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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적인 경계를 깨는 문사 - 조광명
2016년 11월 11일 22시 58분  조회:3737  추천:0  작성자: 죽림
장르적인 경계 깨기
                   ―조광명특집 평론
                                          /장춘식
 
신중국의 조선족문학사에서 대개는 매 10년에 한번씩 새 세대의 작가들이 출현하여 활동하면서 시대적인 사명을 감당하고있는데 수적으로 1960년대와 1990년대 작가들이 상대적으로 적은편이다. 1960년대 작가군의 빈약함은 당연히 문화대혁명이라는 전대미문의 동란이 조성한것이지만 1990년대작가들의 수적인 빈약은 무엇때문일까? 흔히 1980년대말의 정치적인 상황과 1990년대초반의 하해(下海)붐을 든다. 일리 있는 말이다. 문학이라는 직업의 정치적인 위험부담과 돈이라는 물질적인 매력이 어울리면서 이른바 1990년대 “기문종상(棄文從商)”의 현상을 초래한것이다. 기성문인들의 기문종상은 자연히 신세대의 성장에도 영향을 미쳐 이 시기 우리 문학인구의 절대적인 빈약함을 초래한것이 아닐까 한다.
그래도 이 시기 몇명의 문학에 투신한 집요한 문사들이 있으니 조광명은 바로 이들중의 한명이다. 한편 수적인 빈약함도 원인이 되겠지만 어쨌든 이 세대 작가들의 문학이 지금까지도 별로 주목을 받지 못해온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끈질기게 문학을 생명처럼 여기며 정진해왔다. 조광명이 바로 그렇다.
조광명에게 있어 문학의 장르는 일종의 자기표현의 도구일뿐이다. 그는 시, 소설, 수필 등 장르를 거침없이 넘나들며 자신의 삶을 표현해내고있다. 심지어 사진작품과 시, 수필이라는 서로 다른 분야의 장르들을 넘나들기도 한다. 이번 작품에서 특히 그러하다.
“바람이여, 사랑이여”는 수필이 분명한데 시로 읽힌다. 그것도 “바람의 둥지”라는 사진작품을 창작하는 전 과정을 거침없이 쏟아낸 시작품처럼 보인다. 그리고 실제로 시 2편을 삽입하고있다. 물론 그 “바람의 둥지”라는 문제의 사진작품과 관련된 시작품이다. 수필에서는 조경수로 가두에 심은 아열대수종이 북방의 겨울을 무사히 지나게 하기 위해 나무에 “옷”을 입힌 사실에 대해 조금의 불만을 나타내고는 한류가 닥친 한밤에 카메라를 들고 그 조경수와 관련된 사진작품을 기대하며 거리에 나섰다고 하고는 조경수와 야경과 바람의 이미지를 담는 과정을 자세히 서술한다. 사진작품창작의 전 과정을 담은셈이다. 가슴 떨리는 격정과 창조의 희열, 예술에 대한 화자의 심취 혹은 무아의 몰입상태는 그것 자체로도 감동적이며 독자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그리고 화자의, 사진작가의 그 희열과 감동, 격정은 시로 승화되여 작품속에 고스란히 담겨지고있다.
그러나 여기까지는 그냥 현상이요 화자의 느낌일뿐이다. 가장 독자의 공명과 감명을 자극하는 부분은 역시 이러한 과정을 통해 얻어진 어떤 깨달음, 즉 바람에 대한 남다른 인식이다. “바람은, 글쓰기는, 사진찍기는 결국 사랑으로 통하는, 사랑의 자궁안의 잉태와 날개짓인것이다.”라는 결구가 그것이다. 바람을 사진으로 표현하고 바람의 생리에서 인간의 삶을, 삶의 가장 향기롭고 아름다운 사랑을 발견한것이다. 이는 예술로써만이 가능한, 작품에서 말하는 “믹스”적인 예술, “한데 막 버무린 믹스”로써만 가능한 발견이 아닐까싶다.
“벽을 읽다”도 마찬가지로 카메라 렌즈와 더불어 관찰한 세상―벽의 이미지를 그린 작품이다. 그러니까 이번의 수필 3편 모두가 세밀한 관찰, 렌즈를 통한 섬세한 세상의 비밀을 밝혀내려는 화자의 노력이 깃든 작품이라 하겠다. 그런데 앞의 작품이 격정에 넘치는 한편의 서사시라면 “벽을 읽다”는 사소한것에서, 사람들이 흔히 그냥 지나치기 십상인 낡은 벽에서 차분한, 섬세한 관찰과 생각을 통해 얻어낸 삶의 지혜, 우주의 원리라 볼수 있겠다. 그리고 “바람이여, 사랑이여”에서 바람을 통해 사랑을 발견했다면 이 작품에서는 벽을 통해 삶의 경력, 력사의 흔적을 발견한다. 그리고 여기서도 화자는 사진작가의 눈으로 본 벽의 모습, 벽의 이미지를 시로 담아낸다.
