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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건 / 박춘월
2016년 11월 18일 21시 08분  조회:3161  추천:0  작성자: 죽림
이미지시가 보여주는 민족정서-김영건의 시 “한복”과 “매돌”을 읽다
□ 박춘월
날짜  2016-11-17 15:18:28   <<연변일보>>  
얼마전 김영건시인이 펴낸 시집 《물결이 구겨지고 펴지는 리유》를 읽으면서 시의 아름다운 이미지세계에 매료됐다.
오늘 그중에서 주옥같은 시 “한복”과 “매돌”을 골라서 독자들과 함께 읽으면서 시의 깊은 내부에로 려행 가보려고 한다.
“노을 끌어다 천을 짜고/ 공작 모셔다 인연 맺고/ 둥근달 낚아 사랑 수놓고/ 록수를 길어다가 어깨를 세웠습니다// 오천년 세월의 응어리/ 녹이고 다려/ 마침내 피워낸/ 찬란한 우리 한복// 순정의 물결 그림 한 폭! -시 ‘한복’ 전문”
시인은 한복을 그림 한폭이고 더우기 순정의 물결이라고 한다. 록수를 길어다가 어깨를 세운 한복이다. 그랬으니 그 어깨선이 얼마나 아름다울가. 어깨선이 물처럼 부드럽고 투명하고 조용하고 도도하고 황홀하다. 어깨가 축 처진 사람은 곧 무너질것 같고 후줄근하다. 한복은 어깨가 처지지 않았고 그렇다고 너무 힘이 들어가지도 않았다. 한복은 노을을 끌어다가 천을 짜고 둥근달을 낚아다가 수를 놓았다. 그래서 한복을 입은 이를 보면 황홀한 노을을 마주하는 기분이고 달을 만져보는 느낌이다. 그 한복을 차려입은 가리마를 반듯하게 낸 우리 민족의 어여쁜 녀인이 보이고 그들이 넋을 담고 추는 춤사위도 보인다. 벼밭에서 땀 흘리며 일하는 백의 민족도 보이고 상모춤을 신나게 추는 우리 민족의 나그네도 보인다. 인간의 눈물이 보이고  희로애락이 담겨져 있는 시이다.
사랑해서 결혼하는 날 맞절하는 신랑신부가 입은 한복과 신부의 유난히 빨간 볼연지가 보이고 입을 다물지 못하고 슬그머니 웃는 신랑도 보인다. 마당에서 귀여운 망아지마냥 뛰노는 칠색저고리 받쳐입은 어린 아이들도 보이고 하얀 한복을 정갈하게 처려입은 인자한 할머니와 뒤짐을 진 점잖은 이웃집 할아버지도 볼수 있다.
오천년 세월의 응어리를 녹이고 다린 민족의 이주력사가 영화화면처럼 눈앞에 쭉 펼쳐지게 하는 시가 바로 “한복”이다.
이처럼 “한복”이 지닌 매력은 무수한 이미지를 순간에 밀려오게 만드는것이라 하면 시 “매돌”은 다른 매력을 지닌 시다. “돌밭에서 하얀 세월 기여나왔다”는 창의적인 언어와 내용으로 시 매돌의 첫구절을 연다. 서두부터 색다르고 만만치 않다. 매돌이라는 사물에 시인이 어떤 이미지를 그려넣어가는지 우리 한번 흥미진진하게 들여다 보자.
“…빙글빙글 돌아가는 세월속 눈물의 강물 굽이쳐 가고 엄마의 눈물어린 꿈이 파도쳐 갔고 아이의 눈망울에 붉은 저녁이 익어 슬픈 그림자 흔들며 돌아서고 할아버지 하얀 기침소리 노란 옛말 하얀 모국어로 사립문가 하얀 향기로 피여올랐다…”
아이의 눈망울속 저녁과 할아버지의 기침소리와 옛말과 사립문가 모국어는 시인의 필끝에서 붉은 저녁 하얀 기침소리 노란 옛말로 색상을 머금고 빙글빙글 돌아가는 세월속에서 예쁜 장면으로 장식된다. 매돌은 활화산이 설설 끓던 천지주변에 사는 사람들 가슴에서 쇠물로 흐르다가 진붉은 진달래를 피워내고 이내 강물과 조약돌의 쟁쟁한 노래로 살다가 온돌방에 석가래 틀고 앉아 빙빙 돌아가는 향수(乡愁)로 된다. 마지막 련에서 매돌과 함께 바다에서 온것들이 돌아가고 땅에서 생명들이 부활하고 우리가 돌고 베옷과 흰 넋이 돈다. 오천년 화려한 무궁화가 어진이의 하얀 마음과 하얀 평안과 하얀 전설로 빙글빙글 돈다고 하고 찬란한 옛말속에 매돌이 하얗게 앉아 돌아간다고 한다.
하나의 물체 매돌에 어마어마하게 많은 내용을 담을수 있다는것에 그야말로 감탄을 하지 않을수 없다. 빙글빙글 돌아가는 매돌과 함께 오천년의 우리 민족이 돌고 진달래와 무궁화도 와서 돌고 온돌방의 석가래가 돌고 그리고 바다와 륙지에서 온 생명이 돈다.  매돌은 이제 더는 매돌이 아니고 삶의 축이 되고 생명의 축이 된다. 시인의 상상은 놀라웁게도 오천년의 세월속을 왔다갔다 하고 바다에서 륙지에로 마구 주름 잡았다가 다시  베옷과 흰 넋과 어진이 하얀 마음과 평안과 전설의 중심에 살포시 내려앉는다.
단순 두편의 시로 설명하기에는 부족함이 없지 않으나 전반적으로 김영건의 시들에는 종횡으로,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시인의 무한한 상상이 돋보인다.
작은 물체 매돌이나 한복에서 시인이 말하고저 하는 내용은 깊이는 깊고 넓이는 가없다. 따라서 독자들에게 시인은 “매돌”과 “한복”을 넘어서 하얀 민족과 그 민족의 오천년 력사를 들려주고있고 더 나아가서 생명을 말하고 우주를 보여주고있다.
시인에게 있어 상상력은 생명이다. 한편의 시에 무수한 상상이 깃든 생생한 이미지를 곱게 담을수 있는 시가 가지는 매력 또한 살아숨쉬는 활어의 벅찬 생명력과 비슷하지 않을가? 김영건시인의 더 좋은시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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