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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공부시간]- 詩는 자기자신의 분신덩어리
2016년 03월 20일 01시 11분  조회:4584  추천:0  작성자: 죽림
詩와 '아바타(Avata)' - 김백겸

아바타(Avata)



시우주 낭송회 여러분께 시를 주제로 한 말씀을 드리게 되어 기쁘게 생각합니다.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해 볼까요. 최근에 새로운 돌풍을 일으킨 영화 〈아바타〉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21세기의 문학은 영화’라는 말씀도 있고 심지어 다니엘 핑크라는 미래학자는 ‘앞으로의 문학은 스토리와 영상과 독자의 참여가 이루어진 게임’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시를 쓰는 저와 여러분은 이러한 추세가 두렵기도 하고 새로운 기회이기도 합니다. ‘아바타’는 잘 아시다시피 산스크리트어로서 힌두교에서 신들이 인간세계로 내려올 때 드러낸 모습을 말합니다. 인터넷의 웹이나 가상현실공간에서 자신을 나타내는 그래픽 아이콘을 가리키기도 합니다.
저는 언어란 인간의 생각과 사유 감정을 담고 있으며 공간과 시간을 건너 타인에게 전달하고 표현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으므로 인간정신의 ‘아바타’라고 생각합니다. 힌두교에서는 삼라만상이 브라만의 ‘아바타’라고 말하지요. 그렇지만 일자(一者)인 브라만은 탄생의 신 브라흐마, 유지의 신 비슈누, 파괴의 신 칼리로 다시 화신하고(기독교의 성 삼위일체와 대응합니다) 크리슈나 붓다 칼키와 같은 위대한 인간으로 화신하기도 합니다.
언어에서도 많은 텍스트들이 인간의 정신을 대표하지만 저는 시인이므로 감히 시가 인간정신의 위대한 ‘아바타’라고 말하고자 합니다. 이천년 전의 사포의 시나 이백의 시들을 읽으며 그 시인들의 생생한 생각과 느낌을 우리는 경험합니다. 육체로서의 사포나 이백은 죽었지만 그 정신은 살아서 인간세계의 문화공간을 돌아다니고 있으니 불사의 ‘아바타’입니다. 물론 창조물인‘아바타’가 쉽게 부서지지 않는 거인처럼 정교하고 훌륭해야 하겠지요. (신과 인간의 아들인 타이탄을 염두에 두고 ‘거인’이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시란 제가 생각하기에 시인의 무의식 안에 있는 데몬과 살과 피로서의 육체에너지-리비도가 관계해서 태어납니다)
다시 영화〈아바타〉로 돌아갑니다. 하반신이 마비된 전직 해병대원 주인공 제이크 설리는 ‘옵티늄’ 자원채굴 프로젝트인〈아바타〉프로그램에 참여합니다. ‘판도라’ 행성에는 원시인의 몸과 정신을 가진 ‘나비(Na'vi)'족이 살면서 자신의 숲을 지킵니다. 영성과 신비한 힘이 지배하는 숲은 지구의 가이아처럼 자신의 품안에 있는 생명과 존재들을 돌보고 있습니다. 이 세계에서 숲과 ‘나비(Na'vi)'족 그리고 동식물들은 분리할 수 없는 한 몸의 존재들입니다. 주인공은 ‘나비(Na'vi)'족의 외형에 인간의 의식을 주입해서 원격조종이 가능한 새로운 생명체〈아바타〉의 몸을 입고 ‘나비(Na'vi)'족에 침투합니다. 임무수행 중 ‘나비(Na'vi)'족의 여전사 ‘네이티리’를 만난 제이크는 그녀의 도움으로 새로운 세상의 가치와 능력을 배우면서 심신양면의 모험과 도전속에서 ‘네이티리’를 사랑하게 됩니다. 제이크는 행성 ‘판도라’의 운명을 결정하는 인간의 기계문명과 ‘나비(Na'vi)'족의 자연문명이 충돌하는 대규모전투에서 새로운 세계의 가치와 문화를 수호하는 영웅으로 거듭나게 됩니다.