이 작품에서 화자는 먼저 벽, 그것도 주로는 낡은 벽을 보면서 숙연해진다고 했다. 그 벽에 남겨진 세월의 흔적, 세월의 상처를 보면서 인간의 삶, 삶의 흔적을 련상했기때문이다. 그리고 그러한 인식을 “벽의 상처”라는 시로 적고있다. 그리고는 그날부터 벽에서 삶의 흔적들, 경력들을 관찰하고 느끼고 인식하기 시작했다고 했다. 어느날인가는 그 벽에서 어린애의 락서비슷한 하트모양의 그림을 보고는 사랑을 느끼고 그것을 렌즈에 담아 사진작품을 만들기도 한다. 벽에서 발견한 자연의 흔적들에서 인간의 창조로는 도무지 불가능한 력사의 중후함과 자연의 창조력에 감탄하며 또다른 시 한편을 쓰기도 한다. 결국 벽에 대한 화자의 집념, “벽의 기억”이라는 시리즈작품을 만들어내고자 하는 사진작가로서의 집념은 삶에 대한 집념에 다름아닌것이다.
이제 다시 특집의 첫편으로 편집된 “너무 아름다워서 슬픈것들”에로 되돌아가보자.
이 작품에서 화자는 아름다운 자연의 미와 인간이 만들어낸 예술작품들을 보면서, 그중에서도 김덕수사물놀이패의 공연을 감상하면서 슬퍼지고 눈물을 흘렸다고 했다. 그리고 장 폴로의 모래그림을 통해 그 슬프고 아름다운것의 의미를 순간적으로 나타났다가 순식간에 사라지는 미라고 했다. 그것을 붙잡아두고 오래오래 혼자 감상할수 있는것이라면 그 아름다움도 사라지고말것이라는것이다. 다시 말하면 아름다움은 순간적이고 순간적이기때문에 아름답고 동시에 슬퍼진다는것이다. 조금은 허무주의적인 냄새가 나는것 같지만 화자는 곧 말문을 바꾸어 그 슬픔을 극복할수 있는 방법을 제공해준다. 즉 아름다움은, 슬프도록 아름다운 자연이나 예술은 하나 혹은 한번만이 아니라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무수히 만나게 된다는것이다. 그래서 살면서 겪는 여러가지 추한것들, 아픈것들, 좌절들, 어려움들은 그렇게 만나는 아름다움이 있기에 극복이 가능하다고 하기도 한다. 심지어 그렇게 눈물겹도록 아름답지 않은것이라 해도 살아가면서 웃음과 눈물을 자극하는것들은 얼마든지 있으니 마음껏 웃고 울고나면 삶이 행복해질지도 모른다고 한다. 휴대전화로 받은, 후배가 찍은 목련꽃사진을 보면서도 전률과 행복을 느낄수 있는것처럼.
조광명은 어느 한 장르에 연연하지 않는다. 시, 수필, 소설 등 여러 문학장르를 거침없이 넘나들뿐만아니라 심지어 문학이 아닌 예술, 가령 사진작품같은것들도 거침없이 드나들면서 삶의 체험을 표현해낸다. 우리의 삶에 최대한의 의미를 부여하는것, 그것이야말로 가장 값지고 의미있는것이기때문이다. 조금의 아쉬움은 감정의 절제와 문장의 정제 측면에서 좀더 신경을 썼으면 하는것이다.
조광명은 사실 80년대후반에 등단한 작가이다. 그리고 제5세대 작가로 분류되는 여타 작가들, 가령 김혁, 한영남, 등도 비슷한 경우이다. 이들 작가들은 수적인 빈약함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우리 문단을 굳건히 지켜오고있다. 그리고 지금까지 그래왔던것처럼 앞으로도 끝까지 집요하게 문단을 지키며 사명을 다하리라 믿는다.

  * <장백산>에 게재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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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모시

가시는 길

-리삼월 선생님을 추모하여

                         조광명

 
 가셨다는 데 
 가셨다는 데 
 눈물은 아니 나고
 웃음이 떠오르네요
 항상 푸근히 웃어주시던
 항상 따스히 안아주시던
 그 미소만 떠오르네요
 그래서 북쪽 하늘 당신이 가신 그쪽 하늘 향해
 술 석 잔 절 세 번 대신
 미소 세 번 흘렸습니다. 
 잘 가십시오
 선생님
 좋은 곳 가셔서 더 편하게 웃 세요
 이 세상 모든 아픔 웃음으로 달래시던 거
 이제는 그 곳에서 진짜 아픔없는 웃음만을 웃으시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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