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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이 없는 시대에 그저 하나의 사람이 되고싶을 뿐...
2016년 12월 25일 20시 12분  조회:3019  추천:0  작성자: 죽림
 

출전: <중국 이미지시에 대한 탐색> 우 성(吳 晟)작  __ 중산대학출판사

 

 몽롱시는 어떠한 가치를 추구하는가(1)

 

 

1) 인성(人性)의 세계 구축

 

몽롱시파는 “ 시인은 응당 작품을 통해 자신의 세계를 구축해야 하는데, 그것은 진실하고 독특한 세계이며 정직한 세계이자 정의와 인성의 세계이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여기서 인성의 세계란 문화혁명 10년 동란 중에 <4인방> 파시즘의 독재에 대항해온 인도주의를 말한다. 시대에 역행한 <4인방> 때문에 보통 사람의 가치와 존엄성은 짓밟혔고, 인격과 인성은 왜곡되고 추상화되었으며, 사람과 사람사이의 관계는 일종의 비역사화, 비정상적 환경 이화(異化)에 의해 오랫동안 적대시하며 그 괴리 속으로 빠져 들었다.

 

   “ 까만 밤은 나에게 검은 안경을 쓰게 했다/난 오히려 그를 쓰고서야 햇빛을 찾았다”

                                        (꾸청顧城 <한 세대 사람> 중에서)

 

황당한 시대는 광열(狂熱)에서 미망(迷惘)으로, 그리고 다시 깊이 사고하며 떨쳐 일어나는(深思奮起) 청년의 세대를 만들었을 뿐 아니라, 인도주의를 기치로 내건 몽롱시라는 새로운 시의 풍조를 잉태하였다.  몽롱시가 사상적으로 가장 선명하게 지향하는 가치는 인간의 가치와 존엄성을 회복시켜, 새롭게 확립하는 것, 즉 인도주의를 부르짖은 것이다.

 

   “ 영웅이 없는 시대에/ 난 그저 하나의 사람이 되고싶을 뿐이다 ”

 

이것은 베이다오(北島)가 <선고(宣告)>라는 시에서 내뱉고 있는 장엄한 부르짖음이다. “하나의 사람이 되고 싶을 뿐”, 다시 말해 ” 진실“되고 ”정직“하며 ” 정의“롭고 또 ”인성“을 갖고 있는 보통 사람, 이것은 생활에 대한 최소한의 요구이다. 그러나 그 착오의 시대에 그러한 요구를 제기하는 것은 피의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 나는 사람이다/ 난 사랑이 필요하다/ 난 사랑하는 이의 눈동자 안에 있기를 갈망한다/ 조용한 황혼을 지날 때면/ 요람의 흔들림 속에서/ 아들의 첫 번째 울음소리를 기다린다 /풀밭과 낙엽 위로 / 모든 진지한 눈빛 속에서/ 난 생활의 시를 쓴다/ 이 지극히 평범한 바램이/ 이제 와서 사람 구실하는 대가의 전부가 되어 버렸다”

 

이 베이다오의 시 <종말과 시작>은 <4인방>에게 참혹하게 살해된 위루어커(遇羅克)열사에게 바치는 시이다. 그 의의는 이미 시 자체를 벗어나 보다 넓은 의의를 가지고 있다. 저 인간과 요괴가 뒤바뀐 시대에 얼마나 많은 우루오커와 장즈신(張志新) 같은 “진지함”과  ”정직“, ” 정의“의 진리수호자들이 기본적 생존의 권리를 위해 젊은 생명을 바쳤던가. 또한 얼마나 많은 선량한 공민들이 이화(異化) 속에 왜곡당하고, 심령을 심각하게 상처받았는지 모른다. ” 나는 일찍이 형체가 없는 인간과/ 악수하였다, 한번 울부짖으니/ 나의 손은 화상을 입고 / 낙인이 찍혔다“에서 더 나아가 “ 나의 내면 깊은 곳에 / 낙인이 남겨졌다/” (베이다오의 <감전>), 여기에서 “ 형체가 없는 인간” 은 10년간의 문화혁명 시기의 이데올로기를 가리킨다. 베이다오의 <우리 매일의 태양>이란 시는 바로 인도주의의 찬가이다.

