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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월 시 음미해보기
2016년 04월 26일 23시 47분  조회:4679  추천:0  작성자: 죽림
[ 2016년 04월 26일 07시 57분 ]

 

 

중국 吉林성 延邊 和龍시에서 제8회 長白山진달래문화관광축제에서 높이 1메터, 직경 2메터짜리 비빕밥그릇...
 

 

[ 2016년 04월 25일 08시 16분 ] 

 

[ 2016년 04월 25일 08시 16분 ]

 

[ 2016년 04월 25일 08시 07분 ]
 

 

 

 

 

 

 

 
중국•화룡 제8장백산진달래국제문화관광축제---
《전국10대매력촌>> 화룡시 서성진 진달래민속촌에서ㅡ 
 
 

 






소월 시의 전통성과 창조성에 대한 일고찰
- 전통적 소재의 인유 방식을 중심으로

전도현


1. 소월 시와 전통 논의의 방향
김소월은 한국 근대시문학사에서 최초로 전통의 현대적 수용을 본격적인 경지에서 보여준 시인이라 할 수 있다. 신문학 초기 우리 시인들은 전시대의 삶의 가치관과 형식이 갑작스럽게 붕괴되는 현실 속에서, 주체적으로 새로운 세계 인식 태도와 시적 방법을 확립하지 못하고 외부의 자극만을 피상적으로 받아들이려 하였다. 그러나 시대 현실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나 전대 문학과의 관련을 상실한 채 추구되는 서구시의 수용과 모방은 주제적․양식적 측면에서 혼돈과 미숙성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었다. 소월의 주된 활동 시기였던 1920년대 초반 역시 다양한 문예 사조가 혼류하는 가운데 많은 시인들이 서구시를 모델로 한 실험을 계속하던 시기였다고 할 수 있다. 이 시기에 소월은 우리 전래의 문학과 문화 유산을 폭넓게 계승하여 뚜렷한 시적 성취를 이룸으로써 한국 근대시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였던 것이다. 
이와 같은 시사적 위상으로 인해 소월의 작품은 전통 논의의 시금석과 같은 존재로 받아들여지며 각별한 학문적 관심의 대상이 되어 왔다. 많은 소월 시 연구가 단절적인 문학사 인식을 극복하려는 노력과 맞물려 진행되며 전통성을 실증적으로 검증하려는 방향으로 진행되어 왔던 것이다. 그 결과 소월 시에 내재된 전통적 요소와 특성, 특히 민요적 성격과 ‘恨’의 정서에 대한 규명 노력은 상당히 다양하고 풍요로운 성과를 축적하게 되었다. 하지만 기존 논의를 살펴보면, 지나치게 외래지향성에 대한 안티테제로서 전통적 요소의 발굴 자체에만 초점이 맞춰져 왔다는 느낌이 없지 않다. 많은 연구들이 소재적 차원의 전통성 찾기를 넘어서지 못하거나, 전통성의 의미를 단순히 원론적인 차원에서 서구편향성에 대한 반성과 성찰의 계기로만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문학의 전통성에 대한 연구는 계승과 변용의 측면을 아우르는 것이어야 하며, 궁극적으로는 당대 현실과의 관련 속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전통의 단순한 재현이나 답습은 무의미하며, 현재적 삶이나 미래의 창조적 비전과 관련되지 않는 전통지향적 태도는 과거지향적 복고주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근본적으로 전통이란 고정된 실체가 아니라 끊임없이 새로운 방식으로 재창조되며 변화하는 어떤 것이며, 그 재창조와 변화의 동인은 전통을 계승하는 주체와 시대의 요구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소월 시의 전통성에 대한 연구도 단순한 전통적 요소의 확인을 넘어서서 전통 계승의 방식에서 드러나는 창조성과 현재성을 규명하는 방향으로 보완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2. 引喩의 시적 의미와 효과
소월 시의 전통성과 창조성을 고찰하고자 할 때, 다양한 전통적 소재를 작품 속에 수용하여 현재적 문맥 속에서 재창조하는 인유의 기법에 주목해 볼 수 있다. 인유는 어떤 인물, 장소, 사건, 또는 다른 문학 작품이나 그 구절을 직접적으로나 간접적으로 인용하는 문학적 기법을 말한다. 대개 인유의 원천은 독자에게 잘 알려진 허구적․역사적 인물과 사건, 지명, 고사, 어구, 문장, 작품 등이다. 시인은 이 같은 공공의 역사적․문화적 유산을 이끌어들임으로써 “경험과 지식, 그리고 가치의 근원으로서 문학적 전통을 독자와 공유” 김준오, ꡔ도시시와 해체시ꡕ, 문학과 비평사, 1992년, 201쪽.
할 수 있게 된다. 이런 관점에서 인유는 기본적으로 전통주의와 밀접한 관련을 지니며, 집단적인 민족 의식을 표출하는 주요한 수단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인유는 시인의 현재적 의도를 경제적이고 효과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시적 방법으로서의 의미를 갖는다. 시인은 일정한 시적 의도에 따라 과거의 유산들을 차용하고 변용한다. 이를 통해 기존의 의미와 새롭게 변용된 의미가 중첩되어 새로운 문맥이 형성된다. 인유는 “유사를 나타내는 데 사용되건 대조를 나타내는 데 사용되건, 과거의 경험의 권위를 현재 사건에 갖다 붙여 시적 효과를 증대시킨다. 더욱이 과거와 연상의 고리를 불러일으킴으로써 그것들은 의미상의 남은 면까지도 구축하고, 현재 문맥의 의미를 확장” 유약우, ꡔ중국시학ꡕ, 이장우 역, 명문당, 1994년, 249-250쪽.
하는 것이다. 즉 인유의 시적 의미와 효과는 현재적 문맥의 확대와 심화에 있으며, 여기서 관건이 되는 것은 시인의 창조적인 의도와 동기인 것이다. 
이 같은 인유의 특성을 고려할 때, 한 시인이 구사하는 인유 방식에 대한 고찰은 그 시세계의 전통성과 현재성을 아울러 살필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 된다고 할 수 있다. 이런 관점을 바탕으로 이 글에서는 소월 시에서 다양한 전통적 소재, 특히 地名, 역사적 사건과 인물, 민간 풍속 등이 인유되는 방식을 고찰해 보고자 한다. 이를 통해 소월 시가 지닌 전통성의 의의를, 현재적 의식을 구현하려는 창조적인 의도와의 관련 속에서 규명해 보고자 한다. 

