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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作에서 어려운 리론은 잊어버리고 새로운 싹을 티우라...
2016년 08월 10일 21시 42분  조회:4693  추천:0  작성자: 죽림




[30강] 시와 비유(比喩).1

강사/김영천


오늘은 시와 비유에 대해 강의하겠습니다.
아마, 학창 시절에 배우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고등학교에서 배울 정도로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드립니다.
비유법을 알면 시를 절반은 쓰신겁니다.

우선 김준오님의 『詩論』에서 비유에 관한 것들을 찾아보기
로 하지요. 국내에 시론이 아주 많이 발간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문장사에서 나온 『시론』이 제일 많이 읽히고 있습
니다. 도서관마다 다 있는 책이니 필요하신 분은 빌려다
보시기 바랍니다.

1)동일성의 원리
시인들은 어떤 묘사를 위해서만 이미지를 사용하진 않습
니다. 비교에 의해서 관념들을 표현하고 전달합니다. 쉽게
말하면 이 비교가 비유적 언어, 즉 비유라는 것입니다.
이러한 부룩스와 와렌의 이론이 아니고도, 비유가 일종의
비교인 이유는 반드시 이질적 두 사물의 결합 양식이기 때
문이지요.

수사적 용어를 사용하면 원관념(元觀念)과 보조관념의 결
합을 말하는데요. 지난 시간에 이미 원관념과 보조관념이란
용어를 사용한 바 있습니다. 학자에 따라서 지칭하는 용어
가 다르거든요. 원관념을 주지(主旨),본의(本義), 취의(
趣意), 주상(主想), tener, primary meaning,으로 보조관념
은 매체(媒體),유의(喩意), vihicle,secondary meaning으로
사용하기도 합니다.

원관념은 비유(되는)이미지 또는 의미제이고 보조관념은
비유하는 이미지 곧 재료제입니다. 이 때 원관념과 보조관
념은 <~같이, ~처럼,~듯이>의 매개어로 결합되거나(이와 같
은 비유를 직유라 합니다), 의 형태로 결합됩니다.
다시말하면 비유의 근거는 두 사물 사이의 유사성 또는 연
속성에 있습니다. 즉 두 사물의 동일성에 의하여 비유가 성
립됩니다.

이쯤 이론 무장이 되셨으니 이제부터 하는 강의는 더욱
알아먹기 쉬우실 것입니다.

2)비유(比喩)는 시 창작의 원리
시인은 비유를 통해서 시인이 발견하고 창조한 의미나
진실, 그리고 새로운 세계를 시적 공간에 형성해놓기 때문
에 비유는 수사적 기교나 장식으로만 쓰이는 것이 아니라
시 창작의 원리 그 자체가 되는 것입니다.

비유는 시인의 상상력과 직관에서 나옵니다. 스파크처럼
빛나는 불꽃입니다. 이 비유의 빛이 사물에 가 닿을 때
사물은 감추어져 있던 새로운 모습을 드러내며 우리들에
게 경이감과 충격을 주게 됩니다.

조태일님 같은 분들은 비유를 모르는 시인은 결코 참다운
시인이 아니며, 비유 없는 시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아주
극단적으로 말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을 강
조하는 이야기이겠지요. 그래서 시인을 판단할 때는 그가
사용한 비유의 힘과 그 독창성에 의하여야 할 것입니다.

1.비유란 무엇인가

비유는 어떤 대상의 모양, 성질, 특성, 상태 또는 추상적
인 의미나 관념 등을 보다 효과적으로 표현해 그것과
유사한 다른 대상에 비교하여 표현하는 언어적 법입니다.
즉 서로 다른 두 사물을 비교하는 방법으로 결합시켜서
구체적인 이해나 인식을 얻는 언어적 표현인 것입니다.

일단 예문을 보면서 설명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노래로도 많이 불리웠던 김동명의 <내 마음>을 한 번 읽어
보기로 하지요.(한자는 제가 한글로 옮깁니다)

내 마음은 호수요
그대 저어 오오
나는 그대의 흰 그림자를 안고
옥같이 그대의 뱃전에 부서지리라.

내 마음은 촛불이요
그대 저 문을 닫아주오
나는 그대 비단 옷자락에 떨며, 고요히
최후의 한 방울도 남김없이 타오리다.

내 마음은 나그네요
그대 피리를 불어 주오
나는 달 아래 귀를 기울이며,
호젓이 나의 밤을 새이오리다.

