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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도 가고 순경도 가고 남은건 나와 나의 그림자와...
2016년 10월 30일 21시 33분  조회:4778  추천:0  작성자: 죽림

 

‘꼬오리 빵즈(高麗房子)’ - 최화국(1915-96) 


필라델피아 공원에서 

멍 하니 벤치에 앉아 

고향 하늘 방향으로 흘러가는 

흰구름을 지켜보고 있노라니 


아주 사람이 좋아 보이는 뚱뚱보 

백인 순경이 가까이 와서 악수를 청하며 

헬로, 유- 차이니즈 한다 

노오, 했다 

오오 미안해요 그려면 

유- 자파니즈 하기에 

노옷! 하고 나도 모르게 화를 냈더니 

다음은 물어보나마나 별 볼일 없다는 시늉으로 

어깨를 한번 추스르고는 

빙그레 웃으며 돌아서는 것이 아닌가 


야아, 이자식 봐라 우스갯소리가 아니야 

이 백돼지 같은 녀석아, 남에게 말을 걸어놓고 

그냥 가버려, 이 못난 자식아 

뭐? 차이니즈 자파니즈만이 

황인종인 줄 아느냐, 아세아는 말이야 

가장 아세아다웁게 말이야 


짓밟혀도 짓밟혀도 시들지 낳고 

슬퍼도 슬퍼도 울지도 않고 

죽여도 죽여도 죽지도 않고 

귀신도 탄복을 한다는 


꼬오리 빵즈(高麗房子)란 

종족이 있는 걸 너는 모르지? 

이 백돼지 녀석아 


아앗 급할 때만 발생하는 나의 실어증 

급성 언어장애증의 병발(倂發) 

구름도 가고 순경도 가고 

남은 건 나와 나의 그림자와 


 




경주가 고향인 최화국은 일본에서 살고 미국에서 작고했다.
백인 순경과 다만 외로움을 달래고 싶었을 뿐.
문득 생의 유랑을 호소하는 디아스포라의 대표시다.
약자의 심층적 패러독스는 일품.
마지막 행 고려방자의 자존심인
“구름도 가고 순경도 가고/
남은 건 나와 나의 그림자와”는 명구.
그는 오십에 데뷔해서 만성했다.
<고형렬·시인>

 

* 문학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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