 

   “ 부드러운 어린 풀들의 팔이 태양을 받쳐 든다 / 피부색이 다른 사람이 널 향해 간다 / 빛이 모여들고, 넌 벽시계처럼 종소리를 내고 / 산 정상에 쌓인 눈을 털어버린다 / 주름살 깊이 전율의 공포와 슬픔 / 마음은 다시는 무대 뒤로 숨지 않는다 / 책이 창을 열고, 새들은 무리지어 자유롭게 비상한다 / 늙은 나무는 다시는 코를 골지 않고, 다시는 마른 등나무를 가지고/ 어린 아이의 저 민첩한 종아리를 붙잡아 두지 않는다 / 보석 같은 열매가 소녀의 손 안에서 반짝이고 / 모든 사람들은 각기 자기 이름을 갖고/ 자기의 소리, 사랑과 소망을 갖는다 ...,”

 

이것은 1981년 제 5기<상해문학>에 발표한 시로, 시간적으로 보면, 분명 우리민족과 인민들이 10년 대란을 거쳐 새로운 삶을 획득한 것을 노래한 시이다. 아침의 태양은 벽시계처럼  저 황당한 시대에 대해 조종(弔鐘)을 울리고, 기나긴 밤과 적설의 냉혹한 겨울을 마감했던 것이다.  선량한 인민의 “전율의 공포와 슬픔”도 없애 버리고,  서로 경계하던 방어선도 없애고 나서, 사람들은 하고 싶은 말을 실컷 하게 되었다. 한 때 황폐했던 학업이 다시 시작되어, 이상의 돛을 달았다. 사상이 해방되어, 새떼처럼 하늘 아래 자유롭게 비상한다.  노인들은 현상에 안주하지 않고, 아량 있고도 너그러운 마음의 문을 활짝 열고 다시는 청년들의 손과 발을 구속하지 않는다. 소녀는 빛나는 사과를 받쳐 들고 있는, 여전히 아름다운 작은 천사이다: 한 때 자아가 왜곡되고 상실되었던 사람들은 사람됨의 존엄과 가치, 그리고 그 인격을 회복하였던 것이다. _______

 

   “ 바로 그렇게, 늦은 밤에서 늦은 밤까지/ 넌 매번 죽어갔고, 매번 다시 태어났다/ 생명은 연연히 이어지고, 지평선도 계속 연장되고/ 모든 이야기는 새로운 시작이 있는 것이니/ 그럼 다시 시작해보자꾸나”  

 

“늦은 밤에서 늦은 밤으로”이어진 10년 동란 중에 우리 민족은 전대미문의 재앙을 맞아 준엄하고도 파멸적인 시련을 견디어냈다. 그러나 그녀는 한 거인 같아서 일단 일어서면, 아무도 다시 밀어 넘어뜨릴 수 없었다. 보라, 그녀는 동란 중에 새 삶을 획득했다, “ 생명은 연연히 이어지고, 지평선도 계속 연장되고” 그녀는 새로운 자태로 동방의 지평선 위에 우뚝 서있다. 만물이 다시 소생하고 모든 폐허가 다시 부흥하여, 우리 민족은 마치 막 떠오르는 태양과도 같이 새 날을 맞아 새로운 역사발전의 시대로 진입하기 시작하였다.

 

수팅(舒婷)은 말하기를 “나는 내 자신을 통해 오늘날 사람들은 존중과 신임과 온난을 절실하게 필요로 하고 있다는 것을 깊이 인식할 수 있었다. 나는 가능한 한 시를 통해 사람에 대한 모든 관심과 사랑을 표현하고 싶다.  ”사람과 사람은 충분히 서로 이해할 수 있다고 나는 믿는다, 왜냐하면 마음의 길을 따라가면 결국은 찾을 수 있기 때문에“ 따라서, 그녀는 사람과 사람의 마음세계를 깊이 들어가 인성을 깊이 탐색하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존중과 신임, 이해를 갈망하며, 더 나아가 집착하게 된다. 그녀는 <선물>이라는 시에서 ”모든 고난과 실패를 견디어내고/ 따뜻한 광명의 미래를 향해 영원히 날아오르는/ 아, 피 흘리는 날갯죽지/ 한 줄이라도 만족할 만한 시를 쓰고/ 모든 이의 마음속으로 깊이 들어가 /모든 연대로 진입하고 싶다/ “

