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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알려지지 않은 초현실주의 화가들
2016년 12월 18일 19시 02분  조회:11846  추천:0  작성자: 죽림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초현실주의 화가들 


정신분석학의 아버지인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신화를 통해 인간의 조건에 대한 기본적인 통찰이 가능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많은 고전 신화들은 부친 살해, 영아 살해, 근친상간 등 사람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욕망이 저지른 사건을 이야기하고 있죠. 

프로이트는 이런 이야기를 분석하면서 신화가 실제 사람들에게 갖는 의미를 발견했습니다. 그는 오이디푸스나 엘렉트라 등의 이야기를 연구해 자신이 규명한 정신분석학인 ’콤플렉스’ 증세에 이들의 이름을 붙이기도 했습니다. 또한 프로이트는 문학과 미술 작품을 연구해 작가의 잠재의식이 작품에 드러난 것으로 보고 그 의미를 분석하고자 했습니다. 

초현실주의란 프로이트의 이런 정신분석의 영향을 받아 꿈과 무의식의 세계의 표현을 지향하는 20세기 문학, 예술 사고를 말합니다. 초현실주의의 창시자인 프랑스의 시인 앙드레 브르통은 1921년 빈을 여행하던 중에 프로이트를 만났습니다.

1924년 브르통의 <제 1차 초현실주의 선언문>을 기점으로 결성된 초현실주의는 제 1차 세계대전의 발발로 촉발된 다다이즘(Dadaism)의 정신을 이어받아 이성과 합리주의로 대변되는 서구문명 전반에 대한 반역을 꿈꾸었던 예술 운동이었습니다. 초현실주의자들은 꿈과 무의식의 세계를 탐구함으로써 이성에 속박되지 않는 상상력의 세계를 회복시키고 인간정신을 해방하는 것을 목표로 했습니다. 이들은 의식적인 정신을 개입시키지 않은 상태에서 자유롭게 손을 놀려 그림을 그렸습니다. 

 


초현실주의는 이성의 지배를 받지 않는 공상 •환상의 세계를 중요시합니다. 초현실주의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화가는 우리에게도 잘 알려져 있는 르네 마그리트(Rene Magritte 1898-1967)죠. 벨기에의 초현실주의자인 르네 마그리트는 큰 바위덩어리를 공중에 띄워놓는다든지, 낮이 밤으로 변해 있는 등의 정신의 전위(데페이즈망)를 보여 줍니다. 

그는 과거 유럽의 정치•문화를 이끌어온 합리주의와 자연주의에 반대하며 자신만의 차별화된 작품 스타일을 구축했습니다. 당시의 ‘문학예술운동’은 기존질서와 가치를 거부하고 비합리적 인식과 잠재의식의 세계를 탐구하여 기성미학과 도덕에 관계없이 표현의 혁신을 꾀한 운동이죠. 
 
오늘은 전에 여러 번 포스팅을 했던 르네 마그리트나 살바도르 달리를 제외한 우리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다른 초현실주의 화가들에 대해 알아보고자 합니다. 당시 르네 마그리트와 함께 ’초현실주의’를 형성했던 화가들, 사실 그들이 작품은 매우 다양하여 초현실주의적 양식으로 범주화해서 요약하기는 어렵습니다. 

오히려 각자 나름대로 자지탐구의 수단을 모색했다고 할 수 있죠. 이들은 ‘자동기술법’을 사용해 거의 추상에 가까운 작품을 제작하거나 꿈의 세계에 대해 편집증적 탐구를 했습니다. 이제 의식의 통제로부터 벗어난 무의식의 세계를 즉흥적으로 표현한 ’초현실주의 화가’들을 만나볼까요? 
 

폴 델보 Paul Delvaux 1897~1994 

 


폴 델보(Paul Delvaux 1897~1994) 는 벨기에의 대표적인 초현실주의 화가입니다. 그는 신비로운 시간과 공간 속에 못박혀 있는 듯한 여인들의 모습을 그렸는데요, 마치 꿈 속에 있는 듯한 느낌입니다. 델보는 처음에는 건축을 공부하였으나 1920년 브뤼셀의 미술학교에 입학 화가의 길을 걷게 됩니다. 그는 스페인 화가 살바도르 달리와 이탈리아의 조르조 데 키리코, 그리고 나중에는 같은 벨기에 화가인 르네 마그리트에게 감명을 받아 1935년 초현실주의 대열에 합류했죠. 

제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기 전에 이탈리아를 여행하면서 데 키리코처럼 고대 건축물에서 영향을 받았고, 형태와 공간을 자유롭게 다룬 16C 초의 마니에리슴 양식에서도 영향을 받았다고 합니다. 

