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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창작은 곧 "자기표현"이다...
2016년 08월 24일 19시 58분  조회:4660  추천:0  작성자: 죽림

[ 2016년 08월 24일 08시 48분 ]

 

 

장자제(張家界, 장가계) 대협곡 유리다리.

 

장자제 대협곡 유리다리의 바닥 면에는 총 99개의 유리가 깔려 있고 멀리서 보면 투명하고 아주 얇아 잘 보이지 않는다. 다리의 총 길이는 430m에 달하며 넓이는 6m 정도. 유리다리는 300m 높이에 설치.



[40강] 화자와 어조.1 

강사/김영천 


강의가 어렵지요? 
사실 여기에서 어려운 강의를 않는다면, 어디에서나 들을 수 
있는 강의를 듣기 위해 여러분이 고생할 필요가 없지요. 
반복해서 여러분께서 강의를 받으시면 일단 여러분은 시 창작 
에 대해서만은 대단한 실력을 갖게 되실 것입니다. 


화자와 어조에 대해서 알아보기로 하겠습니다. 
여기서 화자는 퍼소나(persona)라고도 하는데 시 속에서 말 
하는 사람을 가리켜 '시의 화자(話者)'라하구요 그 퍼소나의 
말씨, 목소리 즉 시의 어투를 '어조(語調)'라 합니다. 

화자와 어조는 시의 다른 구성요소들과 함께 우리가 시를 쓰 
는데 아주 중요한 요소입니다. 아시다싶이 그 화자와 어조에 
따라서 시의 전반적 분위기가 형성되고 시의 주제가 살아나기 
때문입니다. 

1.화자란 무엇인가 
먼저 권영택, 최동호 역의 『문학비평용어사전』을 보면 

퍼스나는 고전극에서 배우들이 사용하는 "가면"을 가리키는 
라틴어였다. 여기서 극의 등장인물을 지칭하는 "극의 퍼스나" 
라는 용어가 생겨났으며, 결국에는 영어 작품에서 개인을 
가리키는 "퍼슨(person)이 유래하게 되었다. 최근의 문학 
논의에서 "퍼스나"는 흔히 설화체 시나 소설의 1인칭 서술자, 
즉 "나"에 대해 적용되거나, 혹은 서정시에서 우리들이 그의 
목소리를 듣게 되는 서정적 화자에게 적용된다. 고 되어 있 
습니다. 

또 이상섭의 『문학비평용어사전』을 보면 "문학은 그냥 
씌어진 채로 있는 글이 아니라, 특정한 인물이 특정한 어조 
로 특정한 사물에 대하여 특정한 사물에게 하는 말"이라고 
하였습니다. 

이 두가지 해석을 보면 시 역시 문학의 한 갈래인 이상 
담화형식을 갖게되는데, 시 속에는 시적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말하는 사람이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바로 이 말하는 
사람을 가리켜 화자라 하는 것입니다. 


황동규님의 <楚家(초가)>를 한 번 읽어보겠습니다. 

나는 요새 무서워요. 모든 것의 안만 보여요. 풀잎 뜬 江에는 
살없는 고기들이 놀고 있고 江물 위에 피었다가 스러지는 구름 
에선 문득 暗號(암호)만 비쳐요. 읽어봐야 소용이 없어요. 혀 
짤린 꽃들이 모두 고개들고, 不幸(불행)한 살들이 겁없이 서 
있는 것을 보고 있어요. 달아난들 추울 뿐이에요. 곳곳에 쳐 
있는 細(세)그물을 보세요. 황홀하게 무서워요. 

이 작품의 시적 화자는 여성입니다. 여성은 시에 가장 많이 
사용되는 탈(가면)중에 하나입니다. "황홀하게 무서워요"라는 
역설까지 동원된 이 시의 화자는 주위의 사물이나 상황에 대 
한 회의와 공포에 휩싸여 있습니다. 
이런 공포감은 여성화자가 훨씬 효과적일 것입니다. 