 

<나의 동시대인에게 바침>에서는:

   

    오직 승인 받지 못할 때에만 / 비로소 특별히 용감하고 진실해 질 수 있는 것 / 비록 눈물처럼 부서져 내릴지라도 / 민감한 대지 / 아직도 곳곳에는 / 오래고 깊숙한 메아리 소리가 있다/

 

그녀의 <진주조개__바다의 눈물>에서 중심이미지는 “진주조개”이다. 인생의 가치를 상징한다. 시인은 그것을 시를 통해 “바다 눈물”의 결정체로 의미심장하게 보았다. 개체의 생명가치의 실현은 마치 진주가 만들어지는 과정과 같아서 무수한 어려움과 고통을 견뎌내어 무수한 실패의 엄중한 시련을 이겨낸 뒤, 마침내 생명의 빛을 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시<담장>에서도 지적하듯, 인생가치의 실현은 외부 현실 환경에 대한 투쟁뿐만이 아니라 자신의 고질적 결함의 도전을 받아야 한다. <나의 동시대인에게 바친다>에서는, “하늘에서는/한 떨기 별이 되고 싶다”, “땅 위에서는/ 한 개의 등불이 되길 바란다”라 하면서 조금이라도 열기가 남아 있으면, 그만큼의 빛을 발하고 싶다고 한다. 개인 가치의 실현은 반드시 개인의 사회에 대한 책임과 공헌, 그리고 사회의 개인에 대한 승인과 존중이 결합되어야 하며, 어느 한 쪽만 강조하는 것은 모두 단편적인 것이다. <폭풍이 지나가고 난 뒤>에선 생명을 “못"  “기계” “나뭇잎” “물보라” 등과 등가로 보는 가치관을 철저히 부정하였다.

 

       누가 영웅이 이미 추인되었다고 말했나 / 사망은 잊혀질 수 있다/ 누가 말했던가, 인류 현대화의 미래가 / 반드시 생명으로 이처럼 선혈 낭자한 제사를 지내야 한다고/

 

맹렬한 공격으로 “발해 2호” 시추선 72명 대원들이 조난을 당하게 한 관료주의 작태는 사람들의 생명가치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했다.

 

   꾸청(顧城)은 말한다, “ 후에 아주 긴 사상반복의 과정을 겪었다 . 당시 서방문화가 중국대륙에 들어오도록 해금된 후, 하나의 유행이 생겨나, 영향력이 아주 컸는데, 이를 ”자아 찾기“라 불렀다. 나 역시 당시의 그 사상 논리의 소용돌이로 빠져들어 갔다.” *(주: 105)

“자아 찾기”란 이것은 잃어버린 생존가치와 생명의 의미를 되찾자는 것이다. 꾸청의 시에 비교적 빈도 높게 나타나는 이미지는 “ 작은 풀” 이다.  그것은 “고통의 대지 위에서 성장해온, 그렇게 여리고 작게, 그렇게 밀집되어 하늘아래 서 있다. 더군다나 먹구름과 작열하는 태양 아래서 어떤 것도 피하지 못하고 모두를 다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아무도 그들을 알지 못하고, 색깔 고운 나비도 벌꿀도 날아오지 않으며, 아름다운 찬미의 말도 경이로운 탄식도 없다. 그러나 그들은 태어나 성장하여, 작고 작은 꽃을 피워내며 자랑스럽게 머리를 쳐들고 있다“ *(주: 106) 이 평범하고도 보잘것없는 ”작은 풀“은 시인의 시선에서 바라본 생명 의지의 창의적 표현이며, 역시 저 시대 청년들의 생존상태를 드러낸 것으로도 볼 수 있다. 그들은 비록 열악한 환경 조건 아래서, 심각한 기형으로 자라고, 사람들로부터 주목받지 못하고 사회로부터 버림을 받고 있지만, 그럼에도 완강하고도 자랑스럽게 병든 것처럼 보이는 꽃잎으로 ” 머리를 쳐들고“ 자신의 가치실현을 위해 항쟁하고, 전진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분명히 일시 유행했던 개인숭배나 영웅 신화에 대한 배반이나 전복이 아니라, 보통 사람의 존엄과 가치에 대한 긍정이며, 예찬이다.

