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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9월 17일 19시 59분  조회:4789  추천:0  작성자: 죽림
 

Ⅱ. 문단시가

 

  현재까지 발굴된 자료에 의하면 우리의 문단시가는 1920년대의 《민성보(民聲報)》1) 등에서 가장 먼저 시작된것으로 알려졌다. 1930년대에 들어서면서는 《간도일보(間島日報)》 등에서 그 맥이 이어지지만 남아서 전해지고있는 작품은 극히 드물다. 따라서 본격적인 검토는 아무래도 자료가 많이 남아있는 《북향(北鄕)》지와 《만선일보(滿鮮日報)》 등 신문 잡지와 1940년대 초반에 간행된 《만주시인집(滿洲詩人集)》과 《재만조선시인집(在滿朝鮮詩人集)》 등 2권의 시선집에 근거하여 하는수밖에 없을것 같다. 그러다보니 당대에는 별로 인정받지 못하였고 작품도 몇편 발표하지 않았지만 그들 사후에 주옥같은 시편들이 발견되여 세상에 나온 시인들의 작품은 논외로 할수밖에 없었다. 윤동주와 심련수의 시가 이에 속하는데 아쉽지만 다음 기회를 약속할수밖에 없을것 같다.

 

  1. 《민성보》시기의 시작품

 

  《민성보》에 게재되였던 시작품으로 현재 전해지고있는것은 겨우 9편이다. 3년여에 걸쳐 발행되였던 신문에는 이보다 훨씬 많은 작품들이 게재되였을것으로 짐작되는데, 겨우 9편의 작품으로 그 전모를 파악하기는 어렵다. 이 작품들은 민성보를 통해 활동했던 우리 시작품의 한 단면을 보여줄뿐이다.

  백악산인(白岳山人)의 《朝鮮心》에서는 이주민의 고국이 조선에 대한 절절한 애국심을 표현하고있다. 4련으로 된 이 작품의 3련과 4련을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동무야 아느냐 조선의 마음은---

겨레의 피를 한데 빚어서

곱곱이 옥맺힌 원한의 가슴에

신(新)의 꽃을 피우게 하려니

「님」의 빛갈이 아무리 고와도

온누리 사람이 죄다--따러도

님의 마음은 변할길 없노니

설음을 걸고 안위를 감(간)직해

조선의 「미(美)」를 깊이 맛보라

 

동무야 아느냐 조선의 마음은---

겨레의 혼을 한데 뭉쳐서

나날이 빛나는 진역(震域)의 터전에

새로운 성탑(聖塔)을 높이 쌓려니

악마의 벽력이 되거퍼 내려쳐

희생의 선풍이 이땅을 삼키어도

님의 정화(精華)는 꺼질길 없노니

락망을 버리고 용기를 내여

한토(韓土)에 「한빛」(韓光)을 길이 밝히라2)

 

  여기서 조선의 마음은 만고불변의 존재이다. 이는 역설적으로 조선의 마음이 변화의 위기를 맞고있음을 의미한다. 특히 《악마의 벽력이 되거퍼 내려쳐/희생의 선풍이 이땅을 삼키어도》라는 표현에서 그점은 충분히 감지된다. 나라의 근본, 겨레의 정체성을 지키려는 민족주의적인 의지가 잘 반영되였다 하겠다.

  그러나 민족주의적인 사상리념이나 의식이 드러난 작품은 이 한편밖에 없다. 가령 초래생(初來生)의 《단오(端午)》나 김근타(金根朵)의 《밤》, C.S.C의 《언니를 그리며》, 남문룡(南文龍)의 《백색테로》 등 작품은 계급적리념이 짙게 드러나는 작품들이다. 초래생의 《단오(端午)》3)에서는 단오명절을 맞아서도 아이에게 새옷은 물론 과자마저 사먹이지 못하는 병든 어머니의 애탄 사정을 그리면서 《차라리 생명을 땅에 두며/인간의 모든날을 전취하야/우리의 명일(名日)을 만들 때까지》 투쟁하여 혁명을 이루어야 한다는 계급혁명의 리념과 의지를 표현하고있다. 김근타의 《밤》에서도 사회적약자인 어린애를 빈곤상징의 형상으로 리용하고있고 또 비슷한 주제를 다루고있으나 좀더 구체적이고 상황이 절실하다.

 

밤은 깊어 집집에 등불은 켜지고

하늘우에 별들도 반짝거리건만

맥없이 늘어진 그는 별조차 보지 못하였다

배고파 잉-잉 밥달라 우는 어린애

세네때 굶주린 어머님에게 어찌 젖이 있으랴

오! 우는 그 애를 어찌 달랠것인가?