 


근대 미술 작품의 대가였던 델보의 세계는 ‘마술 같은 리얼리즘’이었습니다. 데보는 신화만 바꾸면서, 계속해서 같은 장면만을 그렸는데요, 이는 달빛 속에서 엄숙하면서도 에로틱한 분위기의 벌거벗은 여자가 창백한 얼굴에 무관심한 표정으로 있는 모습입니다. 

고전적인 스타일을 활용하여 하얀 달빛이 쏟아지는 황량한 풍경 속을 몽유병 환자처럼 방황하는 여인들, 폴 델보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입니다. 배경에는 그리스 신전이 자주 쓰이지만, 이것은 순결 그대로의 나부(裸婦)와 마찬가지로 정신의 증표이죠. 
 
어두컴컴한 밤하늘, 여인의 피부에 와 닿은 하얀 달빛, 푸르스름한 밤의 공기, 어딘지 모르게 밤이라는 시간적 배경은 죽음과 맞닿아 있는 느낌입니다. 그래서일까요, 폴 델보의 그림은 한없이 스산하고 섬뜩한, 아찔한 냉기를 뿜어냅니다.

 





이브 탕기 Yves Tanguy 1900~1955
 
이브 탕기(Yves Tanguy 1900~1955) 역시 초현실주의의 발전에 크게 기여를 한 화가입니다. 젊은 시절 배를 타고 항해를 하다가 24세 무렵 파리의 한 화랑에서 조르조 데 키리코의 그림을 보고 강한 인상을 받아 그림을 공부하기 시작했죠. 

그는 독학으로 그림을 배웠는데요, 1925년 초현실주의자들과 알게 되어 그들의 그룹에 참여하게 되죠. 이브 탕기는 그 후 주요 초현실주의 전시회에 모두 참가하며 의욕적인 활동을 했습니다. 1927년 파리에서 최초로 개인전을 열어 크게 주목을 받기도 했고요. 

 


이브 탕기는 정식으로 미술 공부를 하지는 않았지만 1927년경 자신만의 독특한 양식을 개발합니다. 그 해 파리에서 최초로 개인전을 열어 크게 주목을 받기도 했고요. 그의 작품은 무척추 해양동물이나 조각 같은 바위 형태의 신비하고 기이한 물체를 묘사하고 있습니다. 

모호한 형태들은 부드럽고 매우 자세하게 그려져 있으며 그 배경에는 끝없는 수평선과 시간을 초월한 몽상적 요소가 있는 황폐하고도 밝게 빛나는 풍경이 보입니다. 미국에 정착한 뒤의 그림에 등장하는 사물은 더욱 금속적인 성질을 띠었습니다. 탕기는 기괴하고 비논리적인 그림으로 초현실주의 원칙을 가장 충실하게 따른 미술가가 되었죠. 

 






 
앙드레 마송 Andre´Masson 1896~1987
 
앙드레 마송(Andre´Masson 1896~1987)이 회화에서 의도한 것은 앙드레 브르통의 자동기술과 같이 무의식 상태에서 그려지는 자동묘사 그림입니다. 마송은 주로 드로잉적 회화 물감과 모래를 혼합한 모래 그림 작업으로 우리에게 알려져 있습니다. 
 
프랑스 출신의 앙드레 마송은 헤라클레이토스, 니체, 랭보, 로트레아몽 등의 저작으로부터 자신의 예술형성의 원천을 얻어냈습니다. 1912년 파리에 건너가 옛 거장들의 주요 미술장르에 속하는 프레스코 벽화를 공부한 마송은 1922년 입체주의의 영향을 받았고 그 후 초현실주의자들과 합류하여 자동기술에 의한 데생을 시도합니다. 마송은 강렬한 제스트로 젊은 세대의 미국 작가들에게 많은 영향을 미쳤죠. 앙드레 브르통과 알게 된 직후인 1924년에 마송은 재빠른 선묘에 의한 드로잉 작품을 통해 세상과 우주에 대한 자신의 감성을 격정적으로 나타냅니다. 그의 드로잉에는 기이한 동물, 신화적 이미지가 자주 등장합니다. 

1947년 프랑스의 엑상 프로방스에 정착한 이후로는 격렬한 운동감을 버리고 일본의 영향을 받은 유연한 조형언어를 구사, 초현실주의와의 연관은 사라지게 되었죠. 그 후 마송은 소묘와 판화가로서의 주요 작품과 더불어 많은 무대장치와 의상, 삽화를 남기기도 했습니다. 