이 대하스토리가 ‘판도라’라는 행성에서 일어난다는 은유를 생각해 봅시다.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판도라는 제우스가 대장간의 신 헤파이토스에게 명하여 흙으로 여신을 닮게 한 처녀를 빚게 한 다음 여러 신들에게 자신의 가장 고귀한 능력을 선물하게 합니다.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는 아름다움과 함께 거부할 수 없는 욕망을 주었고 지혜의 여신 아테나는 방직기술을 가르쳤으며 전령의 신 헤르메스는 설득력 있는 말솜씨를 주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제우스는 판도라에게 지참금으로 상자를 하나 주면서 절대로 열어보지 말라고 경고하고 프로메테우스의 동생인 에피메테우스에게 시집보냅니다. 신중한 성격이었던 프로메테우스는 동생에게 제우스의 선물을 절대 받지 말라고 충고하지만 ‘나중에 생각하는 사람’이라는 뜻의 에피메테우스는 판도라의 미모에 반하여 형의 충고를 저버립니다. 에피메테우스는 앞 뒤를 안 가리는 행동가였던 모양입니다.
판도라는 결혼생활의 평화를 즐기다가 제우스의 경고를 무시하고 호기심으로 상자를 열어봅니다. 그 순간 상자에서 ‘슬픔과 질병, 가난과 전쟁, 증오와 시기’등 온갖 악이 쏟아졌으나 놀란 판도라가 황급히 뚜껑을 닫았으므로 ‘희망’은 그대로 선물로 남았다는 우화입니다. ‘판도라의 상자’는 인류의 불행과 희망의 시작을 나타내는 상징으로 유명합니다. 참고로 판도라의 이름의 뜻은 ‘모든 선물을 받은 여인’입니다.
이 신화에서 저는 인간의 마음을 ‘판도라의 상자’로 은유하였음을 생각합니다. 인간의 마음 안에 있는 욕망은 현실과의 갈등을 불러오는 원인이며 또한 희망으로 고해를 견디도록 신기루이기도 합니다. 세계를 꿈꾸고 욕망하는 인간의 마음이야말로 신들의 선물 아닐까요.
다시 영화로 돌아가면 주인공 제이크는 ‘판도라’라는 행성으로 은유된 무의식의 새로운 세계로 여행을 떠난 자아(Ego)의 상징입니다. 이 모험에서 제이크는 자아(Ego)의 부족한 면을 보충하고 새로운 정신의 세계로 안내하는 아니마(Anima, 여전사 ‘네이티리’)를 만나 능력과 새로운 가치관을 수혈 받습니다. 주인공은 욕망에 눈이 먼 지구세계(옵티늄에 눈이 먼 다국적기업이 추진하는 합리와 현실세계를 말합니다)와 결별하고 보다 큰 세계안의 자기(Self, ‘나비(Na'vi)'족의 영성이 보여주는 전일적인 세계)를 찾아 새로운 정신세계의 영웅으로 태어난다는 이야기입니다.
이 영화가 만화영화 같은 애니메이션의 화려한 색상과 게임의 입체효과만으로 청중을 매료할 수 있었을까요. 제 생각에 이 영화가 기록적인 관객을 동원한 배경에는 우리들 마음의 원형을 건드리는 스토리가 한편의 서사시처럼 들어가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현대인은 자본의 풍요와 새로운 문화의 홍수에 살지만 모두가 영웅이 아닌 소인의 삶을 살아갑니다.
영화에서 보듯이 ‘판도라’라는 미지의 세계에서 인간의 에너지에 필요한 ‘옵티늄’을 얻는 모험을 강행하는 것은 ‘기업’입니다. 제 생각에 자연을 상대로 에너지와 부를 뽑아내는 자본세계의 지구영웅들은 ‘다국적 기업’이고 인간은 기업의 영웅적인 과업을 수행하는 하인이자 부품입니다. 우리는 기업에 봉사하는 대가로 고액연봉을 받아 현실세계의 안전과 풍요를 누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들 무의식은 자신이 자신의 삶을 결정하는 주인공이 아니라는 사실을 통찰하기 때문에 인생의 의미와 가치가 온전하다고 느끼지 못합니다





