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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는 안이 밖이 되고 밖이 안이 되는 것...
2016년 06월 30일 20시 27분  조회:3977  추천:0  작성자: 죽림

안이 밖이 되고 밖이 안이 되는 날 / 박남주 


시를 쓰는 일은 무엇인가. 내 안에 잠재되어 있는 나를 밖으로 끄집어내는 일. 어둡고 칙칙한 구석에 처박혀있는 빛 바랜 사진첩이며 남에게 선뜻 열어 보이기 두려운 속내를 당당하게 환한 빛 한가운데로 끌어내는 일이라고 할지. 
오브제에 관한 이야기를 하면서 결국 하고 싶은 내 이야기를 은근슬쩍 토해내는 비밀스런 즐거움을 무엇에 비하랴. 보일 듯 말 듯, 결코 속을 다 내보이지 않으면서 그 속에 무엇이 들어 있을까 궁금증을 자아내는 것도 그렇고 외양의 색깔과 모양, 냄새, 심지어는 보드라움이나 딱딱한 감촉을 통해 그 안을 상상해보는 즐거움을 누리는 기쁨. 혼자 누리는 기쁨도 기쁨이려니와 여러 사람과 함께 누려 가질 수 있는 즐거움을 그 무엇에 비기겠는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마음껏 표현해내는 달변도 행운이겠지만 말로 다하지 못하는 감정의 표출이나 분위기, 나아가 상상력을 글로 깨워 일으키는 일도 그에 못지않은 축복이리라. 
글쓰기를 시작하면서, 나는 이제껏 알지 못했던 나의 내면세계를 깊이 들여다보게 되었으며, 사물이 지닌 속성을 낱낱이 파헤치고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일이 글쓰는 사람의 과제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나는 사람이든 사물이든 그를 지탱시키는 힘을 중심이라고 본다. 
나의 중심은 무엇인가. 내 중심은 어디에 있는가. 제대로 중심을 잡고 있는가. 사소한 일에도 시시때때 흔들리고 있지는 않는가. 
내가 늘 중심과제로 삼고 있는 ‘중심’에 대해 생각을 해 오다가, 이를 시로 써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 마음을 가장 잘 표현해 낼 수 있는 오브제를 찾다가 문득 부채에 눈길이 갔다. 우리 모두가 곁에 가까이 두고 있으면서 별 의미를 두지 않은, 어쩌면 지극히 사소한 것이지만 그 어떤 것보다도 큰 의미를 지닐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비교적 우리와 친근하면서 너무도 잘 알고 있는 오브제이기에, 혼자 오랫동안 생각을 해 온 탓인지 써 내려가는 데 별 어려움은 없었다. 
누구나 그렇듯 나의 경우에도 시를 쓰기 전에는 오브제에 대한 사전 조사를 하게 된다. 우선 그 단어의 사전적 의미며 모양, 색깔이며 재료 등 눈에 보이는 특성을 자세히 알아야 세밀한 묘사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어사전이나 백과사전은 나와 가까이 있으면서 손쉽게, 큰 도움을 주는 친구라고 할 수 있겠다. 
세밀한 묘사가 이루어져야만 제대로의 표현이 되는 법이다. 물론 묘사까지는 어떻게 해 보겠는데 그 표현이라는 것이 영 마음대로 되지 않으니 이건 비단 나만의 고민인지. 
부채를 이루는 것에는 무엇이 있을까. 주재료가 되는 화선지, 화선지를 단단히 떠받치는 대나뭇살, 말라 붙으면 단단해져 잘 떨어지지 않는 아교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별 거부감 없이 애용하는 태극무늬. 우리나라를 상징한다고도 할 수 있는 태극무늬를 들여다보니 어디가 처음이고 어디가 끝인지, 처음이 끝이 되었다가 끝이 다시 시작이 되어 끝없이 이어지는 그 연속무늬에 깊이 빨려 들어가고 말았다. 그곳에 힘을 잔뜩 모으고 있다가 밖으로 내보내고, 밖으로 내보낸 힘을 다시 뱃속 깊이 빨아들였다가 어느 새 밖으로 내보내는 쉼없는 작업. 마치 숨을 들이마셨다가 밖으로 내뿜고, 다시 들이마시는 행위로 내게는 비쳤다. 
부채를 묘사하려는데 나를 가로막는 것이 있었다. 그냥 ‘부채’ 하면 보통명사이기 때문에 내용이 너무 막연해지고 관념적이 되지 않겠는가. 그래 예로부터 우리의 미풍양속으로 자리잡은 부채를 주고 받는 단오가 생각났다. 단오와 부채. 그런 연유로 단오부채라는 이름을 지어 주었다. 
부채를 통해 나를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 보았다. 