 






초현실주의 화가들의 삶은 세상의 ‘상식’에 대한 끊임없는 도전이었습니다. 인간의 내부에 잠재하고 있는 신비하고 매혹적인 환상의 세계를 표현한 화가들, 이들의 그림은 난해하기 짝이 없고 언뜻 보아서는 비정상적으로도 보입니다. 

그들은 이미 알고 있는 사물과 공간 사이에 가지고 있던 일반적인 관계를 끊어 버렸습니다. ’조금만 다르게 보아도 현실은 신비롭게 다가올 수 있다’ 는 르네 마그리트의 말을 생각하며 지금까지 상식에 도전하고 고정관념을 뒤집는 독특한 초현실주의 화가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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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합리적 인식과 잠재의식의 세계를 탐구하여 기성 미학과 도덕에 관계없이 표현의 혁신을 추구한 1920년 중반에 일어난 예술 운동. 1차 세계대전 후 프랑스를 중심으로 일어난 전위적 문예 운동으로 문학, 회화, 영화에서 활발하게 전개되었다. 합리성을 고의적으로 무시한 반예술 운동인 다다이즘에 기원을 두고 있으나 초현실주의는 적극적 표현과 창조적 태도, 내적 충동의 표현을 강조하여 다다이즘과 구별된다. 1924년과 1929년 프랑스 시인 앙드레 브르통(André Breton)은 자신이 발표한 초현실주의 선언에서 예술에 대한 일체의 선입견과 논리와 도덕을 초월한 정신으로 예술을 표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초현실주의는 순수 정신의 자동성 또는 잠재의식을 표면으로 떠오르게 하는 자유 연상을 말하며 이성이나 미적·도덕적 선입견에 의한 통제가 부재한 상태에서 행해지는 내적 사상의 표현이다.

초현실주의에 가장 큰 영향을 준 것은 지그문트 프로이트(Sigmund Freud)이다. 무의식 이론과 꿈에 대한 몰두, 성적 상징체계를 강조하는 프로이트 사상은 당시 영화감독들에게 깊은 영향을 주었는데 그들은 인간의 외적 행동을 통제하고 있는 무의식의 원천에 들어감으로써 좀 더 진실된 현실을 드러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초현실주의 영화들 중 가장 유명한 것은 루이스 부뉴엘(Luis Bunuel)의 〈안달루시아의 개〉(Un Chien Andalou, 1929)이다. 이 영화는 면도칼을 든 두 남자가 한 여인의 눈을 베어내는 클로즈업, 피아노 위에 죽은 채 엎어져 부패하고 있는 당나귀와 피아노를 밀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 한 남자의 손바닥에 나 있는 구멍으로 무리를 지어 나오는 개미 떼, 이유 없는 살인이나 신체 절단, 상징적인 변태 행위 등 충격적인 자극을 통해 관객의 무의식 속에 잠재해 있는 일련의 격렬한 반항심을 끌어내기 위한 초현실주의 영화의 전형이다. 부뉴엘은 꿈과 리얼리티가 그 어떤 속박도 없이 자유로운 제스처가 뒤섞인 극렬한 세계를 표현하고자 했다. 영화에서 장면을 구성하는 논리는 제시되지 않으며 그것의 정당성도 모호하다. 관객은 논리로 설명되지 않는 이상한 장면에 직면하여 그 이유를 스스로 규명해야 한다.

초현실주의 영화감독으로 또 다른 중요한 인물로는 장 콕도(Jean Cocteau)를 꼽을 수 있는데, 그는 〈오르페의 유언〉(Le Testament d'Orphée, 1960)을 통해 문자와 그림, 스틸 사진과 슬로 모션, 이중 노출, 몽타주, 역모션 등 많은 특수 효과를 사용하는 한편 스스로 카메라를 향해 말하고 기묘한 형상의 인체 인형을 등장시키는 등 진기한 형상들로 가득 찬 공간을 만들었다.

〈안달루시아의 개〉(Un Chien Andalou, 1929), 감독: 루이스 부뉴엘(Luis Bunuel)
〈안달루시아의 개〉(Un Chien Andalou, 1929), 감독: 루이스 부뉴엘(Luis Bunu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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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르통의 초현실주의 선언에 공감하는 많은 미술가들이 새로운 전위적 미술운동에 동참했다. 키리코(Chirico, 1888~1978), 마그리트(Magritte, 1898~1967), 달리(Dali, 1904~1989), 에른스트(Ernst, 1891~1976), 바로(Varo, 1908~1965), 미로(Miro, 1893~1983), 델보(Delvaux, 1897~1994), 탕기(Tanguy, 1900~1955), 칼로(Kahlo, 1907~1954) 등을 대표적인 초현실주의 미술가로 꼽을 수 있다.

