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함
- 함민복(1962~ )
새들의 명함은 울음소리다
경계의 명함은 군인이다
길의 명함은 이정표다
돌의 명함은 침묵이다
꽃의 명함은 향기다
자본주의의 명함은 지폐다
명함의 명함은 존재의 외로움이다
프랑스 철학자 데리다(J Derrida)는 이름이란 하나의 외적 통일체로서의 표피(表皮)이고, 그 안에 우리가 접근할 수 없는 어떤 “심연(深淵)”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울음소리” “침묵” “향기” “지폐” 같은 이름(명함)들은 얼마나 넓고 깊은 내면을 가지고 있는가. 이름의 문을 열고 그 심연으로 들어설 때, 존재 혹은 “존재의 외로움”이 보인다.
<오민석 시인·단국대 영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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