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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터 - 酒黨(주당) 10杰
2016년 01월 14일 01시 39분  조회:5195  추천:0  작성자: 죽림
한국의 주당 10걸



주당 10걸의 선정기준은 
1) 주량, 2) 마시는 스타일, 3) 스케일, 4) 지구력- 평생을 즐기는 끈기,
5) 사람을 감화시켜 세계의 주당 인구를 늘린 기여도 등을 그 기준으로 평가하였다.
 

1) 황진이 (생몰년 미상, 조선 중종때의 명기. 본명은 眞, 妓名 明月) 

고금을 통틀어 각계 인사들이 추천한 주선은 모두 140명. 두주 불사의 주량과 풍류가 특출한 당대의 호걸들을 망라한 것이다. 그 가운데 우리 나라 최고의 주선으로 황진이가 선정되었다. 樂酒終生의 기라성 같은 대장부들을 젖히고 가장 많은 17명의 인사들로부터 추천을 받았다. 서화담, 박연폭포와 더불어 松都三絶이라고 불리는 그녀는 '여성으로서 일종의 당연직'처럼 추천을 받은 셈이다(張德順). '동짓달 기나긴 밤', '산은 옛 사이로되', '명월이 만공산하니 쉬어 간들 어떠리'란 시조에서도 볼 수 있듯이 뛰어난 시서음률과 술로 당대의 문인, 碩儒들을 매혹시켰다는 점을 높이 샀다(김정옥, 김종길, 이어령, 朱宗恒, 사기주 제씨). 말하자면 주선 중의 주선이자 '한국적 낭만파의 거장'(최정호)으로 떠올려진 셈. 

2) 수주 변영로 (1898-1961, 시인, 성대교수)

술과 시로 자기 이상에 취해 살다간 樹州 변영로이다(김용성, 송지영, 신우식, 이규동, 전봉건 등). 두주 불사의 기행을 담은 <酩酊 四十年>을 보면 그는 이미 대여섯 살 때 술독에 기어올라가 술을 훔쳐 마신 천부적인 모주꾼이다. 또 이 수필집에서 그는 성균관대 뒷산에서 공초 오성순, 성제 이관구, 횡보 염상섭 등과 함께 술에 취해 벌거벗고 소를 탄 기상천외의 이야기를 털어놓고 있다. 

3) 조지훈 (1920-1968, 시인 고대교수) 

시인 조지훈을 두고 "신출 귀몰의 주선" 또는 "행동형의 주걸"이라고 한다(김용권, 김진찬 씨). 통금은 안중에도 없고 "야밤에 酒朋의 집을 습격, 대작하다가 새벽에 귀가하기가 예사였다(정한모 씨)고 그를 아는 사람들은 생생하게 기억한다(백인호, 이광훈 씨). 그는 밤새 눈 한번 붙이지 않고 통음을 해도 자세를 흐트리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4) 김삿갓 (1807-1863, 본명 炳淵, 호 蘭皐. 방랑시인) 

삼천리 방방곡곡을 떠덜며 풍자와 해학으로 세상살이의 고달품을 노래한 시인 김삿갓은 풍류가 넘치는 주선이다. 장원급제는 했으나 자신이 홍경래난 때 항복한 宣川 방어사 김익손의 손자임을 뒤늦게 알고 일생을 방랑하며 술과 시로 보냈다. 동가식 서가숙하며 사를 주고 술을 얻어 마셨다는 <作詩乞酒>등 많은 시를 남겼다. 

5) 김시습 (1435-1493, 호 梅月堂, 생육신의 한 사람) 

생육신의 한 사람이자 우리나라 최초의 한문소설 <金鰲神話>의 작가인 매월당 김시습도 한 시대를 풍미한 주선이다. 그는 당대의 비리를 닥치는 대로 조롱하며 중이 되어 산천을 주유할 때도 툭하면 시내로 들어와 대취한 채 거리를 누볐다. 당시의 領議政 鄭昌孫이 지나가는 것을 보고 "나쁜 놈, 영상이고 뭐고 집어치워라" 하고 일갈했을 만큼 세상과 담을 쌓으며, 한평생을 술과 방랑으로 보냈다.

6) 임제 (林悌, 1549-1587, 호 白湖, 예조정랑. 조선의 문장가) 

백호는 우리나라의 '주선 문장가 중의 한 사람이다(송지영 씨). 황진이의 묘 앞을 지나가다 지었다는 "청초 우거진 골에 자난다 누엇난다…"의 시조는 그의 호방한 기질을 잘 나타내 준다. 일생을 술로 벗삼으며 봉건적인 권위에 저항하는 가운데 詩文으로서 인간미가 돋보이는 저서 <백호집>을 후세에 남겼다. 