내 마음은 낙엽이요
잠깐 그대의 뜰에 머무르게 하오
이제 바람이 일면 나는 또 나그네같이, 외로이
그대를 떠나오리다.

잘 아는 시이지요. 아마 읽으시면서 속으로, 또는 콧소리로
노래로 부르신 분도 계실 것입니다. 그러나 그냥 노래로나
시로 부르거나 읽기만 했지 비유 같은 어려운 말은 생각해보
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러면 이 시에서 원관념은 무엇이고 보조관념은 무엇일까요?
그렇습니다. 내 마음이 원관념이구요.
보조관념은 호수, 촛불, 나그네, 낙엽입니다.

얼마던지 우리가 만들 수 있겠지요.
내 마음이란 원관념을 두고 하늘, 바람, 바다,.....등등
여러분들이 보조관념을 만들어 보세요. 그러나 이런 다른
이질적 대상들이 결합할 때 아무 근거가 없으면 안되겠지요.

그 근거가 앞에서 말한 동일성 혹은 유사성이란 것입니다.
내 마음과 호수는 분명 이질적 대상입니다. 그러나 이 두
대상 사이에서 우리는 동일성, 유사성을 찾아낼 수가 있습
니다. 우리는 마음이 가끔 호수처럼 고요하고, 잔잔하고,
깊고, 맑고 푸르른 것을 느낄 때가 있지요. 분명 둘 사이에
유사성이 있는 것입니다. 그렇지요? 호수와 내 마음이 닮았
습니다.

다른 예문을 하나 더 읽어보겠습니다.

정희성님의 <버스를 기다리며>전문입니다.

주머니를 뒤지니 동전이 나온다
100원을 뒤집으니 세종대왕이 나오고
50원을 뒤집으니 벼이삭이 나온다
퇴근길 버스 정거장에서 동전을 뒤집으며
앞에 선 여자 궁둥이도 훔쳐 보며
동전밖에 없어 갈 곳은 없고
갈 곳 없어 아득하여라

조정에선 이 좋은 날 무엇을 할까
나으리들은 배포가 커서 끄떡도 않는데
신문에 나온 여공의 죽음을 보고
동전밖에 없는 제 자신도 잊은 채
울먹이는 나는 얼마나 작으냐
말 한마디 큰 소리로 못하고
땡볕에서 동전이나 뒤집으며
오지 않는 버스를 기다리며
다보탑 뒤집으니 10원이 나온다
주머니를 뒤집으면 먼지가 나오고
먼지를 뒤집으면 뭐가 나올까
생각하며 땡볕에서 버스를 기다리며
무엇이든 한 번 뒤집기만 하면
다른 것이 나오는 게 신기해서
일없이 일없이 동전을 뒤집는다

한 때 암울했던 시대에 이런 시들이 많이 씌어졌습니다.
다시는 이런 시들이 쓰이지 않는 시대가 되기를 바랍니다.

이 시에선 동전과 신문 기사에 실린 여공의 죽음,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 화자는 각각 다른 이질적 대상입니다. 그러나
시인은 이 이질성 속에서 그들이 지닌 유사성 혹은 동일성을
발견해 내고 있는 것입니다. 그 것이 무엇일까요.
한번 말해보세요.
그렇지요. 그것은 이 사회로부터 하찮게 여겨지는 것들이 지
니는 비애감이며, 별 볼일 없는 먼지와 같은 존재들이 느끼는
소외감일 것입니다.


좋은 시 몇 편 낭송하는 것으로
강의를 대신하겠습니다.

문학 이론도 중요하지만, 늘 강조하지만 좋은 시를 읽는
것 이상 중요한 것은 없습니다.
시가 좀 어렵고, 새로운 형식이 나오더라도 그냥 한 번
읽어보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형식이 다르다는 것은
낯설게 하기 위해서인데요. 뛰어쓰기를 않는다든지,행과
연을 무시한다던지, 글 체로 삼각형이나 어떤 도형을
만든다든지, 여러 형태가 있습니다.요즘 젊은 작가들이
실험적으로 발표하는 작품들은 더욱 다양하지요.

허수경을 좋아하시는 분들이 있어 오늘은 지난 여름호
『문학동네』에 나온 시<달내음>을 올립니다.