 

곁집에선 저녁연기 끊은지 오라고

뒷산에 부엉새는 깊은밤을 노래하는데

때지난 이때 누구의 집에서 한술밥 얻어오랴

여전히 울고있는 어린애는 말끝마다 밥주--

한숨짓는 부모의 간장 다 녹여내리나니

긴긴 여름밤 또 어찌나 새워보내랴

  1930년 5월 7일 밤에4)

 

  《밤》의 전문이다. 어린애는 배고파 밥달라 하는데 어머니는 굶주려 맥없이 늘어져있다. 게다가 밥 한술 얻어올수도 없는 상황이다. 그러니까 이들 두 작품은 못가진자의 빈곤한 삶의 양상을 계급적시각에서 그리고있다 하겠다. 빈곤상황의 제시는 계급의식의 표현이나 공산주의, 사회주의리념의 구현에서 흔히 사용되는 방법이다. 못사는 민중을 의식화시킴으로써 계급혁명을 이루려 하였던것이 이때 사회주의운동의 기본적인 목적이였기때문이다. 그것이 확장된 형태가 바로 녀성해방과 피압박민중의 국제적인 련대가 될것이다.

  C.S.C의 《언니를 그리며》는 작품말미에 《이 글을 삼가 P.A.S.I.께 드립니다》《-1928.5.1 룡정을 떠나며》라는 부연설명을 붙일 정도로 사적인 정서를 나타내면서도 주제의식의 측면에서는 오히려 녀성해방이라는 공적인 리념을 표현하고있다.

 

(전략)

 

언니는 멀리가서 돌아올길 없아오매

녀성층(女性層)--매인줄이 그나마 풀어질듯

내가슴에 피는 꽃도 웃음이 간곳없고

뭇아가씨 뛰는 그네줄 한가닭 또 처지네

 

선구의 저 멍에를 누가 바로 멜손고

해방의 질(길)삼을 누가 다시 짤런고

찬서리 어린몸을 둘곳조차 바이없어

악마의 푸른매를 내 홀로 맞으려니

철없은 뭇아가씨 내팔잡고 울고있네

 

동무야 우지마라 언니뜻을 지켜서도

녀성들아 무서워말라 언니용맹 간직해서

힘차게 뛰여올라 처진줄 다시잡고

한달음에--올라서리-녀권(女權)의 무대우로

(이 글을 삼가 P. A. S. I.께 드립니다)

---1928.5.1룡정을 떠나며5)

 

  여기서 《언니는 멀리가서 돌아올길 없아오매/녀성층(女性層)-매인줄이 그나마 풀어질듯》이라는 표현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언니가 멀리 가서 돌아올길이 없다는것은 언니가 죽었다는 의미가 되겠고 녀성층에게 매인 줄이 그나마 풀어질듯하다는것은 언니가 그러한 녀성층에게 매인 줄을 풀어내기 위해 투쟁하다가 저세상 사람이 되였다는 말로 리해할수가 있다. 《선구의 저 멍에를 누가 바로 멜손고》라는 표현은 이런 사실을 뒤받침해준다. 또한 마지막련에서 언니의 뜻을 지키고 언니의 용맹을 간직하여 녀권의 무대우로 한달음에 올라서자는 다짐은 이런 추측을 또다시 확인해준다. 작품에 나오는 《줄》은 두가지 의미를 지니는것 같다. 《녀성층-매인줄》에서의 줄은 녀성의 정신과 행동을 졸라매고있는 봉건적인 질곡이나 억압을 의미할것이다. 그래서 그것은 풀어야 할 줄로 표현되고있는것이다. 줄의 또다른 의미는 《뭇아가씨 뛰는 그네줄 한가닭 또 처지네》에서의 줄이 되겠는데 《힘차게 뛰여올라 처진줄 다시잡고》라는 표현에서 알수 있는바와 같이 이때의 줄은 혁명의 의지와 용기, 신념 등을 상징하고있는것 같다. 그 줄을 잡고 녀권의 무대우로 한달음에 올라서자는 다짐이 그것을 반증해준다.

   C.S.C의 《언니를 그리며》가 사회주의운동이 지향하는 녀성해방 혹은 녀권신장의 주제를 표현했다면 남문룡(南文龍)의 《백색테로》는 세계 피압박민중의 공동전선과 반파쑈투쟁의 주제를 다루고있다 하겠다.