3. 地名의 인유 방식
地名은 한 민족의 삶의 터전을 환기하며 역사적 삶의 자취를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집단적이고 전통적인 성격을 강하게 갖고 있는 모티프이다. 수많은 지명의 활용은 소월 시의 두드러지는 특징 중의 하나이다. 이로 인해 지명의 詩化는 많은 연구자들의 주목의 대상이 되어 왔으며, 그 시적 의미에 대해서는 대체로 식민지 현실을 배경으로 한 민족의식의 발로로 설명되어 왔다. 그 대표적인 사례로는 다음과 같은 글을 들 수 있다. 
   김윤식, 「식민지의 허무주의와 시의 선택」, ꡔ문학사상ꡕ, 1973년 5월호.
   김은전, 「소월시에 나타난 전통적 요소」, ꡔ김소월연구ꡕ, 김열규․신동욱 편, 새문사, 1982년.
   이규호, 「소월의 한시번역과정」, 김영철․박진태․이규호 공저, ꡔ한국시가의 재조명ꡕ, 형설출판사, 1984년.
국권을 상실한 당대의 현실 속에서 민족의 삶의 터전을 지칭하여, 공동체의 역사적 의미와 민족 의식을 환기시키려 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견해는 한 편의 시에서 유난히 많은 지명을 열거하고 있는 다음 작품들을 살펴볼 때 더욱 설득력을 지닌다.

평양, 대동강, 삼천리, 삼각산, 함양, 담양, 남원 - 「春香과 李道令」
신의주, 평양, 군산, 목포, 거제도 - 「봄바람」
한강, 대동강, 두만강, 낙동강, 압록강 - 「봄과 봄밤과 봄비」

위의 예에서 소월이 매우 의식적으로 거의 ‘조선’ 전체를 아우를 수 있도록 지명이나 산천의 이름을 열거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지명의 인유 방식에서 민족의식의 표출이라는 소월의 시적 의도는 분명히 감지된다. 그리고 여기에는 작중 상황의 구체적인 현장성을 획득하려는 기본적인 의도도 깔려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소월 시에서 地名이 인유되는 방식이 민족주의적 의도의 실현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소월은 地名을 통해 시적 발상과 시상 전개의 계기를 얻기도 하며, 특별한 상징적 의미를 차용하기도 한다. 이러한 소월의 지명 인유 방식을 이해하기 위해서 먼저 예술의 형식성과 창조성을 강조해 온 랭거의 다음과 같은 지적을 참조할 수 있다. 

어떤 장소나 인물에의 언급이 하나의 예술적 목적에 기여할 때 시인은 그러한 언명을 아마도 표제, 직접적으로는 작품의 내용이 되게 자유롭게 처리할 것이다. …(중략)… 시인의 주요 의도는 단순히 개별적인 지시가 아니라, 그 외형semblance을 창조함에 있으며, 따라서 그는 무엇보다도 그 소리, 오직 일반적으로는 그 내포 때문에 고유명사들을 선택한다. Susanne K. Langer, Feeling and Form, 이승훈 역, ꡔ예술이란 무엇인가ꡕ, 고려원, 1982년, 160-161쪽.


