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품 ‘대작(代作)’ 의혹에 휘말린 가수 겸 화가 조영남씨는 17일 대작이 아니라 자신의 창작품이라고 반박했다. A씨(60)를 조수로 고용해 일부 작품을 그리게 한 것은 맞지만, 자신의 아이디어에서 나온 창작품이라는 주장이다. 또 ‘대작 논란’과 상관없이 계속 작품 활동을 하겠다는 의지도 보였다.
언론 인터뷰서 대작 논란 반박
"조수가 한 작품에 90% 그렸지만
내가 그리기 어려운 것 숙제 내준 것"
대작 의혹 제기한 A씨 지인들
“그는 백남준과 일했던 뛰어난 작가
조씨 언행에 모멸감 느꼈을 것”
그는 이날 YTN과 인터뷰에서 “내가 부탁해서 좀 그려달라 한 것도 맞고 한 작품에 90%를 그렸다는 것도 맞는 얘기”라면서도 “내가 그리기 어려운 것을 숙제 내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A씨도 인정했지만, (대작 부분은) 전혀 창의력과 관련 없고 100% 내 작품이고, 내 새끼고 내가 창작한 것이다. 조수 개념으로 쓴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대작 논란으로 인한 책임을 지겠다고 했다. “내 그림 산 분 중 불쾌하다면 응분의 반대급부로 처리해드릴 용의가 있다”며 “내가 잘못한 것은 책임지고, 그게 법적으로 사기라 인정되면 그걸 인정하겠다”고 말했다. 앞으로 조수나 아르바이트생을 쓰지 않고 작품 활동을 계속 하겠다는 의지도 보였다. 그는 “이걸 계기로 좋은 그림이 나올 거고 내 생각에는 굉장히 도움될 것 같다”며 “이렇게 유명해졌는데 이 기회를 놓칠 수 없다”고 말했다.
대작 의혹이 폭로된 뒤 조씨는 언론에 얼굴을 내밀고 적극 발언을 한 반면 A씨는 잠적해 대조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본지 취재 결과 강원도 속초에서 작업을 해온 A씨는 현재 전남 해남 쪽에서 생계를 위해 일을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그렇다면 왜 조씨와 A씨는 대작 시비에 휘말렸을까. 두 사람이 금전적 갈등을 빚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난무하고 있지만 또 다른 주장이 제기됐다.
본지 취재 과정에서 대작 의혹을 제기한 A씨가 조씨의 언행 때문에 인간적인 모멸감을 느끼고 괴로워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A씨와 함께 강원도 양양군에서 2012년 1년가량 함께 생활한 오모(61)씨는 17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조씨가 자신의 지인들과 함께 한 자리에서 A씨를 소개할 때 ‘조수가 아닌 3류 화백’이라는 표현을 썼다는 이야기를 A씨로부터 들었다”며 “조씨가 A씨에게 인간적인 모멸감을 준 적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주장했다.
A씨의 지인들은 그가 뉴욕에서 백남준(비디오 아티스트) 선생과 함께 일을 했을 정도로 능력이 뛰어난 작가였다고 평가했다. 한 지인(45)은 “A씨는 백남준 선생과 마지막까지 함께한 아티스트다. 그런 그가 조씨의 그림을 그리는 것을 보면서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현재 검찰은 조씨에게 사기 혐의 적용 가능성을 따져보고 있다. 춘천지검 속초지청 관계자는 “실제 그림을 그린 작가에게 저작권이 있다고 본다면 다른 사람이 그린 작품을 자신의 것처럼 판매했을 경우는 사기죄가 성립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본지 취재 결과 검찰은 사기 혐의 적용 가능성을 판단하기 위해 해외의 구체적 판례까지 검토를 마친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아메리칸 고딕’이라는 중세시대 인물화 작품을 놓고 1992년 미국에서 저작권 문제를 다룬 재판을 검토했다고 한다. 이 판례 속의 작품 의뢰인은 “얼굴을 해골로 그리고 해적선을 그리라”고 작가에게 아이디어를 줬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 사건에서 실제 그림을 그린 작가에게 저작권이 있다고 판단했다.
검찰 관계자는 “개성과 실력에 따라 그림이 바뀌기 때문에 아이디어를 제공했더라도 저작권이 아이디어 제공자에게 있는 것은 아니다. 이 같은 이유로 사기죄 적용 가능성도 열어놓고 있지만 무엇보다 우선 문제의 그림이 어느 정도 팔렸는지부터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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