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린 품삯만 수백만원. 조합에 들었다고 일감마저 끊겼다. 차 끌고 발주(發注) 회사 가서 시위라도 하는 수밖에. 그 사람들이 좀 보잔다. 하도급 업주도 불려 왔다. 젊은 실권자(實權者)가 나긋나긋 패악(悖惡)을 부린다. 둘이 치고받으라니. 흠씬 맞은 건 둘째치고, 같이 간 아들이 그걸 억지로 다 봤다. 못 받은 돈에 몇 배 얹어 아이 과자 값 하란다. 되돌아가 따지니 또 주먹질인데….
영화 '베테랑' 주인공은 막돼먹은 재벌 3세. 트레일러 기사를 죽을 지경으로 만들곤 죄 뒤집어씌울 구멍을 찾는다. 이런 망나니한테도 거꾸로 배울 점이 있다. 사람 대하는 일이 중(重)하다는 것이다. 그 주요 수단인 말과 글을 우리는 그럼 어찌 대할까. 바로 이 '대(對)하다'부터 알쏭달쏭한데. 마침 교육부는 지난달 초등 교과서에 가장 자주 나오는 일본어 투로 '~에 대하여'를 찍었다.
'최 총장과 함께 일괄 사퇴 의사를 밝힌 교무위원 44명에 대한 사표는 수리되지 않았다.'
사표를 남이 썼으면 혹시 몰라도, 누구에 대한 사표라 할 까닭이 없다. '44명의 사표' 하면 그만이니 '대한'은 군더더기다. '국정 운영에 대한 미련을 여전히 두고' '...에 대해서는 그런 전략이 안 먹힌다'도 마찬가지. '국정 운영에 미련을' '...에는 그런 전략이'처럼 '대한' '대해서'를 고스란히 빼야 자연스럽다.
말뜻을 지나쳐 겹말이 되기도 한다.
'10대 운전자 사고에 대한 대비책은 나오지 않았다.' 대비책이 '~에 대한 방책'이니 '사고 대비책' 하면 되고, 굳이 '대한'을 쓴다면 '사고에 대한 방책'이 바람직하다.
그렇다고 '대하다'가 마냥 쓸데없는 건 아니다.
'헌재가 대통령 탄핵안에 대한 결정을 내리는 데 ....' 결정 대상이 탄핵안 자체가 아니라 기각(棄却)이냐 인용(認容)이냐 하는 것이었으므로 쓰임새가 무리는 아니다. 다만 '탄핵안을 놓고'나 '탄핵안에 관한' 식으로 천편일률(千篇一律)을 벗어나면 어떨지.
여덟 살 아이가 어른 뺨을 올려붙이고, 엄마는 나라를 쥐락펴락…. 영화에서나 볼 줄 알았던 일이다. 뻗친 공분(公憤)이 그 누구한테 향한 요즘. 선량(善良)들이라도 선거 때 유권자 대하듯 나랏일 대해야 할 때다. 우리가 그들 대하는 태도는 거기 달렸으리.
/양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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