이러한 견해에 의할 때, 시에서 地名의 詩化는 단순히 어떤 구체적인 장소를 지칭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일정한 시적 의도와 ‘예술적 목적’을 위해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즉 지명은 작품 속에서 어떤 대상을 지시하는 기능보다는 예술적 형상의 창조라는 목적에 따라 자유로운 방식으로 처리되는 것이다. 소월 시의 지명 인유 방식 역시 이런 관점에서 조명될 수 있다. 

        가) 楚山지나 狄踰領
           넘어선다
           짐실은 저나귀는 너왜넘늬?
                - 「옷과밥과自由」 제3연
        
        나) 흐르는大洞江, 한복판에
           울며 돌든 벌새의무리, 
           당신과離別하든 한복판에
           비는 쉴틈도업시 나리네, 리네.
                        - 「將別里」 제3연
        
        다) 비가 온다
           오누나
           오는비는
           올지라도 한닷새 왓스면죠치.
        
           여드래 스무날엔
           온다고 하고
           초하로 朔望이면 간다고햇지.
           가도가도 往十里 비가오네.
                        - 「往十里」 제1․2연

위 인용시들에서 地名은 모두 그 글자의 뜻을 활용하기 위해서 취택되고 있다. 가)에서 “狄踰領”은 실제로 존재하는 구체적인 고개를 지칭하기보다는 ‘오랑캐가 넘는 고개’라는 字意에서 ‘험난한 변방의 고개’라는 의미가 추상되어 활용되고 있다. “옷과밥과自由”를 잃어버리고 남의 나라 땅으로 넘어가야 하는 상황이 복잡한 서술을 생략한 채 “狄踰領”이란 지명을 통해 단적으로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나)의 “將別里”도 ‘장차 이별할 마을’이라는 의미를 차용하기 위해 인유되고 있다. “이 사건은 ‘장별리’라는 마을 이름에서 자연스럽게 연상되어 나온 사건” 김인환, ꡔ상상력과 원근법ꡕ, 문학과 지성사, 1993년, 41쪽.
이라는 지적처럼, 이 작품에서 님과의 이별이라는 상황 설정은 地名의 字意에 크게 빚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것은 소월 시에서 보편적으로 발견되는 극적 상황 설정의 의도가 적절한 지명을 찾아냄으로써 구현된 것이라 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다)에서 “往十里”라는 지명도 ‘십리를 더 가라’는 의미 때문에 작품의 제목과 무대로 선택된 것으로 보인다. 이 시에서 ‘가다’와 ‘오다’는 “가도가도”와 “온다”, “오누나”, “오는”, “올지라도”, “왓스면” 등으로 변주되며 음악적 효과를 창출하면서, 작품의 기본적인 의미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이처럼 대립되는 의미 구조를 통해 주제의식을 표출하고, 동일하거나 유사한 시어를 반복하여 시의 리듬을 창출하는 것은 소월이 즐겨 구사한 기법 중의 하나이다. 여기서 ‘가다’라는 뜻을 내포한 “往十里”라는 지명은 시의 착상과 전개에서 핵심적인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결국 소월은 이들 시편들에서 地名의 字意를 통해 해당 작품의 시적 발상과 시상 전개의 계기를 얻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한편 다른 시편들에서 소월은 우리 민족의 역사적 삶의 과정 속에서 특별한 의미를 함축하게 된 지명들을 그 상징적인 내포를 활용하기 위해 인유하기도 한다. 「山」과 「次岸曙先生三水甲山韻」에서 중심적인 모티프로 활용되고 있는 “三水甲山”과 「팔베개 노래調」의 “金剛 斷髮領” 등이 그러한 예들이다. “三水甲山”은 우리 민족 전체에게 널리 알려진 이름으로, 변경에 있는 첩첩산중의 유폐된 공간을 상징하는 지명이다. 그리고 비교적 덜 알려져 있지만 “金剛 斷髮領”은 그곳에서 동쪽으로 금강산을 바라보면 누구나 중이 되고 싶어한다는 고개로서, 역시 이를 알고 있는 한국인에게 보편적인 상징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지명이다. 
이 지명들은 단순히 어떤 고장의 이름을 넘어, 특히 민족의 전통적이고 집단적인 체험과 정서가 강하게 함축되어 있는 集團的 象徵物 여기서 ‘집단적 상징’이란 개인의 감수성이나 상상력에 의해 창조된 개인적 상징과 구별하여, 한 민족이나 집단에서 널리 유포되어 사용되고 있는 공적인 상징을 가리킨다. 오세영은 소콜로브의 개념을 차용하여 ‘전형적 상징’이란 용어로 소월 시에 나타난 공적인 상징들을 살펴본 바 있다. (오세영, ꡔ한국낭만주의시연구ꡕ, 일지사, 1980년, 56-94쪽.)
의 성격을 띠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집단적 상징물의 인유는 민족 고유의 생활 감정과 표현 방식을 차용하여 보편적인 정서를 환기하는 시적 효과를 갖는다. 초개인적인 상징 체계를 기반으로 독자 대중들이 지닌 집단적 정서에 호소할 수 있는 시적 방법인 것이다. “三水甲山”과 “金剛 斷髮領”이라는 지명의 인유 역시 같은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되는 점은 소월이 이러한 지명의 상징적 내포를 단순히 그대로 인유하지 않고, 시적 상황과 문맥에 따라 다양한 각도에서 포착하여 자유롭게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三水甲山’을 중심 소재로 삼고 있는 두 작품, 「次岸曙先生三水甲山韻」과 「山」을 비교해볼 때 잘 드러난다. 

