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zoglo.net/blog/kim631217sjz 블로그홈 | 로그인
시지기-죽림
<< 11월 2024 >>
     12
3456789
10111213141516
17181920212223
24252627282930

방문자

조글로카테고리 : 블로그문서카테고리 -> 문학

나의카테고리 : 文人 지구촌

詩의 제목은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시켜야...
2016년 06월 03일 22시 35분  조회:4525  추천:0  작성자: 죽림
[23강] 제목은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시키어야 한다


지난 시간에 이어서 시에는 이런 제목이 좋다는
강의를 계속하겠습니다.

3.제목은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시키고, 상상력을 발
동하게 해주어야 한다.

제목이 너무 뻔하면 독자들의 관심을 끌지 않습니다.
지난 시간에도 잠깐 언급한 바가 있지만 너무 익숙
한 재목은 독자가 이미 식상하여 그 다음 시를 읽
으려 하지 않습니다. 제목을 보는 순간 궁금증과 기
대를 갖게 된다면 시에 대한 집중이 강해질 것은 당
연한 이치입니다.

황동규님의 <나는 바퀴를 보면 굴리고 싶어진다>
는 시의 제목을 한 번 보십시오. 우리가 일상에서
늘 만나는 것이 자동차바퀴, 자전거 바퀴, 기차
바퀴, 비행기 바퀴에 오토바이바퀴, 용달차나 딸
딸이(경운기)바퀴까지 너무 익숙한 바퀴이어서
그냥 바퀴라는 단어에는 아무도 궁금증을 품거나
무슨 상상력을 품기엔 난망한 일입니다. 그러나
나는 바퀴를 보면 굴리고 싶어진다고 하니, 아하
이 시는 과연 무슨 내용일까 하고 궁금해집니다.
이 궁금증은 시인의 상상력에 대한 궁금증인 동
시에 독자의 상상력을 끌어내는 계기도 되는 것
입니다.
그러면 시를 한 번 읽어볼까요?

나는 바퀴를 보면 굴리고 싶어진다.
저전거 유모차 리어카의 바퀴
마차의 바퀴
굴러가는 바퀴도 굴리고 싶어진다.
가쁜 언덕길을 오를 때
자동차 바퀴도 굴리고 싶어진다.

길 속에 모든 것이 안 보이고
보인다. 망가뜨리고 싶은 어린 날도 안보이고
보이고, 서로 다를 새떼 지저귀던 앞뒤 숲이
보이고 안 보인다. 숨찬 공화국이 안 보이고
보인다. 굴리고 싶어진다. 노점에 쌓여 있는 귤.
옹기점에 엎어져 있는 항아리. 둥그렇게 누워 있는 사
람들.
모든 것이 떨어지기 전 한번 날으는 길 위로.

4.시의 제목은 추상적이고 한정 범위가 넓은 것
보다 구체적인 것이 좋다.

저도 시의 제목을 많이 달아봅니다만, 너무 추상적
이라거나 한자 용어를 쓴 것, 거창한 제목 같은 것
은 독자들의 관심을 끌지 못한다는 것을 알 수 있
습니다. 구체적인 것이 훨씬 빠르고 쉽게 우리의
경험감각을 파고들기 때문일 것입니다.
또한 우리들의 의식을 초점화시켜 응집성을 강하게
만들기 때문이기도 하겠지요.

그러면 여기에서 김정환의 <純金의 기억>을 한번
읽어보겠습니다.

그리고 내가 아닌, 순금의
기억, 아 기억만을 후대도 아닌,
손닿지 않고 보이기만 하는
보이지 않고 느껴지기만 하는
느껴지지 않고 간직되기만 하는
간직되지 않고, 있는
그런 순금의 보통명사를
남겨줄 수 있을까?

조태일님의 해설을 옮깁니다.

""기억"이라는 용어는 추상적이며, 그 한정범위가
매우 넓다. 그런데 이 용어를 "<순금의 기억>으로
한정시키고 구체화하자 제목이 강한 흡인력으로
독자의 시선을 이끄는 것을 느낄 수가 있다. 시의
제목은 설명문이나 논설문의 제목처럼 겉으로 직접
드러내는 것도 좋지 않지만, 독자로 하여금 뭔가
느끼거나 눈치챌 수 있는 장치가 없는 것도 결코
좋은 것은 못된다. 이런 의미에서 시의 제목이 지
닌 구체성이란 것은 "막이 오르기 전 무대에 드리
워진 반투명의 장막"과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을 말
한다."

5.제목은 그 자체로서 의미를 증폭시켜주는 것이어
야 한다.

우리가 시를 읽을 때, 시어들이 각자 지닌 함축성
때문에 읽는 사람마다 제각기 새로운 의미로 이해
하는 것처럼, 시의 제목 또한 다양한 의미를 함축
할 수 있다면 그만큼 독자들에게 매혹적으로 다가
설 수 있을 것입니다.