단오부채 

부채의 무게중심을 생각해 보았다 
힘을 뱃속에서부터 나오는 것이라는 생각에 
그 시작도 끝도 없어 보이는 연속무늬가 
한가운데 힘을 끌어모으고 있다가 
밖으로 내보내는 것으로 보인다 

한가운데서부터 부챗살이 사방으로 퍼지듯 
살이 뻗어나간 방향으로 부채의 힘이 고루 퍼졌으리라 
가벼우면서도 탄력있는 대나뭇살이 제 구실을 다할 수 있도록 
곱고 부드러운 화선지가 그 위를 단단히 받치고 있다 
아교풀을 적당히 먹은 화선지는 제 몸을 팽팽히 부풀린다 

나는 
하늘빛 바탕에 
파도무늬를 넣어 
내 안에 있는 한숨 한 방울 
그리움 두 덩이를 알맞게 배합하여 
팽팽하게 살이 오른 부채 하나 빚는다 

바람 한 점 비집고 들어설 틈이 보이지 않는다 

시를 쓰면서 가장 어려운 일 중의 하나는 내가 언제 그 안에 들어가느냐 하는 문제이다. 성급히 들어가서도 안 되며 시기를 놓쳐 너무 늦게 들어가면 흐름이 깨져 시를 망가뜨리게 된다. 
독자들이 눈치채지 않게 시기 적절하게 나를 집어넣는 일, 딴청을 부리는 체하며 은근슬쩍 내 할 말을 다하고 끝을 맺는 능수능란한 솜씨는 언제나 가능해질런지. 
부채 이야기 속에 내 이야기가 다 들어가 있는데도 왠지 내 이야기는 빠진 듯하여 결국 ‘나’를 집어 넣고는 흐뭇해 했으나 시를 망침을 어쩌랴. 
이 시 역시 초보자들이 빠뜨리지 않고 쓰는 추상적인 단어, ‘한숨’ ‘그리움’을 쓰고야 말았다. 시의 격을 떨어뜨릴 수 있는 ‘외로움’ ‘쓸쓸함’과 같은 직설적 언어를 삼가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거기에 알맞은 이미지를 찾아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전환 부분인 3연에서는 꼭 내가 들어가야 한다는 생각에.(그래야만 직성이 풀리니까. 그리고는 이 단어 때문에 이 시를 쓰게 됐노라고 강력히 주장을 한다.) 
시를 쓸 때는 시에 빠져 제 약점이 보이지 않는 법이다. 그런 때는 일단 접어 두었다가 일 주일 후 다시 열어 보고 확인을 하는 방법이 좋다고 한다. 감정이 사그라진 후, 즉 객관화가 된 시선으로 시를 보면 처음에는 잘 보이지 않았던 약점이 뚜렷이 보여 제 스스로 낯을 붉히게 된다. 그런데도 이런 단어를 지우고 나면 시가 안 되는 것 같은 착각에 선뜻 지우기를 주저하게 되는 것이다. ‘형상화’라는 작업이 이토록 어려운 것이다. 

내 시 ‘단오부채’ 의 경우도 그러하다. 불필요한 연이 전환 부분에 자리잡고 앉아 전체적인 시의 흐름을 방해하고 있었다. ‘나’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3연을 지우고 나니 앞뒤의 내용이 훨씬 선명해졌다. 불가(佛家)에서 말하는 ‘나를 버리고서야 나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이 바로 이런 것이 아닌가 싶다.(「단오부채」는 나의 등단작으로 위의 작품에서 3연이 삭제된 것이다.) 부채 이야기는 결국 내 이야기임을 뒤늦게야 깨닫게 된 것이다. 
이번에는 제목이 문제가 되었다. 
처음에는 ‘컴퍼스’라는 제목을 붙여 보았었다. 컴퍼스(사전적 의미―양다리를 자유롭게 오므렸다 폈다 하며 선을 긋거나 길이를 재거나 원을 그리는 데 쓰는 제도용 기구)의 모양이나 속성이 부채가 지닌 속성과 상통한다는 생각이 들었기에. 그런데 컴퍼스가 지닌 속성이 부채가 지닌 속성과 어긋나는 부분이 많다 보니 부채를 통해 말하고자 하는 내 의도가 약화되는 결점이 생기고 말았다. 

