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7일 대전 평송청소년문화센터 대공연장에서 열린 장애인의 날 기념 사랑의 음악회에 출연한 ‘팔꿈치 피아니스트’ 최혜연. 최 일 기자
 

대전 평송청소년문화센터 대공연장을 가득 메운 관객들은 특별한 피아노 연주가 마무리되자 뜨거운 박수갈채를 보냈다. ‘팔꿈치 피아니스트’ 최혜연(19) 양이 프랑스 작곡가 라벨의 곡 ‘왼손을 위한 피아노협주곡 라장조’로 감동의 무대를 선사한 것이다. 대전시립교향악단과 협연 후 상기된 표정으로 피아노에서 일어선 그녀는 무대 중앙으로 나와 고개를 숙이며 객석을 향해 인사하고 밝은 미소를 지었다.

 

제35회 장애인의 날을 기념해 ‘희망으로 노래하다’를 주제로 지난 2015년 4월 17일 ㈔모두사랑과 대전시향이 공동주관한 사랑의 음악회가 열렸고, 최 양은 이날 공연을 통해 어떠한 장애에도 인간은 강인한 자활·자립의지로 이를 극복하고 아름다운 삶을 만들어갈 수 있음을 생생하게 보여줬다.

대전예고를 졸업하고 올해 서울종합예술실용학교에 4년 장학생으로 입학한 최 양은 3살 때 불의의 사로로 오른쪽 팔꿈치 아래 부분을 잃었다. 하지만 그녀는 보란 듯이 장애를 극복하고 음악으로 감동을 선물하는 아름다운 연주자가 됐다. 어린 시절부터 줄곧 피아노를 좋아했던 그녀는 5년 전 정은현 서울종합예술실용학교 외래교수(툴뮤직 대표)를 만난 것을 계기로 음악인의 길을 걷게 됐다.

 

   
지난 17일 대전 평송청소년문화센터 대공연장에서 열린 장애인의 날 기념 사랑의 음악회에서 혼신의 연주를 선보이는 ‘팔꿈치 피아니스트’ 최혜연. 최 일 기자

대학원에서 장애인 음악교육을 주제로 박사과정을 밟던 정 교수는 최 양이 왼손과 팔꿈치만으로도 연주가 가능함을 알게 된 후 기꺼이 그의 스승이 됐다. SBS ‘스타킹’, MBC ‘휴먼다큐 사람이 좋다’, TJB ‘특집다큐 달팽이 쇼팽을 꿈꾸다’ 등에 출연하며 많은 이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 그녀는 2011년 제4회 장애인 음악콩쿠르에서 교육부장관상, 2013년 전국장애청소년음악콩쿠르 ‘기적의 오디션’에서 대상을 차지했다.
지난해 영국왕립음악원을 방문해 자신과 같은 장애를 가진 왼손 피아니스트 니콜라스 매카시를 만나 합동연주를 한 최 양은 올 3월 첫 앨범을 발표했다. 그녀를 위해 정갈하게 편곡된 ‘어메이징 그레이스(Amazing Grace)’를 타이틀로, 풍부한 화성과 서정적 멜로디의 스크리아빈의 작품 ‘왼손을 위한 프렐류드와 녹턴’을 수록했다.

이 곡은 작곡가가 골수염으로 오른팔에 장애를 겪고 있을 때 만들어 의미가 더 깊다. 고전 레퍼토리 중에는 왼손 피아노 작품이 적지 않아 그녀는 지속적으로 이런 작품들을 연주하며 보다 진솔한 음악으로 대중들에게 다가가고자 노력하고 있다.

/최 일 기자