        三水甲山 내왜왓노 三水甲山 이 어듸뇨
        오고나니 奇險타 아아 물도 만코 山 쳡쳡이라 아하하
        
                … [중략] …

        님게신곳 내고향을 내못가네 왜못가네
        오다 가다 야속타 아아 三水甲山이 날 가둡엇네 아하하
        
        내고향을 가고지고 오호 三水甲山 날가둡엇네
        不歸로다 내몸이야 아아 三水甲山 못버서난다 아하하
                                - 「次岸曙先生三水甲山韻」 제1․4․5연

        눈은나리네, 와서덥피네.
        오늘도 하롯길
        七八十里
        도라섯서 六十里는 가기도햇소.
        
        不歸, 不歸, 다시不歸,
        三水甲山에 다시不歸.
        사나희속이라 니즈련만,
        十五年졍분을 못닛겟네
                        - 「山」 제2․3연

‘三水’와 ‘甲山’은 실제로 국경 지역인 함경남도에 위치한 고장의 이름이다. 하지만 ‘삼수갑산에 가더라도 ~하겠다’는 관용적 표현이 널리 쓰일 정도로 우리 민족에게 三水甲山은 극한적인 소외와 유폐를 상징하는 공간이다. 조선조에는 중앙정계에서 추방당한 정치인들의 대표적인 유배지이기도 했다. 
「次岸曙先生三水甲山韻」에서 이러한 상징적 이미지는 그 본래적 의미대로 인유되고 있다. 이 작품에서 ‘三水甲山’은 원래 의미 그대로 “물도 만코 山 쳡쳡”인 “奇險”한 고장으로서, “님게신곳”인 고향으로 돌아가려는 시적 주체를 가두는 幽閉의 공간으로 표상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山」에 오면, 삼수갑산은 오히려 서정적 주체가 “十五年졍분을 못닛”어서 돌아가려 하는 지향점으로 제시되고 있다. “不歸, 不歸, 다시不歸,/ 三水甲山에 다시不歸”라는 구절이 이를 잘 보여준다. 이 시에서 “三水甲山가는 길은 고개의길”로서, 이 험한 고개를 넘어야 시적 주체는 자신이 갈망하는 삼수갑산에 이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 고개는 매우 험준하고, 산에는 지금 눈마저 내려 덮여 시적 주체를 가로막고 있다. 이 작품에서 시적 주체를 절망에 빠뜨리는 요소는 ‘삼수갑산’ 자체가 아니라, 이를 둘러싼 험준한 지형과 불편한 교통이라 할 수 있다. 
이 두 작품에서 ‘삼수갑산’은 공통적으로 시적 주체의 의지와 소망을 좌절시키는 시적 계기로서 인유되고 있지만, 그 양상은 미묘한 차이를 보인다. 「次岸曙先生三水甲山韻」에서는 삼수갑산이 지닌 상징적 의미가 전체적 의미 그대로 인유되고 있다면, 「山」에서는 그러한 상징적 의미를 낳게 한 지리적 요인만이 인유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 결과 동일한 시적 대상인 ‘三水甲山’이 서로 다른 시편에서 각각 ‘유폐’와 ‘갈망’의 장소라는 상반되는 의미를 표상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양상은 소월이 인유 대상에 대해 충분한 심리적 거리를 유지하며, 해당 작품의 시적 의미를 효과적으로 형상화하기 위해 자유롭게 활용하고 있음을 알려준다. 
이상의 논의를 정리해보면, 우리는 소월 시에서 地名의 인유가 일정한 시적 주제와 예술적 목적을 구현하기 위해 자유롭고 다양한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즉 소월은 민족 의식의 직접적인 표출을 위해 한 편의 작품 속에서 수많은 지명을 열거하기도 하였고, 때로는 그 字意에 유의하여 시적 발상과 시상 전개의 계기로 삼기도 하였다. 또한 지명을 集團的 象徵의 하나로 인유하여, 공동체의 생활 감각과 지식을 기반으로 자신의 주관적 정서를 표상하기도 하였던 것이다. 특히 동일한 대상의 상징적 내포를 작중 상황에 따라 다르게 활용하여 상반된 시적 의미를 표상하고 있는 작품들은 창조적인 의도를 바탕으로 전통적 소재를 의식적으로 이끌어들이는 소월의 인유 방식을 잘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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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6. 잠든 됫박 / 이운룡

