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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호 / 김관웅
2015년 10월 03일 17시 49분  조회:3907  추천:0  작성자: 죽림
[평론]

한국 동시와 연변 김철호의 동시

                                                  /김관웅


성인시에 못지 않게 한국 동시도 중국조선족 동시창작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최룡관씨는《한국 명동시 감상시리즈》라는 글에서 한국의 김완기, 신현득, 김진태, 최춘애, 허동인, 오순택, 김희정, 리효선, 리건호, 서덕출, 김사림, 강현호, 리국재, 문삼석, 리석장, 김종영, 리동식, 정형택, 정춘자, 서효석, 리화주, 최장길, 김용웅,우두섭, 최계락, 황애경, 정혜진, 김구연, 리은용, 리상문, 황베드로 등 수십명의 한국 동신인들의 명동시들을 중국조선족 독자들에게 소개하는 작업을 꾸준히 해왔다. 그리고 한국의 단체나 개인들이 기증한 도서들에도 동시들이 상당수 포함되여있다. 이리하여 한국 동시는 중국조선족의 동시창작에 깊은 영향을 끼치게 되였는데 김철호의 사례 하나만 들기로 한다.
먼저 연변 김철호의 동시집《꽃씨의 이야기》(2002년)에 수록되여있는《시내물》을 보기로 하자.
 
건너 골짜기에서
흘러온 이야기와
이웃 골짜기에서
흘러온 이야기가
다리목에서 만나
더 큰 이야기 주고받으면서
더 큰 이야기 만들어간다
ㅡ김철호《시내물》전문
 
(이 례문에서의《더 큰 이야기 만들어간다》는《더 큰 이야기 만들러 간다》이다. ㅡ김철호)
 
이 시는 김철호의 대표작중의 하나로 절찬을 받은 시였다. 김철호의 동시탐구호에서 많은 시우들이 입을 모아서 칭찬했던 시이다. 김철호의 시는 한국 박두순의《말하는 비와 산과 하늘》의 마지막 련에서 그 어떤 힌트를 받지 않았는가 추측케 한다.
 
……
건너 골짜기에서 실려온 이야기와
이웃 골짜기에서 걸어온 이야기가
내 몸의 푸른 대문을
활짝 열고
맑은 음성으로
걸어 들어온다.
ㅡ박두순《말하는 비와 산과 하늘》의 일부
 
이 시련에서의 핵은 바로 “건너 골짜기에서 실려온 이야기와/이웃 골짜기에서 걸어온 이야기”이다. 김철호는 이 핵을 점철성금(点鐵成金)의 수법으로 슬쩍 에돌려서 교묘하게 부연하여 시를 만들어냈지 않았을가.
김철호씨의 동시《메아리》도 한국 동시의 핵을 빼어다가 점철성금의 수법으로 묘하게 에돌린 시가 아니겠는가 하는 의심이 들게 하는 작품이다.
 
미워 미워 하니
미워 미워 한다
나빠 나빠 하니
나빠 나빠 한다
 
한마디도 지려하지 않고
콕콕 쏘아대는
심술꾸러기
내 동생같구나
ㅡ김철호《메아리》전문
 
이 작품은 한국 박두순의 동시집《누군가 나를 지우개로 지우고있다》에 수록된《메아리》와 아주 류사하다.
 
산을 향해
사랑한다 소리치면
산의 가슴에
갸웃 귀대여보고
사랑한다!
산의 마음 전하는 메아리
ㅡ박두순《메아리 1》
 
산을 향해
미워한다 소리치면
산의 가슴에
갸웃 귀대여보고
미워한다!
산의 마음 전하는
메아리
ㅡ박두순《메아리 2》전문
 
박두순은 아이들에게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는 이 시적인 주제를 메아리라는 이 청각적이미지에 담아서 표현했다. 김철호는 바로 이 주제에서 어떤 힌트를 받았지 않았겠는가 하는 의심을 하게 된다. 김철호가 한국동시에서 힌트를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되는 실례를 하나 더 보기로 하자.
 
가지 없어도
노랗게 피고
 
뿌리 없어도
하얗게 핀다
ㅡ김철호《나비》전문
(이 례문에서의《가지 없어도》와《뿌리 없어도》는《가지 없이도》와《뿌리 없이도》이다. ㅡ김철호)
 
김철호가 모본(募本)으로 삼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되는 한국 선용의《동심시집》에 수록된《벚꽃》을 보기로 하자.
 
가지마다
날개를
파닥이는
 
나비
나비
흰나비
 
어제밤
놀러나왔다가
돌아가지 않는
 


하얀 별
ㅡ선용《벚꽃》
 
김철호는 “나비를 가지도 없고 뿌리도 없어도 피는 꽃”이라고 비유를 했다면 선용은 “벚꽃을 공중에서 나는 흰 나비와 하늘에 떠있는 하얀 별”에 비교했는데, 이 두 시에서는 다만 원관념과 보조관념을 서로 바꾸었을따름이다. 녀자는 꽃이라는것을 꽃은 녀자라고 바꾼것이나 별반 다름이 없다.
시적인 주제에서 힌트를 받는것도 문학영향의 중요한 종류의 하나이다. 그 가장 전형적인 실례를 김철호동시집“연필 숨쉬는 소리”에 실려있는 김철호의 련작동시《뿌리.1》과《뿌리.2》에서 찾아볼수 있다.
 