우리들이 한 편의 영화나 연극을 관람할 때 사건이나 의미 
못지않게 관심을 집중시키는 것이 주인공을 포함한 등장인 
물입니다. 어떤 사람은 주인공을 보고 극장에 가기도 합니다. 
그런데 등장인물이 극중의 사건에 잘 어울리지 않거나 주제와 
동떨어진 개성이나 정체성을 보여줄 때 아무리 좋은 내용과 
주제를 지녔다 하더라도 작품은 성공하기 어렵게 됩니다. 

마찬가지로 시의 화자 역시 시의 다른 요소들과 긴밀하게 
어울리고 일체가 되어야만 시가 살아나는 것입니다. 우리가 
잘 아는 김영랑. 김소월, 한용운시인 등의 시에서는 여성 
화자가 자주 등장하는데 오히려 여성화자가 나타남으로 그들 
의 시가 성공하게 된 것은 역시 이 여성 화자가 시적 분위기 
라든지 주제, 시인의 태도 등을 잘 살려내주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그동안 시라는 것 안에 따로 시인의 목소리 말고 무슨 
주인공이 있느냐 생각도 해보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시 
속에는 그 시인 자신이 되었던지 이처럼 다른 사람이 화자로 
나타나는 것입니다. 황동규는 분명 남자 시인입니다. 

나희덕님의 <사표>를 한 번 읽어보黴윱求? 

날마다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 속에서 
창밖으로 타오르는 노을을 보며 
하늘에 대고 몇 장이나 사표를 썼다. 
갓난아기를 남의 손에 맡겨두고 나와 
남의 아이들을 가르쳐야 하는 심정. 
엄마와 떨어지지 않으려는 눈망울을 뒤로 하고 
내가 밝히려고 찾아가는 그곳은 
어느 어둠의 한 자락일까 
이 어둡고 할일 많은 곳에서 
師表(사표)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던 내가 
이렇게 사표를 쓰게 된다면 
그 붉은 노을을 언제 고개를 들고 다시 볼 것인가. 
하늘에 대고 마음에 대고 쓴 
수많은 사표들이 지금 눈발 되어 내리는데 
아기의 울음소리가 눈길을 밟고 따라와 
교실문을 가로막는데 
나는 차마 종이에 옮겨적을 수가 없다. 
붉게 퇴진하는 태양처럼 
장렬한 사표 한 장 쓸 수는 없을까 

이 시 속의 화자는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 여선생님입니다. 
날마다 만원버스에 시달리며 출퇴근을 하느라 품에서 떨어지지 
않으려 발버둥치는 갓난아이를 키우는 한 엄마이기도 합니다. 
또한 스승으로서의 사명감이 투철한 선생님이기도 하구요. 
아마 여러분께선 제가 이렇게 설명을 드리지 않아도 이미 
마음 속에 한 편의 영상이 떠올르실 것입니다. 그 영상 속의 
주인공이 바로 퍼스나, 화자인 것입니다. 
이 시 속에는 지난 시간에 배운 아이러니 중의 펀이 있는데 
아시겠습니까? 

열째 행의 사표는 학식과 인격이 높아 세상사람의 모범이 되는 
일, 작게는 선생으로서의 모범이 되는 일이구요. 
열한번째 행의 사표는 사직한다는 뜻으로 올리는 글입니다. 
두 개의 똑 같은 사표란 낱말을 병치함으로 주제를 더욱 
강조하는 효과를 노린 것입니다. 

2.화자와 시인 
시에는 화자의 모습이 뚜렷이 나타나는 작품도 있고 그렇지 
못한 작품도 있습니다. 의외로 화자의 개성이나 특성을 쉽게 
포착할 수 없는 작품도 상당히 많습니다. 그러나 숨겨져 있든 
겉으로 드러나 있든 화자가 모든 시에 내재해 있고, 또 모든 
시에 필수적인 요소인 것 또한 사실입니다. 
어조와 운율, 이미지와 정서 등이 그렇듯이 화자도 시의 중 
요한 구성원리인 것입니다. 
또 시의 화자는 흔히 시적 자아, 상상적 자아, 가상적 자아, 
서정적 자아,서정적 화자 등으로도 불르고 있습니다. 