‘무늬’와 은유와 신화



문학(文學)은 어원으로는 ‘무늬에 대한 해석’이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문양(文樣)이라는 말처럼 현실이라는 바탕위에 의미와 가치를 표현하는 하는 무늬(기호 그림)로서 인간의 생각과 감정을 드러내는 거지요. 이때의 ‘무늬’란 ‘밤하늘에 뜬 별’을 상상하면 됩니다. 인간의 어두운 마음 같은 밤하늘에 별은 ‘무늬’로서 도드라져서 인간의 시선을 끌고 온갖 상상을 불러일으킵니다. ‘천문(天文)’ 즉 하늘의 문학은 별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과 의미를 해석하는 일입니다. 과거에 사용한 해석은 점성술이었습니다. 별자리는 인간에게 은유와 상징으로 풍부한 신화와 우화를 제공합니다.
언어와 신화는 세계에 대한 표현으로서의 ‘무늬’이며 은유라는 것이 이해되셨을 겁니다. 언어의 본질은 상징적인 것인데, 왜냐하면 은유의 기능과 속성은 실재(세계의 부분)의 특성을 다른 것으로 표상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왜 사물을 눈이 보는 대로 보지 않고 은유로(다른 표현으로)보고자 하는 것일까요. 아마도 우리 무의식에는 사물은 우리 오관이 감각하는 것 이상의 존재이며 관계라고 믿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정원에 핀 장미를 ‘장미’로 보지 않고 시인은 다른 상황의 장미를 봅니다.



오 장미야, 너 병들었구나
울부짖는 폭풍 속에서
밤에 날아다니는
보이지 않는 벌레가


진홍빛 기쁨의
네 침대를 찾아내어,
그의 검고 비밀한 사랑으로
너의 생명을 파멸시키는구나


- 「병든 장미」,William Blake



블레이크는 이 시에서 장미를 벌레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습니다. 이 때 장미는 ‘진홍빛 기쁨의 네 침대’가 되고 독자는 이 시를 읽으면서 장미와 벌레의 관계상황을 온 몸으로 느낍니다. 이 구절에서 눈치 빠른 시인들은 ‘장미’가 벌레뿐만 아니라 시인들의 상상력에 의해 모든 사물과의 관계가 가능하다는 것을 압니다. 시인의 다양한 경험과 상상력의 내용에 따라 그 표현은 천변만화의 얼굴을 보이겠지만요. 상황이 불러온 상상의 에너지는 독자의 지적인식에 의해 이 시를 보다 큰 상징으로 이해 할 수도 있습니다. ‘밤에 보이지 않는 벌레’를 드라큐라로 ‘장미’를 성에 굶주린 여자로 보는 상징에 의해 이 짦은 이야기는 심오한 주제로 비약합니다. 이러한 스토리의 확장은 시인의 본 “그의 검고 비밀한 사랑”이라는 표현 때문에 가능합니다. 저는 이 시에서 ‘장미’로 은유된 여자의 기쁨과 슬픔 그리고 성에 대한 갈망 그리고 인간의 이성을 넘어서는 힘들에 휩싸이는 존재의 운명을 느낍니다.
이 시를 가지고 저는 옥타비아 빠스가 『활과 리라』에서 말한 경구를 인용하고자 합니다. 옥타비아 빠스는 ‘말이 상처를 입고 피를 흘리면 사물도 똑같이 피를 흘린다’고 말했습니다. 이 말의 의미가 이해되십니까, 이 시 안의 ‘장미’가 병들었고 그 병든 모습에 독자는 자신의 심혼이 병들었음을 느낍니다. 시가 이런 공감력(Empathy)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그 시는 ‘말의 상처’를 보여주지 못한 것이 되고 사물도 무심한 표정으로 멀뚱하게 독자를 쳐다보겠지요.





개성화(Self-realization)



