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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이 시 한수를 빵으로 바꿀수 있을까?...
2016년 12월 26일 01시 26분  조회:2508  추천:0  작성자: 죽림
아시아 시론· 타이완 

시, 생활과 사색 /린후안장(林煥彰) 

나의 시는 생활에서 나온다. 또한 사색에서 나온다. 시는 생활과 경험, 생각과 깨달음, 상상력과 동경의 결합체이다. 때문에 시는 무한한 존재의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시는 자기를 찾는 방법이요 반성과 사색의 방법이다. 시는 관심이고 필요이다. 시는 즐거움인 동시에 고통이다. 시는 부드러우면서도 딱딱하다. 시는 고양이인 동시에 물고기이다. 시는 흑백이 분명하지만 희미하여 잘 보이지 않을 때도 있다. 시는 매일 함께 있으면서도 항상 그리운 존재이다. 시는 한마리 상처 입은 새이다. 그러나 이 새는 화살을 몸에 단 채로 계속 날아간다. 시는 흐르는 피를 멎게 하고 눈물을 멈추게 한다. 시는 영원히 아내가 될 수 없는 애인이다. 시가 애인이긴 하지만 반드시 미인인 것은 아니다. 시에는 애증이 교차한다. 시는 사랑스러우면서도 얄미운 존재이다. 시는 일종의 감각이다. 시는 가장 가려운 곳을 긁어준다. 때로는 너무 긁어서 살갗이 벗겨지고 피나 나기도 하지만 그 아픔과 즐거움의 느낌을 계속 긁어대는 것이다. 시는 필요이다. 서정을 필요로 할 때도 있고 슬픔을 필요로 할 때도 있다. 원망과 울분, 비판과 반항, 격려를 필요로 할 때도 있다. 시는 의미를 지녀야 하지만 그 의미는 화려한 어휘에 있는 것이 아니라 사용하는 언어문자의 정확성과 그 언어가 지니는 신선한 감각에 있는 것이다. 때문에 시의 언어는 굳이 천박함과 저속함을 피하지 않아도 된다. 언어에는 음(音)과 의(意), 형(形)이라는 기본요소와 함께 전달의 기능이 있다. 시적 언어가 필요로 하는 것은 어떻게 하면 이러한 요소들의 극치를 발휘하여 최상의 효과를 거두는가 하는 것이다. 관념은 창작을 인도하고 그 방향을 결정한다. 사랑이라는 관념이 내가 쓰는 시를 인도해주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오늘날 산업사회의 인문사상은 이미 시든 꽃이 되어버렸고, 구시대의 인간과 사물들은 제도의 개혁과 새로운 상품에 대한 욕구로 인해 도태되어버렸다. 문화의 정화가 남든 사라지든 상관하지 않고 무조건 옛것을 없애고 새것으로 채우려는 추세가 지배적이다. 여기에는 일정한 기준도 없고 정해진 궤도도 없다. 우리는 신문지상에서 사회에 대단한 공헌을 했던 모 인사가 어떤 사건에 연루되어 물러나게 됐다거나, 오래된 성문이 철거되게 됐다거나 혹은 백년이 넘은 고목이 개발을 위해 베어진다는 등의 소식을 흔히 접하게 된다. 그럴 때마다 놀라움과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지만 결국은 이 모든 것들이 버려지는 운명을 피하지 못한다. 

너나 할 것 없이 대부분의 사람들이 명리를 목적으로 살아가다 보니 우리에게 시는 더 이상 중요한 존재가 못된다. 모두들 시가 없어도 변함없이 밥을 굶지 않을 수 있고 오락을 즐길 수 있으며, 변함없이 잠을 자고 재신(財神)을 향해 향을 올릴 수 있다고까지 말한다. 물론 시는 개인의 성정을 도야해주고 마음을 정화시켜주며 부패와 몰락을 면할 수 있게 해준다. 시인은 시를 통해 세인들의 심령이 지나치게 물화(物化)되고 이욕(利慾)에 침식당하는 것을 막고자 노력한다. 하지만 대중매체는 모두 상업주의에 의해 지배되고 있고, 모든 성광형색(聲光形色)이 이 같은 문화에 점령당해 있다. 시는 너무도 무력하여 서재 한구석으로 밀려나 서가에 꽂힌 채 소리 없는 탄식을 내뱉고 있을 뿐이다! 

현대 세계에서 시가 담당하는 역할이 정객이 내뱉는 한마디 공허한 구호보다도 못하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시는 상인들이 내미는 수표 한 장만도 못하다! 정객은 그럴듯한 구호로 유권자들의 표를 얻어 그것을 민주의 보좌로 내보낸다. 또한 상인은 돈으로 사람들을 고용하여 노동이라는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그러나 시인은 무엇을 어떻게 할 수 있단 말인가? 

시인이 시 한수를 빵으로 바꿀 수 있을까? 

시인이 시 한수를 써서 통치자가 될 수 있을까? 

시인이 시 한수를 써서 정부의 정책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시인이 시 한수를 써서 여인의 꽃다운 마음을 살 수 있을까? … 

이 모든 질문에 대한 해답이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는 사실에 대해 아무도 의아해하지 않을 것이다. 

이것은 엄연한 사실이지 비관적인 가설이 아니다. 소극적인 신음은 더더욱 아니다. 시인은 사물을 정확히 바라보아야 한다. 자기를 속일 필요도 없고 자신에 도취될 필요도 없다. 자아도취야말로 시인에게는 정말 무익한 짓이다. 

그러나 사물을 분명히 인식한 후에, 시인은 관념을 변화시킬 수 있어야 하며, 적극적인 작위가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적극적인 작위란 무엇인가? 이와 관련하여 스스로 자문해보지 않을 수 없는 문제들이 있다. 

‘무엇 때문에 시가 이렇게 변했는가?’ 

‘시가 현대인을 거부하는 것인가, 아니면 현대인이 시를 거부하는 것인가?’ 

오늘, 우리는 이 문제에 대해 진지한 반성을 해볼 필요가 있다. 

시는 자신을 위해 쓰는 것인가, 아니면 다른 사람을 위해 쓰는 것인가? 만일 후자가 맞는다면 무엇을 써야 할 것인가? 

현대사회(혹은 세계)에서 시가 차지하고 있는 지위를 높이기 위해선, 시인들이 인간과 사회에 대해 애정과 관심을 가져야 할 때이다. 억압당하고, 가난하고, 불구이며, 도움을 받지 못해 절망에 빠진… 사람들(다른 동물과 자연, 생태계까지 포함하여)에 대해 관심을 갖고 그들을 위해 시를 쓰고, 그들을 대신해서 외치며, 그들에게 위로와 믿음을, 용기와 성원… 을 아끼지 말아야 할 때이다. 

시가 담당해야 할 역할은 영원히 대중과 만물을 위해 없어서는 안될 대변자로 남는 것이다. 시가 확보해야 할 지위 또한 영원히 대중과 만물에게 없어서는 안될 어머니의 자리여야 한다. 



/김태성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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