 

 

 

 

 

 

잠든 됫박

 

                               이 운 룡

 

쌀뒤주는 구경도 못한 우리 집 뒤란에

채워도 채워도 배고픈 빈 항아리 하나

 

그 속에 너를 가두어 놓고

어머니는 노상 한숨만 퍼내셨다

 

상반신을 구부려야 손이 닿는 밑바닥

도둑맞을 쌀이 어디 있다고

숨겨 두면 내 아니 모를라고

세상없어도 뚜껑만은 열어 놓지 않으시고

 

때가 되면

인기척하고 드나드는 뒤란 길

어머니 검정 치맛자락만

슬프도록 어른거렸다.

 

 

이운룡 시집 <이 가슴 북이 되어> 중에서

 

 

 

 


4. 역사적 사건과 민간 풍속의 인유 방식
지명 이외에도 소월이 전통적 소재를 인유하는 대표적인 예는 역사적 사건이나 인물을 시화한 경우, 그리고 민간 풍속이나 신앙을 폭넓게 수용하고 있는 시편들에서 찾아볼 수 있다. 먼저 소월의 시에서 역사적 사건과 인물을 다루고 있는 시편으로는 「물마름」을 검토해 볼 수 있다. 

        그곳이 어듸드냐 南怡將軍이
        말멕여 물엇든 푸른江물이
        지금에 다시흘너 을넘치는
        千百里豆滿江이 예서 百十里.
        
        茂山의큰고개가 예가아니냐
        누구나 네로부터 義를위하야
        싸호다 못이기면 몸을숨겨서
        한의못난이가 되는 법이라.
        
        그누가 생각하랴 三百年來에
        참아 밧지다못할 恨과侮辱을
        못니겨 칼을잡고 니러섯다가
        人力의다함에서 스러진줄을.
        
        부러진대으로 활을메우고
        녹쓸은호믜쇠로 칼을별너서
        茶毒된三千里에 북을울니며
        正義의旗를들든 그사람이어.
        
        그누가 記憶하랴 茶北洞에서
        피물든 옷을닙고 웨치든일을
        定州城하로밤의 지는달빗헤
        애친그가슴이 숫기된줄을.
        
        물우의 마름에 아츰이슬을
        불붓는山마루에 픠엿든츨
        지금에 우러르며 나는 우노라
        일우며 못일움에 薄한이름을.
                                - 「물마름」 제3-8연

이 작품에는 크게 두 가지 역사적 사건이 인유되어 있다. 하나는 세조의 중앙 집권 체제 강화에 반발해 세조 13년(1467년)에 일어났다가 南怡將軍 등에 의해 평정된 李施愛의 亂이고, 다른 하나는 西北人에 대한 차별과 부패한 세도정치에 항거해 순조 11년(1811년)에 平北 嘉山의 多福洞 작품에서는 ‘茶北洞’으로 나타나 있으나, 이는 소월의 착오로 보인다. 
에서 봉기했다가 定州城에서 敗死한 洪景來의 亂이다. 한우근, ꡔ한국통사ꡕ, 을유문화사, 1987, 217-218쪽, 362-364쪽 참조.

