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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作의 첫번째 비결은 껄끄러움을 느끼지 않게 쓰는것...
2016년 11월 18일 20시 39분  조회:3740  추천:0  작성자: 죽림
 


동화속에서나 볼 수 있을거라 생각했던 `샌드맨(모래인간)` 아프리카 지역 한 사막에 출몰.
 

아프리카 남서브 나미브 사막에 성인 남성 얼굴 옆모습을 띤 모래 언덕 발견. 출처=데일리메일
 
샌드맨은 오래전부터 유럽 동화에 등장해온 `잠의 요정`. 늦은 밤 잠 안자고 보채는 아이들을 위해 눈에 모래를 뿌려 잠들게 만드는 상상속 인물.//////////////////////////////
  
1. 표현의 방법에 대하여


서양 문화가 흡수되면서 우리 말글도 어느 새 서양적인 것을
많이 받아들였다.
텔레비전, 컴퓨터 등과 같은 외래어가 그 중 한 예다.
그런가 하면 표현 방법도 영어의 영향을 받은 것이 많다.

"아무리 …해도 지나침이 없다’

가 전형적인 외래식 표현임은 영어를 조금만 아는 사람이면 누
구든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는 표현의 다양성 측면에서 바람직하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엄연히 우리의 좋은 표현방법이 있는데도 굳이 남의 틀
을 빌려 쓰려는 사람이 우리 주변에 많다.


○ 우리, 단 하나의 중요한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보세.

번역소설 ‘람세스’에 나오는 문장이다.
"단 하나의 중요한 질문’은 어법상 틀리지 않지만 왠지 어설프
다.
외국물을 먹지 않은 우리네 토박이들은 "한 가지 중요한 질문’
이나 "중요한 질문 한 가지’라고 해야 껄끄러움을 느끼지 않는
다.
껄끄러움을 느끼지 않게 쓰는 것, 그것이 우리 글을 잘 쓰는 첫
번째 비결이다.
아무튼 위의 글은 빙빙 돌려서 썼다.
그래야만 좀더 문아(文雅)하다고 생각했는지 모르겠지만…….
위의 글을 아래처럼 고친들 어색하다고 할 사람은 없다.

→우리, 한 가지 중요한 문제에 대해 생각해보세.
→내가 한 가지 중요한 질문을 하겠네.

사실 우리 주변에는 이 같은 표현을 쓰는 사람이 많다.
그게 우리식 표현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지도 못한 채...
토종 표현이 더 감칠맛 난다는 신념을 갖고 이제부터는 토종을
사랑하도록 하자.
아래 몇 개의 예문을 보면서…….


○ 네 젊은이의 시선이 그녀를 향했다.
☞ 젊은이 네 명의 시선이 그녀를 향했다.
(‘네 명’, ‘네 사람’은 자연스럽지만 ‘네 젊은이’는 어색
하다. ‘한 토끼’만큼이나.)

○ 세 개의 날개가 달린 새를 보았다.
☞ 날개가 셋 달린 새를 보았다.

○ 한 개의 사과, 열 마리의 새
☞사과 한 개, 새 열 마리



2. 동일, 유사어의 반복에 대하여


한 문장 내에 같은 용어를 반복하거나 비슷한 뜻의 단어를 연이
어 사용할 때가 있다.
불필요하게 반복된 성분은 군더더기처럼 느껴져 글의 흐름을 방
해하고, 심하면 문법까지 어기게 된다.
같은 용어의 반복을 피하는 것도 글의 완성도를 높이는 한가지
비결이다.
물론 반복이 필수적일 때는 할 수 없다.


