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zoglo.net/blog/kim631217sjz 블로그홈 | 로그인
시지기-죽림
<< 11월 2024 >>
     12
3456789
10111213141516
17181920212223
24252627282930

방문자

조글로카테고리 : 블로그문서카테고리 -> 문학

나의카테고리 : 文人 지구촌

이성복 - 남해 금산
2016년 05월 01일 18시 42분  조회:4293  추천:0  작성자: 죽림

 

남해 금산

 

이성복

 

 

 

 

한 여자 돌 속에 묻혀 있었네 

그 여자 사랑에 나도 돌 속에 들어갔네 

어느 여름 비 많이 오고 

그 여자 울면서 돌 속에서 떠나갔네 

떠나가는 그 여자 해와 달이 끌어 주었네 

남해 금산 푸른 하늘가에 나 혼자 있네 

남해 금산 푸른 바닷물 속에 나 혼자 잠기네

 

 

▲ 일러스트=잠산


돌 속에 묻힌 한 여자의 사랑을 따라 한 남자가 돌 속에 들어간다면, 그들은 돌의 연인이고 돌의 사랑에 빠졌음에 틀림없다. 그 돌 속에는 불이 있고, 목마름이 있고, 소금이 있고, 무심(無心)이 있고, 산 같은 숙명이 있었을 터. 팔다리가 하나로 엉킨 그 돌의 형상을 ‘사랑의 끔찍한 포옹’이라 부를 수 있을까? 

그런데, 그런데 왜, 한 여자는 울면서 돌에서 떠났을까? 어쩌자고 해와 달은 그 여자를 끌어주었을까? 남해 금산 푸른 하늘가에 한 남자를 남긴 채. 돌 속에 홀로 남은 그 남자는 푸른 바닷물 속에 잠기면서 부풀어간다. 물의 깊이로 헤아릴 길 없는 사랑의 부재를 채우며. 그러니 그 돌은 불타는 상상을 불러일으킬밖에. 그러니 그 돌은 매혹일 수밖에. 

남해 금산, 돌의 사랑은 영원이다. 시간은 대과거에서 과거로 다시 현재로 넘나들고, 공간은 물과 돌의 안팎을 자유롭게 드나든다. 과거도 아니고 현재도 아닌, 안(시작)도 없고 밖(끝)도 없는 그곳에서 시인은 도달할 수 없는 사랑의 심연으로 잠기고 있기 때문이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돌이 되고 바위가 되는지 남해의 금산(錦山)에 가보면 안다. 남해 금산의 하늘가 상사암(相思巖)에 가보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사랑의 불길 속에서 얼굴과 얼굴을 마주한 채 돌이 되는지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돌의 고통 속에서도 요지부동으로 서로를 마주한 채 뿌리를 박고 있는지 남해 금산 푸른 바닷물 속을 들여다보면 안다. 

모든 사랑은 위험하지만 사랑이 없는 삶은 더욱 치명적이라는 것을, 어긋난 사랑의 피난처이자 보루가 문득 돌이 되어 가라앉기도 한다는 것을, 어쩌면 한 번은 있을 법한 사랑의 깊은 슬픔이 저토록 아름답기도 하다는 것을 나는 ‘남해 금산’에서 배웠다. 모든 문을 다 걸어 잠근, 남해 금산 돌의 풍경 속. 80년대 사랑법이었다. 

80년대 시단에 파란을 일으킨 이성복의 첫시집 ‘뒹구는 돌은 언제 잠깨는가’(1980)는, 기존의 시 문법을 파괴하는 낯선 비유와 의식의 초현실적 해체를 통해 시대적 상처를 새롭게 조명했다. ‘남해 금산’은 그러한 실험적 언어가 보다 정제된 서정의 언어로 변화하는 기점에 놓인 시다. [정끝별 시인]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2283
번호 제목 날자 추천 조회
203 시인 - 심정호 2015-03-13 0 5059
202 시는 영원한 새로운 실험...탐구... 2015-03-13 0 4170
201 시인 - 김일량 2015-03-13 0 4648
200 시인 - 전병칠 2015-03-13 0 4004
199 시인 - 김철학 2015-03-13 0 4275
198 동시인 -고 최문섭 2015-03-13 0 5411
197 동시인 - 김득만 2015-03-13 0 4734
196 동시인 - 림철 2015-03-13 0 3854
195 시인 - 주룡 2015-03-13 0 4259
194 시인 - 방순애 2015-03-13 0 4576
193 시인 - 방산옥 2015-03-13 0 4616
192 시인 - 조광명 2015-03-12 0 4344
191 시인 - 박문파 2015-03-12 0 5089
190 시인 - 김창희 2015-03-12 0 4406
189 시인 - 주성화 2015-03-12 0 4937
188 시인 - 최화길 2015-03-12 0 4433
187 시인 - 리호원 2015-03-12 1 4700
186 시인 - 한영남 2015-03-12 1 5502
185 시인 - 리성비 2015-03-12 0 4654
184 시인 - 김현순 2015-03-12 0 4799
183 시인 - 김창영 2015-03-12 0 5056
182 시인 - 김룡호 2015-03-12 0 4536
181 시인 - 김문세 2015-03-12 0 4809
180 시인 - 석문주 2015-03-11 0 4729
179 시인 - 고 임효원 2015-03-11 0 4006
178 시인 - 고 송정환 2015-03-11 0 4534
177 시인 - 고 김문회 2015-03-11 0 4642
176 시인 - 리근영 2015-03-11 0 4759
175 시인 - 고 박화 2015-03-11 0 4228
174 시인 - 고 문창남 2015-03-11 0 4649
173 시인 - 고 설인 2015-03-11 0 4341
172 시인 - 고 현규동 2015-03-11 0 4565
171 시인 - 김학천 2015-03-11 0 4413
170 동시인 - 허송절 2015-03-11 0 4246
169 시인 - 황정인 2015-03-11 0 4346
168 시인 - 려순희 2015-03-11 0 3980
167 시인 - 박춘월 2015-03-11 1 4333
166 시인 - 심명주 2015-03-11 0 4506
165 시인 - 전춘매 2015-03-08 0 4903
164 시인 - 심예란 2015-03-08 0 4737
‹처음  이전 48 49 50 51 52 53 54 55 56 57 58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