이러한 역사적 사건의 인유를 통해 소월은 당대 현실에 대한 인식을 우회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것으로 이해된다. 즉 소월은 두 西北人이 일으킨 난을 부패한 중앙 정부가 강요한 차별과 모욕에 대한 항거로 해석하고, “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싸움과 이 싸움의 실패로 인한 수모를 당대에 대비시켜 3․1운동과 같은 민족적 운동이 실패함으로 인하여 우리가 처한 굴욕적 상황을 표현하고 있” 최동호, 「김소월 시의 무덤과 부서진 혼」, ꡔ평정의 시학을 위하여ꡕ, 민음사, 1991, 14쪽.
는 것이다. 소월 시에서 전통적 소재의 인유가 민족 의식의 표출이라는 목적을 위해 이루어지고 있는 예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 두 사건이 작품 속에 인유되는 방식은 그리 단순하지 않다. 우선 李施愛의 亂은 표면적으로 내세워진 南怡將軍의 故事 속에 숨겨져 있다. 제3연 제1-2행에는 남이장군의 逸話와 시구가 직접적으로 차용되어 있다. 장군의 이름이 명시되고 또 그가 지었다는 유명한 시의 한 구절인 “말멕여 물엇든 푸른江물이”(豆滿江水飮馬無)가 직접적으로 인유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작품에서 남이장군의 고사는 이시애의 난을 떠올리기 위한 매개에 불과하다. 즉 시적 화자는 지금 “茂山의큰고개”를 넘으며, 이곳에서 불과 백여 리 떨어진 두만강과 남이장군에 생각이 미치게 된다. 그리고 연상의 흐름을 따라 남이장군에 의해 평정 당한 이시애의 난을 떠올리게 되고, 이를 계기로 또다시 삼백여 년의 차이를 두고 같은 서북인에 의해 일어났던 洪景來의 亂을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 홍경래의 난 역시 작품 속에 그 사건이나 인물이 분명하게 제시되지 않고, “茶北洞”(茶福洞)과 “定州城”이라는 지명을 통해서 다소 간접적인 형태로 드러나고 있다. 이 사건과 관련된 구체적인 세부 사항을 기억하지 못하는 독자라면 인유된 사실을 쉽게 파악하지 못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해 일부 연구에서는 이 작품이 남이장군에 얽힌 단일 사건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기도 하였다. 

이 두 사건은 이처럼 다소 복잡하고 분명하지 못한 형태로 함께 인유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큰 무리 없이 전체 시의 의미 속에 용해되어 있다. 그것은 이 사건들이 지닌 역사적 의미의 동질성을 읽어내는 시인의 시선에 근거한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이러한 시선의 밑바탕에 깔려 있는 당대의 굴욕적인 현실에 대한 시인의 인식이며, 그러한 인식을 역사적 사건의 인유를 통해 표출하려는 시인의 의도라 할 수 있다. 이렇게 보면, 이 작품 역시 뚜렷한 시적 의도와 목적 의식을 바탕으로 전통적 소재를 자유로운 방식으로 인유하고 있는 예로 평가될 수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 소월 시에서 자주 인유되고 있는 전통적 소재로는 歲時風俗을 비롯한 民間 風俗이나 민중들의 생활 방식을 들 수 있다. 「널」, 「달맞이」, 「칠석」 등은 계절에 맞추어 관습적으로 되풀이하는 세시풍속과 관련된 시편들이며, 「후살이」는 민중의 삶의 방식과 생활 감정을 배경으로 한 작품이다. 그리고 「초혼」은 민간의 장례 풍습을 주요한 시적 모티프로 인유하고 있는 작품이다. 이 가운데 대조의 효과를 위해 인유 대상을 이끌어들이고 있는 「달맞이」와 대상의 본래적 의미를 변형시켜 현재적 의미를 부각시키고 있는 「초혼」을 통해, 소월의 주제 의식과 이를 구현하는 인유 방식의 창조성을 살펴볼 수 있다. 

        正月대보름날 달마지,
        달마지 달마즁을, 가쟈고!
        새라새옷은 가라닙고도
        가슴엔 묵은설음 그대로,
        달마지 달마즁을, 가쟈고!
        달마즁가쟈고 니웃집들!
        山우헤水面에 달소슬,
        도라들가쟈고, 니웃집들!
        모작별삼셩이 러질.
        달마지 달마즁을 가쟈고!
        다니든옛동무 무덤에
        正月대보름날 달마지!
                        - 「달마지」 전문

