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多作을 꺼린, 폴란드 시인 - 쉼보르스카
2016년 02월 25일 04시 04분  조회:3315  추천:0  작성자: 죽림

 

 

 

존재의 본질을 꿰뚫는 심안(心眼)을 가진 시인,

 

비스와바 쉼보르스카의 생애와 시(詩)의세계

 

 

2015 광화문글판 겨울편 /비스와바 쉼보르스카(Wislawa Szymborska)의 시 '두 번은 없다

 

[펌] 가장 이상한 세 단어 - 비수아바 쉼보르스카

1. 시인의 생애

 

비스와바 쉼보르스카(Wistawa Szymborska, 1923~2012)는 1996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폴랜드의 대표적인 시인이다. 시인은 역사와 예술의 상관관계에 대한 고찰에서부터 현대 문명에 대한 비판, 인간의 본질과 숙명에 대한 집요한 탐구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작품 세계를 펼쳐 보임으로써 실존 철학과 시를 접목시킨 '우리 시대의 진정한 거장'으로 불리고 있다.

1923년 폴란드 중서부의 작은 마을 쿠르니크에서 태어난 쉼보르스카는 여덟 살 때 폴란드 남부의 유서 깊은 문화 도시 크라쿠프krakow로 이주했다. 크라크프는 발트 해에서 흑해 연안에 이르는 광대한 영토를 지배하며 유럽의 강대국으로 군림하던 폴란드 야기엘론스키 왕조(1386~1572)의 수도였다. 폴란드의 역사와 전통, 문화가 살아 숨 쉬는 고도(古都)에서 시인은 시적 감수성과 풍부한 예술 감각을 키우며 성장하였다. 명문 야기엘론스키 대학에서 국문학과 사회학을 전공한 쉼보르스카는 1945년 <단어를 찾아서>라는 시로 문단에 첫발을 내디뎠다.

 

 

단어를 찾아서 / 쉼보르스카

 

 

솟구치는 말들을 한마디로 표현하고 싶었다.

있는 그대로의 생생함으로.

사전에서 훔쳐 일상적인 단어를 골랐다.

열심히 고민하고, 따져보고, 헤아려보지만

그 어느 것도 적절치 못하다.

 

가장 용감한 단어는 여전히 비겁하고,

가장 천박한 단어는 너무나 거룩하다.

가장 잔인한 단어는 지극히 자비롭고,

가장 적대적인 단어는 퍽이나 온건하다.

 

그 단어는 화산 같아야 한다.

격렬하게 솟구쳐 힘차게 분출되어야 한다.

무서운 신의 분노처럼.

피 끓는 증오처럼.

 

나는 바란다. 그것이 하나의 단어로 표현되기를.

피로 흥건하게 물든 고문실 벽처럼

네 안에 무덤들이 똬리를 틀지언정,

나는 정확하게, 분명하게 기술하고 싶다.

 

그들이 누구였는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지금 내가 듣고 쓰는 것, 그것으로 충분치 않다.

터무니없이 미약하다.

 

우리가 내뱉는 말에는 힘이 없다.

그 어떤 소리도 하찮은 신음에 불과하다.

온 힘을 다해 찾는다.

적절한 단어를 찾아 헤맨다.

그러나 찾을 수 없다.

도무지 찾을 수 없다.

 

 

 

 

 

비스와바 쉼보르스카(Wistawa Szymborska, 1923~2012)

다작(多作)을 꺼리는 작가로 유명하다.

'한 편의 시를 봄에 쓰기 시작해서 가을에 가서야 완성하는 경우도 많다"는 시인 자신의 고백에서도 잘 알 수 있듯이, 시인은 완성된 시를 곧바로 발표하지 않고, 오랜 수정과 선별 작업을 거쳐 출판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시인으로 등단한 지 60년이 넘었지만 그동안 출판한 시집은 불과 열두 권에 불과하다. '언어의 연금술사'라는 찬사에 걸맞게 시어의 선택에 있어 결벽증에 가까울 만큼 완벽을 추구한 결과이다. 오랜 시간 심혈을 기울인 만큼 일단 시집에 수록, 공개된 시들은 한 편, 한편이 모두 대표작이라고 할 만큼 그 문학적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지금까지 출판된 저서로는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1952), <나에게 던지는 질문>(1954), <예티를 향한 부름>(1957), <소금>(1962), <애물단지>(1967). <만일의 경우>((1972), <거대한 숫자>(1976), <다리 위의 사람들>(1986), <끝과 시작>(1993), <모래알갱이가 있는 풍경>(1996), <순간>(2002), 어른을 위한 그림책<운율놀이>(2003), <콜론>(2005), <여기>(2009), <충분하다>(2012)등이 있다.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갑작스레 쏟아지는 언론의 집중적인 조명을 부담스러워했던 쉼보르스카는 크라쿠프에 거처를 두고, 슬로바키아와의 국경 지역에 있는 휴양지 자코파네를 오가며 은둔 생활을 했다.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내는 대신 작품을 통해 꾸준히 독자들과 소통해왔던 쉼보르스카는 2012년 지병인 폐암으로 타계했다.

1991년 독일의 괴테 문학상을 수상한 쉼보르스카는, 1996년에 노벨문학상의 영예와 함께 펜클럽 문학상도 받았다.

스웨덴 한림원은 쉼보르스카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발표하면서 "시인의 작품 세계는 그 특유의 치밀한 풍자로 인간의 실존 문제를 역사적, 생물학적 특성과 연계하여 명쾌하게 드러내 보였다.

시인의 시어는 정교하게 다듬어져 있으면서도 메너리즘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롭다.

풍부한 영감, 그리고 반드시 그 자리에 있어야 할 단어를 꼭 알맞은 곳에 배치하는 '위대한 평이성'으로 인해 시인은 '문학의 모짜르트'라 불리고 있다. 그러나 시인의 시 속에는 '베토벤'의 분노와 같은 그 무엇이 함께 어우러져 있다"는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쉼보르스카의 작품은 영어, 독일어, 프랑스어, 이태리어, 스페인어, 스웨덴어, 러시아어, 일본어 등 총 28개 언어로 번역되어 전 세계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 최성은

한국 외국어대학교 폴란드어과 및 같은 대학원 동유럽어문학과 졸업

폴란드 바르샤바 대학교 폴란드 문학박사 학위 받음
바르샤바 대학교 한국문학과 교수
한국외국어대 폴란드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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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은 없다.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아무런 연습 없이 태어나서
아무런 훈련 없이 죽는다.

우리가, 세상이란 이름의 학교에서
가장 바보 같은 학생일지라도
여름에도 겨울에도
낙제란 없는 법.

반복되는 하루는 단 한 번도 없다.
두 번의 똑같은 밤도 없고,
두 번의 한결같은 입맞춤도 없고,
두 번의 동일한 눈빛도 없다.

어제, 누군가 내 곁에서
네 이름을 큰 소리로 불렀을때,
내겐 마치 열린 창문으로
한 송이 장미꽃이 떨어져 내리는 것 같았다.

오늘, 우리가 이렇게 함께 있을 때,
난 벽을 향해 얼굴을 돌려버렸다.
장미? 장미가 어떤 모양이었지?
꽃이었던가, 돌이었던가?

힘겨운 나날들, 무엇 때문에 너는
쓸데없는 불안으로 두려워하는가.

너는 존재한다---그러므로 사라질 것이다
너는 사라진다---그러므로 아름답다


미소 짓고, 어깨동무하며
우리 함께 일치점을 찾아보자.
비록 우리가 두 개의 투명한 물방울처럼
서로 다를지라도…….


-- 비스와바 심보르스카, '두 번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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