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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번, 100번이상 반복해 그려라...
2016년 02월 24일 03시 24분  조회:3013  추천:0  작성자: 죽림

프랑스 화가 - 일레르 제르맹 에드가르 드가(Hilaire-Germain-Edgar Degas)
1834년 7월 19일 ~ 1917년 9월 29일

 

"나는 령감, 충동, 흥분을 잘 모른다. 똑같은 주제를 열번, 때론 100번이상 반복해 그린다. 그림에서는 그 어떤 대상도 우연처럼 보여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프랑스 인상주의 화가 - 드가.

파리
에서 태어난 그는 주로 발레 무용수와 경주마를 작품 소재로 삼았다. 주로 인상주의분류되기는 하지만 그의 작품들 중에는 고전주의사실주의색채를 띠고 낭만주의의 영향을 받은 것들도 있다.

 

루이 르 그랑 중등학교를 졸업하고 파리 대학 법학부에 들어갔으나 학업을 포기하고 1855년앵그르의 제자인 루이 라모트의 소개로 국립미술학교에 입학했다. 루브르 박물관을 드나들면서 거장들의 그림을 익혔다. 1856년부터 1년 간은 이탈리아를 여행하며 르네상스의 거장, 특히 기를란다요, 만테냐의 작품을 배우고, 또 니콜라 푸생한스 홀바인의 그림도 배웠다. 1865년에 살롱에 《오르레앙 시의 불행》을 출품하고, 프로이센-프랑스 전쟁 후, 인상파 전람회에 참가하였으나 뒤에는 독자적인 길을 걸었다.

1872년에는 어머니의 고향인 미국 루이지애나 주뉴올리언스로 떠나 미국의 역동성을 목격했다. 1873년 파리로 돌아와 인상주의 화가들과 본격적인 교류를 시작했다.

말년에는 지병인 눈병이 악화되어 시력을 거의 잃는 바람에 주로 조각에 몰두했다. 또한, 그는 어린 시절 모친의 외도와 불륜을 지켜본 상처가 큰 탓에 여성을 혐오하게 되었고, 이는 그가 평생 독신으로 지내게 만든 결정적 원인이 되고 만다.

초기에는 가만히 서 있는 사람만을 그렸으나 후기 그림은 일상 생활을 하는 그림을 그렸다.

 

 

 

발레리나 그림으로 친숙한 화가, 에드가 드가. 드가의 화폭은 우리의 삶의 발자취를 좇는 것 같아. 현대인들이 미술관에서 그의 그림을 마주했을 때 여전히 사색(思索)하게 되는 이유 또한 바로 이 때문일거야.

▲ 발레 수업(1873~1876)_오르세 미술관

 

드가의 작품에서 오늘날의 모습이 보이는 것은, 시대를 초월한 삶에 대한 의미 있는 고민 때문일지도 모른다. 드가의 삶과 그 만의 독특한 인상주의 화풍에 대해 알아본다.


예술, 그대로의 삶을 살다

드가의 삶을 단어로 표현해야 한다면 ‘예술’이라 말할 수 있다. 미술뿐만 아니라 음악과 무용에도 관심이 많았던 그의 삶 속에는 항상 다양한 장르의 예술이 함께했다.

 

그의 초기 화폭에는 주로 오케스트라의 모습이 담겨있는데, 이유는 애당초 그는 발레보다 음악에 더 조예가 깊었기 때문이다. 드가는 바순 연주자인 데지레디오와 친분을 나눴을 뿐만 아니라 그를 중심으로 한 오케스트라의 연주 모습을 집중적으로 그리며, 오페라 등의 공연에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 관현악단의 연주자들(1870)_오르세 미술관

 

드가의 초기작인 <관현악단의 연주자들>을 보면 작품의 전면에 연주자들을 배치하고 발레리나의 모습은 배경으로 묘사한 것을 알 수 있다.

 

그가 점차 발레에 관심을 드러낸 건 1870년경부터였다. 부유한 은행가의 장남이었던 드가에게 발레는 사치스러운 취미가 아닌 일상적인 사교활동이었다. 그런 그에게 ‘발레’가 화폭의 모티브가 되었던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었다.

 

▲ 공연의 끝, 무용수 인사하다(1876~1877)_루브르 박물관

대부분의 인상주의 화가들과는 달리 드가는 실내에서 주로 작업을 했다고 알려져 있다. 많은 사람들은 실내 작업 중심의 그의 화풍이 고전주의에 대한 존경심 때문이었다고 생각하는데. 사실은 드가는 고질병인 녹내장으로 인해 빛이 강한 날에는 눈이 아파 제대로 눈을 뜨지 못했다. 이러한 그의 외부적 상황들은 그를 발레리나를 화폭에 담는 대표 작가로 성장시켰고 그가 표현하고자 했던 당시 삶의 이면을 냉소적으로 표현해내는 데 도움을 주었다.

