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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지기-죽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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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명날 드리는 詩 한컵]- 황무지
2016년 04월 04일 06시 12분  조회:4665  추천:0  작성자: 죽림
황무지
- T S 엘리엇(1888~1965)


기사 이미지
사월은 가장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낳고,

추억과 욕망을 뒤섞으며,

봄비로 잠든 뿌리를 휘젓는다.

겨울엔 오히려 따뜻했지,

망각의 눈으로 대지를 덮고,

마른 구근에 약간의 생명을 대주었지.

슈타른베르크 호수를 건너 한바탕의 소나기와 함께, 갑자기 여름이 찾아왔어. 우리는 주랑에 비를 피했다가,

해가 나자, 호프가르텐 공원에 가서,

커피를 마시면서, 한 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누었지.

(…)







누구나 봄(“사월”)을 다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봄은 모든 것을 잊고(“망각의 눈”) 무사유(無思惟)의 죽은 상태(“겨울”)에서 대충 살기를 원하는 사람들을 그냥 놔두지 않는다. 봄은 언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고 “추억”(과거)과 “욕망”(미래)을 마구 뒤섞으며 죽음의 문화에 갇혀 있는 사람들을 깨운다. ‘일어나라, 일어나라’ 이것이 봄의 명령이다. 관(棺) 속의 삶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이처럼 잔인한 일은 없다. 봄은 “황무지”를 휘저어 생명으로 인도한다.

<오민석·시인·단국대 영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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