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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시 모음>
+== 아침 ==
밤의 자식들이
우르르 몰려온다
창가에 참새들은 작은 음악회 열고
뒷산 뻐꾸기는 소프라노로 화답한다
농부의 쟁기는
라르고로
신문배달부는
비바체로
고속도로 차들은
프레스토로 줄행랑친다
어제의 약속이
와르르 펼쳐진다
(반기룡·시인, 1961-)
+== 참새의 아침 ==
댓잎 사이
이슬 젖은 부리 깨어나
조개 같은 하품 한 번 하고
오늘은 어디에서 하루해를 쪼을꼬?
생각하는
쥐눈이콩 같은 참새의 까막눈에
안골 둠벙 아래
우리 논
풋 나락이 묻어있다
(김종구·시인, 1957-)
+== 아침에 ==
창으로 밝아오는 아침 햇살 속에서
그대의 모습도 함께 보았습니다
커튼을 걷어내며 따스한 빛깔 곳곳에
그대의 고운 눈길이 빛나는 걸 느낍니다
밤새 그 빛을 그리워 헤매인 꿈길인 것을
잠이 깨고서 이제서야 알게 됩니다
오늘 아침은 세상이 나를 다르게 깨웁니다 .
(성기석·시인)
+== 새 아침에 ==
간밤 이슥토록 눈이 오더니만
새 아침 밝은 햇살 안고
옛 친구 날 찾아오다
찌갤랑 끓거라 두고
이 골목 저 골목 눈을 밟는다
고드름 맺힌 지붕
정다워 창문을 기웃대면
거기 옛날에 듣던
낭랑한 토정비결 읽는 소리
세월은 솔나무 스치는 바람
삶은 댓돌에 쌓인 눈송이
문득 서러워 눈을 드니
친구의 허연 머리칼 착한 웃음
어느새 또 한 해가 갔구나
(신경림·시인, 1936-)
+== 아침과 할머니와 요강단지 ==
어머니 살아 계시면 아마 저 연세쯤 되셨지
그래서 예사로 보이지 않는 앞집 할머니
나는 아침마다 비짜리 들고 얼쩡거리면 할머니는
요강단지 들고 남새밭에 가시느라 얼쩡이시고
어쩌다 눈 마주쳐 나는 어머니 생각하며 인사 삼아
씨익 웃으면 할머니는 쑥스러워 씨익 웃으시고
이제 저 모습도 이 시대 마지막 풍경이려니 싶어
내가 새삼 돌아보며 다시 한번 씨익 웃으면
할머니는 더욱 쑥스러워 요강단지
허리 뒤로 황급히 감추며 씨익 웃으시고
(오하룡·시인, 1940-)
+== 아침에 관하여 ==
그 여자는 냉장고에서 사과 하나를 꺼낸다.
그 여자는 낮게 중얼거린다.
나에게 달려온 이 사과
그 여자는 계란 하나도 꺼내어 프라이팬에 지진다.
나에게 달려온 이 계란.
멀고도 먼 길을 달려
빛과 그늘을 지나 달려
소리와 소리를 넘어 달려
그 여자는 버섯 몇 개도 꺼내어 프라이팬에 넣는다
지글지글지글
버섯들이 프라이 팬 안에서 고개를 맞대고 수군거린다
나에게 달려온 이 기름
구름이 힘들게 빛의 날개를 들고 있는
아침
(강은교·시인, 1945-)
+== 이 아침이 불쾌하다 ==
밤샘 작업
지친 팔이 무거운 듯
뜨거운 입김 연신 토하며
흐느적거리는 선풍기
열어놓은 창
바람 한 점 없는 안과 밖
분간이 가지 않고
소나기 쏟아지듯
등줄기 타고 흐르는 땀 냄새
이 아침이 불쾌하다
(나상국·시인, 충북 괴산 출생)
+== 월요일 아침 ==
월요일 아침이면 나는 우울하다
찌부둥한 몸뚱이 무거웁고
축축한 내 영혼 몹시 아프다
산다는 것이 허망해지는 날
일터와 거리와 이 거대한 도시가
낯선 두려움으로 덮쳐누르는 날
월요일 아침이면 나는 병을 앓는다
날카로운 호루라기 소리로 나를 일으키는
먹고 살아야 한다는 것이 이 엄중함
나는 무거운 몸을 어기적거리며
한 컵의 냉수를 빈속에 흘러보낸다
푸르름 녹슬어가도록 아직 맛보지 못한
상쾌한 아침, 생기찬 의욕, 울컥이면서
우울한 월요일 아침 나는 또다시
생존 행진곡에 몸을 던져 놓는다
(박노해·시인, 1957-)
+== 아침의 노래 ==
간밤의 어둠은
사라지고
지금 세상은
빛으로 충만하네
하늘과 땅 사이의
모든 것
아침 햇살에 환히
빛나고 있네.
꽃잎에 구르는
눈물방울 같은 이슬도
햇살 받아 잠시
영롱하다가
깨끗이 말라서
스러지네.
가슴속 사무쳤던
지난날의 슬픔과 괴로움도
어쩌면 그저 한 점
이슬에 지나지 않는 것
새 아침 새 희망의
햇살에 스러지리.
(정연복·시인,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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