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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래를 펴는 엉뚱한 상상
2016년 05월 01일 00시 54분  조회:3942  추천:0  작성자: 죽림

엉뚱한 생각이 나래를 편다


아이가 갑자기 “속이 빨갛고 까만 씨가 있는 둥그런 과일을 사달라”고 했다고 하자. 적지 않은 부모들이 `얘가 왜 이러지' 또는 `장난치지 마'하며 당황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아이는 분명히 창의성이 풍부한 아이다. `수박'이라는 기존 언어개념의 틀에 사로잡히지 않고 자기 나름의 기준으로 사물을 바라볼 수 있는 창의적인 능력을 갖춘 것이다. 

창의성 교육이 학부모들의 주요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큰 이유는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되는 제7차 교육과정이 창의성 개발을 기본이념으로 내세우고 있고 정보사회로 접어들면서 문제를 창의적으로 해결하는 능력이 더없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창의성을 가르친다는 학원, 학습교재, 학습지들이 우후죽순으로 등장하고 있다. 

그러나 창의성은 수학이나 영어 과외처럼 가르친다고 해서 느는 게 아니라는 데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동의한다. “창의성이란 더 깊게 파고, 두 번 보고, 실수를 감수하고, 고양이에게 말을 걸어보고, 깊은 물 속에 들어가보고, 잠긴 문 밖으로 나오고, 태양에 플러그를 꽂는 것”이라는 미국의 교육심리학자 토랜스의 말을 받아들일 경우, 이런 것을 학습을 통해 습득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창의성은 일상생활을 통해 체득하는 것이라고 재능대학 하종덕(아동교육상담학) 교수는 주장한다. 한국교육개발원 조석희 연구원도 “노는 것, 먹는 것, 입는 것, 보는 것 등 생활에서 보이는 행동 하나하나가 창의성을 키우는 데 도움을 주는 일”이라며 일상 생활 속에서 창의성 교육을 권장한다. 

창의적인 사고행위는 사물의 차별화된 특성에 주목하는 행위로부터 출발한다. 획일적이고 같은 것이 아니라 `다르다'는 것에서 사물을 관찰하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 이것은 호기심과 민감성의 기초로서, 호기심이 많고 사물들 사이의 차이점을 금방 알아차리는 능력을 가진 아이는 다른 아이들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보고 느끼는 아이가 된다. 

이런 점에서 대화를 할 때 부모들은 `다르고 구체적인' 것에 신경을 써주는 것이 좋다. 가령 사물간의 차이점을 나타내지 않는 `수박'이라는 일반명사보다는 `수박'의 개념과 그 개념에 대한 자기 나름의 정리 방식대로 표현을 해보도록 하면 효과적이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그 아이는 어떤 사물을 보더라도 다른 사물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를 중점적으로 살피게 된다. 임선하 현대창의성연구소장은 이를 `개념해체적 대화'라고 부른다. 

놀이를 통해서도 아이들은 창의성은 무럭무럭 성장한다. 아이들은 주변에 있는 다양한 사물들을 놀이 속의 주인공으로 참여시킨다. 나무 막대나 신발, 빗자루, 고무줄 등. 이 순간 사물의 고유용도는 중요하지 않다. 광주대 전경원 교수(유아교육학)는 “아이들은 가지고 노는 것이 무엇이든간에 서로 결합시켜 색다르면서 때로는 놀라운 것을 창출해내는 능력을 보여준다”고 설명한다. 

놀이의 한 예로써 창의성을 키우는 활동으로 최근에 주목받고 있는 게 `음식 만들기'다. 아이들은 과자나 빈대떡 만들기 등 음식 만드는 일을 아주 즐거워한다. 계량컵으로 양을 재보고, 물을 적당히 섞고, 계란을 휘저어 보기도 하면서 양에 대한 것도 터득하게 되고, 왜 영양소가 우리에게 필요한지 알게 돼 호기심을 충족한다. 

자녀와 함게 요리를 만들어 보면 신체발달은 물론이고 더 맛있고, 더 보기 좋은 요리를 만들려고 두뇌회전을 하게 돼 지적인 발달도 함께 이뤄진다고 전 교수는 말한다. 또 무게 크기 등 수학 및 과학적인 개념과 휘젓다, 어슷 썰다, 깎둑 썰다, 노릇노릇하다 등의 말을 통해 언어에 대한 개념 등이 발달한다. 자녀가 부엌에 들어와서 어지럽힌다고 굳이 꾸지람을 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창의성은 작은 물건 수집에서도 계발된다. 아이들이 더러운 돌맹이나 나무 조각, 길가에 휘날리는 새의 깃털을 들고 왔을 때 이를 야단쳐서는 아이들의 창의력이 키워지지 않는다. 어떤 사람은 세계 각국의 병뚜껑이나 다양한 병을 몇만개 모아서 기네스북에 오르기도 했다. 