영화 〈아바타〉로 돌아갑니다. 이 영화를 감독한 제임스 케메론은 ‘판도라’의 세계를 창조하기 위해 세계 일류의 예술가와 전문가들을 동원했다고 합니다. 언어학 전문가는 13개월 만에 새 언어를 탄생시켰고 대학의 식물학부 학과장을 동원해 밤이 되면 형광 빛을 내는 '판도라'의 식물에 과학적 근거를 부여했습니다. 그 밖에 천체물리학자. 음악가 인류학자들이 '판도라'라의 대기밀도를 조사하고 ‘나비(Na'vi)'족들의 음악을 창조했습니다. 중력이 가벼운 '판도라'행성에서 공중에 떠다니던 산을 기억하시죠. 산의 풍경은 중국의 ‘장가게’를 벤치마킹 했다고 그러네요.
저는 한편의 시를 만드는 창조도 영화를 만드는 과정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이미지들은 배우이며 리듬은 배경음악입니다. 주제는 스토리와 모티프(Motiff)에 의존하며 시적분위기는 감독이 영화전체를 관통해서 표현하는 상황설정입니다. 이미지와 리듬과 스토리와 분위기는 시인의 마음속에서 그려지는 포에지의 큰 그림의 퍼즐조각들입니다. 시의 그림이 아름답고 훌륭하기 위해서는 서로간의 문맥과 관계가 오케스트라의 교향곡처럼 일사불란한 하모니를 이루어야 합니다.
제임스 카메룬은 배우들이 처음 익힌 ‘나비(Na'vi)'족 언어에 대해 배우들이 감정을 실어 표현하도록 주문했다고 합니다. 감정의 최고 형태와 표현은 공감(Empathy)입니다. 배우들의 연기와 표현에서 공감(Empathy)이 빠진다면 관객은 눈물을 흘리거나 웃지 않습니다. 시도 그렇지 않을까요. ‘말이 상처를 입고 피를 흘리면 사물도 똑같이 피를 흘린다’가 말하는 표현을 얻기 위해서는 작가는 어떤 창작자세를 가져야 할까요. 시인은 한편의 시를 만드는데 있어서 제임스 카메룬이〈아바타〉를 위해 12년동안 구상하고 준비했다는 제작태도를 참고할 필요가 있습니다.
시의 개성(Individuality)과 시인의 자기실현-개성화(Individuation)에 대해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개성(個性)이란 말은 영어로 보면 ‘나눌 수 없는 것((Indivisible)’이란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다른 사물과 구별되는 독자적인 성질과 특징을 가지지만 동시에 이 특징은 전체 안에서 개성입니다. 시를 예로 들어보면 시어 하나는 독자적인 이미지와 의미를 표상하지만 동시에 시 전체맥락(Context)안에서의 독자적인 특징을 나타냅니다. 시 전체(Poesie)를 지운 시어 하나는 독특한 정감이나 의미가 사라진 평범한 말일 뿐입니다. 옥타비아 빠스가 말한 다음 경구가 이 뜻을 잘 나타내고 있습니다. ‘단어하나에 상처를 입히면 시 전체가 상처를 입게 된다. 쉼표 하나를 고치면 건물 전체가 위태로워진다.’
이런 관점에서 한 시인이 쓰는 시란 자신만의 개성(Individuality)이 드러난 시이기도 하지만 시라는 전체성((Poesie)에 참여하는 시이기도 합니다. 저는 그래서 한 시인의 시가 상처를 입는다면 시 전체 (Poesie)가 동시에 상처를 입는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같은 이유로 한 시인의 시가 지금까지 없었던 새로운 아름다움을 획득한다면 시 전체 (Poesie)도 새로워집니다. 시는 그 만큼 자기갱신을 하는 거지요.
영화 〈아바타 〉에서의 제이크는 새로운 행성의 새로운 문화에 진입해서 자기분신-아바타를 통해 지금까지의 삶과는 다른 삶의 체험을 합니다. 그는 다른 세계인 ‘판도라’ 행성에서 구세계(인간의 자본이 지배하는 낡은 세계)와의 싸움을 통해 영웅이 되는 자기변신을 합니다. 제이크는 ‘영혼의 나무’라고 불리는 곳에서 인간의 육신을 벗어버리고 분신-아바타의 새 몸을 얻어 ‘나비(Na'vi)'족으로 재 탄생합니다.
이 스토리가 시인이 시를 통해 행하는 정신의 모험과 일맥상통하지 않습니까. 적어도 저 한테는 그렇게 느껴집니다. 영화〈아바타〉의 스토리는 북유럽신화와 인디언의 영성(Spirit)문화를 혼합한 가치관을 배경으로 깔고 있습니다. 자본세계의 영웅인 다국적 기업들은 자신들을 악으로 묘사하고 있으니 이 영화의 성공이 별로 기분 좋지 않을 겁니다. 그러나 자신들이 현대의 주인공이 아닌 부품이라고 느끼는 21세기의 소시민들은 자신의 내면을 일깨우는 메시지를 보고 열광할 수 있습니다. 이 영화가 단순히 오락영화가 아닌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다른 분석도 가능합니다. 칼.융의 분석심리학으로 〈아바타〉를 보면 제이크(Ego)는 구세계의 불구자인 해병대원(Persona)의 몸을 벗어던지고 여전사 ‘네이티리’(Anima)의 도움을 얻어 새로운 세계질서에서 자기실현(Self-Rearlization)을 하는 전형적인 영웅신화의 원형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다시 말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에 열광하는 이유는 특수효과의 볼거리외에 인간의 콤플렉스(좋은 의미의 Complex이지요)를 자극했기 때문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저는 시도 이런 의미의 개성화-자기실현을 이루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드러나지 않는 시는 침묵하는 포에지(Poesie)이지만 ‘없음’이나 ‘비어있음’이 아닌 표현되지 않은 기호들을 품고 있습니다. 시인이 실재로서의 포에지와 몸으로 부딪혔을 때 그는 기호/이름을 붙여 눈으로 볼 수 있는 형상(Image)을 창조합니다. 자신의 눈으로 본 특성을 표현하지만 동시에 그는 시 전체를 드러냅니다. 시인은 〈아바타〉의 제이크처럼 자신의 분신인 시가 새로운 세계를 드러내고 새로운 몸과 정신을 얻어 영생하기를 바라지요.
시에 대한 저의 천박한 소견을 경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시우주 낭송회원 여러분의 건필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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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4. 참깨를 털면서 / 김준태