고정희님의 <모든 사라지는 것들은 뒤에 여백을 남
긴다>를 읽어보겠습니다.
자, 그럼 누가 한 번 읽어 보십시오.

적송밭 그 여백 아래 앉아 있으면
서울에서 묻혀온 온갖 잔소리들이
방생의 시냇물 따라
들 가운데로 흘러흘러 바다로 들어가고
바다로 들어가 보이지 않는 것은 뒤에서
팽팽한 바람이 멧새의 발목을 툭, 치며
다시 더 큰 여백을 일으켜
막막궁산 오솔길로 사라진다.

오 모든 사라지는 것들 뒤에 남아 있는
둥근 여백이며 뒤안길이며
모든 부재 뒤에 떠오르는 존재여
여백이란 쓸쓸함이구나
쓸쓸함 또한 여백이구나
그리하여 여백이란 탄생이구나

나도 너로부터 사라지는 날
내 마음의 잡초 다 스러진 뒤
네 사립에 걸린 노을 같은, 아니면
네 발 아래로 쟁쟁쟁 흘러가는 시냇물 같은
고요한 여백으로 남고 싶다
그 아래 네가 앉아 있는

고정희님은 자기가 태어나서 살던 집(해남군 삼산면)
의 작은 뒷동산에 묻혀있는데요. 저는 이 시를 읽
으면서 자꾸 적송 앞에 말없이 묻혀서 둥근여백으로
남아 있는 그 뒤안 길의 모습이 떠오르네요.
아주 쫄쫄쫄 흐르는 작은 개울 건너면 너른 들이
있는 잡초가 우거진 길을 따라가면 고정희님은 모든
부재 뒤에 다시 떠오른 존재가 되어 있던 것을 여기
다시 떠올려 봅니다.

아하, 제가 잠시 너무 감상적이 되었었군요. 해남에
는 유명한 시인이 많이 태어나는 곳입니다. 고정희
님의 생가 맞은 편 마을에 요즘 한참 김남주님 생가
복원을 군에서 서두르고 있습니다.
다시 교과서로 돌아갑니다.

< 모든 사라지는 것들 뒤에 여백을 남긴다>라는 제목
은 그 자체로서 우리들에게 많은 의미를 환기시키는
작용까지도 합니다. 여러분들도 느끼시겠지만 읽는
사람마다 이 "여백"의 의미는 다른 모습일 것입니다.
저처럼 고정희님의 생가나 묘지를 보고 온 사람하고
또 여러분 각자의 느낌이 모두 다르듯이요. 즉 이
시의 제목은 이 시를 읽는 독자들의 숫자만큼이나
많은 여백을 탄생하도록 만들면서 무한한 의미의
울림들을 자아내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 밖에도 시의 제목이 갖추어야할 것들이 있는데
간단히 소개만 하겠습니다.

1)시의 주제나 내용보다 제목이 지나치게 크거나
작으면 안됩니다.
2)너무 긴 제목은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3)어감이 좋지 않거나 발음하기 어려운 것들도
좋지 않습니다.
4)지나친 욕심으로 제목을 너무 거창하게 잡아서는
안됩니다.

요약하면 시의 제목은 무엇보다도 시의 주제나 내용
과 서로 조화되면서 "독자가 그 시의 마지막 행을
읽을 때까지 독자의 의식 속에 계속 다양한 의미망
을 형성하면서 탄력적으로 작용"해야 한다는 임보
님의 말을 경청해야할 것입니다.
아울러 독자들의 가슴에 오래 오래 남는 것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좋은 시 읽는 시간을 갖겠습니다.

임종 전의 아버지 모습을 보고 쓴 신달자님의
<그때 보았다>를 읽어보겠습니다.

어깨 늠름한 젊은 시절
주머니 두둑한 중년의 의젓한
모습에도 엿볼 수 없었어라

한 점 살까지 마음까지
완연 육탈한
다만 순종 두 글자의 뼈로 누운
形骸(형해)의 끝

그때 보았다
오직 두 눈에 넘치는
맑은 섬광
딸이 처음 본
지상의 가장 아름다운
아버지.


이기철님의 <옛집>을 마지막으로 올립니다.

사랑이 있다면 네 발바닥으로 달맞이꽃을
밀어올려보렴
고통을 안쳐 한 그릇 밥을 지어보렴
이념과 체념, 동정과 연민이 들끓어 늘 뒤채이기만 했던
내 삶을
박꽃처럼 어루만져보렴

사랑이 있다면 네 손으로
앞물결만 따라가는 뒷물결의 맹목을 회초리질해보렴
발 다친 벌레도 병든 새도 없는 숲에
음악 같은 달빛을 밀어내보렴

호명해도 이미 쑥갓꽃 같은 유년은 없는 여기
그러나 책장으로 잘려가지 않은 나무들이
가지 끝에 새를 보듬고
새들은 나무들을 하늘로 끌어올린다

물소리는 왜 노래인가
걸어다니지 않는 나무의 일생을 즐겁게 해주기 위함이다.
만 사람이 밟고 가도 몸져눕지 않은 길 끝

내 유년의 별을 따던 옛집에서
사랑이 있다면 피어나는 아픔에게도
애인 같은 이름을 달아주렴
고통아

====================================================
 
371. 별 / 정진규
 
    
 
