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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란 마음 비우기로 언어 세우기이다...
2016년 11월 22일 20시 14분  조회:3639  추천:0  작성자: 죽림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건축물, 400년간 절벽 지켜
[ 2016년 11월 21일 08시 40분  ]
 

[인민망 한국어판 ] =탑운산(塔雲山) 도관은 중국 산서(陜西)성 진안(鎭安)현에 위치하고 있다. 해당 건축물은 약 1,665.8m 절벽 위에 지어져 있고 현재까지 400년의 역사를 가졌으며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건축물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탑운산은 전통적으로 도교 신자들의 명산으로 유명하다. 보탑이 구름을 뚫고 올라가는 듯한 모습이 인상적이고 고풍스럽고 깔끔한 1개의 관(館), 1개의 탑, 1개의 사찰, 1개의 사당, 9개의 전당으로 구성되어 있다. 금정관음전(金頂觀音殿)은 탑운산 정상에 지어져 있으며 3면이 절벽에 임하는 위험한 구조를 띄고 있다. 해당 건축물은 청(淸)대 건륭(乾隆) 황제 때부터 5차례를 거쳐 보수작업을 해왔고 올해로 500년 역사를 자랑하고 있다.
 
2011년도 중국의 가장 아름답고 잠재력 있는 관광지 선발 행사에서 탑운산 관광지는 가장 잠재력 있는 10대 도교 명산으로 선정된 바 있다. 
 
원문 출처: 신화망(新華網)//////////////////////////////////////////////////////////////////////

언어 비우기와 마음 세우기


홍 희 표
(시인·목원대 교수)



2. 시정신의 연원

흔히 임강빈의 시와 삶을 평할 때, 논자들은 그의 선비정신과 중용정신을 떠올리곤 한다. 그렇듯 그는 전형적인 충청도 양반의 풍모를 지닌다. 그의 시에서 전통적인 조선조 선비의 풍모를 논급함도 그의 인간적인 면모가 주는 인상이 작용한 감이 없지 않다. 이러한 임강빈에 대한 인상은 필자의 스케치에서도 잘 알 수 있다.

충청도의 대표적인 시인으로 80년대에 박용래도 가고, 그 위를 이어 둑길을 맴돌던 한성기도 가고, 그 빈자리 위에 [冬木]의 임강빈이 홀로 우뚝하게 서 있다. 그는 "공명으로써가 아니라 작품"으로 살아야 한다는 겸허를 꿋꿋하게 지켜왔다.

그래서 그는 언제나 안정된 자세다. 지친 빛이 없다. 시인 임강빈을 마지막 남은 충청도 선비시인이라 한다. 선비의 덕목은 중용―언젠가 70년대 그의 시화전이 <심지> 다방에서 끝나고, 목척교 뒷골목 선술집에서 우리는 맛있게 막걸리를 마셨다. 그때 마른 입술에서 떨어지는 그의 중용의 뜨겁고 차거움을 몰래 훔쳐보았다.

이러한 임강빈의 인간적 인상은 우리가 그의 시를 말하고, 그의 문학적 위상을 점검하고자 할 때, 그 출발점에 놓인다. 왜냐하면 이는 그의 시와 분리되는 것이 아니라, 그대로 표백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 무엇에도 조급함이 없는 여유, 절제된 말과 행동, 그리고 그윽히 풍기는 풍란과 같은 음향, 늘 중심을 지키면서 변화하는 삶에 근본을 일깨워주는 경건한 자세, 이는 시인 임강빈을 이르러 충청도의 전형적인 선비시인이라 이름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이유이다.

