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피리 시인’ 또는 ‘파랑새 시인’으로 불리는 한하운 시인(1919~1975)의 ‘삶과 문학’ 제전이 시인의 제2 고향인 인천에서 열렸다.
동 제전에서 육영수 여사가 한하운 시인에게 보낸 편지가 공개될 것으로 알려져 눈길을 모은다.
보리피리 불며 / 봄 언덕 / 고향 그리워 / 피―ㄹ닐니리
보리피리 불며 / 꽃 청산 / 어린 때 그리워 / 피―ㄹ닐니리
보리피리 불며 / 인환의 거리 / 인간사 그리워 / 피―ㄹ닐니리
보리피리 불며 / 방랑의 기산하(幾山河) / 눈물의 언덕을 지나 / 피―ㄹ닐니리. (‘보리피리’ 1955)
▲한하운 시인과 제2시집 〈보리피리〉. ⓒ 자료 사진
한하운 시인은 문둥병, 나병, 한센씨병으로 불리고 있는 천형(天刑) 같은 병고와 애환을 읊은 시로 한국문학사에 독특한 문학공간을 남기고 있는 인천 향토문화사의 대표적인 인물. 함경남도 출신으로 6.25때 월남해 인천에 정착, 나환자들과 동병상련의 벗으로 평생을 보내며 독특한 시문학의 경지를 이룩했다.
한하운 시인의 ‘삶과 문학’ 제전은 ‘파랑새 되어’라는 이름의 특별전으로 (재)인천문화재단(대표이사 심갑섭)이 마련했다.
...인천아트플랫폼 공연장에서 소설가 김별아와 시인 이기인이 한하운 시인의 시 ‘보리피리’ ‘파랑새’ 등을 낭송하고 가수 안치환은 이를 노래로 들려주는 콘서트를 맡았다.
더불어 ...한하운 시인의 친필 유고와 사진, 편지글 등을 한데 모은 ‘한하운 자료전’이 ...
인천문화재단은 올해 한하운 시인의 업적을 조명하기 위한 첫번째 행사로 〈한하운 전집〉 발간을 기획, 11월 중에 출간(문학과지성사)을 앞두고 있으며 “시인 한하운의 작품세계를 종합적으로 살펴볼 수 있기에 더욱 의미가 있다”고 취지를 밝히고 있다.
한하운 시인의 문학과 함께 그의 삶을 대변하는 나병과 관련하여 눈길을 모으는 육영수 여사의 편지는 ‘한하운 자료전’에 준비가 되어 있다.
한하운 귀하 남달리 어려운 처지에서 그간의 시련을 극복하고 이제 자립의 경지에 이른 귀 정착장의 발전을 축하하며, 앞으로 더욱 보람찬 내 고장을 건설하기 위하여 애쓰고 있는 귀하와 그곳 십정농장의 주민 여러분의 노고를 높이 치하하는 바입니다.
그동안 우리 양지회에서는 유다른 사정하에 있는 전국 나정착장 주민들의 자활능력을 증대시켜 보고자 노력한 나머지 다소의 재원이 마련되었기에 그중에서도 아직 자립의 터전을 마련치 못한 동료 정착장의 양돈 사업을 전개키로 하면서 우선 전국 86개 정착촌에 영농서적 등을 갖춘 책을 한 상자씩 보내주기로 되었습니다.
비록 많은 책은 아니지만 귀 십정농장의 주민들에게 격려의 표시로 보내는 이 문고가 귀 정착장 주민 여러분에게 유익한 벗이 되기를 우리는 간곡히 바라고 있습니다.
이제 자립의 터전을 확보함으로써 후진 정착장 동료 여러분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실천으로써 보여주고 있는 여러분의 노고를 다시 한번 높이 치하하며 귀 십정농장이 더욱 모범되고 빛나는 고장이 되기를 간곡히 바라는 바입니다.
귀하를 통하여 그 고장의 동료와 주민 여러분에게 우리들의 각별한 안부를 전하고자 하며, 여러분 가정에 항상 행복과 보람이 함께 하기를 바랍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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