○ 지금부터 저의 고향 소개를 부분별로 소개하겠습니다.(→고향
을)

○ 좁은 국토를 잠식하는 묘지문제가 날로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
두되고 있다. (→묘지가, 혹은 묘지의 증가가)

○ 명예훼손을 당했는데도 미처 증거를 확보하지 못해 소송을 하
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증거 부족으로)

○ 참가 등록은 대표자가 직접 등록하여야 합니다. (→직접 하여
야 합니다)

○ 처음 교육 담당에게서 전화 연락을 받았을 때 떠오른 것이 고
등학교 시절 국어 선생님이 말씀하신 "이중 존칭을 사용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는 생각이 떠올랐다. (→생각이었다)

○ 선택 전문 과정이라 정말 아무 부담 없이 왔는데 이런 글쓰기
시간은 정말 부담스럽네요.(→가벼운 마음으로 왔는데)

○ 70세 이상 되는 어르신네도 5명이나 포함되어 있었고 아주머니,
어린 학생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어린 학생들도 있었다)



3. 남용되는 복수표현


우리말은 남의 말에 비해 단수와 복수를 엄격히 구분하지 않는
특징을 보인다.
영어를 예로 들면 단어 뒤에 ‘s(es)’ 등을 붙여 복수임을 분
명히 밝히지만 우리말은 복수의 개념이라고 해서 반드시 복수형
접미사‘들’을 넣지는 않는다.
예컨대 “꽃이 피었다”고 하면 그 꽃은 한 개일 수도 있고 여
러 개일 수도 있다.
이는 우리가 언어생활에서 수의 개념에 대해 그다지 관심을 갖지
않음을 뜻하기도 한다.
한데, 근래 들어 우리 글에도 복수형 표현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이는 글쓰는 이들이 영어 등의 번역투 문장에 익숙해져 있기 때
문이라고 생각된다.
우리 글은 ‘들’이 여러 번 들어가면 경우에 따라 부자연스럽기
도 하다.
그러므로 꼭 필요한 곳 아니면 ‘들’의 중첩을 피한다는 생각을
할 필요가 있다.
아래 예문은 어느 책에서 발췌한 것들이다.
고침 글과 비교할 때 어느 것이 더 자연스러운 표현인지는 님들의
판단에 맡긴다.

○ 아버지들은 자녀들을 기르는 데 적절한 사람들이 아니다.
☞아버지는 자녀를 기르는데 적절한 사람이 아니다.

○ 왕실 자녀들을 비롯한, 국가의 중추적인 직위에 접근할 만한
사람들의 자녀들은 그곳에서 엄격하고 집중적인 교육을 받았다.
☞왕실 자녀를 비롯한, 국가의 중추적인 직위에 접근할 만한 사람
들의 자녀는 그곳에서 엄격하고 집중적인 교육을 받았다.

○ 우리의 동맹국들과 적국들의 언어를 배우고…….
☞우리의 동맹국과 적국의 언어를 배우고…….

○ 그곳에는 수천 마리의 새들과 물고기들이 서식하고…….
☞그곳에는 수천 마리의 새와 물고기가 서식하고…….

○ 이것을 본 사람들은 몇 안 된다.
☞이것을 본 사람은 몇 안 된다.



4. -화하다 와 -화되다


◇최근에는 컨테이너 박스에 유사휘발유를 싣고 다니는 등 유사
휘발유 제조와 유통이 조직화, 지능화하고 있다.
3월5일자 D일보 "독자의 소리"에 나오는 문장이다.
문장의 끝부분"지능화하다"가 어법에 맞을까.
우선 글쓴이가 "-화하다"로 쓴 이유를 훔쳐 헤아려보자.
지금도 일부 사람들이 주장하는 바이지만,우리말 문법, 특히 어
법에 관심을 갖고 있는 분들 중 비교적 나이가 든 이는 한자어
"화(化)"라는 단어의 음훈이 "될 화"이므로 "-화되다"라고 표현
하면 "되다"가 겹친다고 말한다.
그러므로 "-화되다"는 "-화하다"로 고쳐야 한다는 것.
그러나 이는 논리의 모순이다."화(化)"가 비록 한자어이고, 훈이
"되다"이지만 그것이 접미사"-되다"와 같은 성질이라고 볼 수는
없다.
"화"가 "되다" 말고 "변하다","변화하다"라는 훈으로도 쓰인다는
점을 상기하면 좀더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더욱이 변화(變化)라는 단어를 보더라도 "변화하다","변화되다"
양쪽 다 쓰이는 것을 알 수 있다.
기실 "-화하다"와 "-화되다"는 어느 한쪽만 택해야 할 성질의 짜
임이 아니다.
글의 구성,즉 결구에 따라 용례가 달라지는 것이다.
다음 예문을 보자.