이를 필자는 [문단별곡]에서 임강빈 시인을 "마지막 남은 충청도의 선비시인"이라 지칭한 바 있거니와 그가 지닌 범상치 아니한 침묵과 여백은 그에 대한 이러한 호칭을 더욱 굳어지게 한다.
그러면 선비정신이란 무엇인가. 사대부란 따로 하늘이 내는 것이 아니라 했으니, 백성 중에 덕이 있으면 선비라 하여 벼슬을 시키고, 벼슬하지 못한 사람은 농사를 짓기도, 장인이 되기도, 그리고 장사를 하기도 했으니, 선비, 즉 사민(士民)은 백성의 귀감이 되는 위치로 이들이 곧 선비이다.

선비는 도덕과 학문을 익혀서 예의와 염치를 알고, 항시 언행을 바르게 하여, 불의한 방법으로 영화와 부귀를 탐하지 아니하여야 한다.
또한 선비는 안빈낙도로 처신하며 열심히 학문을 갈고 닦으며, 시작이나 서예에 힘써야 한다. 선비는 향촌에서는 행실을 바로 하여 덕행을 몸소 실천하며, 국가의 정치가 잘못되었을 때는 임금에게 옳은 말로 간언하며, 나라가 위기에 빠지면 버리고 나설 줄 알아야 했다. 그래서 본능의 욕구를 억제하고 양심을 키우며 고귀한 정신의 높이를 유지하고자 한다.

그리고 사적(私的) 인간이기 이전에 공적(公的) 인간이기를 소망하는 정신이다. 진정한 선비에 이르는 길은 이렇게 어려운 자가 수련을 요구하는 것이었으니, 선비란 칭호가 아무에게나 섣부르게 불리워질 수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가 임강빈을 선비시인이라 부르고자 함은 그의 인간적 풍모가 바로 그 그윽한 조선 선비의 그것에 닮았음에서다.

그가 40여 년의 문단 경력에 여섯 권의 시집을 상재한 바, 이는 틀림없는 과작의 시인이라 할 수 있을 것인데, 그 과작의 요인은 중용을 바탕으로 한 그의 철저한 시적 절제 때문일 것이다. 그는 공명으로서가 아니라 작품으로 살아야 한다는 겸허한 입장을 꿋꿋하게 지켜왔다.

그래서 그는 언제나 안정된 자세이며 지친 빛이 없다. 바로 그의 문학적 족적을 지켜온 이 중용이야말로 선비가 지녀야 할 제일의 덕목이 아니겠는가.
이러한 임강빈의 정신적 면모는 그 가계에서 유래되었음을 그는 시를 통해서 고백한다. 먼저 그의 내면을 검열하는 엄격한 기준이 된 자신의 부친을 형성한 부분이다.

조용히 먹을 가신다.
안으로 괸
앙금이랑 섞어 먹을 가신다
연적의 물을
盆에서 자란 느티나무 뿌리에
조금씩 부으시며
다시 먹을 가신다.
붓끝에서만 풀리는
당신의 매듭
한 획 한 字 내려가는
아버지의 隸書
풀리지 않는 매듭이나
풀어가듯
나도 조용히 무릎 꿇는다.
그 行間에 비치는
가랑잎 소리.
― [매듭을 풀며] 전문

먹을 가는 것으로
낙을 삼고 살아오신 아버지
봄바람에 묵향이 일다.
하얀 벽을 응시하다가
옛 한 자를 쓰고 계시다
아직 찍지 않은 낙관
그것에 또한 마음쓰시다.
― [62병동]에서

그것을 부정하고 살아가든 긍정하고 살아가든, 한 인간의 근원은 아버지다. 아버지는 우리의 인격 형성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권위적 존재이다. 더욱이 전통 양반의 가부장적 가계에 있어 아버지의 위상은 거의 초월적으로 자리한다. 우리는 임강빈의 위의 시적 단상을 통해서 그의 부친이 전통적인 유교적 삶의 질서를 규율해 온 어른임을 유추할 수 있다. 또한 아버지는 객관적 상관물로 전통사회의 선비정신을 표상한다.