“자녀가 제멋대로 할 수 있는 시간을 허용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군포 홍진중 김현옥 교장은 충고한다. 주위를 어질러놓을 자유나 자신만의 시간, 또는 상상의 나래를 펴는 시간을 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스스로 탐색하고 생각해볼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줘 아이디어, 발견, 호기심 등을 격려하고 자극하는 환경을 조성해줄 필요가 있다. 

김재은 창의성교육연구소 소장은 “엉뚱한 질문이나 유별한 생각을 인정·존중해주고 정서적으로 지지해줄 것”을 제안한다. 이럴 때 아이들은 실패나 불안 걱정 없이 자신의 독창성을 충분히 발휘한다는 것이다. 


< 궁금해하고 따져보고 상상하고> 


창의적 사고에서 요구되는 기능은 전반적인 사고과정에서 요구되는 기능과 크게 다르지 않다. 임선하 현대창의성연구소(www.hice.co.kr) 소장은 창의적 사고의 기능을 크게 여섯 가지로 나눠 설명한다. 

첫째 민감성이다. 주변의 환경에 대해 민감한 관심을 보이고 이를 통해 새로운 탐색영역을 넓히는 능력을 말한다. 같은 대상을 보고도 사람마다 서로 다른 생각을 갖는 것은 인식체계가 동일하다면 민감성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다. 하늘은 왜 푸른가 궁금해하고, 숨은 그림을 찾아내는 행동들이 다 민감성과 관련된다. 

두번째로 유추성이 있다. 일상생활에서 두 개 이상의 대상이나 상황의 유사점을 뽑아내 새로운 추정을 할 수 있는 능력이다. 물고기를 보면서 잠수함을 떠올리거나, 구름 모양을 보고 날씨를 예측하는 것 등이 이와 관련된다. 

세번째로, 특정한 문제상황에서 가능한 한 많은 양의 아이디어를 산출하는 능력을 말하는 유창성을 들 수 있다. 초기의 아이디어가 최선의 아이디어인 경우는 드물며, 더 많은 아이디어를 산출하는 과정에서 더 질좋은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 가령 길을 잃었을 때 찾는 방법을 생각해보면 유창성을 키울 수 있다. 

네번째로, 임 소장은 고정적인 사고방식이나 시각 자체를 바꿔 다양한 해결책을 찾아내는 융통성을 제시한다. 흔히 경직되고 상투적인 사고방식으로 사고를 하게 되면, 사고에서의 진전을 이룰 수 없으며, 편협되고 진부한 문제 해결을 하게 된다. 어린아이의 눈높이로 거리 풍경을 본다든지, 자동차 펑크를 해결하기 위해 튜브 자체를 없애는 방법을 생각하는 것 등이 융통성의 사례가 될 수 있다. 

다섯번째는 독창성이다. 기존의 것에서 탈피해 참신하고 독특한 아이디어를 내놓는 능력을 말한다. 다른 사람과 같지 않게 생각하기, 기존의 생각이나 사물의 가치를 부정하고 생각하기 훈련을 하면 독창성을 키우는데 도움이 된다. 

여섯번째로 제시되는 능력은 정교성이다. 처음부터 완벽한 아이디어를 내놓기는 힘들다. 은연중에 떠오르는 아이디어라도 소중히 여기고 이를 발전시켜 훌륭한 아이디어가 되도록 정교하게 다듬는 활동은 창의적 사고의 최종적인 산물과 관련해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제시되는 상상력은 경험 세계의 범위를 벗어나 자기만의 생각을 해내는 능력이다. 시각적이거나 청각적인 이미지를 과장해 떠올리거나, 꿈속의 얘기를 현실적인 것으로 만들어내는 것 등이 모두 상상력과 관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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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1. 희망 / 장석주

 

 

 

 

 

 

 

 

 

 

 

희망

 

 

                           장 석 주

 

아직은 무책임과 배반의 사랑을

조금 더

조금만 더

허용하자

 

그래서 나중에

견뎌야 할 삶의 무거움을

조금 더

조금만 더

무겁게 하자

 

 

장석주 시집 <붕붕거리는 추억의 한때>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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