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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츠오 바쇼 松尾芭焦 (1644~1694)
두 사람의 생 그 사이에 피어난 벚꽃이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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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연못 개구리 뛰어드는 물소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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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맛비 내려 학의 다리가 짧아졌어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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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봄이여 새는 울고 물고기 눈에는 눈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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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함이여 바위에 스며드는 매미의 울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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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히 보면 냉이꽃 피어 있는 울타리여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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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판의 해골 되리라 마음먹으니 몸에 스미는 바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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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자라고 이름 불리고 싶어라 초겨울 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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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덤도 움직여라 나의 울음소리는 가을바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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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울어 텅 비어 버렸는가 매미 허물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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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사람의 소매 좁은 옷도 지금 볕에 널리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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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중 몰래 벌레는 달빛 아래 밤을 뚫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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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이슬도 흘리지 않는 싸리의 너울거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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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눈 내리네 수선화 잎사귀가 휘어질 만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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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파람새가 떡에다 똥을 누는 툇마루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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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에 입은 옷 아직 이를 다 잡지 못하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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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길 넘는데 왠지 마음 끌리는 제비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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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위었지만 어쩔 수 없는 국화는 꽃을 맺었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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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 절인 도미의 잇몸도 시리다 생선 가게 좌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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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란 꽃술 속에서 뒷걸음질 쳐 나오는 벌의 아쉬움이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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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른 가지에 까마귀 앉아 있다 가을 저물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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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장맛비 다 모여서 빠르다 모가미 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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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이서 본 눈 올해에도 그렇게 내렸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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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뒤에 숨어 찻잎 따는 이도 듣는가 두견새 울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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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보고 싶어라 꽃에 사라져 가는 신의 얼굴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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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적한 나를 더욱 외롭게 하라 뻐꾸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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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 내려 벌집 타고 흐르네 지붕이 새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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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약함이여 치아에 씹히는 김에 묻은 모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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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밝을 녘 흰 물고기 흰 빛 한 치의 빛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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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하면 입술이 시리다 가을바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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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어나 일어나 내 친구가 되어 줘 잠자는 나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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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쪽으로 얼굴을 돌리시게 나 역시 외로우니 가을 저물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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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에 떨어져 뿌리에 다가가니 꽃의 작별이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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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에 스미는 무의 매운맛 가을바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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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지도 않은 객지 잠의 끝이여 가을 저물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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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을 피우게 좋은 걸 보여 줄 테니 눈 뭉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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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그럼 안녕 눈 구경하러 넘어지는 곳까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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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지 말게나 덤불 속 피어 있는 매화꽃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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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팔꽃이여 너마저 나의 벗이 될 수 없구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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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지할 곳은 언제나 잎사귀 하나 벌레의 노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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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에 잡으면 사라질 눈물이여 뜨거운 가을의 서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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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생을 여행으로 쟁기질하며 작은 논을 가고 오는 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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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리석게도 어둠 속 가시 잡은 반딧불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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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비붓꽃을 이야기하는 것도 여행의 하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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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다리 위 목숨을 휘감는 담쟁이덩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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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집에서 대접할 만한 것은 모기가 작다는 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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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겨울비 원숭이도 도롱이를 쓰고 싶은 듯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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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동안은 꽃에 달이 걸린 방이겠구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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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만간 죽을 기색 보이지 않는 매미 소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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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가을에는 어찌 이리 늙는가 구름 속의 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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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이슬의 외로운 맛을 잊지 말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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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울 칩거 다시 기대려 하네 이 기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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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비 내리네 논의 새 그루터기가 검게 젖도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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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깊어져 나비도 햝고 있네 국화의 이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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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길 오가는 사람 없이 저무는 가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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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랑에 병들어 꿈은 시든 들판을 헤매고 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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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깊은데 이웃은 무얼 하는 사람일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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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해여 말 위에 얼어붙은 그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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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들었구나 두부에 떨어져서 옅은 단풍잎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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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지 않았는데 야채 팔러 왔는가 두견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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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 파는 이의 목소리 헷갈리는 두견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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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견새 정월은 매화꽃이 피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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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모란 물떼새여 눈 속의 두견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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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 철쭉 물들이는 눈물이구나 두견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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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이랑 밭이랑 그 속에도 여름의 두견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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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에 가려져 차 잎을 따는 이도 듣는구나 