 

다른 몽롱시인과 다르게 꾸청은 보통사람의 생존 가치와 인생을 탐구하고, 사람의 자성(自性)의 본질로 회귀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그는 말하기를, “그 당시 나는 자연에 대하여 일종의 신앙을 갖고 있었고, 나의 자성에 대하여도 일종의 신앙을 갖고 있었다. 나는 자연 속으로 돌아가면, 다시는 수많은 망상을 갖지 않게 되고, 내 생명의 자연미가 나타나게 된다는 것을 느낀다. *(주 107) 그의 작품으로 보면, 이러한 자성은 인간의 자연성과 본질이다. 꾸청이 보기에, 그들이야말로 사람들이 특수시대에 이화되어 잃어버린 가장 진귀한 것이다. 그래서 시인은 순박과 진실로 되돌아 가고, 사람의 자연성을 회복하자고 주장하는 것이다. ”나는 물고기고, 나는 새다/순은의 비늘과 깃털이 가득 나서“ ”가야금 줄을 강 뚝에 보내고/ 꿀을 꽃의 애인에게 보내는“ 인생 가치를 실현하고자 한다. (〈夢痕〉) 〈感覺〉에서 ”새빨감“과 ”연녹색“은 ”아이들“을 주제로 한 동화세계를 상징하며, 인간의 자연성을 은유한다.  ”한 무더기 죽음의 재 가운데/두 아이가 지나간다/ 하나는 새빨갛고/ 하나는 연록색이다“에서 인간의 자성과 본질 즉 자연성과 순진에 대한 회귀를 암시하고 있다.

 

양리앤(楊煉)의 〈푸른 광상곡〉은 “깎아지른 절벽 몸서리치면/ 흑색 메아리가 들리고”, “차디찬 도깨비 불 음산하게 흔들리면/ 시끄러운 대낮이 이미 죽어버렸다”는 냉혹한 현실 앞에서 또 하나의 “향기로운 세계”를 환상하게 된다. 또 “”하늘과 대해의 흉금에는/ 천천만만 송이 자주 붓꽃을 가득 꽂고“, ”소녀들은 금 빛 조개껍질을 뛰쳐나가/ 시원한 달 빛 아래 노래하고/ 하늘은 아름답고, 바닷물은 조용한 데“, 깊은 사색을 거쳐 시인은  마침내 철저히 깨닫게 된다.

 

   나의 자작나무가 침묵하고 있네 / 다시는 흔들리지 않을 돗대처럼 /  세계의 색체는 그의 발 아래 변화하고 / 바로 여기, 무수히 날아가 버린 순식간 / 그것은 햇볕을 고맙게 생각하지도 않고, 매미의 우수를 따라 노래하지도 않는다 / 오직 낳고 자라는 것만이 자신의 운명을 증명해 준다

 

자작나무는 시인의  “자아”를 나타내 준다. 시인은 개체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외부의 힘을 빌거나, 현실을 도피하거나, 환상에 희망을 걸거나 하는 것은 모두 쓸데없는 일이라 여긴다.   

    

 

 

2) 이미지의 충격과 신속한 전환

 

새로운 시의 조류로서 몽롱시는 예술적으로도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시가는 형식의 위기를 맞고 있다. 많은 낡은 표현 수단은 이미 매우 부족한 상태이다. 은유. 상징, 통감(通感), 시각 변화, 관계 투시, 시공 질서 타파 등 수법을 자신의 시 속에 끌어 들여 우리에게 새로운 미래를 제시하고 있다. 나는 영화의 몽따지 수법을 내 시 속에서 시도함으로써 이미지의 충격과 신속한 변환을 이루고 사람들의 상상력을 자극하여 대대적 도약이 남긴 공백을 메꾸고자 한다. 또한 나는 시의 용량, 잠재의식, 순간 감수(感受)의 포착을 중요시한다. *(주 108)

 