이미 과거의 가치관도, 삶의 목적도 무너져 버린 시대에 지난 시대를 떠받들던 지고했던 삶의 양식을 고집하는 사람들에게는 우리가 얼핏 느끼는 것은 근접하기 어려운 경외감이다. 우리는 그것을 결코 낡은 방식이라 폄하할 수 없다. 그것은 과거 시대를 지배한 양반문화이며, 그 속에 어우러져 있는 고고한 기품인 선비정신을 떠올리게 한다.

그렇다면 그것은 과거에만 그랬을 것이 아니라 오늘날에도 여전히 우리가 흉내내고 싶은 품격을 지닌 삶인 것이다. 임강빈의 부친은 바로 그러한 삶의 한 자락을 지키며 살아오신 분임을 위의 시구는 말해준다. 그는 전통적인 유교적 집안의 가통을 마지막까지 부여잡고 있었던 인물이라 할 것이다. 우리는 임강빈이 그러한 부친의 삶의 모습을 향수와 연민으로 반추하는 음영에서, 그가 그러한 가풍을 이어받았으리라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아버지의 隸書]는 그 한 편린이다. 거기에는 조선조 지배 계급이 지녔던 기품이 어려 있다. 이 시에 머무는 정점에서 우리는 그 무엇의 숭고한 의미를 체득한다. 거기 소란스러움이 끼어들면, 그윽한 품격의 삶의 양식은 깨어지고 만다. 임강빈의 부친은 바로 그러한 문화를 지키고 살아오신 분이다. 시집의 표제가 『매듭을 풀며』이었거니와 자신의 부친은 바로 "붓끝에서만 풀리는/ 당신의 매듭"을 지니고 살아오신 것이다.

이는 무엇을 표현코자 한 것일까. 우리는 여기서 유교적 교양과 예절에 강박된 한 사람을 본다. 그가 삭여야 했을 분노, 그가 목도하여야만 했을 상실감, 그러면서도 그가 자신의 그 삶의 자세를 지녀야 했기에 속으로만 삭일 수밖에 없었을 인내, 우리는 우연히 그런 모습을 떠올린다. 그렇다면 그가 살아가는 방식은 그렇듯 침묵하고 글씨를 쓰는 것이다. 그러면서 가슴에, 그리고 인생에, 더 나가서 세계에 얽힌 매듭을 푸는 것이다.

임강빈 시인은 그런 부친의 삶을 "나도 조용히 무릎을 꿇는다"로 표현했듯 순연히 받아들인다. 그런 가계의 내력이 그로 하여금 자연적으로 유교적인 사고방식, 생활방식이 체질화되도록 작용했으리라.
임강빈에게서 전통적인 선비정신을 찾고자 했을 때, 우리는 그것이 어디서 연유하는지를 다음과 같이 가계의 또 다른 분위기 속에서 찾아볼 수도 있다.

외할머니 외동딸 하나
어머니는 나 하나 두고 먼저 가셨다
여름에도 버선을 벗은 적이 없던
외할머니
투정을 웃음으로 받아주시던 외할머니
장죽 물고 먼산을 바라보시던
그 마음을 읽은 것은
한참 뒤의 일이었다
― [외할머니 생각]에서

절도 있는 생활 자세란 자신을 흐트러짐으로부터 단속하는 데서 비롯된다. 그것은 자신에게 자신이 강요하는 것이기에 쉽사리 무너져버릴 수 있다. 그러나 그 무심코 넘어가고 말아도 그만인 생활의 규범을 지켜야 하는 것은 체통 있는 사람의 도리였다. 더욱이 여자에게 그것은 더욱 엄숙히 지켜야 할 덕목이었다. 임강빈은 그러한 반듯한 가문에서 아녀자가 지켜야 할 법도를 따른 외조모를 추억한다.

