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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봄
도꼬마리 털게다리가
물푸레나무 둥치를 타고 기어오른다.
보슬비 내린 후 적막강산 지나
쪽박넝쿨도
댕댕이덩굴도 두어 뼘
―최명길(1940~2014)
이 시는 늦봄의 숲을 보여준다. 빳빳한 털이 나 있는 한해살이풀 도꼬마리가 있고, 물푸레나무가 있고, 쪽박넝쿨이 있고, 댕댕이덩굴이 있다. 줄기들은 길게 뻗어나가면서 다른 식물을 감기도 하고 땅에 퍼지기도 한다. 보슬비가 내린 후 덩굴들은 더 자라난다. 두어 뼘 더 자라고, 계속 자라나서 적막강산을 지나간다. 덩굴이 자라나며 적막강산을 지나간다니 얼마나 멋진 표현인가. 무르고 약한 덩굴들이 자라나며 천지를 지나간다니 얼마나 호탕한 생각인가!
봄에는 생명이 자란다. 싹이 돋아 나온다. 우리에게도 기운이 새로이 일어난다. 연두의 색채가 번진다. 우리에게도 향기롭고 산뜻한 분위기가 옮아온다. 비 온 뒤에 세계는 풀잎처럼 더욱 싱그럽다. 어느 때나 늘 봄과 같다면 참 좋겠다.
/ 시평;- 문태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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