꽃이 아파하는걸
뿌리는 안다.
 
줄기가 괴로워하는걸
뿌리는 안다.
 
이파리가 고뿔에 걸린걸
뿌리는 안다.
 
열매가 벌레 먹는걸
뿌리는 안다.
 
깊은 땅속에서도 다 알고
속 태우며 헤매인다.
ㅡ김철호《뿌리.1》전문
 
 
꽃들이
자기가 젤이라고
우줄렁 거릴 때
뿌리는 눈감아준다
 
줄기며
열매들이
제노라고 다툴 때에도
뿌리는 못들은체 한다.
 
씨앗이 떨어져
뿌리내리면
모든 사연 알겟는데 뭐
 
그래서 뿌리는
금시 모르는체 한다
ㅡ김철호 《뿌리.2》전문
 
우리는 김철호의 련작동시《뿌리.1》과《뿌리.2》의 주제를 다음과 같이 리해할수 있다. 즉 뿌리는 줄기가 자라게 하고 꽃이 피게 하고 열매가 맺히게 하는 생명의 근본이지만 언제나 숨어서 자기를 나타내지 않는  “숨은 영웅”이라는것이다. 이러한 시적인 주제를 우리는 한국시단의 최고어른이였던 구상의 시집《인류의 맹점에서》에 살려있는 련작시《뿌리頌.1》과《뿌리頌.2》에서 발견할수 있다. 아래에 구상으 련작시 원문을 그대로 옮긴다.
 
《뿌리頌.1》
 
구상
 
한겨울 아파트 뜰에
크고 작은 나무들이
빈 가지를 뻗치고 서있다
 
말할 나위도 없지만
저 해골처럼 뻣뻣하고
앙상한 가지의 나무들이
오늘의 생명을 유지하는것은
꽁꽁 얼어붙고 굳어버린 땅밑의
뿌리들이 살아있기때문이다.
 
만일 그 뿌리들이 말라죽고
얼어죽고 썩어버려서는
오는 봄부터의 새순도, 새잎도
새 가지와 새 꽃과 새 열매도
어찌 바랄수 있으랴
 
그리고 뿌리는 저런 땅위
계절의 조화와 그 번성속에서도
자신의 떡잎새나 마른 나무가지나
빙충이 꽃이나 쭉정이 열매를
탓하거나 아랑곳하지 않으며
락화나 락과나 락엽에도 미련 없이
오직 시간의 흐름을 묵묵히 기다린다.
 
또한 뿌리는 기둥이나 줄기의
권력과 같은 위력이나 위세,
무성한 잎새의 재물과 같은 풍요,
꽃의 영화나 열매의 공적과 보응에
집착하거나 탐함이 없이 실로 무심히
오직 자기 생명의 영위와 그 확충에
휴식을 모르는 전력을 기울이고있다.
 
오오, 뿌이릐 더할 나위 없는 숨은 공덕
 
우리 인간의 마음의 뿌리도
저 나무의 뿌리를 닮을진저
ㅡ구상《뿌리頌.1》전문
 
 
나는 아파트 봄 뜨락
등나무 밑 벤치에 앉아
서로가 함성을 지르듯 늘어서있는
 
느티, 은행, 벚, 매화, 목련, 오동, 포플러, 버들,
플라타너스, 자귀, 온사시, 개나리, 진달래,
철쭉, 라일락 나무들과
앞뒤 잔디밭에 제풀에 돋아있는
민들레, 제비꽃, 씀바귀, 물망초 냉이,
토끼풀, 돗나물, 질경이, 강아지풀들의
새순과 새잎, 새 꽃과 새 가지들을 바라보며
 
지난 三冬 내내
그 어둡고 차거운 땅밑에서
저 초목들의 목숨을 지탱해온
뿌리들의 모습을 떠올린다.
 
그 뿌리들으 숨은 인고가 없었던들
저 초목들의 오늘의 소생이
어찌 있으며
그 뿌리들의 줄기찬 활동이 없다며
저초목들의 래일의 결실과 번식을
어찌 이루랴?
 
저렇듯 뿌리들은
隱者의 헌신과 공덕을
함께 지닌다
이제 나의 상념은 이 나라의
무궁화란 나무를 떠올린다.
 
이 나라 겨레중에서 그 나무의
줄기나 가지가 되려는 자
잎이나 꽃이나 열매가 도려는 자는
서로 다투어 많고 많으나
이 나무의 생명을 공급하는
땅밑의 뿌리가 도려는 이는
왜 이다지도 적단 말인가?
 
뿌리가 되자!
우리 나라의 꽃나무 무궁화의
뿌리가 되자!
 