낯선 장소에 현실의 사물을 조합시켜 환상을 창조

브르통은 “한 마리의 말이 토마토 위를 달리는 모습을 생생하게 떠올릴 수 없는 사람은 백치나 마찬가지”라고 한다. 전혀 어울리지 않는 두 가지 이상의 소재를 뒤섞으라고 한다. 초현실주의 미술의 주요 표현 방법인, 데페이즈망(depaysement)을 강조한 내용이다. 전치, 전위법 등으로 번역되는데, 사물을 본래 용도 · 기능 · 의도에서 떼어내어 엉뚱한 장소에 나열함으로써 초현실적 환상을 창조한다. 초현실주의 시인 로트레아몽(Lautreamont)의 〈말도로르의 노래〉에 나오는, “해부용 탁자 위에서 재봉틀과 우산이 우연히 만나는 것처럼 아름답다!”라는 구절이 제공한 영감을 적극 수용하면서 대표적 표현 기법으로 자리 잡았다.

에른스트는 그 의미를 더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용도가 정해진 하나의 현실(재봉틀)이 제자리가 아님을 느낄 장소(해부대)에 있으면, 또 다른 현실(우산)은 소박한 용도나 신분을 모면할 수 있다. 그러면 기존 현실은 거짓 절대성에서 상대를 우회하여 새로운 진실된 시적 절대성으로 자리를 옮긴다.”각주1) 의식이 만들어낸 합리성과 상식에서 벗어나 우연과 무질서로 나아감으로써 새로운 의미를 얻을 수 있다.

〈사랑의 찬가〉
〈사랑의 찬가〉

키리코, 1914년

키리코의 〈사랑의 찬가〉는 새로운 표현 방법을 회화적으로 개척한 작품이다. 생뚱맞게도 아폴론 석고 두상과 빨간색 장갑이 함께 걸려 있다. 배경도 서로 어울리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앞에는 고대 양식의 건축물이, 뒤로는 현대식 건물이 낯설게 서 있다. 커다란 녹색공도 그 자리에 왜 있어야 하는지 이해할 길이 없다. 어디 한 군데 논리적인 구석을 찾아볼 수 없다. 비상식적 · 비논리적 상황이 만들어내는 황당함 자체가 화가의 의도일 것이다. 야페는 이렇게 설명한다. “현대 회화에서 의식의 역할 문제는 회화 제작의 한 수단인 ‘우연적 그림 그리기’와 관련된다. ··· 키리코 작품에 등장한 대리석 두상과 빨간 고무장갑의 우연적 조합을 떠올릴 수 있다.”각주2)

키리코는 근대 합리주의 전통에 반기를 든 쇼펜하우어와 니체의 철학에 공감했다. “쇼펜하우어와 니체는 나에게 인생의 무의미함이 얼마나 깊은 의미를 지녔는지를 가르쳐 주고, 이 무의미함이 예술로 변용될 수 있음을 깨우쳐 준 사람들이다. 그들이 발견한 무서운 공허야말로 물질에 바쳐진 영혼 없는 아름다움, 마음을 혼란케 하지 않는 아름다움 자체다” 그의 그림은 의식 위에서 합리성의 견고한 성을 쌓고 있던 근대 서양 미술 전통에 내던져진 통쾌한 도전장이다. 키리코가 초현실주의 회화의 새 장을 열었고, 에른스트 · 달리 · 마그리트 등 대표적 초현실주의 화가들이 그의 영향을 받았다.

무의식 세계에서 끌어낸 모습을 도발적 변형을 통해 표현

사물을 원래 모습에서 벗어나 전혀 다르게 묘사하는 것도 초현실주의 미술이 즐겨 다루는 방법이다. 특히 화가 자신의 무의식 세계를 표현할 때 의도적 변형이 자주 나타난다. 사물 고유의 모습을 파격적으로 바꾸는 작업 자체가 합리주의 전통을 거스르는 일이기도 하다. 아름다움의 의미를 사실적 표현, 인위적 균형과 조화에 맞춰온 회화 전통에서 벗어나기 위한 출구를 도발적 변형에서 찾았다. 그래서 브르통은 “아름다움은 발작적인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전혀 아름답지 않다.”라고 한다. 정신분석 이론이 강조하는 상징의 역할을 회화에 적극 도입하기 위해서도 변형은 유용한 방법이다.

