현예술로 승화시켜 종이에서 해방된 시는 뜨겁고 빛나는 행위예술로 거듭나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그가 창안한 각색시(脚色詩)는 하이퍼시와는 다른 관점에서 시와 연극을 결합한 독창적인 시 형태라는 점에서 평가 받아야 한다고 생각된다.
그의 공연시의 특성과 전망은 현실 속에서 구현되고 있다. 신규호가 <남산 문학의 집>에서 <좋은시 공연회>라는 타이틀을 걸고 시와 무용, 연극, 음악, 퍼포먼스와 결합시켜 통합예술로 승격시켜 선각자로 공연시 보급 운동을 활발하게 펼치고 있으며, 종각역 <반디앤루니스 서점> 전시실에서는 시와 사진의 만남인 <사진에 기대어 시를 보다>의 전시회를 세 번째 개최하고 있다. 앞으로 이와 같은 통합예술의 기회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필자도 <좋은시 공연회> 회원으로 <퍼포먼스 시>를 발표하며 시의 공연화에 고심하고 있다.
시의 낭송도 이제는 목소리만으로 전달하던 아날로그적 태도에서 벗어나야 할 것이다. 연기와 무용, 서화, 미술, 노래, 퍼포먼스 등 자신의 끼와 재능을 하이퍼적으로 발휘하여 통합예술로 승격시켜야할 것이다. 가수의 무대공연처럼 조명과 무대장치, 백댄서까지 동원하여 버라이어티 쇼를 꾸밀 수 있는 날을 기대해 본다. 그리고 시인들도 펜을 몰고 다니며 공연할 날을 꿈꿔본다. <공연시의 특성과 전망>은 시의 사회적 영역을 확대하는데 큰 에너지를 주고 있다.
Ⅵ. 결론
심상운의 시론집『의미의 세계에서 하이퍼의 세계로』는 1930년대 이상(李箱)의 시, 1960년대의 조향의 시와 문덕수의『선· 공간』의 시편들을 출발점으로 삼고 있는 초현실적인 모더니즘의 시론이다. 2000년대 오남구와 심상운의 대화는 디지털시론을 생산하는 원천이 되었으며, 문덕수의 ‘이미지의 집합적 결합’은 하이퍼시의 이론적 모태가 되었다고 여겨진다. 여기에 「시문학 」출신 시인들의 집중적인 토론이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였다. 이 시론집에 실린 <김규화와 심상운의 대담-하이퍼텍스트 지향의 동인지>, <문덕수와 심상운 대담-한국시의 동서남북 2>, <신진과 조명제의 대담-하이퍼시의 가능성> 등은 하이퍼시에 대한 집중적인 관심과 논의가 얼마나 치열했는가를 보여준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심상운은 끊임없이 연구하고 직접 실험시를 창작하여 새로운 하이퍼시의 성립조건 9가지를 제시하여 하이퍼시의 구조를 정리하는 성과를 이루었다. 그는 디지털시와 하이퍼시를 말하기 전에 <탈관념시의 이해>를 통해서 관념(의미)과 탈관념(무의미)의 경계선을 분명히그었으며, <하이퍼시에서 상상과 공상 그리고 정서의 문제>에서는 하이퍼시의 바탕이 상상과 공상이라는 것과 정서의 표현 방법을 예시하고 있다. 앞으로 이 하이퍼시의 영역이 한국현대시에 머물지 않고 세계적으로 뻗어나갈 것을 상상해본다. 그 근거는 하이퍼시가 새로운 감각과 자극을 주는 앞서가는 시 창작 기법이기 때문이다.
하이퍼시를 생산하기 위한 실험은 계속되어야 한다. 심상운의 『의미의 세계에서 하이퍼의 세계로』시론집은 한국시사에서 ‘하이퍼시의 공간’을 만드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그리고 계속 도전을 받을 것이다. 고정된 시의 틀을 벗어나는 것이 하이퍼시의 목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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