알맞은 제목을 찾아 이리저리 궁리해도 마땅한 제목이 떠오르지 않았다. 궁리 끝에 ‘부채’를 제목으로 하되 우리 민족의 풍습에 깊이 뿌리박고 있는 ‘단오부채’라는 구체적인 제목을 달아주기로 했다. 
그러면서도 한편 마음에 걸리는 게 있었다. 부채 이야기를 하면서 ‘부채’라는 제목을 그대로 달면 의미가 부채에 국한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였다. 
시란 읽은 이의 몫이기에 어떻게 해석하든 결국 독자에게 맡길 수밖에 도리가 없다. 다행히 내가 의도한 이상으로 읽어준다면 그 이상 바라는 것은 없다. 
아, 참, 1연의 2행 ‘뱃속’이라는 단어가 눈에 거슬리는 점을 빠뜨릴 뻔 했다. 힘이 나오는 곳에 있어서, 뱃속이 아닌 어디 근사한 단어를 넣어주고 싶은데 아직은 떠오르지 않는다. 나의 한계인가 보다. 
실력이 향상되어 내용에 걸맞은 제목이나 단어를 척척 갖다붙일 수 있을 날이 언제 오려는지.◑ 


◇박남주 상명대학 국문과 및 동국대 교육대학원 졸. 98년 『현대문학』 등단. <시랑> 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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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이 된 아버지 
―박연준(1980∼)

아버지를 병원에 걸어놓고 나왔다

얼굴이 간지럽다

아버지는 빨간 핏방울을 입술에 묻히고

바닥에 스민 듯 잠을 자다

 

 

개처럼 질질 끌려 이송되었다

반항도 안 하고

아버지는 나를 잠깐 보더니

처제, 하고 불렀다

아버지는 연지를 바르고 시집가는 계집애처럼 곱고

천진해 보이기까지 했다

나는 아버지의 팥죽색 얼굴 위에서 하염없이 서성이다

미소처럼, 아주 조금 찡그리고는

고개를 들어 천장을 지나가는 뱀을 구경했다

기운이 없고 축축한-하품을 하는 저 뱀

나는 원래 느리단다

나처럼 길고, 아름답고, 축축한 건

원래가 느린 법이란다

그러니 얘야, 내가 다 지나갈 때까지

어둠이 고개를 다 넘어갈 때까지

눈을 감으렴

잠시,

눈을 감고 기도해주렴



 

 

시집 ‘아버지는 나를 처제, 하고 불렀다’에서 옮겼다. 질끈, 눈이 감긴다. 가슴 저 깊은 바닥에 한 마리 뱀이 스윽 지나가는 것 같다. 겁먹고 슬픈 눈으로 흘깃 돌아보면서. 대저 시인이라면 살면서 한 번은 고통의 ‘뻘’을 지나왔겠지만, 이리도 시리고 아린 시라니, 박연준은 대체 얼마나 ‘길고, 아름답고, 축축한’ 삶을 뼈저리게 겪은 걸까.

아무 능력 없는 어린 딸 혼자서 아버지의 깊은 병환을 견뎌야 한다. 무능한 정도가 아니라 인간의 상태에서 벗어나 ‘뱀이 된’, 그러니까 괴물이 돼 버린 아버지. ‘차라리, 저 아버지 없이 나 혼자였으면 얼마나 좋을까. 활활 털어버릴 수 있었으면!’, 절규한 적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가족이라는 질긴 인연. 버릴 수도 벗어날 수도 없다. 너무도 험하고 높은 고개를 필사적으로 안간힘 쓰고 넘으면서, 넘어가야 하면서, 화자는 눈을 감을 수밖에 없다. 기도할 수밖에 없다. ‘길고, 아름답고, 축축한’ 눈물, 아버지, 생의 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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