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zoglo.net/blog/kim631217sjz 블로그홈 | 로그인
시지기-죽림
<< 11월 2024 >>
     12
3456789
10111213141516
17181920212223
24252627282930

방문자

조글로카테고리 : 블로그문서카테고리 -> 문학

나의카테고리 : 詩人 대학교

시, 작문써클선생님, 그리고 아이들 미래...
2016년 12월 07일 23시 59분  조회:3157  추천:0  작성자: 죽림

시를 통해 아이의 마음을 열다

 

곽영화(창녕 대지초)

 

5년 전 2학년 담임을 맡았다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는 것처럼 맡은 아이들 모두가 나름의 사랑스러운 점을 가지고 있겠지만 처음부터 이상하게 마음이 가는 아이가 있다○○이가 바로 그런 아이였다선생님들 말을 들어보니 엄마가 아빠 때문에 집을 나갔단다○○이는 어려운 환경 탓인지 또래들보다 성숙한 면이 있었다.그런데 자주 감정조절을 못해 화를 터뜨리기도 했고 반항도 했다나는 불러다가 학교에서라도 엄마가 되어주고 싶으니 잘 지내보자고 타일렀다나는 그 아이가 걱정되어 다른 아이들보다 자주 개인적인 대화를 나누었다그럴 때마다 그 아이는 엄마에 대해서는 별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생각도 하기 싫다.’라는 표정이 아니라 정말 기억이 안 난다.’는 표정이었다나는 물론 그 아이의 말은 진심이 아니고 아직 나에게 마음을 열지 못했다고 생각했다.

○○이는 영리한 아이였다한 달 정도 시를 공부하고 나니 시가 뭔지 감을 잡는 눈치였다아님 나의 의도를 눈치 챘는지도 모른다나는 ○○이가 엄마 얘기를 꺼내길 바라면서 슬펐던 이야기를 주제로 시를 써보게 했다. ‘팔려가는 소를 공부하고 시를 쓸 때 옆에 가서 살짝 엄마 이야기를 써도 된다고 힌트까지 줬다그런데 ○○이는 자기 집 강아지에 대한 이야기를 썼다게다가 시에 담긴 아이의 마음이 솔직한 마음인지도 궁금했다○○이가 아버지를 훌륭하다고 느낄 만한 환경 속에 살고 있지는 않았기에 조금 의아했고 보여준 시와 비슷하게 썼다는 느낌을 받았다나중에 자세히 읽어보니 엄마에 대한 마음이 엿보였지만 아이 자신은 그냥 강아지 이야기를 쓴 거다.그 다음 쓴 시도 그냥 자신이 최근 경험한 이야기를 썼다.

 

팔려간 강아지

 

저번에 아빠가 통닭을 사와서 먹고

내가 뼈다귀를 예삐한테 줬다.

그런데 그 날

예삐가 강아지를 낳았다.

 

7개월 후,

내가 밥을 주고 있는데

어떤 할머니가 새끼를 살라고 왔다.

강아지를 갖고 갈라고

우리 예쁜 새끼!” 그러면서 잡았다.

그 때예삐가 물었다.

새끼보고 가지말라고 물었다.

그런데 할아버지가 이 망할년!” 하며

몽둥이로 때렸다.

아빠가 아이고진짜 그만 하이소.”라고 했다.

나는 아빠가 훌륭하다고 생각했다.

(2009.4.13)

 

개구리 두 마리

 

물을 뜨러 갈 때

뭐를 밟은 것 같았다.

미끌미끌했다.

뭐지?”

발을 들었는데 개구리였다.

개구리 두 마리 폴짝 간다.

 

고양이가 장애물을 뛰어 넘는 것 같다.