이 작품의 중심 소재는 정월 대보름날에 행하는 달맞이 풍속이다. 이 행사는 매년 정월 대보름날 저녁 횃불을 들고 산이나 들로 나가 달을 맞이하며, 저마다의 소원을 빌고 일년 동안의 행운을 바라는 전래의 풍속이다. 남녀노소 누구나 참여하는 행사로서 흥겹고 들뜬 분위기 속에서 치러지는 축제의 하나이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 ‘달맞이’ 행사는 민속적 축제 그 자체로서 조명되기보다는 “옛동무”를 상실한 슬픔에 잠겨 있는 시적 화자와의 대비를 위해 인유되고 있다. 산과 들에서 흥성거리며 달맞이를 하는 “니웃집”과 달리 시적 화자는 “다니든옛동무 무덤에”서 달맞이를 하며, 이로 인해 그의 슬픔은 더욱 강조되어 나타난다. 이러한 대비적 의미 구조는 “새라새옷은 가라닙고도/ 가슴엔 묵은설음 그대로”라는 구절를 통해 반복되며, 작품의 의미를 형성하는 기본적인 뼈대가 된다. 
이러한 인유 방식은 민족 고유의 풍습을 통해 집단적 감수성을 자극하면서, 이를 바탕으로 자신의 주관적 정서를 효과적으로 표출하려는 시적 의도를 반영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님․고향․자연의 상실을 지속적으로 노래한 소월의 시세계의 이면에는 시대적 단절 체험이 깔려 있다고 볼 수 있는데, 이러한 시적 정서가 공동체의 집단이고 전통적인 정서를 매개로 표상됨으로써 더욱 보편적인 정서로 확장되고 있는 것이다. 
흔히 소월의 대표작의 하나로 거론되는 「招魂」도 민간 풍속의 적극적인 인유를 통해 시인의 주제의식이 돋보이는 성취를 거둔 작품으로 평가될 수 있다. 

        산산히 부서진이름이어!
        虛空中에 헤여진이름이어!
        불너도 主人업는이름이어!
        부르다가 내가 죽을이름이어!
        
        心中에남아잇는 말한마듸는
        내 마자하지 못하엿구나.
        사랑하든 그사람이어!
        사랑하든 그사람이어!
        
        붉은해는 西山마루에 걸니웟다.
        사슴이의무리도 슬피운다.
        러저나가안즌 山우헤서
        나는 그대의이름을 부르노라.
        
        서름에겹도록 부르노라.
        서름에겹도록 부르노라.
        부르는소리는 빗겨가지만
        하눌과 사이가 넘우넓구나.
        
        선채로 이자리에 돌이되여도
        부르다가 내가 죽을이름이어!
        사랑하든 그사람이어!
        사랑하든 그사람이어!
                                - 「招魂」 전문

이 작품에서는 소월 시에서 되풀이되는 중심 테마인 님과의 이별이 가장 극한적인 상황 설정을 통해 나타나고 있다. 인간의 절대적 한계인 죽음으로 인한 이별의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이 죽음의 문제를 다루는 시적 방법이 바로 민간에서 행해지는 ‘招魂’ 풍습의 인유이다. 
초혼 풍습은 葬禮 節次의 일부로서, 인간의 영원한 문제인 죽음의 극복과 관련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인간 삶의 가장 비극적 국면인 죽음이 주는 충격을 인간적으로 승화하기 위한 것이 초혼을 포함하는 장례 절차인 것이다. 이러한 葬禮 儀式의 의미는 원초적 민간신앙의 대상인 죽음의 문제를 문화적 제도 속에 포용해 놓는 일로도 설명된다. 김윤식, ꡔ한국근대문학사상비판ꡕ, 일지사, 1978, 143-153쪽 참조. 김윤식은 이 글에서 소월의 「招魂」을 屈原의 「楚辭」와 연관지어 언급하고, ꡔ禮記ꡕ에 소개된 초혼 절차를 인용하여 이 일이 죽음의 문제를 문화적 제도로 포용하는 儀式임을 밝히고 있다. 
이러한 儀式을 통해 사람들은 삶과 죽음의 경계를 확인하고 사랑하던 사람의 죽음을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작품에서 초혼 풍습이 갖는 이러한 의미는 의도적으로 거부된다. 시적 화자는 “불너도 主人업는이름”을 계속해서 부르며, 사랑하던 님의 죽음을 끝내 받아들이지 못한다. 그것은 망부석 전설을 인용하고 있는, “선채로 이자리에 돌이되여도/ 부르다가 내가 죽을이름이어!”라는 구절에서 확인된다. 죽음의 결단으로 표명된 화자의 강인한 의지는 그 격앙된 어조만큼이나 치열한 감정을 느끼게 하며 비장미를 불러일으킨다. 이처럼 삶과 죽음의 경계라는 인간 존재의 근원적 한계에 대해서도 체념하지 못하는 것은, ‘님’이 자기 삶의 절대적인 근거로서 어떤 경우에도 포기될 수 없는 본질적인 존재이기 때문일 것이다. 여기서 소월 시에서 ‘님’이 지닌 근원적 가치로서의 상징성을 확인할 수 있으며, 나아가 이러한 이별의 미학 밑바탕에는 근대 이후의 분열 체험과 시대적 단절감이 개재해 있음도 알 수 있다. 김인환은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한 바 있다. “이 시의 인물이 민간 의식을 그대로 따를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조화로운 시대에는 누구나 우주의 질서에 맞추어 살 수 있었다. 이제 그러한 조화와 질서는 파괴되고 말았다. 민중의 목소리와 인물의 목소리가 어긋나는, 이 시의 불협화음은 대립과 긴장으로 가득찬 극적 상황을 부각시키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김인환, 앞의 책, 40쪽.)