◇서울시는 그 지역을 공원화했다.
◇그 지역은 서울시에 의해 공원화됐다.

◇회사는 유통망을 조직화했다.
◇회사의 유통망이 조직화됐다.

위의 두 예문에서 보듯,"-화하다"는 "공원,유통망"이라는 명사를
타동사 형태로 바꾸어주고, "화되다"는 피동사 형태로 바꾸어준다.
그러므로 "-화되다"라는 표현이 틀린다는 논리는 타당하지 않다.
결과적으로 맨 위의 예문도 "조직화,지능화되고 있다"고 쓰는 게 맞다.

===========================================================
 
거미줄 ― 손택수(1970∼ )


어미 거미와 새끼 거미를 몇 킬로미터쯤 떨어뜨려놓고
새끼를 건드리면 움찔
어미의 몸이 경련을 일으킨다는 이야기,
보이지 않는 거미줄이 내게도 있어
수천 킬로미터 밖까지 무선으로 이어져 있어
한밤에 전화가 왔다
어디 아픈 데는 없느냐고,
꿈자리가 뒤숭숭하니 매사에 조신하며 살라고
지구를 반바퀴 돌고 와서도 끊어지지 않고 끈끈한 줄 하나

 
사랑에 빠진 어린 연인들을 만나면 이야기해 주고 싶다. 아무리 화가 난대도 홧김에 “우리 헤어져!” 이런 말은 하지 말라고. 화가 났다는 표시로 ‘헤어지자’고 한 것뿐인데, 말하는 순간 두 사람 사이에는 이별의 가능성이 끼어들게 된다. 한 번도 이별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던 연인은 이별을 상상해 보게 된다. 말을 하면, 정말 그렇게 될 것만 같다. 말은 참 힘이 세다.

요즘같이 힘든 시절에는 부모 세대와 자식 세대가 밥그릇을 놓고 다툰다고, 많은 전문가들이 말한다. 부모는 자식이 서운하고, 자식은 부모가 야속하다고 한다. 어딘가에 살고 있는 김모 씨가 자식과 돈 문제로 매일 다툰다고도 한다. 이 말을 들으면 덩달아 다른 부모들의 마음도 팍팍해진다. 다른 자식들의 마음도 답답해진다.

자식은 부모에게, 부모는 자식에게 부담스러운 사람일까. 말이 사랑스러운 사람을 부담스럽게 만드니까, 반대로 말을 통해 사랑스러운 사람을 더욱 사랑스럽게 만들어 보자.

손택수 시인의 ‘거미줄’에서 시인은 한국에서 멀리, 지구 반대편에 와 있다. 반대편이니까 시인이 있는 곳이 밤이면 한국은 낮일 것이다. 시인은 한참 자고 있었는데 막 일어나신 한국의 어머니에게서 전화가 왔다. 한밤중에 받는 전화는 보통 무섭거나 슬프기 쉽다. 아들은 퍼뜩 놀라서 어머니의 전화를 받았을 것이다. 그런데 어머니는 간밤 꿈자리가 뒤숭숭해서 전화했다고 한다. 어이없을 법도 하지만 아들은 화내지 않았다. 그 대신, 아름다운 시를 썼다. 고마워서 어머니에게 사랑한다고 이 시를 썼다. 어머니가 사소한 징조에도 아들을 걱정하는 것은 아들이 보물 같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들은 자신을 보물로 보는 어머니를 통해 정말로 보물 같은 사람이 된다.


 
이런 어머니들은 유명하지 않지만 다행히도 아주 많다. 아주 많은 어머니들에 대해서 많은 전문가들이 말해주지 않으니까 대신 이 시를 읽을 필요가 있다. 돈이 아닌 마음과 마음이 끈으로 맺어져 있어서 가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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