〈작은 사슴〉
〈작은 사슴〉

칼로, 1946년

칼로의 〈작은 사슴〉은 파격적 변형이 무의식 표현에서 얼마나 효과를 극대화시킬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칼로의 얼굴을 한 사슴이 화살에 맞아 피를 흘린다. 목에서 엉덩이에 이르기까지 여러 대의 화살을 맞아 쓰러지기 일보직전이다. 바닥에 꺾여 널브러진 나뭇가지는 다가올 운명을 암시한다. 오른편 나무는 굵은 가지가 무자비하게 꺾여 나간 흉한 몰골이어서 그녀의 상처가 얼마나 깊은지를 가늠하게 해준다. 내면의 표현이 외부 세계를 압도한다. 자신의 몸에 화살을 꽂아두고 응시하는 화가의 얼굴을 떠올리게 한다.

만약 단순한 과장이라면 신기한 느낌에 그쳤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의 삶과 내면이 그림 속에 진솔하고 소박하게 표현되었음을 알게 되는 순간 등골이 오싹하는 전율을 느낀다. 유아기와 청소년기에 소아마비와 교통사고 등 계속되는 신체적 고통으로 오랫동안 침대에 누워 있어야 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회저병 증세로 오른쪽 발가락 절단 수술을 했고, 척추 수술 중의 세균 감염으로 6차례나 재수술을 받았다. 상당기간 의료용 코르셋과 목발에 의지해 살았다. 병원에서 칼로는 침대 천장에 큰 거울을 붙여 파괴된 자신을 응시하며 자신의 모습을 그리곤 했다. “나는 항상 혼자였고, 그래서 내가 가장 잘 아는 주제인 자화상을 그린다.”는 그녀의 말은 가장 인간적인 신음이다. 〈작은 사슴〉은 운명적 고통이 일상을 지배하는 그녀에게 일기장과 다름없는 그림이다. 아니 몇 점을 제외하곤 자화상으로 가득한 그녀의 그림 전체가 더 이상 솔직하기 힘든 자서전이고 일기장이다.

현실과 비현실의 동시 배치를 통한 초현실적 환상

현실과 비현실을 그림 안에 뒤섞음으로써 의식의 허구성을 드러내고 무의식의 입구로 안내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우리는 시각을 통해 사물을 인식하고 여기에 확실성을 부여하곤 한다. 하지만 실제의 인간은 카메라와 같은 기계적 작용이 아니라 주관적으로 형성된 어떤 마음 상태를 반영하여 사물을 본다. 그 마음에 의식과 함께 무의식이 공존한다면 현실은 이미 비현실과 뒤섞여 있을 수밖에 없다.

〈빛의 제국〉

마그리트, 1954년

마그리트는 이러한 이율배반적 이미지를 통해 현실과 의식의 허구성을 드러낸다.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빛의 제국〉은 그의 의도를 잘 드러내준다. 언뜻 보면 흔히 볼 수 있는 밤풍경이다. 짙은 밤인 듯 집과 주변의 나무는 세부 형체를 식별할 수 없을 정도로 온통 시커멓다. 다만 희미한 불빛이 새어나오는 창과 가로등 빛에 비친 대문이나 담벼락이 어렴풋이 보일 뿐이다. 하지만 하늘은 화창한 한낮의 풍경이다. 푸른 하늘에 흰 구름이 넘실댄다. 태양빛이 작렬하는 낮 시간의 야경인 셈이다. 시간이 그림 안에서 뒤죽박죽 섞여 있다.

우리는 밤 풍경을 보고 있는가, 아니면 낮 풍경을 보고 있는가? 이미지와 시각의 배반을 통해 인식과 실재 사이의 간극을 드러낸다. 마그리트의 설명은 의도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잘 보여준다. “우리는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는가. 세상이 단지 정신적 표현으로서 내부에서 경험되는 것일지라도 우리는 세상을 외부의 것으로 여긴다. 마찬가지로 현재 발생하는 일을 과거에 놓는다. 그리하여 시간과 공간은 일상의 경험이 고려하는 단 하나의 정제되지 않은 의미를 상실한다.” 마그리트는 확실한 대상과 확실한 주체라는, 서구의 근대적 인식 틀 자체에 근원적 의문을 던졌다.