밤하늘언덕에풀을몰고다닌염소들
휘파람을불며연애편지를쓰던동네오라버니들
평상을펴고누워부채를부치던노치네들
멀리멀리까지끓어넘치던호박넣은수제비국물이놓인화덕
매일매일우물로걸레를빨러나오던노망난할망구
개를고우는냄새가진득하던마을입구에서복숭아나무가지라고
장티푸스를앓던아이는그앞에등을내밀고엎드려있었다
멀리멀리기차가지나가는소리
철도로난풀을밟고기차가사라질때그독하던풀냄새
장티푸스를앓던귀로코로몰려오던자지러지던것들
귓병을앓으며매일매일항생제를귀에넣고다니던술집여자
뚱뚱한중국남자가끓이던우울한우동
웃는얼굴로되를속이던짠된장상투를뜬싸전영감
벼멸구를잡아불태우던연기를향해침을퉤퉤뱉던동사무소에
댕기던안경잽이
집문서를팔아여당지방사무소소장을하던위인
농업실험실과수원에서자두에접붙인수박을만든다던폐병쟁이

막된장에무친날내나는나물
잘게썬풋고추를넣고조린피래미
호박잎에싼은어외

날개생긴오이에약든쇠고기를잘게썰어익힌오리찜짠멸치젓
을넣어만든쓴물나던고들빼기너덜너덜한쳔엽을끓여참기름
장에 곁들이던겨울날할아버지술상
자진자진햇살에말라가던고고마박,꿈으로생으로들어오는

그러다달이후영청떴지요
아직복숭아나무아래배를깔고아이가달을바라보았지요
그리고그리고이승으로돌아왔지요

다음은 『문예연구』2001,가을호에 실린 임영조님의
<나무는 죽어서도 나무다>를 읽어보겠습니다.
아주 잘 쓴 시이군요.

누가 저 논두렁에 박힌 말뚝을
죽은 나무라고 단정할 수 있으랴
누군가의 완력으로 처박힌 뿌리를
그 무슨 비유로 정의할 수 있으랴
잔가지 다 치고 군살도 빼고
꼿꼿한 근성만 땅에 박고 서 있는
저 나무의 生死를 왈가왈부
조서를 꾸미기엔 아직 이르다
산에서 징발된 나무로 보면
일개 이름 없는 볼모가 되지만
산에서 출가한 나무를 보면
으스러진 머리에 하늘을 이고
알몸으로 버티는 순교가 된다
-번뇌와 보리는 본시 하나라
미혹하면 번뇌요 깨달으면 보리다
말뚝 안의 네 협잡은 로맨스이고
말뚝 밖의 내 이념은 치정이라고?
말뚝의 저쪽은 인민공화국이고
말뚝의 이쪽은 대한민국이라고?
날마다 말뚝에 매인 염소는
제 목줄로 잰 땅이 감옥이리라
저 말뚝도 한때는 이웃과 함께
눈부신 햇살로 나이테를 불리고
푸른 바람 소리로 산을 키웠으리라
이젠 죄없이 유배된 땅에 박혀
앙상한 통뼈로 모진 세월 견디는
말뚝을 보면 坑儒(갱유)가 생각난다
육탈로 맞선 환한 옹고집
당당하게 벌 받는 생이 보인다
나무는 죽어서도 나무다

오늘 읽은 시들이 좀 어렵네요.

황금찬님의 <사랑이 자라는 뜰>을 읽기로 하지요

아직도
내 체온이 식지 않은
풀씨를 한 웅큼
창 앞에 뿌려 놓고
새를 기다린다.

늙은 참새 한 쌍이
날아와
마음 놓고
내 체온을 다 주워 먹었다.

따사한 정에
허기를 면하고
몸이 풀려서 서늘한 표정으로
목례를 하고,

얼마간 졸다가
구름밭을 지나
어디론가
날아가버렸다.

지금 창 앞에는
새가 두고 간 사랑이
풀잎으로
자라가고 있다.

다음은 김석규의 <사랑에게>를 읽어보겠습니다.

바람으로 지나가는 사랑을 보았네
언덕의 미류나무 잎이 온 몸으로 흔들릴 때
사랑이여 그런 바람이었으면 하네
붙들려고 가까이서 얼굴을 보려고도 하지 말고
그냥 지나가는 소리로만 떠돌려 하네
젖은 사랑의 잔잔한 물결
마음 바닥까지 다 퍼내어 비우기도 하고
스치는 작은 풀꽃 하나 흔들리기도 하면서
사랑이여 흔적 없는 바람이었으면 하네

마지막으로 오규원님의 <한잎의 여자>를 읽겠습니다.