어쨌든 인유 방식의 측면에서 주목되는 것은, 이런 시적 의미를 형상화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민간 풍속의 본래적 의미를 변형하고 있다는 점이다. 초혼 풍습이 장례 절차의 일부로서 사랑하던 사람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문화적 제도의 의미를 지니는 것인데도, 시적 화자는 이런 의미를 끝내 거부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초혼 행위가 원래 지붕이나 마당에서 행해지는 것임에도 이 작품에서는 산꼭대기에서 행해지고 있는 점도 인유 대상을 변형시킨 부분으로 지적될 수 있다. 
이처럼 소월은 이 작품에서 ‘초혼’이라는 민간 풍속의 적절한 인유를 통해 경제적이고 효과적으로 시적 상황을 설정하면서도, 자신의 시적 의도에 부합하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는 변형을 가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양상은 일정한 시적 의도에 따라 과거의 유산들을 차용하고 현재적 문맥 속에서 재창조하는 소월의 인유 방식을 잘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5. 마무리
지금까지 소월 시에서 전통적이고 집단적인 모티프들이 인유되는 방식을 고찰해 보았다. 이를 통해 소월 시에서 전통적 소재의 인유가 뚜렷한 현재적 의식을 바탕으로 다양하고 자유로운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소월 시에서 전통적 소재의 인유는 집단의 전통적 감수성을 강하게 자극하며 민족적 자기동일성을 환기하려는 의도를 담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기본적인 의도와 함께 작품에 따라 보다 구체적으로 드러나는 주제 의식을 살펴보면, 직접적인 민족 의식이나 현실 인식인 경우도 있었고 근대적 분열 체험이 개재된 주관적 정서인 경우도 있었다. 이것은 모두 소월 시의 전통 계승이 시대적 현실과의 밀접한 관련 속에서 이루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소월은 전통의 계승이 과거 유산의 단순한 재생산과 반복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주제들은 시적 문맥과 상황에 따라 다양하고 창의적인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인유의 기법을 통해 보편성을 획득하고 있었다. 공동체의 집단적 유산을 적절히 활용함으로써 주관적 감정의 직접적인 토로에서 벗어나 시적 정서와 주제를 객관화시키고 보편화시키는 효과를 거두고 있었던 것이다. 이는 시작 방법의 측면에서 인유의 궁극적인 의미와 효과가 작품의 현재적 문맥의 확대와 심화에 있다는 점을 잘 보여주는 예라고 할 것이다. 
결국 이러한 특징들은 내용과 형식의 양면에서 소월 시의 전통성과 창조성을 동시에 보여주는 것으로 평가될 수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해, 민족의 전통적이고 보편적인 정서의 기반 위에서 동시대적 의미를 효과적으로 형상화하고 있는 소월의 다양한 인유 방식은 한국 근대시 형성기에 전통의 창조적 계승을 본격적으로 보여준 시사적 의의를 지닌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이 글은 필자의 박사학위논문(ꡔ金素月의 詩作方法과 詩意識 硏究ꡕ, 고려대 박사학위논문, 2002년)의 일부분을 발췌, 수정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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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7. 역설 / 이운룡

 

 

            

 

 

 

 

 

 

 

 

 

역설

 

                                        이 운 룡

 

오래된 슬픔은 향기를 품는다

슬퍼서 소금이 된 알갱이는 빛을 머금어 투명하지만

썩은 슬픔은 검은 흙이 될 것이다

하지만, 썩어서 흘러나온 눈물이 마음을 적시고

마음을 키우는 거름이 된다면 나 또한

그렇게 푹 썩은 슬픔에 젖어

뒤돌아 훔쳐낸 눈물이고 싶다

덜 썩어 비린 풋냄새 나기 전에, 혹시는

썩다가 원색의 악의 꽃이 번져 중독되기 전에

아랫목 술항아리 불룩하고 따뜻한 뱃속

사랑과 미움이 보글보글 끓다가

마침내 승자도 패자도 없는 몸싸움을 다 끝내고 나면

참 조용하게도

온전히 숙성된 슬픔의 향기로 말갛게 발효되어

한 세상 걸쭉하게 물들일 때

내 몸 어딘가에서는 생수 터져 솟아나고

조만간 슬픔의 향기에 취해 쓰러질

어떤 늙은 사랑도 있을 것이다.

 

 

계간 <시안> 2003년 봄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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