과거란 현재의 자신을 있게 한 존재의 시원이다. 그렇다면 시인이 되짚은 그 과거에로의 시간이란 더욱 분명히 그 시인의 현재에 늘 머물면서 사유와 행동을 규정짓는 엄격한 검열관이 아니고 무엇이랴. 우리는 이렇듯 그의 외조모를 떠올리는 단상에서도 그의 시적 세계를 이루는 뿌리를 선비정신과 연관지움을 이해하게 된다.

한 시인의 정신세계는 본인의 의지에 의해서만 형성되는 것은 아니다. 그는 자신이 인식하고 방향 짓고자 하는 세계와는 다를 수도 있는 그를 둘러싼 외적 조건에 무의식적으로 강박되어 있는 존재이다. "내 딸에는/ 말씀을 헤프게/ 살아온 것 같은데/ 입을 다물고 있다 한다"고 임강빈은 토로하지 않았는가.

그것은 자신이 인식하지 않는 곳에서 자신의 삶을 강박하여 주어진 것이다.
임강빈 시인의 선비정신은 그렇듯 그의 가계가 지닌 엄숙한 품격이 자연스럽게 삼투된 것인지 모른다. 그렇게 자신의 삶에 무의식적으로 베어든 절도 있는 삶의 자세는 그의 시쓰기에 그대로 투영된다. 그가 순수서정의 시심을 지키면서 간결하고도 세련된 언어를 구사함은 그에서 기인한 바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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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다지요 ― 김용택(1948∼ )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사는 게 이게 아닌데
이러는 동안
어느새 봄이 와서 꽃은 피어나고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그러는 동안 봄이 가며
꽃이 집니다
그러면서,
그러면서 사람들은 살았다지요
그랬다지요

 
봄은 왔다가 간다. 행복한 사람에게도, 불행한 사람에게도 봄은 왔다가 간다. 지금은 봄과 여름 사이, 봄을 바라기엔 늦었고 여름을 만끽하기엔 조금 이르다. 김용택 시인의 ‘그랬다지요’는 이런 때에 읽는 시다. 봄이 왔고, 봄이 가는 이야기. 이 시는 딱 지금 계절을 담고 있다.

시의 중심에는 “사는 게 이게 아닌데”라는 탄식이 있다. 바라는 삶을 그림처럼 사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아주 많은 사람들이 ‘이게 아닌데’ 하면서 아침을 맞고, ‘내가 바라던 삶은 이게 아닌데’ 하면서 하루를 보낸다. 이 탄식이란 무척 지겹고 답답한 표현인 셈이다.


 
그런데 시인은 탄식을 못났다고 타박하지 않고 마치 봄날의 꽃잎처럼 흩날리는 것으로 그렸다. ‘이게 아닌데’ 흔들리는 사이에 인생의 봄날은 왔고, ‘이게 아닌데’ 좌절하는 사이에 인생의 봄날은 갔다. 나만 그랬을까. 우리도 그랬다. 우리만 그랬을까. 그들도 그랬다. 탄식이 꽃잎처럼 쌓이면서 시간은 지나가고 인생은 만들어졌다.

산 사람의 하루는 소중한 것이지만, 매일이 의미로 채워지기는 어렵다. 사람의 생명은 고귀한 것이지만, 그 인생이 온통 반짝이기는 힘들다. 반짝이지 않는다고 해서 삶은 가치 없을까. 이 시는 ‘이게 아닌데’의 삶을 두둔한다. 그 이유는 완벽하지 못한 삶, 이상이 이루어지지 않은 삶도 소중한 것이기 때문이다. 내일은 다르게 살고 싶다는 그 마음 또한 소중하기 때문이다.

온 우주가 진심으로 나만 미워하는 것 같을 때, 이 시를 읽자. 내 인생은 어쩜 이렇게도 가여울까 싶을 때, 남들만 행복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보는 대신 가는 봄날을 바라보자. ‘이게 아닌데’를 말한다고 해서 내 인생 자체가 부정되는 것은 아니다. 봄은 왔다가 간다. 그리고 간 봄은 다시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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