    
 
 
 
 
 

 
 
 
 

 

                                   정 진 규
  
별들의 바탕은 어둠이 마땅하다
대낮에는 보이지 않는다
지금 대낮인 사람들은
별들이 보이지 않는다
지금 어둠인 사람들에게만
별들이 보인다
지금 어둠인 사람들만
별들을 낳을 수 있다
 
지금 대낮인 사람들은 어둡다
 
 
정진규 시집 <별들의 바탕은 어둠이 마땅하다> 중에서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2283
번호 제목 날자 추천 조회
1803 중국 조선족 문단 "문화독립군"들 2016-11-11 0 3329
1802 "은진"과 동주 2016-11-11 0 3702
1801 "명동"과 동주 2016-11-11 0 3308
1800 詩人은 삶이란 진액을 증류해서 뽑아내는 련금술사이다... 2016-11-11 0 3083
1799 詩를 배우려는 초학자에게 보내는 편지 2016-11-11 0 3380
1798 詩란 의지와 령혼의 몸부림이다.../ 시의 흥취 10 2016-11-11 0 3221
1797 토템문화를 알아보다... 2016-11-11 0 3425
1796 가사창작할 때 <<아리랑>>을 람용하지 말자... 2016-11-10 0 3507
1795 개성이 없는 예술작품은 독자들의 호감을 살수 없다... 2016-11-10 0 3113
1794 가사창작도 예술품 제작이다... 2016-11-10 0 3564
1793 가사가 대중성이 없이 독서적인 향수를 느낄수 있어도 좋다... 2016-11-10 0 3626
1792 시조짓기에서 3장6구는 완결된 뜻의 장(章)을 이루어야... 2016-11-10 0 3586
1791 詩作할 때 민족의 정서와 녹익은 가락을 집어 넣어라... 2016-11-10 0 3549
1790 심련수, 27세의 짧은 생애에 근 250여편의 문학유고 남기다... 2016-11-10 0 3735
1789 오늘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2016-11-10 0 3430
1788 일기책에 늘 단시를 적으라... 2016-11-10 0 3368
1787 詩는 그래도 탁마해야 제맛이 난다... 2016-11-10 0 3345
1786 세우는데는 석삼년, 허물어 버리는데는 "단 하루 아침" 2016-11-10 0 3354
1785 노루 친 막대기를 석삼년, 아니 30년 더 넘어 우려먹다... 2016-11-10 0 3760
1784 중국 조선족 문학사에서 첫 "단행본아동작가론" 해빛 보다... 2016-11-10 0 3423
1783 詩人은 시시비비, 진진허허의 대문을 여는 도인이다... 2016-11-10 0 4066
1782 詩人이라 하여 모두가 詩人인것은 아니다... 2016-11-10 0 3508
1781 늦둥이 시인 하이퍼시집 낳다... 2016-11-10 0 4053
1780 중국 조선족 문단 생태문학을 알아보다... 2016-11-10 0 3566
1779 참된 문학은 머물러있는 문학, 가짜문학은 흘러가는 문학 2016-11-10 0 3681
1778 중국 조선족 시조문학을 파헤쳐보다... 2016-11-10 0 3746
1777 리상각 / 김관웅 / 조성일 / 허동식 2016-11-10 0 3875
1776 중국 조선족 록의 왕 - 최건도 음유시인 아니다?... 옳다...! 2016-11-10 0 3554
1775 윤동주의 시는 현실적 모순의 내면적인 목소리이다... 2016-11-10 0 3844
1774 "내 령혼이 내 말 속으로 들어간다"... 2016-11-09 0 3775
1773 詩는 감각과 정신을 제거한 무아에서 령감을 얻어 詩作해야... 2016-11-09 0 3353
1772 작문선생님들께 보내는 편지; 시에 젖은 아이들은 아름답다... 2016-11-07 0 4117
1771 詩는 삶의 구석구석에 숨어 있다... 2016-11-07 0 3847
1770 그는 그람이라는 칼을 집어 두 사람 사이에 놓았다... 2016-11-07 0 4002
1769 거대한 장서더미속에서 맹인으로 보낸 인생의 후반부 빛났다... 2016-11-07 0 3783
1768 詩는 말을 넘어서 상징과 음악성속에 존재한다... 2016-11-07 0 5219
1767 최고의 작품은 최대의 상상에서 생긴다... 미국 포우 2016-11-07 0 4147
1766 가장 오랜전 <<령감>>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者 - 플라톤...?...! 2016-11-07 0 3598
1765 중국 당나라 녀류시인 - 설도 2016-11-07 0 3753
1764 중국 유명한 시인들을 알아보기 2016-11-07 0 3634
‹처음  이전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