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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 없으면 걸을 수 없어요. 다른 풍경으로 갈 수 없어요. 멈춤을 안정이라고 착각하고는 해요.
걷지 않으면 길은 없어요. 걸을 때 길이라고 부르지요. 숲은 나무들의 우주죠. 사람이 숲으로 들어갔을 때, 사람의 다섯배 열배 큰 나무들은 제 품을 기꺼이 내주었죠. 그곳을 숲길이라고 부르죠. 나무들은 어미처럼 품어주나봐요. 마음이 건천이 되었을 때도 용암으로 끓어오를 때도 가고 싶은 길이니까요.
‘사려니’는 ‘신의 영역’이라는 뜻이라지요. 신성이 깃든 깊은 곳이라는 뜻이겠지요. 연약하고 힘없는 것들이 자신의 자리에서 조그맣고 짙은 향기의 종소리를 내게 도와주는 것, 신성은 그런 것이겠지요. 그러니 초록으로 개울로 회복시키고, 단풍과 폭설의 시간을 받아들이게 하겠지요. 우리가 ‘스스로 그러하다’는 시간이 내장된, 자연임을 다시 깨닫게 하겠지요.
사려니 숲길의 색과 향기, 소리와 서늘함까지 담아냈다면, 깊은 안을 알고 있는 것이지요. 거기까지 닿은 눈이겠지요. 길과 그 길을 걸은 사람이 닮게 되는 것은 당연하지요. 초록으로 돌아오라고 부르는 길이 있다면 우리는 마땅히 희망을 가져야 하지요.
/ 이원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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