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진강 매화꽃을 보셨는지요 / 김용택 매화꽃 꽃 이파리들이 하얀 눈송이처럼 푸른 강물에 날리는 섬진강을 보셨는지요 푸른 강물 하얀 모래밭 날선 푸른 댓잎이 사운대는 섬진강가에 서럽게 서보셨는지요 해 저문 섬진강가에 서서 지는 꽃 피는 꽃을 다 보셨는지요 산에 피어 산이 환하고 강물에 져서 강물이 서러운 섬진강 매화꽃을 보셨는지요 사랑도 그렇게 와서 그렇게 지는지 출렁이는 섬진강가에 서서 당신도 매화꽃 꽃잎처럼 물 깊이 울어는 보았는지요 푸른 댓잎에 베인 당신의 사랑을 가져가는 흐르는 섬진강 물에 서럽게 울어는 보았는지요
매화나무 /황 금 찬 봄은 언제나 그렇듯이 늙고 병든 매화나무에도 찾아 왔었다. 말라가던 가지에도 매화 몇 송이 피어났다. 물 오른 버드나무 가지에 새파란 생명의 잎이 솟아나고 있다. 반갑고 온혜로운 봄이여 늙은 매화나무는 독백하고. 같은 봄이지만 나는 젊어가는데 매화나무는 늙어가네 버드나무의 발림이다. 가을이 없고 봄만 오기에 즈믄 해를 젊은 줄만 알았다네 -.
설중홍매(雪中紅梅)/李 炳 喜 동지섣달 짧은 해 걸음 돌담아래 빈둥대던 햇살 立春 지났다고 매화가지 올라 놀더니만 초승달 돌아간 새벽녘 몰래 부푼 선홍젖꼭지 선혈로 쏟아낸 순결(純潔) 홍매화(紅梅花) 되었는가 춘설(春雪) 부끄러운 꽃잎 속살의 처연(凄然)함에 안아버린 첫정(情) 설중매(雪中梅)라 하였는가 무슨 연유(緣由)로 처녀의 속살로 봄눈을 품어 만고묵객(墨客) 울리는가 초록그리움 분홍입술로 머금었단 말인가
매화(梅花) / 서정주 梅花에 봄사랑이 알큰하게 펴난다. 알큰한 그 숨결로 남은 눈을 녹이며 더 더는 못 견디어 하늘에 뺨을 부빈다. 시악씨야 하늘도 님도 네가 더 그립단다. 梅花보다 더 알큰히 한번 나와 보아라. 梅花향기에서는 가신 님 그린 내음새. 梅花향기에서는 오신 님 그린 내음새. 갔다가 오시는 님 더욱 그린 내음새. 시악씨야 하늘도 님도 네가 더 그립단다. 梅花보다 더 알큰히 한번 나와 보아라.
홍매화 / 도종환 눈 내리고 내려 쌓여 소백산자락 덮어도 매화 한송이 그 속에서 핀다 나뭇가지 얼고 또 얼어 외로움으로 반질반질해져도 꽃봉오리 솟는다 어이하랴 덮어버릴 수 없는 꽃같은 그대 그리움 그대 만날 수 있는 날 아득히 멀고 폭설은 퍼붓는데 숨길 수 없는 숨길 수 없는 가슴 속 홍매화 한 송이
매화를 생각함 /나호열 또 한 발 늦었다 일찍이 남들이 쓰다 버린 쪽박같은 세상에 나는 이제야 도착했다 북서풍이 멀리서 다가오자 사람들이 낮게 낮게 자세를 바꾸는 것을 바라보면서 웬지 부끄러웠다 매를 맞은 자리가 자꾸 부풀어 올랐다 벌을 준 그 사람은 어디로 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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