신 중국 탄생 이후의 중국 시단은 기본적으로 현실주의와 낭만주의의 두 가지 창작방법을 조작하는 것이었다. 현실주의는 객관적 진실 반영을 특징으로 하여, 객관을 충실히 모사하는데 비해, 남만주의는 주관, 이상의 표현을 특징으로 하여, 주관, 이상에 대하여 아름다운 동경을 하고 있다. 70, 80년대에 들어서 사람들의 생활과 정감이 날로 풍부하고 복잡해 지며, 특히 젊은 이들이 10년 동란을 겪으면서, 정신적으로 심각한 상처와 환멸, 방황과 미망, 그리고 각성을 남겼다 섬세하면서도 민감한 여 시인인 수팅은 솔선해서 새로운 시의 조류의 미학선언인 〈나의 동시대인에게 바침〉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마음의 처녀지를 개척하기 위하여 / 금지구역에 들어갔다, 아마도- / 바로 그곳에서 희생되어 / 비뚤어진 발자국을 남긴 것은 / 후세 사람들을 위해 / 통행증에 시인을 해준 것인가 보다 /

 

“마음의 처녀지를 개척”한다는 것은 예술적으로 낭만주의처럼 그렇게 감정을 직접 나타내거나, 이미지를 빌려서 상징, 은유 또는 암시하는 것이 아니다. 몽롱시가 취하고 있는 “상(象)”은 대부분이 현실의 象이지만, 그 뜻은 현실 사물 자체가 아니고, 시인의 주관적 정서의 일종의 대응물이다. 의화(意化)되었기 때문에 취득한 물상이 그것 자신이었건 그것 자체가 아니건 심미적으로 불확정성과 다원성, 모호성을 조성하고 이에 따라 주제의 다의성과 복사성(輻射性)을 만들어 낸다. 몽롱시란 명칭이 여기서 유래된 것이다.

 

몽롱시의 예술적 가치 지향 중의 하나는 바로 이미지화- 이미지의 고도 밀집을 통해 충격의 태세를 형성하게 된다. 수팅의 〈思念〉을 보자.

 

    한 폭의 색채현란하나 선감이 부족한 괘도, / 청순하나 해답 없는 대수 한 문제, / 한 줄 거문고 하나, 처마 낙수의 염주를 튀긴다, /  피안에 다다를 수 없는 한 쌍의 노. / 꽃봉오리처럼 묵묵히 기다린다, / 석양처럼 멀리서 주목하고, / 아마 먼 바다를 감추고 있나 보다, / 그래도 흘러나오면, 두 방울 눈물일 뿐.

 

그것은 누구를 사념한다거나, 어떻게 사념한다거나 하고 쓰지 않고, 일련의 이미지로써 사념의 특징을 포착하여, 사념을 깊이를 투시하며, 추상족 사념을 느낄 수 있는 구상으로 바꾸어 놓는다. “괘도”는  “색체현란하나 선감이 부족”하고,  대수는 청순하나 해답이 없어서 사념을 포착하는 것이 분명한 데서 모호한 데로 운행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빗소리와 한줄 거문고가 화음을 이루고, 서로 받쳐 주면서 한 방울씩 빈 계단에 떨어지는 처마 빗물과 선사의 손안에 있는 염주가 상응 대조하여, 사념의 고적함과 지속성을 체험한다. 피안에 다다를 수 없는 노 한 쌍으로 사념의 영원과 집착을 느낄 수 있고, 꽃 봉오리도 사념이 기다림의 희망이 있어 아름다운 고통임을 비유한다. 석양은 사념이 아름다운 사물에 대한 연민과 사물에 충만한 생동의 이치를 포함하고 있음을 암시하며, 마음 속 깊은 곳에 먼 바다를 감추고 있으나, 흘러나오면 두 방울 눈물일 뿐이라 한 것은 사념의 풍부성과 심각성, 그리고 함축의 품격- 동방 민족의 심오함축적 정서적 특징을 나타내 주고 있다. 짧은 몇 줄의 시에서 사념의 품격을 남김없이 통쾌하고, 충분히 풍부하게 투시하고 있다. 이는 현실주의나 낭만주의가 해내기 어려운 일이다.