(2009.5.29)

이 아이는 정말 엄마가 그렇게 그립지는 않은 걸까이 아이에게 별 문제 아닌 것을 내가 괜히 긁어 부스럼을 만들고 있는 꼴은 아닐까?’ 생각할 즈음 ○○이는 드디어 조금씩 속내를 드러냈다우산을 쓰고 밖에 나갔다 온 뒤 시를 썼는데 생각도 못한 엄마 이야기를 시로 쓴 것이다다른 아이들은 모두 신나게 놀다 들어와 밖에서 보았던 것을 썼다이 시를 읽으니 그동안 ○○이가 엄마 생각 안 한다.’는 말이 다 거짓이었음을 알게 되었다이 아이는 엄마가 무척 그리웠던 것이다그 이후로 ○○이는 내게 엄마 이야기도 하고 속에 있는 이야기를 억지로 숨기지는 않았다.

 

비는 어머니 눈물이다

 

우산은 비를 맞는다.

 

우산을 내리니 어머니 생각이 난다.

다섯 살 때

어머니가 나를 버리고 가려고 하셨다.

그 때 어머니는

내 머리 위에 눈물을 쏟았다.

내가 엄마왜 울어?”하니

아니야.”라고 하셨다.

 

지금 비는

그 때 내 머리 위 눈물이다.

(2009.06.22)

 

 

너구리

 

찻길 옆에 너구리가 죽어있었다.

어젯밤에 차에 박은 것 같다.

죽기 전에는 행복했을 텐데.

부모님이랑 행복하게 살면 좋았을 텐데.

(2009.09.22)

 

2학기 말이 되자 ○○이는 이제 아무렇지도 않게 내게 자신을 드러냈다그만큼 나를 편하게 생각한다는 뜻이기도 하니 기뻤지만 또 한편으론 그 아이의 진짜 마음을 알고 나니 참 안쓰러웠다최근에 가장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그걸 시로 써 보자 했는데 공개수업이란 시를 썼다얼마나 속에서 터져 나왔으면 망설임 없이 줄줄 쓰더니 마지막 말은 그동안 어찌 참았나 싶을 정도로 정곡을 찌른다.

 

 

공개수업

 

금요일에 공개수업을 한다.

조회시간에 교장 선생님께서

내가 산에 있는 감나무 밭에

감보다 못하냐고

하루 농사 쉬고

오시라고 말씀드려라.”하셨다.

나는 그 말이 싫었다.

아빠에게 아빠금요일에 오셔야 해요.”하니까

아빠가 금요일에 못 가는데.”

그래서 내가 안 오셔도 되요…….” 라고 했다.

근데 마음속으론

이래서 엄마가 꼭 있었음 좋겠고

다른 친구들이 그저 부럽기만 하다.’

(2009.11.24)

 