우리가 화자에 대해 주목하려고 할 때 가장 먼저 부딪히는 
것은 화자와 시인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하느냐 하는 문제 
입니다. 화자와 시인을 동일시 할 것이냐 이질시 할 것이냐 
또 동일시 하면 어느 정도나 동일시 할 것이냐 하는 문제가 
제기되지 않을 수 없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시 속에서 궁극적인 화자는 시인이라고 할 수 있 
지만, 시의 화자와 시인 자신과의 관계를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서 시인의 개성과 몰개성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시는 어떤 장르보다도 시인의 주관적인 개성이 강하게 드러 
나기에 시 창작은 곧 '자기표현'으로 직결되는 것입니다. 
즉 시인은 시 세계 속에서 자신의 감정, 관념, 정서, 태도 
등을 담아내고 자신이 주관적으로 보고 느끼고 발견한 사물 
의 의미를 제시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시의 화자를 시인 
자신과 동일한 인물로 간주하는 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현상 
입니다. 

독자들이 한 편의 시를 읽으면서 시 속에서 만나는 화자와 
그의 목소리를 시인 자신의 것으로 여기는 것이나, 한 편의 
시를 창작할 때 내 세우는 화자가 곧 그 시를 쓰는 시인 자 
신의 분신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무엇보다도 시는 시인 
개성의 표출이요, 시의 화자는 곧 시인과 동일한 인물이라는 
입장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겠지요. 

고은님의 <잉크>를 한번 읽어보겠습니다. 

두 살배기가 
내 책상 원고지에 
김형균이가 찍어다 준 원고지에 
잉크를 몽땅 엎질렀다 
글 쓴 원고지 흩어 거기에 엎질렀다 
너 이놈!의 이까지 튀어나오다가 
그 호통 앗차 하고 숨 돌려 
내 얼굴 환한 웃음으로 
잘했다 잘했다 하고 얼러주었다 
이건 뭐 
아기를 위해서가 아니었다 
진짜 잘 했기 때문이다 
내가 애써 쓴 글 
그 글이 잉크로 다 지워져 없어졌다 
그 廢止(폐지) 
그 소멸 지나서 
나는 다시 쓰리라 
죽음 없이 어이 새로우랴 
이 땅을 실컷 노래하리라 밤이여 

두 살배기 차령이가 이것을 가르쳤다 
둥기둥기 
새 세상 노래하리라 
둥기 

고은의 이 시에는 상상력에 기초한 예술적 가공의 흔적이 
전혀 드러나 있지 않습니다. 시인은 기억에 의해 체험을 
그대로 밀고 나가며 그로부터 깨닫는 삶에의 지혜와 각오 
를 독자들과 공유하고 있을 뿐입니다. 
이 시에서 화자인 나는 문필가로서 시인 고은 자신인 것은 
우리 모두가 금방 알아 챌 수가 있습니다. 이 작품에서 
일인칭 화자로 드러나 있는 그는 자신의 구체적인 삶의 면모 
와 다짐을 아무런 가감 없이 있는 그대로 드러내고 있습니다. 

늦동이로 얻은 딸 두 살배기 차령이가 원고지에 잉크를 엎 
지른 일을 소재로 하고 있는 이 시가 이루는 정경은 환히 
손에 잡힐 듯합니다. 그 일로 하여 "죽음 없이 어이 새로우랴 
"라는 깨달음을 얻고 있는 화자의 육성으로부터 자전적 인물 
로서 시인 자신을 발견하는 일은 우리 독자들로서도 어렵지 
않습니다. 그렇지요? 

이렇듯 시인과 화자와 시인이 동일인물로 설정되는 것이 개 
성론입니다. 
김남주님, <봄날에 철창에 기대어>를 읽어보겠습니다. 

