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만에 복간된 공중인 시인의 시집 '무지개'.
“50년대에 가장 인기 있는 시인은 공중인이라는 시인이었습니다. 신문에 시를 연재했는데 가판에서 그 사람의 시가 없으면 안 팔릴 정도였죠.
신경림 시인은 2004년 한 특강에서 오래도록 기억되는 좋은 시의 반대되는 예로 공중인시인의 시를 들었다. 1925년 함경남도 출생인 공중인 시인은 1940년대 김윤성, 정한모, 전광용 등과 함께 ‘시탑’ 동인으로 활동했다. ‘신세기’ ‘여성계’ ‘삼천리’ 등 잘 나가는 문예잡지에서 일했으며 현재 육관사관학교 교가의 작사가이기도 한 그는 신 시인의 말마따나 당대 가장 뜨거운 시인 중 한 명이었다. 그러나 언젠가부터 대중의 기억에서 깨끗이 사라졌다.
잊혀진 시인의 시집이 50년 만에 아들의 손으로 복간됐다. 차남 공명재씨가 출간한 ‘무지개’(문학세계사)는 마흔에 간암으로 요절한 시인이 생전에 남긴 시집 ‘무지개’(1957)와 ‘조국’(1958)을 묶어 편집한 것이다. 경제학을 전공하고 미국에서 유학해 박사학위를 딴 명재씨는 현재 한국수출입은행 감사로 있다. 그는 “문학은 전혀 모른다”면서도 “사람들에게 잊혀진 아버지의 시집을 다시 내는 걸 오랜 숙원으로 삼고 있었다”고 말했다. “아버지는 가정적인 분은 아니셨습니다. 한 번도 집에 원고료를 가져다 준 적이 없고 늘 술에 취해 계셨던 기억이 있습니다. 하지만 제겐 늘 자상한 아버지였습니다. 대학시절 은사님이 아버지의 시를 애송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내심 시인의 아들이라는 걸 자랑스럽게 여겨왔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1950년대에 활동했던 공중인 시인의 시집 '무지개'를 차남 명재씨가 50년만에 복간했다. 그는 "잊혀진 시인이 다시 재조명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문학세계사 제공
이번에 출간된 시집에는 시인의 대표적인 장시 ‘무지개’를 비롯해 ‘불국사’, ‘비창’, 당시 시집에 실리지 않았던 미발표 육필시 ‘나의 노래는…’ 등 총 76편의 시가 실렸다. 공중인 시인은 내면의 감정을 분방하게 방출하는 낭만파적 기질의 작품을 주로 썼는데, 이러한 성향은 문단과 대중의 상반되는 평가로 이어졌다. 문학평론가 이재복씨는 “공중인의 시는 1950년대 전란으로 인한 실존적 위기 상황에서 시인 개인의 낭만을 넘어 국가와 민족 차원의 낭만으로 시적 지평을 확장해왔다”며 “유원한 감성과 정서의 발견은 그 동안 소외되고 배제되어 온 그의 시의 존재 지평을 새롭게 열어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시집을 아버지의 영전에 바쳤다는 명재씨는 차후에 책으로 묶이지 못한 다른 작품들도 출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부친이 책을 내는 데 큰 뜻이 없어 미출간 원고만 열 상자가 넘는다”며 “잊혀진 시인이 새롭게 조명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황수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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