우리는 흔히 감각과 의식에 의해 시간과 공간을 구분하고 자신의 내부와 외부의 세계를 구분한다. 마그리트는 의식이 자유롭고 독립적이라는 뿌리 깊은 사고방식에 비웃음으로 답한다. 정신분석 이론이 강조하듯이 무의식에서 시간 구분은 의미를 상실한다. 유아기의 경험, 심지어 아득한 옛날 초기 인류의 경험이 최근의 마음을 지배하기도 한다. 마그리트는 시간의 경계를 허물어뜨림으로써 합리주의 전통에 균열을 내고자 했다. 또한 낮이 상징하는 의식과 밤이 상징하는 무의식이 공존하는 인간의 마음을 보여주려는 의도도 지닌다.

신화를 통한 초현실 세계의 묘사

프로이트나 융을 비롯해 많은 심리학자들은 신화를 통해 인간이 처한 조건과 마음 상태를 통찰할 수 있다고 여겼다. 프로이트가 부친 살해, 영아 살해, 근친상간 등 인류에게 각인된 억압된 성적 욕구를 드러내는 수단으로 신화에 관심을 가졌다면, 융은 집합적 무의식의 원형을 탐구하기 위해 신화에 주목했다. 초현실주의 화가들 역시 빈번하게 그리스 · 로마 신화를 중심으로 신화적 소재를 통해 무의식 세계를 표현하려 했다.

달리의 〈나르시스의 변모〉도 그러한 시도 중 하나다. 나르시스 역시 잘 알려진 그리스 신화다. 헤라는 제우스가 바람피우는 것을 도와준 괘씸죄로 에코에게 다른 사람의 말 가운데 마지막 음절만 반복하는 무서운 형벌을 내린다. 이 저주로 인해 나르시스에게 사랑을 전하지 못하고 여위어 가던 에코는 나르시스도 자신과 똑같은 고통을 느끼게 해달라고 복수의 여신에게 빈다. 그리하여 나르시스는 자신과 사랑에 빠지고 만다. 물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사랑하게 되어 샘만 들여다보다가 마침내 탈진하여 죽는다. 그가 죽은 자리에 한 송이 꽃이 피어났는데, 이후 ‘나르시스(수선화)’라 부르게 되었다는 이야기다.

〈나르시스의 변모〉

달리, 1937년

그림을 보면 나르시스는 물에 비친 자신을 하염없이 응시한다. 물에 몸의 일부를 담가서 사랑하는 이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가려는 듯하다. 응시를 넘어 물에 비친 자신과 일체화된 느낌이다. 두 가지 모습인데, ‘나르시스의 변모’라는 제목답게 이미지 변형 과정이 나타난다. 왼편의 어렴풋한 실루엣에서 오른편으로 오면서 머리는 달걀로, 머리카락은 수선화로, 몸은 손가락으로 변형이 이루어진다. 뒤편의 벌거벗은 사람들은 인간의 본능적 속성으로서 나르시스 현상을 강조하려는 의도인 듯하다.

정신분석학에서는 이 신화를 빌어, 자기 육체나 자아가 사랑의 대상이 되는 상태인 자기애(自己愛) 경향을 나르시시즘(Narcissism)이라 부른다. 프로이트가 보기에 인간은 유아기에 자신을 관심이 집중되는 1차 나르시시즘 단계에 있다가 점차 외부 대상인 어머니나 이성으로 향한다. 그러나 애정생활이 위기에 직면하여 상대를 사랑할 수 없게 될 때, 자신에 대한 사랑으로 돌아가는, 2차 나르시시즘 단계에 들어간다. 달리가 어렴풋한 실루엣에서 더 견고한 사물의 형태로 나르시스의 변모 과정을 묘사한 것이 나르시시즘 단계 변화를 보여주려는 의도가 아닐까 싶다. 2차 나르시시즘 단계는 누구나 겪는 자연스러운 과정인 1차 단계와는 성격이 판이하게 다르다. 정상적 과정에서 이탈하여 자아의 중요성이 너무 과장되어 장애에 이른 상태, 자아 감각의 인플레이션 상태라는 점에서 병리적 증상이다.

나르시스는 화가 자신일 수도 있다. “나는 일생 동안 정상성에 익숙해지는 게 몹시 어려웠다. 세상을 가득 메우고 있는 인간이 보여주는 정상적인 그 무엇이 내게는 혼란스러웠다.” 달리 스스로 정상적 인간에 적응하지 못하고 끊임없이 자기 자신으로 향하는 정신적 장애를 인식했다. 하지만 자신의 비정상적 측면과 장애를 사랑했고 심지어 자랑했다. 브르통과의 불화로 초현실주의 그룹에서 제명당했을 때 “나는 초현실주의 자체니까 아무도 나를 쫓아내지 못한다.”고 말한 것도 자아 감각의 인플레이션 상태를 보여준다.