 

한 장의 스냅사진을 그리다

 

드가는 마치 한 장의 스냅사진처럼 작품에 찰나의 순간을 담았다. 그는 파리의 근대적인 생활에서 주로 주제를 찾아 그림을 그렸다. 드가에게 19세기 파리라는 도시는 아주 좋은 그림의 소재였다. 오스만 남작이 파리 중심부를 재건하면서 오페라 극장, 연극공연장, 공원, 노상카페가 줄지어 있는 넓은 대로가 생겼다.

 

▲ 카페-콩세르 ‘앙바사되르’(1876~1877)_리옹 미술관

 

드가는 당시 사람들의 순간 순간을 화폭에 담았다. 예기치 않은 피사체의 움직임이나 무심히 지나쳐 버린 19세기의 일상은 드가의 그림에 천연히 드러난다. <모자상점>이나 <카페-콩세르 ‘앙바사되르’>를 통해 우리는 19세기 생기 있는 파리지엔의 일상을 들여다 볼 수 있다.

 

 

▲ 모자상점(1897~1886)_시카고 아트 인스티튜트

 

그의 그림이 스냅사진 같은 또 다른 이유는 구도 덕분이다. 감각적이고 독창적인 그림 구도는 드가가 구현하고자 했던 찰나의 순간을 생동감 있게 표현해 내는 데 일조한다. 그가 사용했던 그림 구도는 한쪽 면에 치우쳐 있거나 심지어 피사체가 잘려져 나가기도 합니다. 그것은 당시로써는 파격적인 것이었다.

 

▲ 스타(1876~1877)_루브르 박물관

 

그의 작품 중 <스타>를 보면 일본 목판화와 스냅사진의 영향을 받아 주인공이 화면 중심부에서 오른쪽으로 치우쳐져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뒤로 젖힌 발레리나의 얼굴과 왼쪽 팔의 극단적인 단축법은 우리를 마치 2층의 관람석에서 직접 피사체를 내려다보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한다.

 

 

▲ 압생트 한 잔(1875~1876)_오르세 미술관

 

이러한 드가만의 독특한 구도는 <압생트 한 잔>에서도 나타난다. 이 작품에서는 서로 고립되어 있는 두 사람을 대각선으로 응시하는 시점이나 중앙에서 벗어난 곳에 인물을 배치하고 그 사이로 전경에 넓게 트인 빈 공간을 남겨두는 방식을 사용했다.

 

이러한 구성법은 일본의 채색목판화인 우키요에를 떠오르게 한다. 실제로 드가는 우키요에 작품의 특이한 각도에서 영감을 얻어 이 같은 구성을 즐겨 사용했다. 파이프를 쥐고 있는 남자의 손은 프레임에 의해 잘려나갔는데, 이것 역시 드가 특유의 비전통적인 구도를 보여준다.

 

 

무대 뒤의 리얼함을 재현하다

 

당시 발레는 세련된 예술이라기 보다는 파리신사들의 사교적 장소 격으로 이뤄지는 공연에 불과했다. 때문에 무용수들은 노동자 출신 계급이 대부분이었고, 상류층의 후원을 받아야만 했다.

 

위에서 이야기한 작품 <스타>를 자세히 보면 화폭 전면에 위치한 발레리나의 뒤편으로 검은 양복의 남자가 보인다. 자세히 드러나지 않은 남자는 발레리나의 후원자로 아름다운 발레 공연의 이면을 보여주는 장치이다.

 

드가의 미술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19세기 프랑스 사회의 이면을 날카로운 시선으로 마주한다. 그가 파스텔 톤의 부드러운 질감과 따뜻한 색감으로 그림을 그렸음에도 그의 작품이 건조하고 차갑게 느껴지는 이유 또한 여기에 있다. 어딘지 오늘날과 닮아있는 씁쓸한 당시의 삶을 예리하게 통찰하고 있는 것이다.

 

 

▲ 하품하는 세탁부(1884)_오르세 미술관

 

드가 미술은 우리가 마주하는 현실이자, 현재이다. 드가의 작품들을 보고 있자면 그가 살았던 시대상이 온전히 보이는 듯하다. 한 세기가 넘는 시간이 흘러도 드가의 작품들이 여전히 오늘날을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사색(思索)을 주는 이유는 그의 작품 안에 드러난 사회의 이면 때문일 것이다. 찰나의 순간을 한 장의 사진이 담듯, 드가가 그려낸 생(生)의 순간들은 감춰지지 않고 그의 작품 안에 오롯이 녹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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