저 땅위의 모든것은
계절마다 나고 죽고 스러지지만
그 뿌리는 조국의 운명과 더불어
언제나 함께하고 또 영워나리라.
ㅡ구상《뿌리頌.1》전문
 
김철호의 시와 구상의 시는 편폭의 차이가 나고 동시와 성인시라는 구별이 있기는 하지만 시적인 주제는 동일하다. 성인시를 동시로 탈바꿈시키고 큰 편폭을 작게 축약시킨 전자의 노력은 충분히 긍정해주어야 하겠지만 후자의 힌트가 없었더라면 전자는 생겨날수 없었을것이라고 사료된다. 비유를 할것 같으면 품위있는 어른의 두루마기를 가위로 썩뚝썩뚝 베여서 아기의 꼬까옷을 만들어버렸다고나 할가. 그러므로 김철호의《뿌리.1》과《뿌리.2》가 구상의《뿌리송.1》, 《뿌리송.2》를 표절했다고는 못박을수 없으나 창의력이 있는 작품이라고 칭찬할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단언하는것은 적어도 김철호가 구상의 련작시《뿌리송》을 보았다는 사실적근거는 있기때문이다.
한국 동시책에서 힌트를 받았음직한 김철호의 동시《이슬.1》을 아래에 옮긴다.
 
이 나무의 이슬
다ㅡ아 모이면
참외만한
큰 이슬 될거야!
 
이 산의 이슬을
다ㅡ아 모아보면
집만한
큰 이슬 될거야!
 
이 세상의 이슬
다ㅡ아 모아보면
호수만한
큰 이슬 될거야!
ㅡ김철호《이슬.1》전문
 
(이 례문에서의 《이 나무의 이슬/다ㅡ아 모이면》은《이 나무의 이슬/다ㅡ아 모아보면》이다. ㅡ김철호.)
 
김철호《이슬.1》은 유명한 영국 전래동시《만일 온 세계의 바다가…》와 시적인 론리면에서 아주 류사하다.
 
온 세계의 바다가 하나의 바다라면
얼마나 큰 바다가 될가!
 
온 세계의 나무가 하나의 나무라면
얼마나 큰 나무가 될가!
 
온 세계의 도끼가 하나의 도끼라면
얼마나 큰 도끼가 될가!
 
온 세계의 사람이 하나의 사람이라면
얼마나 큰 사람이 될가!
 
그 커다란 사람이 그 커다란 도끼로
그 커다란 나무를 잘라
 
그 커다란 바다에 던지면
풍덩, 얼마나 큰 소리가 날가!
ㅡ영국 전래동요《만일 온 세계의 바다가…》전문
 
영국 전래동요《만일 온 세계의 바다가…》는 2000년에 한국 청동거울출판사에 의해 출판된《신선득 시력 40년 동시선》에 실려있는데 연변에서 일찍 연길에 전해들어와서 적잖은 사람들의 손에서 옮아다니면서 널리 읽힌 책이다. 그러므로 김철호가 이 시집을 접했을 가능성은 아주 많다. 즉 영향관계의 설정이 가능하다는 말이다. 김철호의《이슬.1》과 영국 전래동요《만일 온 세계의 바다가…》는 그 시적인 착상이 완전히 같다. 즉 “동일한 물건을 한데 모이면 얼마나 커질까!”하는 어린애들의 천진란만한 상상이 착상의 근간으로 된것이다. 때문에 시적구조가 동일하다. 오로지 후자에서의 바다, 나무, 도끼, 사람이란 대상이 단순한 이슬이라는 하나의 대상으로 축약되였을뿐이다. 그리고 점진적인 시의 론리적인 전개도 량자가 완전히 비슷하다. 다르다면 후자에서는 “바다ㅡ나무ㅡ도끼ㅡ사람ㅡ바다ㅡ풍덩ㅡ큰 소리”라는 점진적인 형태를 취한데 반해 전자는 “나무ㅡ산ㅡ온 세상ㅡ호수만한 큰 이슬”이라는 론리적인 형태를 취했다. 이를 도작이나 완전한 표절로 볼 근거는 없지만 적어도 그 어떤 힌트에 의한 모방이거나 개작일 가능성은 충분하게 있는것이다.
김철호의 동시창작에 미친 한국 동시의 영향은 부지중 중국 송나라시기 황정견(黃庭堅)의 “점철성금(点鐵成金)”설을 련상케 한다. 혹자는 김철호의 이런 동시창작법을 모방 흑은 표절이라고 혹평하고있지만 나이가 들어서 동시창작을 시작한지 고작 1ㅡ2년도 안되는 김철호에게 있어서 한국 동시의 구성, 주제, 언어표현수법 등에서 골자만 추려내서 나름대로 새롭게 동시를 만들어내는것은 곤경에서 벗어나는 하나의 책략이였을수도 있다.
 
(여기에서 김철호가《동시창작을 시작한지 고작 1ㅡ2년도 안되는》는 표현은 잘못된것이다. 나는1987년에《꽃동산》잡지에 첫 동시를 발표했고 동시로써 1996년에 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ㅡ김철호.)
 
문학과 예술2007 2중한수교이후 중국조선족시문학에 끼친 한국시문학의 영향(3)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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