지금 돌아보면 그 때 아이들에게 시를 쓰게 하지 않았다면 나는 그 아이의 진짜 마음을 1년이라는 시간동안은 절대 열지 못했을 거란 생각이 든다시를 쓰려면 돌아보지 않던 자신의 마음을 열어서 들여다보아야 한다그러지 않고는 시를 쓸 수 없다그렇게 열린 마음은 내게만 열리는 게 아니라 그렇게 쓴 시를 읽는 사람에게도 열린다. 1년 쯤 뒤 ○○이는 내가 더 이상 담임이 아닌 내게 선물을 하나 주었다. “그냥 선생님 가지세요.” 다른 말은 없었지만 그 어떤 말보다 많은 말들로 내게 다가왔다그리고 나는 아직도 그 아이의 시를 볼 때 그 아이를 생각한다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1570
번호 제목 날자 추천 조회
690 살아있는 시는 류행에 매달리지 않고 시대를 초월한 시이다... 2017-09-02 0 2111
689 문제 시인, 유명 시인, 훌륭한 시인, 무명 시인... 2017-09-02 0 2010
688 어떤 시인들은 자기가 갖고 있는 자대를 늘 자랑하는데... ㅉㅉ 2017-09-02 0 2220
687 늘 헛시농사를 짓는 시지기는 죽을 때까지 시씨를 뿌리고지고... 2017-08-29 0 2101
686 녀성의 립장에서 쓴 시와 남성의 립장에서 쓴 시... 2017-08-28 0 2417
685 걸어온 길과 걷고 있는 길과 걸어가야 할 길... 2017-08-28 0 2053
684 시어의 보고는 비어, 속어, 사투리, 은어, 구어 곧 활어이다... 2017-08-24 0 2293
683 "이 아름다운 날들이 언제까지라도 계속되길"... 2017-08-24 0 2279
682 당신들은 아버지 사타구니를 닦아본적 있으십니까?!... 2017-08-23 0 3072
681 "님은 갔지마는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 하였습니다"... 2017-08-23 0 2360
680 시세계, 시나라 좁고 넓고 짧고 길다... 2017-08-22 0 2351
679 시는 짧은 세계, 짧은 시의 나라... 2017-08-22 0 2503
678 짧은 시의 나라, 시는 짧은 세계... 2017-08-22 0 2739
677 시를 쓴다는것은 상투적 껍질을 벗겨내는 작업이다... 2017-08-22 0 2245
676 "아버지의 성기를 노래하고싶다"... 2017-08-22 0 2549
675 "그때 사방팔방에서 저녁노을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2017-08-22 0 2142
674 시는 활자화되기전, 랭정하게 다듬기에 온갖 피를 쏟으라... 2017-08-22 0 2076
673 시를 시의 나라로 던질때 진저리치며 받아주는 이, 그 누구?!... 2017-08-22 0 2169
672 시는 무의 세계, 침묵의 나라, 시다운 시여야 절에 들어가는것, 2017-08-22 0 2062
671 시는 멀리 있는것이 아니라 가까이에 살그머니 있다... 2017-08-22 0 1706
670 시속의 비밀은 모든 사람들에게 각기 다른 주파수를 준다... 2017-08-22 0 2133
669 시는 진술이 아니라 언어에 늘 새옷을 입히는 행위이다... 2017-08-22 0 1928
668 "온몸으로 불 밝히는 살구꽃나무 환하게 서서 있었다"... 2017-08-22 0 1878
667 시는 언어를 재료로 하는 예술이며 미학이지 철학은 아니다... 2017-08-22 0 2085
666 "한줄을 쓰기전에 백줄을 읽고 독파하라"... 2017-08-22 0 1771
665 시적 언어재현으로 시각적인 상(像)-이미지를 찾아 그려라... 2017-08-22 0 1902
664 "어미를 따라 잡힌 어린 게 한마리"와 군용트럭... 2017-08-21 0 1845
663 "저 모습 뒤편에는 무수한 시침이 꽂혀 있을것이다"... 2017-08-21 0 1696
662 "아, 이거 시가 되겠네"... 2017-08-21 0 1663
661 "장백산아, 이야기하라"... 2017-08-21 0 1914
660 "틀에만 얽매이지 말고 틀을 벗어나 살라"... 2017-08-21 0 1882
659 "한개 두개 세개" 동요동시야 나와 놀쟈... 2017-08-21 0 2766
658 시인은 전자아(全自我)를 대변할수 있는 화자를 발견해야... 2017-08-21 0 1793
657 "그 바보들 틈에서 노는것이 마냥 즐겁기만하다"... 2017-08-20 0 2011
656 시를 이렇게도, 저렇게도 해석할수 있는 시가 재미있는 시?!... 2017-08-20 0 1938
655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드리우리다"... 2017-08-19 0 1712
654 추억의 "되놀이" - 문득 "되놀이" 하고싶어짐은 또... 2017-08-18 0 2033
653 [땡... 복습시간이다...] - 중고생들 안녕하십니까... 2017-08-18 0 3191
652 [땡... 복습시간이다...]- 와- 동시를 쓰는 방법을 배워준대... 2017-08-18 0 2219
651 시적 상상력을 어떻게 구사할것인가... 2017-08-18 0 2089
‹처음  이전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