 

지구의 우현(右弦)은

백색의 가을---

반동의 불길이 탄다.

 

(중략)

 

《부르쥬아가 망하나

피압박민중이 망하나》

결전의 날은 갓까왔다.

인류의 최후의 스테로멘트

동경의 지옥!!

반도의 ○○!!

4억의 ○○!!

혁명의 전야는 왔다.6)

 

  총 8련으로 되여있는 《백색테로》의 제1련과 제8련이다. 파쑈의 전쟁광적악행을 백색테로로 규정하고 피압박민중의 반전쟁, 반테러 혁명으로써 이에 대응해야 한다는 주제의식을 표현하고있다. 이는 항일구역에서의 항일가요의 주제의식과 맥이 통하는것이다. 이 작품에서 근본적인 대결은 부르죠아와 피압박민중이다. 《인류의 최후의 스테로멘트》라는 표현에서 볼수 있는바와 같이 이 작품에서 부르죠아와 피압박민중의 대결은 어느 한 지역, 한 국가에 한정되지 않는다. 제2차세계대전에서 파쑈의 세계적련대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피압박민중의 전세계적 련합전선을 형성해야 한다는 사상이 바탕에 깔려있다 하겠다. 사회주의리념의 확장인셈이다.

  이 작품에서 다시 주목되는 부분은 《반도의 ○○!!/4억의 ○○!!》라는 표현이다. 여기서 《○》로 표시된 부분은 해독불가부분인데 아무래도 《동경의 지옥》이라는 이미지와는 상반되는 개념일것으로 짐작된다. 더 중요한것은 여기서 《반도》와 《4억》의 의미다. 반도는 아무래도 조선반도를 가리킬것이니 한민족을 지칭할것이다. 그리고 4억은 중국인을 가리킬것이다. 그렇다면 이는 이주민으로서의 정체성 인식이 은연중에 드러난것이 된다. P.A.S의 《流浪人》7)에 나오는 《하발령》, 《호인옷》 등도 그러한 정체성의 인식을 드러낸것이라 할수 있다. 이 경우 가장 대표적인 작품은 아무래도 근파(根坡)의 《님을 찾으며》8)가 될것 같다.

  이 작품에서 화자는 님을 찾아 《이땅》을 찾아왔다고 했다. 여기서 《이땅》은 조선족의 이민지인 중국 동북땅임에 틀림없다. 《북관--천리길》, 《봄들은 여진땅》, 《동솟은 모아산》 등의 이미지가 이점을 확인시켜준다. 비록 화자는 님을 찾아 이민지에 왔다고 했지만 《불원천리 이 내마음 불현듯 꺼져질듯/되돌아가랴하니 눈물 먼저 앞을 서오》라는 마지막 두행의 하소연을 읽고나면 독자의 립장에서 느끼는것은 시적화자의 사적인 정감만이 아니라 이주민의 고난이라는 공적인 정서가 되는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작품은 님을 그리는 애절한 마음과 이민의 설움을 하나의 정서속에 담고있다 하겠다.

  작자미상의 《燕歌解》는 병상에 누운 화자의 향수를 제비의 노래에 대한 나름대로의 해석이라는 방식으로 풀어내고있다. 향수라는것은 고향 혹은 고국을 떠나온 이주민의 이중적정체성을 보여주는 한 현상이다. 즉 이주민에게 있어 향수는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자 곧 고국에 대한 그리움이 된다는 말이 된다. 따라서 이 작품도 이주민의 정체성 인식을 보여준 작품이라 할수 있다. 그러나 이 작품에서 보다 주목되는 점은 형식적인 측면에서의 실험이 아닐가 한다. 형식적실험의 흔적은 제비의 노래를 해석한 작품의 후반부에서 찾아볼수 있다.

 

(전략)

《배달의 청년아 청년아(솔솔솔 미미레 미미레)

우리는 옛집을 찾는데(미레도 솔솔솔 미레도)

너는 누워서 앓기만 하느냐(미레도 미레솔 미레미레도)

풍만루(風滿樓)하고 우장래(雨將來)한다(라라라 솔솔솔솔솔솔)

너는 장차 어디로 가려나(라라 솔솔 미레도 미레도)

너도 어서 집을 찾어라》(라라 솔솔 미레도 미레도)9)

 

  그러니까 화자는 제비의 노래속에서 고향과 고국땅을 떠나 이민지에서 살아가는 자신의 운명을 엿듣고있는셈이다. 《녕고탑동경성련화포 병상에서》라는 말미의 설명으로 보면 병상에서 쓴 작품이 되는데, 아마도 그러한 병상생활이 시인에게 이러한 기발한 실험의 계기를 마련해준것이 아닌가 한다. 그 실험의 의의가 얼마나 큰것인지를 떠나서 이런 실험 자체가 우리 시의 발전사에서는 의미가 있는것이다.