기호를 통한 조형적 초현실주의

상징은 프로이트 특히 융의 정신분석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당연히 초현실주의 미술작품 안에는 다양한 방식의 상징이 등장한다. 히스테리 증상을 분석하기 위해 심리학자들이 꿈을 분석해야 하듯이, 초현실주의 미술작품은 수수께끼와 같은 상징을 분석해야만 하는 경우가 많다. 상징 가운데서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장치가 도형을 비롯한 추상화된 기호다.

〈어릿광대의 사육제〉

미로, 1924년

미로의 〈어릿광대의 사육제〉는 기호가 벌이는 축제와 같다. 수많은 종류의 도형과 직선, 곡선이 어지럽게 뒤섞여 있다. 꼼꼼하게 살피면 몇몇 군데에서 새와 물고기, 곤충, 기괴한 모습의 어릿광대 등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외에는 알 수 없는 도형과 선이 어지럽게 널려 있다. 놀이하듯 자유롭게 미끄러지는 검은 선과 강렬한 원색의 추상적 기호가 인상적이다. 이 그림은 미로가 경제적으로 너무 어려워 제대로 먹지도 못하던 시절, 굶주림에 혼미한 의식 상태에서 천장 위에 떠다니는 초현실적 환상을 그림으로 완성했다고 한다.

브르통은 미로를 “가장 초현실주의적 화가”라고 극찬했다. 브르통이 강조한 초현실주의 표현 기법에 가장 근접한 화가였기 때문일 것이다. 브르통은 억압된 욕망과 꿈, 잠재의식의 자유로운 표현을 위해 “사고의 실제 과정을 표현하려고 의도하는 순수한 심적 자동주의”에 기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토마티즘(automatism)으로 알려진, 이성적으로 생각하지 않고, 마음에 떠오른 대로 받아쓰는 방식으로 표현하는 자동적 묘사를 말한다. 무정형의 기호로 가득한 미로의 그림은 자동주의에 상당히 근접했다는 점에서 브르통의 구미에 가장 잘 맞았을 것이다. 미로는 스스로도 브르통과 연관된 자기 그림의 특징을 이해하고 있었다. “그림은 지적인 숙고도 아니고, 느낌이나 감정도 아니며, 오직 나의 신체에 물결치는 에너지, 드로잉의 모든 경험, 손의 자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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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현실주의 그림은 참 재미나다.

한치 오차도 없이 정확하게 움직이는 시계가 달리의 그림에서 쭈욱 늘어져 과연 제대로 갈까 싶고,

마그리트의 구름무늬 박힌 비둘기,  키리코의 썬글라스 낀 조각상, 이브 탕기의 해저세계, 무한 순수 선의 세상 후앙 미로 등

무한대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그러나, 이 초현실주의는 재미로 시작되지는 않았다. 뭔가 기발한 것을 그려보자 그렇게 시작한 것이 아니라 당시의 사회적 상황을 반영해서

탄생된 사조이다.  먼저 이 초현실주의의 기원이 된 것은 다다였는데, 이는 

제1차 세계대전으로 전쟁이 터져 더 이상 한가롭게 몽마르트에 모여 그림을 그릴 수 없게 된 예술가들이 스위스로 가

기존의 세상을 뒤엎고 싶은 절망감에서 나온 것이었다.

 

이 다다는 스위스에서 유럽 각지로 퍼져나갔지만 너무도 극단적인 성격으로 말미암아 몇 년 뒤 끝나게 된다. 왜냐면 이들은 전쟁이라는 그 사태 앞에서 기존의 모든 질서를 부정하기에 이른다.  그러다 보니 스스로도 부정해야 하는 모순에 빠진 것이다.

 

이 다다가 해체되고 나서 이를 조금 다른 방향에서 시작한 것이 브르통의 초현실주의이다. 먼저 초현실주의라는 말은 피카소의 친구였던 시인 아폴리네르가 1917년 만들었고, 당시 시인이었던 브르통은 초현실주의 선언을 발표한다. 14살부터 시를 쓴 브르통은 의대생으로 1차 대전 중 각지의 병원에서 부상자들을 치료했다. 전쟁에 직접 참여한 공포로 고통받는 병사들을 보며 분명 여러 생각을 했을 것이고 그 때 나온 프로이트를 탐독하고 있었다. 프로이트의 이론은 대단한 충격이었다. 자각하는 세계가 아닌 무의식의 세계, 초현실주의는 이렇게 프로이트와 짝을 이루게 된다.

 

 

                  

 

 

원래 초현실주의는 문학에서 출발했다. 여기서 또 어려운 단어 하나가 등장하는데, 자동기술법(오토마티슴)  이라는 것이다.