7) 김동리 (金東里 1913- 본명 始鍾, 소설가, 중앙대 교수)

4살 때부터 술을 입에 댄 타고난 애주가로 아려졌다. 술이라면 청탁불문의 주량 제일주의자. 그러면서도 끝까지 주석을 이끄는 대주가로 명성을 얻었다(이해랑, 조경희 씨). 음치이면서 주석이 익으면 노래를 즐겨 부르고, 매일 저녁상 앞에서 취할 때까지 반주를 든 다음 식사를 하는 애주가이기도 하다. 

8) 임꺽정 (林巨正 ?-1562, 조선 명종때의 의적) 

신출귀몰의 의적으로 관가를 닥치는 대로 부수고, 재물을 털면서도 유유히 한양에 나타나 술을 마셔댄 임꺽정을 두고, '심장에 털난 주선'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백정 출신으로 서민이던 그는 조선조 명종 10년(1555년)에 도둑의 우두머리가 되어, 12년간 황해도 일원에서 탐관오리들의 간담을 서늘케 하며 의적으로 종횡무진 누볐다. 그런 외중에서도 한양에 4명의 애첩을 두어 거느리고 술을 마셔댄 배짱 두둑한 사내. 

9) 대원군 (大院君 1820-1898) 

대원군은 왕권을 손아귀에 쥐기 전 막강한 세도가들을 의식, 철저히 파락호로 위장해 술로 야망을 불태운 술의 영웅이다(최일남 씨). 세도가들의 잔치집이나 詩會에 나타나 술을 얻어먹고 대감의 품계를 가지고 여염집 상가를 버젓히 드나들었다. 때론 시정의 잡배들과 어울려 대작을 하는가 하면, 투전판에까지 끼어 들기도 했다. 술값이 떨어지면 난초 그림을 팔아 충당하면서 그는 술독에 파묻혀 민심의 동향을 살피고 세도가들의 정보를 입수하였다. 훗일 야망을 달성한 뒤에는 파락호 시절의 주붕인 심복들을 중용해 술과는 끊을 수 없는 인연을 맺은 주선이다. 

10) 원효대사, 연산군, 마해송, 심연섭, 박종화 

이들은 각기 5명씩의 추천을 받아 나란히 10위에 오른 주선이다. 

원효는 고대 인물가운데 유일하게 주선의 반열에 올랐다. 화엄종의 고승으로서 신라 무열왕 때 요석 공주와 사랑을 나눠 대유학자 薛聰을 낳은 승려. 화엄경을 노래로 지은 <무애가>를 부르며 시정의 술집까지 출입, 기녀들에게 불법을 전파하였다. 범사에 구애받지 않고 비파를 타며'깊은 삶의 멋과 슬픔'을 노래한 행동형의 주선이다(이홍구 씨등 추천). 

주지육림 속에 묻혀 산 주선으로는 단연 연산군이 으뜸이다. 채청사, 채홍사를 두고 8도의 미녀들을 뽑아 춤과 술과 노래를 즐기며 한 시대를 풍미했다는 점에서 파격적인 주선이라고 불린다. 

마해송은 '따뜻한 청주 한 잔을 컵에 따라 1시간 동안 핥아 마시는 술의 신사요 선비'라고 일컬어 지기도 한다(남재희 씨). 방안에는 늘상 술과 안주를 준비해 두고 주야불문 조금씩 마시는 선비풍의 기질을 지니며 술을 즐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칼럼리스트 심연섭은 일반적으로 소문난 언론인 중 첫손에 꼽히는 애주가였다(백승길, 임승준, 임영 씨 등). 서울 명동 무교동 일대의 단골 술집이 칼럼의 산실이었고, 스스로 '한국에서 술 맛을 가장 잘 아는 언론인'이라고 자랑스레 말하며 술과 함께 살다가 갔다. 

月灘 박종화는 한창 마실 때 동대문과 종로를 오가며 50사발의 막걸리를 마신 일화를 남기고 있다. 玄鎭健, 金基鎭, 李象範 등 당대의 모주꾼들이 모두 주봉들. 일생을 술과 원고지에 묻혀 지낸 주선으로 "댁에서 내놓은 술도 좋았지만 알찌개 등 술안주가 별미였다"고 회고하는 인사도 있다(송지영, 정한모 씨 등). 

