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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시의 뿌리는 시조
2016년 04월 12일 23시 46분  조회:4664  추천:0  작성자: 죽림
 현대시조의 올바른 작시법(세종문학회 세미나 자료: )

강사 : 이 광 녕


1. 현대시의 뿌리는 시조다. * 다음 글들과 현대시조와의 관계를 생각해 보자.


A 耿耿/ 孤枕上에 / 어느 미/ 오리오//
西窓을/ 여러 니 / 桃花一發 /도다//
桃花/ 시름 업서/ 笑春風 다/ 笑春風 다 // -「滿殿春別詞」(제2절)


B 꽃등인 양 창 앞에 한 그루 피어 오른 적막한 겨우내 들녘 끝 어디에서
살구꽃 연분홍 그늘 가지 새로 작은 깃 얽고 다리 오그리고 지내다가
작은 멧새 하나 찾아와 무심히 놀다 가나니 이 보오얀 봄길을 찾아 문안하여 나왔느뇨.
- 유치환, 「春信」1~2연

C 해와 하늘빛이 / 문둥이는 서러워 //
보리밭에 달 뜨면/ 애기 하나 먹고 //
꽃처럼 붉은 울음을 밤새 울었다. - 서정주, 「문둥이」전문


D 살이 잎새 되고 / 뼈가 줄기 되어//
붉은 피로/ 꽃 한 떨기 피우는 날엔 //
비린내 나는 운명도 / 향내를 풍기오리 - 구상, 「목숨이여」1~3연


* 현대시의 뿌리는 시조다. 시조는 향가-고려가요-고시조-현대시조의 맥을 이어 왔다. 우리 시가의 율격체계는 주로 2보격(민요), 3보격(고려가요), 4보격(시조․가사)의 형태로 분석되고 있다. 시조의 율격은 2음보의 연첩형으로 볼 수도 있는데 거기서 율격의 반복성을 살필 수 있으며, 또 각 장마다 4음보가 규칙적으로 재현된다는 점에서도 규칙성이 발견된다. 시조의 이러한 반복성과 규칙성은 정형시로서의 율격을 형성하게 된다.

2. 부적절한 창작기법

1) 관념적 ․ 사무적 용어의 남발과 한자어의 과다 노출

국방의 의무인 조국의 부름 앞에 * 2수로 이루어진 연시조이지만 제1수의 완결성,
청춘의 젊은 피가 온 몸을 휘감고 한자어, 사무적 용어 등에 문제가 있다.
왕성한 푸른 기운이 몸 속에 가득한데
언제나 위협적인 북한의 거짓 행동
당의정 속임수에 눈가림 평화행진
화농성 연쇄상구균 침투한 바이러스 - 리창근, 「봉와직염」일부

2) 설명적 진술의 일관

간척은 밥 팔아 똥 사먹는 짓거리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죽이는 일이다
이보다 더 심한 말도 주고 싶은 맘이다
- 강영환,「새만금을 지우다」, 전 5수 중 제4수

아아 저 거울 속에 죄가 다 얼비치네//
얼라 궁디에 붙은 밥풀을 띠 묵은 죄, 문디이 콧구멍 속의 마늘을 빼 묵은 죄....//
머리카락 보일까봐 꽁꽁 숨겨뒀던 이 세상 온갖 죄들이 낱낱이 들통나는,//
미치고 환장할 놈이 몇 놈쯤은 나올 하늘. - 이종문, 「하늘」

* 묘사적인 글
공든 도배 해 바뀌니 어느덧 퇴색하다//
족자를 들춘 자리 문득 파란 고 빛깔!//
어쩌면 접어둔 마음 나와 나의 해후여.
- 이상범,「족자를 들추다가」 전문

빗물 / 고인 자리에 / 아침 솔빛이 잠긴다 //
멀리서 / 종소리 울려와 / 그림자 위에 얹히고, //
이윽고 / 돌도 구름도 / 서로 눈길을 맞춘다.
- 김상옥, 「아침 소묘(素描)」 전문
3) 문장 ․ 어법 구조의 오류

깨지기 위해서 솟아나야 하는 저 운명
입 다물고 툭툭 몸부림치며 말하는
그런 식 둥근 틀에 갇혀 / 지껄이는 신문 사설
- 김수엽,「분수-국회의사당 앞에서」 전3수 중 제1수

4) 산문형의 글( 분장, 행갈이, 문장부호의 문제 ) : 다음을 시조라고 볼 수 있는가 생각해 보자

청송땅 샛별 품은 갈맷빛 외진 못물 갓밝이 저뭇한 숲 휘감아 도는 골짝만 된비알 뼈마디 꺾는 물소리 가득하다. 호반새 울음 뒤에 퍼지는 새벽 물안개 실오리 감긴 어둠도 한 올씩 풀어내고 삭은 살 연기가 되고 재 되는 저 춤사위. 사는 일 짐 부려 놓고 제 거울 들여다보는 고요도 버거운 이 차갑게 돌아앉고 못 속에 누운 왕버들 퉁퉁 부은 발이 시리다. 숨 돌릴 겨를 없이 짙붉게 타는 수달래 먹울음 되재우고 저마다 갈 길 여는가 내 앞에 툭툭 튄 물살 쌍무지개 지른다.
- 조성문, 「주산지 물빛」전문 <2006년도 조선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간밤에 시인들이 떼로 몰려왔습지요 연거푸 파지를 내며 머릴 쥐어뜯으며 밭두덕 비탈마다 술잔을 내던지며 그렇게 온밤을 짓치던 하늘시인들입죠 개울을 줄기째 들었다 태질을 치곤했다는데요
- 박기섭, 「하늘 시인」 전문

5) 탈격 : 다음 글을 시조라고 할 수 있는가?
* 다음 글은 “絶章詩”,“兩章詩”, “4章詩”라고 불러야 한다. 시조의 정의를 말할 때, 초중종 3장의 결속 체계를 갖춘 유기체적 형태의 글이라는 점을 거론해야 하기 때문이다.

A, “절장시조” 말로 다 할 수 있다면 꽃이 왜 붉으랴
- 이정환, 「서시(序詩)」 전문
B, “양장시조” 입 다문 꽃봉오리 무슨 말씀 지니신고
피어나 빈 것일진댄 다문 대로 곕소서
- 이은상, 「입다문 꽃봉오리」 전문
C, “4장시조” 천근 든 쇠북을 들 듯 안았던 꽃을 드립니다.
꽃도 머물렀다 한 번 핀 보람 있어
예와 고이고저 피인 상 싶으거늘
제주도 유자꽃이야 오죽 부러우리까.
- 조운, <평양8관>중 「해방탑」
길손이 막대전져 천리강산 헤매더니
여기가 어디메오 그림 속에 들었구나
무등산 눈얼음이 녹아풀려 흘러내려
양림천(楊林川) 굽이굽이 봄풍악이 요란하다.
- 이은상, 「전남특산가(全南特産歌)」 전 26수 중 제1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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