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zoglo.net/blog/kim631217sjz 블로그홈 | 로그인
시지기-죽림
<< 11월 2024 >>
     12
3456789
10111213141516
17181920212223
24252627282930

방문자

조글로카테고리 : 블로그문서카테고리 -> 문학

나의카테고리 : 文人 지구촌

윤동주가 사랑했던 시와 시인들
2016년 11월 01일 23시 18분  조회:4236  추천:0  작성자: 죽림

영화 <동주>에서


이준익 감독의 영화 <동주>는 시인 윤동주의 삶을 그렸다. 형무소에서 죽음을 앞둔 동주(강하늘 분)는 비록 처참했지만, 영화 전반에는 더없이 아름다운 서정이 흐른다. 동주가 좋아하는 여학생과 별이 총총한 밤길을 걸을 때, 그녀가 물었다. "동주는 어떤 시인을 좋아하니?" 동주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대신 '별 헤는 밤'을 읊조리는 동주의 나즈막한 음성이 배경음악처럼 깔렸다. "프랑시스 잠, 라이너 마리아 릴케, 이런 시인들의 이름을 불러봅니다. 이네들은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 별이 아스라이 멀듯이."

또 정지용과 백석의 시도 좋아했다. 송몽규(박정민 분)가 어렵게 구한 정지용과 백석의 시집을 던져주자 동주는 좋아서 어쩔 줄 몰라하며 그것들을 필사했다.

여기, 동주가 그토록 사랑했던 시인들의 시 몇편을 소개한다. 우리가 동주의 시를 읽으며 동주의 진실한 마음에 닿았듯이, 동주가 사랑했던 시를 읽으며 동주의 더 깊은 마음에 닿을 수 있길 바라본다.

백석(백기행)은 1912년 태어난 한국의 시인이다. 방언을 활용한 민속적 시를 즐겨쓰면서도 모더니즘을 수용해 자신만의 시세계를 구축했다.ⓒ 한국학중앙연구원

동주는 세상의 괴로운 것들을 사랑했다. 그래서 언제나 괴로워했던 한 시인을 사랑했다. 모든 죽어가는 것들을 사랑하느라 괴로웠던 백석을, 동주는 사랑했다.

그런데 또 이즈막하야 어느 사이엔가
이 흰 바람벽엔
내 쓸쓸한 얼굴을 쳐다보며
이러한 글자들이 지나간다
- 나는 이 세상에서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하니 살어가도록 태어났다
그리고 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내 가슴은 너무도 많이 뜨거운 것으로 호젓한 것으로 사랑으로 슬픔으로 가득찬다

- 백석, <흰 바람벽이 있어> 중

동주는 세상의 아름다운 것들을 사랑했다. 그래서 별과 정오의 마을과 수탉 우는 소리를 음미했던 한 시인을 사랑했다. 모든 살아가는 것들을 사랑하느라 언제나 아름다웠던 프랑시스 잠을, 동주는 사랑했다.

프랑시스 잠(1868-1938)은 프랑스의 시인으로, 상징파의 후기에 신고전파 시인으로서 독자적인 시들을 남겼다.ⓒ 위키

오 주여, 내가 당신께로 가야 할 때에는
축제에 싸인 것 같은 들판에 먼지가 이는 날로
해주소서. 내가 이곳에서 그랬던 것처럼, 
한낮에도 별들이 빛날 천국으로 가는 길을 
내 마음에 드는 대로 나 자신
선택하고 싶나이다.
(중략)

날 따라들 오게나. 갑작스레 귀를 움직여
파리와, 등에와, 벌들을 쫓는
내 아끼는 가여운 짐승들이여…….
내가 이토록 사랑하는 이 짐승들 사이에서, 주여,
내가 당신 앞에 나타나도록 해주소서.
이들은 머리를 부드럽게 숙이고
더없이 부드러워 가엾기까지 한 태도로
그 조그만 발들을 맞붙이며 멈춰섭니다.

- 프랑시스 잠, <당나귀와 함께 천국에 가기 위한 기도> 중

라이너 마리아 릴케(1875-1926)는 독일의 시인이다. 초기에는 인상주의의 영향을 받았지만, 만년에는 명상적이고 신비적인 색채가 짙은 시를 썼다.ⓒ 위키

동주는 세상의 쓸쓸한 것들을 사랑했다. 그래서 고독한 장미를 귀히 여겼던 한 시인을 사랑했다. 모든 가을처럼 스러지는 것들을 사랑하느라 쓸쓸했던 라이너 마리아 릴케를, 동주는 사랑했다.