참깨를 털면서

김 준 태

산그늘 내린 밭 귀퉁이에서 할머니와 참깨를 턴다.
보아하니 할머니는 슬슬 막대기질을 하지만
어두워지기 전에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젊은 나는
한 번을 내리치는 데도 힘을 더한다.
세상사에는 흔히 맛보기가 어려운 쾌감이
참깨를 털어 대는 일엔 희안하게 있는 것 같다.
한 번을 내려쳐도 셀 수 없이
솨아솨아 쏟아지는 무수한 흰 알맹이들
도시에서 십 년을 가차이 살아 본 나로선
기가 막히게 신나는 일인지라
휘파람을 불어 가며 몇 다발이고 연이어 털어 댄다.
사람도 아무 곳에나 한 번만 기분 좋게 내리치면
참깨처럼 솨아솨아 쏟아지는 것들이
얼마든지 있을 거라고 생각하며 정신없이 털다가
<아가, 모가지까지 털어져선 안 되느니라>
할머니의 가엾어하는 꾸중을 듣기도 했다.


김준태 시집 <참깨를 털면서> 중에서




김준태 연보

1948년 전남 해남군 화산면 대지리 출생.
화산남초등학교, 화산중학교 졸업
조선대학교 부속고등학교 졸업
조선대학교 사범대학 독어교육과 졸업


1969년 전남일보 및 전남매일 신춘문예에 각각 시 당선.
월간 <시인>에 <머슴>, <詩作을 그렇게 하면 되나> 외 3편으로 등단.

1977년 시집 <참깨를 털면서> 간행.

1976~1988년 용남고, 학다리고, 전남고, 신북중, 광주과학고 교사(영어, 독일어).

1980년 6월 광주항쟁 시 <아아 광주여 우리나라의 십자가여> 발표 후 강제 해직.

1981년 시집 <나는 하느님을 보았다> 간행.

1983년 광주문학상 수상.

1984년 시집 <국밥과 희망> 간행.

1985년 현산문학상 수상.

1986년 시집 <불이냐 꽃이냐>, <넋통일> 간행.

1986~1987년 전국교사협의회(전교협) 영암군 지부장.

1988년 시집 <아아 광주여 영원한 청춘의 도시여> 간행.

1988~1997년 전남일보 편집국 부장, 광주매일 편집국 부국장.

1989년 판화시집 <오월에서 통일로>, 시집 <칼과 흙> 간행.

1991년 시집 <통일을 꿈꾸는 슬픈 색주가> 간행.

1994년 시집 <꽃이, 이제 지상과 하늘을> 간행.

1995년 제38회 전라남도 문학상 수상.
문예중앙에 중편소설 <오르페우스는 죽지 않았다> 발표.

1996년~1999년 광주대학교 문예창작과 겸임교수.

2004~2006년 5․18민주유공자항쟁동지회 상임회장.

1998년~현재 조선대학교 문예창작과 초빙교수.
광주․전남작가회의 회장, 상임고문.
민족문학작가회의 부이사장, 한국작가회의 자문위원.

1999년 시집 <지평선에 서서> 간행.
시전문지 <시의나라> 제정 제1회 자랑스런 시인상 수상.

2003~현재 광주 금남로에 작은학교 <김준태 Lykeion> 마련, 집필 활동

2011~현재 5․18기념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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