나는 한 여자를 사랑했네. 물푸레나무 한 잎같이 쬐그만
여자,그 한 잎의 여자를 사랑했네. 물푸레나무 그 한 잎
의 솜털, 그 한 잎의 영혼, 그 한 잎의 눈, 그리고 바람이
불면 보일듯 보일듯한 그 한 잎의 순결과 자유를 사랑했네.

정말로 나는 한 여자를 사랑했네. 여자만을 가진 여자,
여자 아닌 것은 아무 것도 안 가진 여자, 여자 아니면 아무
것도 아닌 여자, 눈물 같은 여자,슬픔 같은 여자, 병신 같
은 여자, 시집 같은 여자, 그러나 누구나 영원히 가질 수
없는 여자,그래서 불행한 여자.

그러나 영원히 나 혼자 가지는 여자, 물푸레나무 그림
자 같은 슬픈 여자.


정말 좋은 시이지요?

오늘은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너무 어려운 것은 깨끗이 잊어버리세요.
여러분이 아무리 잊어버리려해도 끝끝내 가슴에 남아
새로운 싹을 티울 씨앗들이 남게 될 것입니다.

 

=================================================================

 

 

 

 

해수찜
―노향림 (1942∼)

이따금 바다 갈매기들이 하얗게 똥을 떨어뜨린다.

그 똥이 훤히 올려다보이는 유리 천장 아래

상체를 내놓은 반라(半裸)의 여자들이 모여 찜질을 한다.

유황 성분에 바닷물을 끌어들여 만든 해수탕

 

 

질기고 비루한 일상을 벗어버리겠다고

바닥에 오체투지 하듯이 납작 엎드려 부항을 뜨거나

약쑥 냄새 자욱한 평상에 무릎관절 꺾고 앉아 있다.

만삭처럼 부른 배들을 스스럼없이 내놓고

뜨거운 열기 속에 얼굴들이 복숭앗빛으로 불콰하다.

더운 수증기에도 잘 젖지 않는 젖가슴들

한때 아기들에게 젖을 물렸을 자루처럼 늘어진 가슴 끝에

시든 꽃꼭지 같은 유두를 매달고 있다.

유난히 하복부가 나온 젊은 아낙이 통성명을 한다.

아따, 언니는 임신 팔 개월째여? 배만 징허게 나와부렀소.

삼십 대로 보이는 아낙이 저승꽃 핀 얼굴의

팔십이 넘어 보이는 늙은 아낙에게 말을 건다.

폐경기를 다 넘긴 여자들이 다시 회임했다고 깔깔댄다.

싸 온 도시락들을 나눠 먹으며 아따, 언니는 벌써 두 양푼째네.

요렇코럼 만수위 된 뱃속에 뭘 또 심고 싶소,

소나무 장작불 땐 해수탕에 와서 배 따땃하면 됐제.

그녀들은 유황 성분이 온몸에 녹아들었는지

 

 

불이 이는 홍조를 띠며 자매들처럼 앉아 있다.
솨솨솨솨솨, 바람소리나 쇄쇄쇄쇄쇄, 햇빛 쏟아지는 소리 들릴 듯 섬세하게 구축된 시각 이미지들을 슬며시 내보이는 게 내가 알고 있는 노향림 시인데 이 시는 완연 다르다. 왁자지껄 소리와 함께 여러 인물이 분주히 움직인다. 마치 정지시켜 놓았던 비디오가 갑자기 움직임에 돌입한 듯이. 추억처럼 아스라하고 쓸쓸한 노향림 시 특유의 아치도 근사하지만, 이 시의 불콰하고
후끈한 현장감도 썩 근사하다.

고갱의 그림 ‘우리는 어디에서 왔는가, 우리는 누구인가,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가 문득 겹쳐지는 반라의 여인들. 그러나 처녀의 긴장이 없어 그네들은 더 평화롭고 자유롭다. 자루처럼 늘어진 가슴과 만삭인 듯 불룩한 배를 하고 있지만 다들 마찬가지니까 부끄러움도, 질투도, 불만도 없다. 아이를 배고 낳고 기르고, 자기 몫의 ‘지루하고 비루한 일상을’ 살아내느라 삭신이 쑤시는 여인네들이 모처럼 편안하게 수다를 떨며 해수찜을 즐기는, 떳떳한 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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