  비록 자료적인 한계때문에 이 시기 시문학의 전모를 평가할수는 없으나 현재 남아있는 작품으로만 보면 《민성보》시기의 시문학은 예술적인 성취도가 높다고 보기 어렵다. 어떤 측면에서 보면 의식과잉, 리념과잉의 문제점들도 로출되고있다 하겠다. 그러나 그 시기 렬악했던 문화환경에서 이 정도의 시문학이 이루어졌다는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으며 특히 일제가 《9.18사변》을 도발하여 중국의 동북땅을 강점하기 직전에 이루어진 문학이여서 그 이후의 문학과는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는 측면에서 문학사적으로 충분히 의미를 지닌다 할수 있을것이다.

 

  2. 《북향》시기의 시작품

 

  《민성보》이후 한동안은 당시 발행되였다고 하는 《간도일보(間島日報)》, 《만몽일보(滿蒙日報》 등 발표지면들이 산실되고 현재까지 발굴된것이 없으므로 시문학의 립장에서 보았을 때 《민성보》시기를 이어주는것은 1935년에 창간된 문예동인지 《북향(北鄕)》시기의 작품들이다.

  룡정지역에서 발행된 문예동인지 《북향》은 1935년에 1호를 내고 1936년에 2-4호를 냈다고 하는데 현재 전해지고있는것은 1936년의 2호부터 4호까지 모두 3권이다. 문예종합지로서 시, 수필, 소설, 희곡, 비평 등 여러 쟝르의 작품들이 두루 게재되여있으나 편수를 따지면 역시 시작품이 가장 많다. 동요와 번역시까지 포함하여 모두 43편의 시작품이 게재되였다. 30쪽안팎의 문예지 3권에 43편의 시가 게재되였으니 시작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히 크다 할수 있다. 그러나 거의 반 정도가 학생들 작품이고 성인의 작품이라 해도 이름이 알려진 사람은 강경애, 박계주, 천청송, 신상보 정도가 되는데, 강경애는 작가생애의 출발을 시로 시작했으나 소설로 성공한 경우이고 박계주 또한 소설로 성공한 작가이다. 그러면 천청송과 신상보가 시인으로는 알려진편이지만 이 시기에는 별로 좋은 작품이 없다. 이점은 《민성보》의 경우와 차이가 난다. 《민성보》의 시들도 시적인 세련미는 미흡하지만 주제의식의 측면에서는 현실성과 사회성이 뚜렷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향》시기의 시작품이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것은 《학생시단》 코너에서 볼수 있는바처럼 시단의 예비시인층의 형성때문이 아닐가 한다. 나중에 《만선일보》시기에 들어서면서 시단이 활기를 띠고 진정한 의미에서의 이주민시문단을 형성할수 있었던것은 이른바 《문화부대(文化部隊)》로서 이주해온 기성문인들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이와 같은 예비력량의 존재에도 크게 의존하고있는것이다.

  먼저 강경애(姜敬愛)의 《斷章》10)을 보자. 화자는 함박눈이 내리는 밤에 님이 떠날 때 하던 말이 떠오른다고 했다. 그래서 한밤중에 깨여나 뜨락을 헤매며 서성거렸다고 하고는 님께서 그토록 차고 매웠기에 눈길을 떠나신가 한다고 했다. 그리고 님은 다시 돌아오지 못할 길을 떠났다고 하면서 님이 그리운 마음을 소리없이 내리는 눈발속에 기탁하고있다. 어느 정도 감흥도 있고 시어들도 정제된편이지만 성숙된 주제의식은 보이지 않는다.

  박계주(朴啓周)의 《엿장사》11)는 그와는 달리 주제의식이 매우 뚜렷하다. 차가운 눈보라치는 한밤중에 엿장수의 엿사구려소리가 울린다고 분위기를 잡아놓고는 다음과 같이 화자의 감흥을 표현한다.

 

(전략)

 

엿사구려 가위에 달빛이 절커ㄱ-절커ㄱ-

힘없이 떨리는 그소리 九天에 사모침이여

來日의 죽 한그릇도 이 밤의 勞苦에 잇것만.