비록 10걸에 들지는 못하였지만 술을 마시면 '기생의 치마폭에 시를 써주던 대주선' 고려 때 문장가 이규보(이어령 씨 등)와 집을 팔아 술을 마시며 "내가 네안에 들어가 살았으니 이젠 내 안에 들어와 보라"라며 웃은 국어학자 權德奎(이흥우 씨)도 특출한 주선으로 손꼽힌다. 여성으로는 모윤숙, 최정희 씨 등이 추천되기도 했고, '꿈의 정치, 환상과 현실을 술로 달랜' 여운형이 주선의 후보에 오른 것도 이채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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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이윤미 기자]

“시내로 나갔다. 박태순 이문구 그리고 정규옹과 
소주를 마셨다. 정규옹이 돈이 생겼다 했다. 내가 외상술 내려고 그들을 사슴으로 데려갔다. 실컷 마셨다. 외상은 양잿물도 마신다는 속담이 있다. 결국 맥주라는 양잿물을 실컷 마시고도 죽지 않았다. 정규옹의 집으로 가서 술을 이어갔다. 박태순의 아버지 집으로 가서 이어 갔다. 대취. 거기서 뻗었다.”

시인 고은의 일기 ‘바람의 기록’ 중 1976년 2월24일 일기다. 시절이 시절이니 만큼 문인들은 몇몇 출판사를 사랑방삼아 오가며 반가움에, 또 분노와 쓸쓸함에 술에 취했다. 평생 술로 벗삼아 온 고은 시인은 술이 들어가야 말이 나올 정도로 술은 목을 축이는 물이고, 깊은 샘을 끌어올리는 마중물이다. 

시인과 소설가에게 술은 밥보다 더 가깝다. 술신을 꼽자면 우선 천상병 시인이 앞 자리를 차지할 법하다. 막걸리 두 되면 그는 행복했다. 시인의 술값은 주로 친구들의 호주머니에서 나왔다. 그는 당당했고 친구들도 으레 그려려니 했다. 이 술추렴이 화를 불러 그는 동백림 사건에 연루돼 어려움을 겪는다. 어느 시인의 집에서 값나갈 만한 책을 훔쳐 헌 책방에 판 일도 유명하다.

”술없이는 나의 생을 생각 못한다/이제 막걸리 왕대포집에서/한잔 하는 걸 영광으로 생각한다//젊은 날에는 취하게 마셨지만//오십이 된 지금에는 마시는 것만으로 만족하다//아내는 이 한잔씩에도 불만이지만/마시는 것이 이렇게 좋을 줄을/어떻게 설명하란 말인가“(‘술’)

시란 낯설게 보기를 통해 세상의 진실에, 실체에 다가가는 것이라 할 때 세상과의 공감능력이 탁월하고 감각이 예민하게 열려있는 시인에게 세상과 사물을 흐리멍텅하게 해줄 술은 생활필수품인지도 모를 일이다.

술신의 계보를 좀더 거슬러 올라가면, 세간의 음주 명분을 제공해온 소설 ’술권하는 사회’의 30년대 소설가 현진건이 있다. 그는 일단 글을 쓰기 시작하면 몇날 며칠씩 술 마시고 밤새워 글을 썼다.

술 취하면 옆으로 걷는다 해서 ‘횡보’란 호가 붙은 소설가 염상섭은 한번 마시면 가지고 있는 돈을 다 털어 술을 마셨다. 염상섭의 주량은 장안의 누구도 따를 자가 없었다.

우리 문단사를 화려하게 장식한 술담의 압권은 오상순, 염상섭, 변영노, 이관구의 ’우중 승우‘(雨中乘牛)사건이다..

어느 대낮, 넷은 당시 모 중학 통신관이라는 학교 뒤 정원으로 가서 사람을 시켜 술과 고기 안주를 사오게 하고 대낮에 거나한 술판을 벌였다. 그 와중에 한 여름 소나기가 주룩주룩 내렸고 피하기는 커녕 술판은 이어졌다. 그 때 오상순이 벌떡 일어나 자신의 옷을 찢으며 벌거숭이가 됐다. 그의 호기에 나머지들도 동조, 모두 나체가 됐다. 객기는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그 중 한 사람이 근처에 매어놓은 소를 끌고 와 올라타자 모두들 앞서거니 뒤서거니 소를 타고 시내 한복판으로 나섰으니 이를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뭔가 개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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