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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인 혼혈 여성시인 나타샤 트레세웨이, 미국 19대 계관시인으로 선임돼
미국 의회도서관의 제임스 빌링턴 관장은 미국 19대 계관시인으로 미국의 오랜 인종주의적 유산과 모친과 연관된 비극적인 추억을 곱씹는 작품으로 유명한 나타샤 트레세웨이(Natasha Trethewey)를 선임했다고 7일 발표했다. 올해 46세인 트레세웨이는 어틀랜타 에모리대학 문예창작과 교수로 재직중이며 지금까지 3권의 시집을 펴냈고 이중 2006년에 출간한 세 번째 시집 ‘Native Guard'(흑인 경비병)으로 2007년 시부문 퓰리처상을 수상했다.
트레세웨이의 계관시인 선임은 로버트 펜 워렌 이래 남부 출신 시인으로 처음인데다, 1993년 리타 도브 이래 흑인 시인으로도 20년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그는 첫 시집도 30대 중반인 2000년에 펴냈고 가을께에야 네 번째 시집을 출간할 예정이어서 미국 시단에서나 주목을 받을 뿐, 일반에게 널리 알려진 시인은 아니다. 더구나 현 계관시인 W. S. 머윈과 전임자인 필립 레빈이 모두 80대의 노장시인인데 비해 트레세웨이가 40대란 점 때문에도 그의 선임을 의외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많다.
그의 첫 번째 시집 ‘Domestic Work'(가사노동)은 제목 그대로 온갖 허드렛일에 시달리는 흑인 식모와 온종일 빨래만 하는 여성, 공장 여공의 고통과 슬픔을 노래한다. 이 시집에 수록된 한 작품의 첫머리는 이렇게 시작된다. “낯모르는 여인 여덟명의 눈동자가 사진속에서 나를 뚫어질 듯 응시하며 자신을 기억해달라고 외친다....” 2002년에 펴낸 두 번째 시집 ’Bellocq's Ophelia'(벨로크의 오펠리아)는 사진작가 E. J. 벨로크가 20세기초 뉴올리언스에서 촬영한 흑인혼혈 창녀들의 모습을 보고 그중 한 창녀를 상상의 세계로 끌어들여 시적 영감을 불어넣은 것이다. 트레세웨이에게 퓰리처상을 안겨준 세 번째 시집 ‘Native Guard'(흑인 경비병)은 노예 출신으로 구성된 북군 흑인연대가 남군 포로수용소에서 경비병으로 활동했으나 포로들만 기릴 뿐, 경비병인 흑인들의 노고는 외면하는 남부 지역의 남북전쟁 관련 현충 활동을 지탄한다.
트레세웨이는 흑백 결혼을 금지한 미시시피주에서 1966년 흑인 어머니와 캐나다 국적의 백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다. 그러나 트레세웨이가 어릴 때 부모는 이혼하고 어머니가 재혼했지만 가정 폭력에 시달리다가 다시 이혼했다. 트레세웨이에게 깊은 상처를 안겨준 비극은 그가 대학에 다니던 19세때 일어났다. 어머니가 이혼한 두 번째 남편에게 살해당했던 것이다. 이 충격과 슬픔은 그의 시집에 스며든채 도처에서 깊은 회한을 소리없이 쏟아내고 있다.
2009년 4월말 우리나라를 방문하기도 했던 트레세웨이는 자신의 계관시인 선임이 의외라는듯, “그저 얼떨떨할 뿐”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보통 차기 계관시인은 8월초에 선정되어 발표되는데 올해는 두달이나 앞당긴 6월초에 공표되었다. 트레세웨이는 오는 9월부터 시낭송회 등 여러 가지 관행적인 행사를 주관하면서 내년 늦여름까지 계관시인으로 활동하게 된다.
[출처] 흑인여성시인, 미국 19대 계관시인으로 선정돼|작성자 md44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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