봄이면 장다리밭에 
흰나비 노랑나비 하늘하늘 날고 
가을이면 섬돌에 
귀뚜라미 우는 곳 
어머니 나는 찾아갈 수 있어요 
몸에서 이 손발에서 사슬 풀리면 
눈을 감고도 찾아갈 수 있어요 우리집 

그래요 어머니 
귀가 밝아 늘상 
사립문 미는 소리에도 가슴이 철렁 내려앉고 
목소리를 듣고서야 자식인 줄 알고 
문을 열어주시고는 했던 어머니 
사슬만 풀리면 이 몸에서 풀리기만 하면 
한달음에 당도할 수 있어요 우리집 

장성 갈재 넘어 영산강을 건너고 
구름도 쉬어 넘는다는 영암이라 월출산 천왕 제일봉도 
나비처럼 훨훨 날아 찾아갈 수 있어요 
조그만 들창으로 온 하늘이 다 내다뵈는 우리집 

이 시인의 집은 전남 해남입니다. 그렇게 반국가혐의로 핍박 
을 받던 시인이지만 지금은 군에서 생가를 복원한다고 하니 
참 세월의 무상함을 느낍니다. 지금은 고인이 되었지요. 

아무튼 여기에서 화자는 옥중의 수인으로 나옵니다. 그 감옥 
안에서 고향과 집과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간절하게 노래 
하고 있습니다. 그런 맥락으로 볼 때 화자가 시인 자신이 
아닌가하게 됩니다., 또 고향 해남을 향하듯 장성 갈재, 
월출산 천왕봉을 말하는 것을 보면 분명 화자와 시인은 별 
개의 인물이 아니라 동일 인물입니다. 바로 화자의 개성론 
으로 분류할 수 있는 시인 것입니다. ==

 

====================================================

 
내가 바라보는 
―이승희(1965∼)

처마 밑에 버려진 캔맥주
깡통, 비 오는 날이면
밤새 목탁 소리로
울었다. 비워지고 버려져서 그렇게
맑게 울고 있다니.
버려진 감자 한 알
감나무 아래에서 반쯤
썩어 곰팡이 피우다가
흙의 내부에 쓸쓸한 마음 전하더니
어느 날, 그 자리에서 흰 꽃을 피웠다.

그렇게 버려진 것들의
쓸쓸함이
한 세상을 끌어가고 있다.


처마 밑에 던져 놓은 빈 맥주 깡통 위로 밤새 빗물이 떨어진다. ‘시끄러워서 잠을 못 자겠네!’ 하고 벌떡 일어나 밖에 나가서 깡통을 멀리 차버리는 사람도 있을 텐데, 화자는 거기서 목탁소리를 듣는다. 비어 있는 알루미늄 깡통에 처마 끝의 빗물 떨어지는 소리가 목탁소리와 닮기도 했겠지만, 우리는 대개 제 마음속에 담겨 있는 단어와 감정을 불러낸다. 쓸모를 다해 버려진 빈 깡통의 맑은 울음을 듣는 시인의 맑은 귀! 

알 굵은 감자는 비싼 상품이지만 자잘한 감자는 손만 많이 가고 돈이 안 되니까 그냥 던져 버린다. 함부로 버려져 썩어가던 감자가 꽃을 피웠더란다! 그 감자의 애틋한 생명력과 쓸쓸한 용기를 시인은 기록한다. 크고 화려하고 힘센 것, 가령 돈과 정치와 권력과 개발이 세상을 이끌어간다는 생각이 상식처럼 퍼져 있는데, 버려진 것들의 쓸쓸함이 끌어가는 세상도 있다고, 그 세상을 무화(無化)시키면 안 된다고 말하는 화자는 얼마나 괜찮은 사람인가. 삼라만상의 존재가치가 슬프게도 사람 입장에서 본 쓸모 여부에 따라 정해진다. 사물과 동식물만이 아니라 사람까지도! 쓸모를 다해 버려진 것들, 하찮은 것들, 약자들의 존재가치를 옹호하는 시인의 섬세하고 여린 마음과 따뜻하고 맑은 세계관이 그려진, 참 드물게 고운 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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