두견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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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견새 가다랭이를 물들였던 것이구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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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의 화려한 얼굴에 감동되어 으스름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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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길에 와서 왠지 마음 끌려라 제비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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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춘이구나 신년 묵은 쌀 다섯 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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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첫날이여 생각하면 쓸쓸한 가을 해질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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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는 사람에게 주고 언제나 젊은 에비스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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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식 소나무여 생각하면 하룻밤 삼십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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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서리에 사려 깊은 장식 소나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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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의 아내인가 풀고사리에 떡을 얹은 소띠 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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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약에 오늘은 이기는 풋나물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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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오츠 그림의 첫 그림은 어떤 부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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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울이여 쿄토 에도를 재고 천년의 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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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두막집도 주인이 바뀌는 시절이요 하나 인형의 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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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험하게도 녹음과 신록 위에 빛나는 햇빛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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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동안은 폭포 속에 틀어박히네 초여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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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산에 수행 나막신을 배례하는 출발이어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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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따구리도 암자는 쪼지 않고 여름 숲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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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판을 가로질러 말머리 돌려다오 두견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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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류의 시작이여 오쿠의 모내기 노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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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사람이 찾지 않는 꽃이여 처마 밑 밤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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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내는 처녀의 손이여 옛날 베 치치던 정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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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사지마는 어디메뇨 오월의 젖은 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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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보다 소나무는 두 갈개를 하고 삼월 넘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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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풀이여 무사들의 꿈꾸던 자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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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구나 눈의 향기 감도는 마다마다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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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늘함이여 초승달의 하구로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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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봉우리 수없이 무너져 내리고 츠키노야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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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할 수 없는 유도노에 적시는 옷소매구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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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사카타여 비에 서시가 자귀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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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오코시여 학의 다리 젖고 바다는 시원하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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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월의 밤이여 칠석 전야 초엿새도 평소와는 다르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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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친 바다여 사도섬을 가로지르는 은하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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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벼 향기여 헤쳐 들어간 오른쪽은 아리소 해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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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은 시원하도다 모두 손에 들고 벗기세 참외와 가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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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가운 햇살은 변함없이 가을바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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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여쁜 지명이여 어린 소나무 나부끼는 싸리꽃 억새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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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혹하도다 갑옷 아래의 귀뚜라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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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산의 바위보다 하얗도다 가을바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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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마나카여 국화 꺾을 일 없네 온천의 향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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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는 글자를 지워야겠다 삿갓의 이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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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이 밝도다 유우교 고승이 지고 온 모래 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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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월이여 호쿠리쿠 날씨는 알 수가 없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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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쓸함이여 스마보다 더 심한 해변의 가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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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 사이여 조가비에 섞이는 싸리꽃 조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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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합조개가 두 몸으로 헤어져 가는 가을이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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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장맛비 누에는 뽕나무 밭에서 병이 들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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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도 나비의 현실이여 애처로워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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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 번 달 때문에 일어났어도 아직 새벽 4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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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의 날개 몇 번이나 넘는가 담장의 지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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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 치지 않는 마을 무엇을 하나 봄날 저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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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잎에서 떨어지자마자 날아가는 반딧불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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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추에 날개를 붙이면 고추잠자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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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화 향기에 쫒겨서 물러가는 추위여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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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팔꽃 보며 나는 밥 먹는 사나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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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팔꽃은 솜씨 없이 그려도 애틋하여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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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는 가을 손을 벌렸구나 밤송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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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손으로 뜨자 벌써 이가 시린 샘물이어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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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년에 한 번 소중하게 뜯는구나 냉이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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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들한들 더 이슬 같아라 마타리꽃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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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그친 사이 연보라색으로 돋아나는 땅두릅나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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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만하구나 폭풍우 지난 뒤의 국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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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겨울 찬 바람에 향기 묻어나는 늦게 핀 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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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 방울방울 시험 삼아 덧없는 세상 씻고 싶어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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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 바람 분다 이 몸은 돌파리 의사 같아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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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화꽃 빨리 피어라 국화 축제 다가오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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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별의 시 부채에 쓰고 찢는 