작가가 아닌 우리들은 사실 이것이 어떻게 되는 건지 잘 이해는 안되지만, 암튼 이것은 글을 쓸 때 의식적으로 뭔가를 정해놓고 쓰는

것이 아니라 생각 가는데로 쓰는 거라고 한다. 좀 더 전문적으로는 의식적인 통제를 거치지 않은 창조행위...  이런 무의식적 행위가

어.. 멋진데..이런 느낌을 불러일으키면 더 좋다.

 

 가장 단순하게 보면 이런 게 오토마티슴이다. 걍 손 가는데로 그린다. 어..이런 건 나두 잘 하지^^

 

인상파, 표현주의, 야수파, 입체파 등등 있었지만, 이제 또 하나의 새로운 그림 그리는 방법이 탄생한 것이다.

 

이 자동기술법이라는 건 당시 작가들과 화가들에게 많은 영감을 줬다.  브르통은 이렇게 무의식적으로 쓴 시나 그림이야 말로 진실의 과정이 기록되는 것이라 주장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이들 그룹에 몰려들었고, 당시 다다(다다는 1922년에 해체된다)보다 오히려 더 나은 사회 변화 방법이라고 느꼈다.

사회 변화? 그들은 이 초현실주의가 단순히 예술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그들의 생각을 바탕으로 개인적, 문화적, 사회적, 정치적인 면에서 인간의 경험을 변화시킬 수 있는 방법이라는 원대한 꿈을 가졌다. 전쟁이라는 불가해한 일을 일으키는 이러한 사회의

기존 관념에 수정을 가해야 한다. (나중에 그들은 공산주의와도 접촉했지만, 결국 합치점을 찾지 못해 그들과는 결별하게 된다. )

 

 

                 

 

 

 

 

1925년 미로, 만레이, 클레 등이 참여한 제 1회 초현실주의 전시회가 파리에서 열렸다.

1926년에 모임은 공식적으로 선포되고 키리코, 달리, 자코메티가 가입했다.

당시 가장 큰영향력을 가진 예술가 중 한사람인 피카소는 가입하지 않았다(샤갈의 그림도 초현실주의풍이지만, 그는 자신은 초현실주의자가 아니라고 했다).  

 

 

 

1929년 드디어 달리가 모임에 가입하여 1930-1935년 사이 일련의 유명작품들을 발표하면서 , 초현실주의는 1930년대 황금시대를 이룩한다. 

지금도 우리가 초현실주의 대표로 보는 달리와 마그리트가 초현실주의의 황금시대를 연 것이다.

아무리 이론이 좋으면 뭐하나... 달리나 마그리트 그림은 사람들에게 초현실주의에 대해 확실한 인상을 심어주는 데 성공했다.

 

 

                        

               

        

   (같은 해 마그리트는 공룡알만한 벨 3개를 이렇게 공중에 띄워놓는 그림이나 파이프를 그리고선 "이건 파이프가 아니다"라는 글귀를 쓴 그림을 통해 달리와 창작력을 겨루게 된다(마그리트의 초현실주의 창작은 이때부터 무려 30년간이나 계속된다 )

 

이렇게 초현실주의 그림은 후앙미로와 막스 에른스트의 오토마티슴에 의한 자유로운 화법과

마그리트와 달리처럼 사물을 정확하게 묘사하지만 일상적인 것을 깨는 방법이 있다.

 

 

1930년대는 프랑스 뿐 아니라 영국, 뉴욕에서도 대규모 초현실주의 전시회가 열렸다.

 

그리고, 또 2차 세계대전이 터진다. 많은 예술가들은 비교적 안전한 땅인 미국으로 건너가게 되고. 브레통도 1941년에 미국으로 감으로써

초현실주의의 무대는 미국으로 옮겨졌다. 이들의 영향은 폴록등의 추상표현주의에도 영향을 주게 된다.

 

                

 

초현실주의의 끝을 어디로 보는가는 학자들마다 다르다. 어떤 사람은 2차대전으로 이미 초현실주의는 거의 끝물이라 보기도 하고,

1966년 브르통의 사망을 끝으로 보기도 한다. 

 

       

 

 

 

그러나, 이 초현실주의의 영향력은 상당히 막강하다. 전쟁 이후 예술가치고 적든 크든 분명 이 초현실주의의 생각에 영향을 받은 것은 분명하다.

또한 이 초현실주의는 가장 대중적인 장르의 하나로 자리잡았다. 세계의 유수 박물관에서의 초현실주의전시는 수많은 관람객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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