주여, 때가 왔습니다. 지난여름은 참으로 위대했습니다.
당신의 그림자를 해시계 위에 얹으시고
들녘엔 바람을 풀어놓아 주소서.

마지막 과실들을 익게 하시고
이틀만 더 남국(南國)의 햇볕을 비추시어
그것들을 완성으로 몰아가시고
무거운 포도송이에 마지막 감미로움이 깃들게 해주소서. 

- 라이너 마리아 릴케, <가을날> 중

영화 <동주>에서


우리는 동주를 사랑했다. 그래서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괴로워했던 이 청년을 위해, 이제라도 함께 괴로워한다. 모든 가을 속의 별들을 사랑했던 동주를, 우리는 사랑했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 윤동주, <서시>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2283
번호 제목 날자 추천 조회
1763 인생은 비극이라 생각할 때 비로서 살기 시작하는것... 2016-11-06 0 4631
1762 미국 현대시인 - 월리스 스티븐스 2016-11-06 0 3910
1761 따옴표(" ")가 붙은 "시인"과 따옴표가 붙지 않는 시인 2016-11-06 0 4688
1760 모더니즘 경향의 시인들 시를 알아보다... 2016-11-06 0 3974
1759 모더니즘시, 현대 문명을 비판하다... 2016-11-06 0 4861
1758 김기림 모더니즘시 리론작업, 정지용 모더니즘시 실천작업 2016-11-06 0 4187
1757 모더니즘 문학과 도시의 문학 2016-11-06 0 4082
1756 한국 모더니즘 시의 흐름은 어떠한가... 2016-11-06 0 3518
1755 [자료] - 포스트모더니즘을 알아보다... 2016-11-06 0 3443
1754 [자료] - 모더니즘과 포스트모더니즘을 알아보다... 2016-11-06 0 4271
1753 詩人 되기 먼저 자기자신을 완전히 깨닫는것, 곧 구리쇠 잠깨어 나팔 되기 2016-11-06 0 3606
1752 프랑스 상징주의 시 감상하기 2016-11-05 0 4315
1751 詩란 자연과 함께 인간의 덕성을 말하는것이다... 2016-11-05 0 4280
1750 너무나 많은 라침판이여,- 그때는 그때, 지금은 지금이라... 2016-11-03 0 3688
1749 詩는 "만드는것"이 아니라 생체를 통한 "발견"이다...... 2016-11-02 0 4129
1748 윤동주가 사랑했던 시와 시인들 2016-11-01 0 4236
1747 죽은지 10여년 지나서야 시적 가치를 찾은 "악의 꽃" 2016-11-01 0 4188
1746 프랑스 상징파 시인, 모험가 - 랭보 2016-11-01 0 4197
1745 프랑스 상징파 시인 - 베를렌느 2016-11-01 0 4807
1744 詩란 우연스러운 "령감들의 모음집"이 아니라 언어행위이다... 2016-11-01 0 4321
1743 파블로 네루다 시모음 2016-11-01 0 6273
1742 칠레 민중시인 - 파블로 네루다 2016-11-01 0 4940
1741 詩쓰는것이 돈벌이 된다면 어렵다는 말은 사라질것이다... 2016-11-01 0 3605
1740 조기천시인과 김철시인 2016-11-01 0 4294
1739 백두산은 말한다... 2016-11-01 0 4031
1738 "백두산"과 조기천 2016-11-01 0 4189
1737 "백두산", 완결물이 아니라 미완물이다... 2016-11-01 0 5032
1736 체코 문학을 알아보다... 2016-10-31 1 5945
1735 시인이 된다는것은... 2016-10-31 0 3845
1734 "풀"의 시인 김수영을 다시 떠올리다... 2016-10-31 0 5200
1733 "곰팡이는 곰팡을 반성하지 않는것처럼..." 2016-10-31 0 4166
1732 "내가 저의 섹스를 개관하고 있는것을 아는 모양이다"... 2016-10-31 1 3831
1731 곧은 소리는 곧은 소리를 부른다... 2016-10-31 0 4331
1730 한국적 모더니즘 대변자 김수영 작품 공자에 젖줄 대다... 2016-10-31 0 3939
1729 변변한 불알친구 하나 없어도 문학이란 친구는 있다... 2016-10-31 0 3908
1728 니체은 니체로 끝나지만 공자는 공자로 지속되다... 2016-10-31 0 3634
1727 詩란 사자의 울부짖음이다... 2016-10-31 0 3855
1726 참말이지 과거는 한줌 재일 따름... 2016-10-30 0 3742
1725 정지용, 김기림과 "조선적 이미지즘" 2016-10-30 0 4127
1724 김기림, 그는 누구인가... 2016-10-30 0 4397
‹처음  이전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