아쉬움이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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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롱이벌레 소리 들으러 오라 풀로 엮은 움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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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 뿌리 하얗게 씻어서 세워 놓은 추위여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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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 되었든 죽지 않았다 눈 속의 마른 억새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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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처럼 친구와 헤어져 기러기 잠시 생이별하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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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견새 울고 울다가 또 날다가 분주하여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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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밤은 벚꽃에 날이 새며 끝이 나누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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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 찾다가 매화를 바라보는 헛간 처마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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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이 불어나 별도 객지 잠 자네 바위 위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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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새끼 게 발등에 기어오르는 맑은 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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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떡갈나무, 꽃에는 아주 관심 없는 모습이어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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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 사이 작은 조개에 섞인 싸리 꽃잎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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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풀에 모이는 흰 물고기 잡으면 사라지겠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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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말 하는 사람마다 입 속의 혀 아래쪽 붉은 단풍잎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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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 겨울비 내렸나 우산 손에 들고 돌아온 승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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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 속의 불도 사그라드네 눈물 끓는 소리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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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장맛비 한밤중에 물통테 터지는 소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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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적 재능은 내려놓으라 모란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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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화 진 후에 무 뿌리밖에는 아무것도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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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지 잠 자면 내 시를 이해할 수 있으리 가을바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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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눈 내리네 다행이 오두막에 있는 동안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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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얄밉던 까마귀도 눈 내린 아침에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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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저물어 야생 오리 우는 소리 어렴풋이 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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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합조개가 입을 다물고 있는 무더위여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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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움을 물으러 오지 않겠나 오동잎 한 잎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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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 없는 집 매화조차 남의 집 담장 너머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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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팔꽃 피어 낮에는 자물쇠 채우는 문의 울타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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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진 것 하나 나의 생은 가벼운 조롱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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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닮지 말라 둘로 쪼갠 참외일지라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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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항아리 터져 한밤중 빙결에 잠을 깸이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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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밤 둥지를 잃고 우는 물떼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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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름 다음 날 밤 적지만 어둠의 시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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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갖 풀꽃들 제각기 꽃 피우는 공덕이어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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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나무의 꽃인지는 몰라도 향기가 나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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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산의 돌보다 하얗다 가을바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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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산의 돌에 세차게 흩날리네 싸라기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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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월 초나흘 죽기에 이보다 더 좋은 날 있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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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룻밤 묵을 곳 구해 이름을 말한다 첫 겨울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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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견새 사라져 간 쪽에 섬 하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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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이 묻는구나 두부에 떨어져 옅은 홍단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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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과 꽃을 아는 이들이야말로 진정한 주인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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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끝에서 덧없이 떨어지는 매미의 허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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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든 기러기 추운 밤 뒤쳐져서 길에서 자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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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만은 사람도 늙는구나 초겨울 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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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리를 입고 바람을 깔고 자는 버려진 아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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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러워라 속세의 북쪽에 사는 산벚나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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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때로 나 자신의 숨을 본다 겨울의 칩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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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 날 뿐인 들판 한가운데의 햇살이어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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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은 길 씨름꽃 위에 얹힌 이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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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겨울비 내가 처음 쓰는 글자는 첫 겨울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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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선 가시 햝을 정도로 늙은 자신을 보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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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소리 들리네 이 길 돌아가는 가을 저물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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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가 못 되었구나 가을이 가는데 이 애벌레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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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락눈 듣네 이 몸은 본디 늙은 떡갈나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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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물고기 검은 눈을 뜬 진리의 그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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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초에는 태풍 불고 대야에 빗물 소리 듣는 밤이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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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에 있어서 교토가 그리워라 소쩍새 울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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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 한 방울도 엎지르지 않는 국화의 얼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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춥지 않는 이슬이어라 모란꽃의 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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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루인가 하고 주워 보는 오목한 돌 속의 이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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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겨울 찬 바람 볼이 부어 쑤시는 사람의 얼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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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마을 감나무 없는 집 한 집도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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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은 차갑고 갈매기도 쉬이 잠들지 못하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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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아무렇지도 않네 어제는 지나갔다 복어 국이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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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이 이따금 달구경하는 사람들에게 쉴 틈을 주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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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 보이지 않아도 봄이구나 손거울 뒤에 그려진 매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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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가지 일 생각나게 하는 벚꽃이어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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