 

수팅과 꾸청의 부드럽고 아름다운 이미지와 다르게 베이다오의 시의 이미지는 보다 냉엄하고 장려하며, 심지어 얼마간 황당기괴함까지 있다. 예를 들어 〈雨中紀事〉에서는 초현실주의 수법으로 직각을 썼다.

 

     책이 탁자 위에 펼치면/ 푸석푸석 소리가 나네, 마치/ 불 속에서 나는 소리 같이/ 부채를 접은 듯한 날개/ 아름답게 펼치면, 심연의 상공에/ 화염과 새가 같이 있네

 

탁자 위에 펼친 책은 시인의 심미적 직각 속에서 갑자기 불속에서 푸석푸석하는 소리와 펼쳐진 날개로 바뀌고, 이는 각각 열정과 이상을 상징한다.  그러나, 그 잘못된 시대에 가슴 가득 열정이 충만하지만, 이상은 항시 물거품으로 변한다. 열정이 높아질수록, 이상이 더욱 고통스러워져, 마치 “화염과 새가 같이 있는” 것과 같고, 열정은 이상에 고통을 주고, 양자는 깊은 모순에 빠지게 되어, 비정상적 시대에 대한 시인의 분노를 표현해 주고 있다.

 

쟝허(江河), 양리앤(楊煉)의 후기 몽롱시 필묵을 원시 신화시대로 뻗어, 민족 문화의 심층구조를 다루면서, 민족 문화 정신을 발굴하고, 현대 동방의 역사시를 창조하고자 한다. 양리앤의 연작시 〈敦煌〉, 쟝허의 연작시 〈태양과 그의 반사〉는 모두 원시 신화로부터 제재를 따오고 있지만, 단순히 신화를 다시 서술한 것이 아니라, 신화 원형에 대한 개조를 통하여 선명한 현대 의식을 부여하고 있다. 〈태양과 그의 반사. 해쫒기〉에서는 “길 떠나던 그 날, 그는 이미 늙었다/ 그렇지 않다면 그는 태양을 쫒지 않았을 것이다/ 청춘 자체가 바로 태양인 것을”, “전설에 의하면, 그는 목이 말라 위수와 황하를 다 마셔 버렸다지만/ 사실은 자기자신을 가득 따라 태양에게 보낸 것이다”, “그는 스스로를 울퉁불퉁한 땅 위에 깔고/ 길이 있고, 주름 살이 있고, 말라버린 호수가 있어“, ”태양을 그의 마음 속에 잘 간직하고 있을 때/ 그는 태양이 매우 연약하서 아플 정도로 연약하다는 것을 느꼈다“ 이 시는 신화 〈과부추일(誇父追日)〉의 완강한 투지와 희생정신을 보존하면서도, 과부라 하는 인류 주체성의 추상적 공동(空洞)을 버리고 그의 자신의 가치와 생명의 의의에 대한 추구를 추가시켰다. 그가 해를 쫒는 것은  인류를 위해서이기도 하고, 또한 자기 자신의 청춘불로를 위해서 이기도 하다, 과부와 태양, 즉 인류와 자연의 대항이 인류와 자연의 화합으로 개조되고, 자연이 인류를 위협하던 데서 인류에 의해 정복된 역사 과정과 사회 진화로 융화되어, 민족성과 현대 의식이 성공적으로 융합되는 것이다.

 

                                  <문학선> 2007. 여름호에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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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몽롱시와 그 "찬란한 빛" 2016-12-25 0 2383
56 시는 최소한의 언어로 최대한의 세계를 담아야... 2016-12-25 0 2545
55 진정으로 뛰여난 담시(譚詩) 한수라도 보고지고... 2016-12-23 0 2499
54 시인은 정화가 된 "저체온의 성스러운 언어"로 시를 써야... 2016-12-22 0 2675
53 시인, 석류, 그리고 파렬, 분출, 문여는 소리... 2016-12-22 0 2617
52 [쉼터] - 작문써클선생님들께; 마구잡이로 쓰는 "~의 대하여" 2016-12-22 0 2455
51 "종소리를 더 멀리 보내기"+"혼자만 잘 살믄 무슨 재민겨"... 2016-12-22 0 2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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