 

차듸찬 달을 우러러 焦燥히 섯던 그의 눈瞳子에

妻子의 우름소리 기여들제

그 刹那의 한숨은 地心을 푸ㄱ- 푸ㄱ- 찌른다.

 

  엿장수의 고단한 삶의 모습을 동정하는 화자의 의식을 쉽게 엿볼수 있다. 이런 의식은 《민성보》시기 시가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사회주의리념에 근거한 계급의식과 맥이 닿아있는것처럼 보인다. 일제강점이라고 하는 시대적인 변화에 따라 그런 리념의 표현이 숨어버리고 소외자에 대한 동정이라는 형태로 재현된것이라 할수 있다.

  나중에 《만선일보》에서 활발한 활동을 벌렸던 시인 천청송(千靑松)은 이 시기에 《꿈 아닌 꿈》을, 신상보(申尙寶)는 《短詩三章》12)과 동요 《눈》13), 등 작품을 《북향》에 발표하고있다. 신상보의 작품은 미숙성이 뚜렷하므로 언급을 피하고 천청송의 《꿈 아닌 꿈》을 들어보이면 다음과 같다.

 

고요한 밤

날러드는 시산한 꿈길-

하-얀 이 손으로

흙무든 그 손길을 잡고

안놓기를 맹서하였드니만……

때아닌 모진 추위에

그 손길을 놓시(치)리라고야!

차라리 그 손을 잡은채

이 손길이 얼엇든들

차디찬 이 손

그 손 찾어 헤매는 이 손길엔

빈 허공만이 만저질뿐……

덧없는 꿈 아닌 꿈

이같은 꿈이 우리에겐 그 얼마나 많든가?

                一九三六. 二14)

 

  박계주의 《엿장사》와는 주제적으로 같은 경향을 보이지만 좀더 은유적이고 세련된 시적언어로 표현되고있다. 이 시에서 키워드는 《손》과 《꿈》이다. 《하-얀 이 손》은 아무래도 지식인을 상징할것이고 《흙무든 그 손길》은 농민을 상징할것이다. 그렇다면 이 두 손의 맞잡음은 지식인과 농민의 결합을 의미할것인데 《때아닌 모진 추위》때문에 그 손을 놓치고말았다고 했다. 이때 《때아닌 모진 추위》는 이들의 결합을 방해한 어떤 힘이나 세력이 될것인데 1936년이라는 시대적상황을 감안하면 아무래도 일제의 폭압에 의해 그러한 지식인과 농민의 련대가 파괴되였음을 의미할것이다. 그래서 이제 련대를 잃은 지식인의 고립된 처지를 한탄하고있는것이다. 상당히 혁명적이고 저항적인 주제의식을 드러냈다고 할수 있지만 여러가지 복잡한 시적인 장치를 동원한까닭에 일제의 검열을 피할수 있었지 않았나 생각된다. 그리고 그러한 검열이 없다고 해도 이러한 시적인 장치는 시가작품의 함축성과 표현력, 그리고 미학적인 효과에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하고있는것 같다.

  《북향》지의 시작품중에 상당히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학생시》는 기본적으로 습작품의 수준을 넘지 않는다. 치기와 감정과잉, 표현의 단순화 등이 이들 학생시의 기본적인 특징이라 하겠는데 그중에서 시적인 표현을 시도하고 또 어느 정도 문제의식을 보여준 작품이라 할수 있는 대성중학교 최봉록(崔奉錄)의 《思鄕》을 들어보이면 다음과 같다.

 

故鄕!

  나의 故鄕은!

    나는 이같이 목메어 부른다오

      그러나 故鄕은 對答좃차 없구려

  ×  ×  ×

이때나 저때나

  故鄕消息 있을까 기달여도

    기럭이 소래좃차

      안들이나니

오! 우리는 永遠히 故鄕을 등저야 하는가!!15)

 

  과잉된 감정을 직설적으로 표현하는것으로 특징지어지는 이 시기 학생시중에서는 그나마 시적인 표현이 얼마간 엿보인다 하겠다. 즉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고향소식을 들을길 없다는 의미를 기러기소리조차 안들린다는 비유로 표현함으로써 주제의식이 좀더 시화되였다 할수 있는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행에서 《우리는 永遠히 故鄕을 등저야 하는가!!》라는 격한 부르짖음은 이주민의 서러운 정서를 표현한것이여서 문제의식을 띠고있다 하겠다.

  그러나 다수의 학생시 작품들은 이 정도의 표현이나 문제의식도 갖추지 못하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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